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5~10분 거리였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와 달리 고등학교에 들어서는 30분,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하다보니 멍한 머리로 엉뚱한 생각을 자주 했었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에 몸을 떨면서 어느 학교에나 늘상 있는 고갯길을 오르다보면 절로 초능력을 갈구하게 된다. 친구들과 자주 했던 말은 순간이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하고 겹쳐서 파리 인간 꼴이 나지 않도록 지정 장소로 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단순히 통학 시간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엉뚱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엉뚱한 생각을 미군 내 최고인재들이 했었다고 한다. 벽을 향해 걸으면서 자신의 몸의 원자가 분리되고 벽을 통과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명상을 통한 평정을 유지하면 그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사람은 지금도 버젓이 잘 살고 있는 장군이었다고 한다. 그는 군 특수부대 지휘관들에게 초능력부대를 통한 전장에서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지휘관들은 당연히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장군은 무안해졌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휘관들은 그 주장을 굉장히 뛰어난 제안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은 기이한 내용의 논픽션이다. 존 론슨이라는 저널리스트는 1970년대부터 30년간 미군에서 진행된 기이한 활동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미군 내에는 초능력 혹은 심령을 통한 지원 부대가 있었으며 그들을 제다이 전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명칭만을 듣고도 한참을 웃었다. 스타워즈와 스타트랙 같은 SF물을 보는 사람을 괴짜라고 놀릴 것 같은 특수부대 사람들이 초능력을 익히게 만들고 그들을 '제다이 전사'라고 불렀다니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한 훈련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염소를 노려봐서 심장을 멎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단 한 번의 성공을 나았는데 그것을 성공시켰다고 처음 예상되는 사람은 한때 꽤나 유명세를 누렸던 용병이라고 한다. 그는 이미 죽었고 그 죽음에는 찬란한 영광을 유지한 내용과 우스갯소리로 만들어버리는 종류의 것이 각각 병존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저자는 그 용병의 죽음은 물론이고 염소를 죽였다는 내용조차도 가장 허약한 염소를 노려본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3일을 노려봐야 염소를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왜 염소를 죽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고 총을 쏘면 1분도 안 걸릴 일은 3일 동안 노려보면서 죽여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염소 백 마리를 노려보기의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염소를 노려보는 것으로 살해할 수 있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 사람은 아직도 버젓이 살아 있으며 자신의 초능력을 만천하에 떨치고 싶은 것 같았다. 아직도 키우는 햄스터로 실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려 들고 여기저기에서 그 기술을 가르쳐달라는 제의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뭐랄까 아무리 들어도 말이 안 되는 내용 같은데 당사자는 더없이 진지하니 점점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기괴한 초능력 연구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 있었다. 대표적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노래를 통해 포로를 심문하거나 심령을 통한 감시 활동과 암살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웃어야 할지 당혹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다. 허나 그런 기괴한 연구의 진행중에 일반 시민을 상대로 LSD를 먹이거나 살해를 하는 등의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는 점, 계속하여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로 희화화해서 포로에 대한 유린 행위를 덮는 고도의 공작이 진행되었을 가능성, 초능력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어났던 집단 자살 같은 집단 히스테리까지 오싹한 부분도 꽤 되었다. 모두가 미친 가운데에는 미치지 않은 사람이 가장 비정상이라는 말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알 수가 없어지는 내용이었다. 초능력 부대 그 이면에는 대체 뭐가 있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