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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동화 - 두 번째 이야기
박정현.박혜진 지음 / 새로운제안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동화의 원전이나 새롭게 각색되는 동화를 보는 것은 이색적이다. 오랜 시간 접했기에 너무나 익숙한 것이 뒤집혀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색적인 점도 여러 번 각색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어느 정도 사라져 버린다.
다행히 이 책은 서양의 동화가 아니라 전래동화를 뒤집으면서 그 점을 피해갔다. 또한 각색된 이야기의 배경은 현대이며 인물 역시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일상인이 등장한다. 동화에서 흔히 시작하는 '옛날 또 옛날'을 과감히 버리면서 현실과의 멀었던 거리감을 대폭 줄여 보인 것이다. 거기에 각색된 동화는 선녀와 나무꾼, 금도끼 은도끼, 흥부 놀부, 효녀 심청, 견우와 직녀 등 익숙하다 못해 모르는 사람이 웬만해서는 없을 만한 것들이다. 친숙함과 참신함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루어 낸 것이다.
거기서 멈추었다면 이 책의 강점은 그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각 이야기 속 인물의 욕망을 충실히 반영하며, 각 인물의 모든 행동에는 충분한 이유가 들어있다. 더 이상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밖에 모르는 심청이나 계모가 못 살게 굴어도 무조건적으로 착하기만 한 콩쥐, 나무꾼에게 울며 시집가는 예쁘기만 한 선녀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특히 금도끼 은도끼 편에서는 정직을 최선으로 내세웠던 기존의 도끼 주인은 없어지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리저리 거짓말을 하는 인간형이 등장한다. 조상이 정직하게 말했다가 자기 도끼만 받아왔고 그것을 내내 후회했기에 거짓말을 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는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결말에 대해서도 또 한번의 뒤집기가 들어간다. 원래의 동화에서라면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기 마련이지만 각색된 동화에서는 그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의 길을 개척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동화의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더 이상 믿어지지 않는 시대에 맞는 현실성 있는 결말이라 할 수 있다. 그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동화에서의 이야기가 한 개인의 인생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각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원전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고 후반에는 지침서류의 충고가 적혀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전과 비교하는 재미도 선사하면서 이야기의 기억하고 싶은 논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여러 장점을 한 권에 소복하게 담아낸 책이라, 동화를 좋아하고 그것이 뒤집히는 것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펼쳐봐도 후회하지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