여우들이 궁금해 하는 늑대들의 진실 - 여자들이 궁금해 하는 남자들의 심리
이명길 지음 / 선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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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알아온 가족, 친구 사이임에도 어느 날 놀랄 때가 있다. 이 사람이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소 그 사람의 행동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사실은 그게 그 사람의 모습의 일부이고 내가 그 사람의 평소를 잘못 구성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렇게 오래 시간을 보낸 사이에도 모르는 점이 있고 다투는 일이 있는데, 전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이십년 넘게 살아온 남녀가 차이점이 없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환경이 다르니 살아온 인생은 물론 성격, 가치관까지 다르다. 연애라는 인간관계를 통해 서로 친밀감을 형성해나가도 서로 부딪히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닌데 엉뚱한 쪽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번져 관계가 부서져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남녀의 관계는 마치 개와 고양이 사이 같다. 서로에게 보내는 관계의 신호가 달라서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개의 경우에는 꼬리를 흔드는 것이 우호의 표시지만 고양이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고, 고양이의 경우 가르릉 거리는 게 우호의 표시지만 개의 경우에 그것은 적대의 표시이다. 마찬가지로 남자가 한 말의 속뜻과 여자가 한 말의 속뜻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그 속뜻을 전부 알 수 없으니 오해도 생긴다.

인간관계에서는 그 점이 어렵겠지만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그 대조적인 예의 나열이 재미있기도 하다. 하도 차이가 나니 신기하게 읽어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단지 제목은 늑대들의 진실이지만 대조하다보니 여자의 입장이 섞여 있기도 해서 심도 있게 파고든 다기보다 가볍게 흘러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살짝 알아보는 수준에서 넘어가는 게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루는 폭이 좁은 것도 아니고 연애에 관해서는 만남에서 이별까지 적당한 폭을 다룬다.

또한 저자가 심리학자가 아니어서 주관적인 면이 강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말로 집중을 떨어뜨리거나 하는 면은 없다. 살짝 부푼 호기심을 가라앉힐 정도여서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점은 강점이기도 하다. 책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순간마다 살며시 등장해서 다시 책에 집중하게 만드는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남녀관점차이를 연애라는 주제로 다룬 이 책은 만남에서 이별까지의 모습을 다룬다. 예가 많아서 남의 연애담을 읽듯이 혹은 토크쇼를 보듯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데 그게 책과의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 주기도 한다. 맞다 싶은 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아니다 싶은 건 고개를 흔들게 하는 것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연애 역시 인간관계의 일환이며 그 인간관계를 조금 더 원활히 할 키워드를 손에 넣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할 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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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동화 - 두 번째 이야기
박정현.박혜진 지음 / 새로운제안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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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원전이나 새롭게 각색되는 동화를 보는 것은 이색적이다. 오랜 시간 접했기에 너무나 익숙한 것이 뒤집혀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색적인 점도 여러 번 각색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어느 정도 사라져 버린다.

다행히 이 책은 서양의 동화가 아니라 전래동화를 뒤집으면서 그 점을 피해갔다. 또한 각색된 이야기의 배경은 현대이며 인물 역시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일상인이 등장한다. 동화에서 흔히 시작하는 '옛날 또 옛날'을 과감히 버리면서 현실과의 멀었던 거리감을 대폭 줄여 보인 것이다. 거기에 각색된 동화는 선녀와 나무꾼, 금도끼 은도끼, 흥부 놀부, 효녀 심청, 견우와 직녀 등 익숙하다 못해 모르는 사람이 웬만해서는 없을 만한 것들이다. 친숙함과 참신함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루어 낸 것이다. 

거기서 멈추었다면 이 책의 강점은 그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각 이야기 속 인물의 욕망을 충실히 반영하며, 각 인물의 모든 행동에는 충분한 이유가 들어있다. 더 이상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밖에 모르는 심청이나 계모가 못 살게 굴어도 무조건적으로 착하기만 한 콩쥐, 나무꾼에게 울며 시집가는 예쁘기만 한 선녀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특히 금도끼 은도끼 편에서는 정직을 최선으로 내세웠던 기존의 도끼 주인은 없어지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리저리 거짓말을 하는 인간형이 등장한다. 조상이 정직하게 말했다가 자기 도끼만 받아왔고 그것을 내내 후회했기에 거짓말을 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는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결말에 대해서도 또 한번의 뒤집기가 들어간다. 원래의 동화에서라면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기 마련이지만 각색된 동화에서는 그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의 길을 개척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동화의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더 이상 믿어지지 않는 시대에 맞는 현실성 있는 결말이라 할 수 있다. 그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동화에서의 이야기가 한 개인의 인생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각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원전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고 후반에는 지침서류의 충고가 적혀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전과 비교하는 재미도 선사하면서 이야기의 기억하고 싶은 논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여러 장점을 한 권에 소복하게 담아낸 책이라, 동화를 좋아하고 그것이 뒤집히는 것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펼쳐봐도 후회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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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무얼 스마일즈의 자조론
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김유신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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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은 썩는다고 하던가.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보면 멈추어 서 있는 모습은 정지가 아니라 도태라고 느껴진다. 나날이 진보하는 사회에서 정지는 퇴화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돌파구는 결국 끊임없는 자기수양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조론은 하늘에서 내린 동아줄은 못되더라도 작은 오아시스의 역할은 제공한다. 멈추어 서 있는 사람에게는 점잖은 질책과 부드러운 독려를, 끊임없는 진보에 지친 사람에게는 탄탄한 미래의 예측으로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 예측의 증거물로는 물론 과거 위인들의 이야기가 곁들어진다. 근면과 끈기로 자신의 길에 몰두하며 끊임없는 자기수양으로 자기가 바라던 바를 이루어낸 위인들의 이야기가. 억지로 이런 식으로 인생을 살라고 외친다면 귀찮은 잔소리로 치부됐을 지도 모를 일이 위인들의 수많은 사례로 다가오니 부드러운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저 끊임없는 자기 수양의 길에 발을 들여놓자고. 자신이 바라던 인생을 살아가도록 변해가기에 늦은 시기는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특별한 재능보다 끊임없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살며시 등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좋은 내용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단지 처음 읽을 때는 문장이 딱딱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허나 눈에 익기 시작하면 늘어졌던 정신이 서서히 조여지는 게 느껴질 정도이다.

한번쯤 자신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싶거나 새롭게 목표를 향해 달려갈 힘이 필요한 사람이 읽기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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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9 - 룸살롱 출입은 스무살이 되고부터
소라치 히테아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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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우유가 세상을 멸망시킨다...
실제라면 절대 없을 일이지만 은혼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거대 개 사다하루는 어느 날 아침 부쩍부쩍 자라기 시작한다. 본인은 재롱이라고 생각하지만 해결사 일동에게는 심각한 생명의 위협이기도 한 난동을 부리는 사다하루. 그런 사다하루를 달래고자 해결사 일동은 사다하루가 좋아하는 딸기 우유를 먹이고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그런데 사다하루의 성장은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마침내 집을 부수고 머리는 집 밖으로 나올 정도의 거대화를 이룬다. 해결사 일동은 사다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호하려 하지만 마침내 이누가미인 사다하루의 봉인이 풀리고 만다. 더구나 봉인이 풀린 상태에서는 주인도 몰라보고 미쳐 날뛰는 사다하루였다. 긴토키씨와 다투며 만족해주면 좋으련만 온 도시를 부시고 다니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사다하루의 봉인을 푼 열쇠가 바로 딸기 우유다. 아무리 은혼의 세계라지만 천인이나 정체불명 외계생명체도 아니고 딸기 우유 때문에 멸망의 위협을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쨌든 수습을 위해 오망성 캐치볼로 대항하는 해결사 일동이었다. 그 결과 다시 해결사 일동에게 평화로운 나날이 돌아오지만, 도박과 오타에씨의 룸살롱을 끊지 않는 한 해결사 일동의 풍요로운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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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하울링 3 - 짐승의 시간 - from the aspect of MIZU(절판 예정)
아키타 요시노부 지음, 김영종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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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암살자 미즈 비앙카. 그녀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루어진 계약을 파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끔씩 떠오르는 그녀의 꿈과 죽지 않는다는 계약자들의 존재. 수많은 의문을 뒤로하고 미즈는 단신으로 앞을 가로막는 무리들에 맞선다. 

여관에서 시작된 흑의와의 전투는 최강의 정령과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1권에서 압도적인 강함을 보였던 미즈였지만 허벅지에 입은 부상과 연이은 전투로 점차 전투력을 잃어간다. 그녀의 생존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흑의가 아니면서 흑의의 무리에 들어가 있는 남자의 존재는 더욱 미즈의 신경을 자극한다.

그러나 미즈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최강의 검이자 최강의 병기로써 싸움에 임한다. 고독해 보이는 그녀의 전투에서 함께 싸우는 것은 그녀의 짐승 정령 기어뿐이다. 

두 사람의 주인공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이라서 다시 1권의 미즈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서술된다. 그래서 사건을 보는 입장이 전혀 다를 뿐 아니라 시작되는 시기도 다르다. 2권에서 이미 본 진행상황을 미즈의 입장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야기가 진행돼도 의문은 점점 늘어간다. 단순히 어수룩한 남자인 줄 알았던 아이네스트는 수상하기 짝이 없으며 미즈에게 또 다른 위협으로 등장한다. 거기에 미즈가 믿는 단 하나의 존재인 짐승 정령 기어마저 그녀의 부림을 받는 존재인지 아니면 그녀를 봉인하고 있는 존재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점차 어둠 속에 의문은 늘어만 가고 어느 것 하나 절대적인 것이 없다. 그녀가 계속 싸워 갈 거란 사실만이 확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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