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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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는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평범해서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하고 순탄한 인생을 사는 것은 사실 정말 힘들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백년 남짓한 짧지만 긴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생겨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할 때 사람들은 많이 이렇게 말한다.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미쳤나보다 라고 말이다. 멀쩡하다는 말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지만 그것에 대해서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모호한 말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평균치라지만 멀쩡하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생긴 것이 멀쩡하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주관적 기준이 있겠지만 대충 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괜찮은 외모라는 뜻으로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적 멀쩡함으로 들어가면 일대 혼돈이 인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 상태가 의심받을 때 자신이 멀쩡함을 주장한다. 허나 그 정확한 기준은 모른다. 그저 자신이 멀쩡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멀쩡함이라는 말에 대해서 잘 몰라도 그렇게 말한다.

이 책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닌가 의심 받을 때, 즉 광기를 주체하지 못할 때 자신의 정신이 멀쩡함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들으면 꼭 광기의 반대말이 멀쩡함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멀쩡함은 광기의 반대말이 아니라고 한다. 멀쩡함이라는 것은 아주 애매모호한 관념이지만 결코 광기의 반대말이 될 수 없으며 굳이 말하면 광기와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도의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나오면 많이 나오는 능력이 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하물며 말소리로 들린다니 그건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아주 잠시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생각의 급류가 머릿속에 흐르고 있는데 그 속을 유유히 흘러가는 한 방울의 물방울만 딱 맞는 타이밍에 읽을 수 있다니 사실 무리에 가깝다. 이처럼 사람들은 수많은 생각들을 품고 산다. 그 생각의 급류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광기에 사로잡힌 것이라면 그것에 대한 얇은 보호막을 얻은 정도가 멀쩡함이라는 것이다.

지나친 생각의 홍수에서의 방어막인 멀쩡함은 많은 정신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이지만 실상 광기와 분리하기는 아주 어렵다. 어디까지가 멀쩡함이고 어디까지가 광기인 것인지 딱 잘라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어느 정도 광기에 휘둘리고 있다. 광기는 누구나 품고 있는 것이다. 멀쩡함이라는 보호막에 덮여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지만 광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정신병자들 틈에 있으면 자신의 멀쩡함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광기에 휘둘리고 있는 사람들의 틈에서 유지하기 힘든 것이 멀쩡함이라면 그것이야말로 특이한 것이다.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균형 잡혔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특이한 것이다. 그렇게 치면 멀쩡함만큼 미친 상황도 없는 셈이다. 저자는 멀쩡함에 대해서 이렇게도 말한다. 자신의 욕망에 휘둘려 멈추지 못하면 광기이지만 휘둘리더라도 사회가 요구하는 범위에서 휘둘리거나 휘둘리지 않으면 멀쩡함이라고 한다. 또한 멀쩡함과 광기를 비교할 때 균형 잡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멀쩡함은 적정선을 지킬 줄 안다는 것을 말한다고도 한다.

이 책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에서는 멀쩡함과 광기를 비교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둘은 비교대상이라기보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비교되는 것이고 같이 가는 느낌이 더 강했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흔들리는 개념 속에서 조금은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저자도 멀쩡함이 무엇인지 한 마디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비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모호해서 책을 술술 읽어나가기는 굉장히 어려운 편이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가장 마음에 든 표현은 '멀쩡함은 광기의 그릇'이라는 것이었다. 그 그릇을 넘어서 광기가 넘친다면 미쳤다고 하는 상태일 것 같다. 흔히 생각하게 되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도 나쁘지 않았고 왜 멀쩡함이 중요하다는 사람이 많은데 멀쩡함에 대해 연구한 것은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고 또 가지게 한 터라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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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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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혼돈이 나름대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치우려는 시도를 하기는 한다. 단지 청소를 결심하고 먼저 치워야 할 물건 A를 발견하고 치우는 도중 물건 B가 보여서 그 쪽으로 관심이 분산된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물건 C를 보게 되면 물건 A에 대해서는 전부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청소를 시도는 했으나 물건의 위치가 약간씩 바뀌었을 뿐 물건더미가 주변에 널려 있는 상황은 그대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청소를 잘 못하는 사람은 개인의 집중력의 문제에 국한되고 피해도 개인에 미치는 수준이지만 한 국가기관이 연이은 문젯거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안고 간다면 그것은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정보기관인 CIA가 안고 있는 문제였다. 이 책 '잿더미의 유산'은 CIA창설부터 사실상 국방부에게 흡수되어 유명무실해지기까지의 60년을 다루고 있다.

흔히 CIA에 대해서 떠올리면 세계최강의 정보기관이며 세계 대부분의 비밀공작이 CIA에서 이루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저자는 이 모든 CIA에 대한 신화가 CIA가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CIA가 첩보활동을 통해서 얻어낸 정보 중에서 정말 핵심 정보인 것은 그리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제대로 된 첩보활동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 국가에 대해서 불만을 품은 그 나라의 정보요원이 운 좋게 CIA에 넘겨준 정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CIA의 실체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첩보원하면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제임스 본드인데 그 제임스 본드가 왜 영국 첩보원일까 하는 의문까지 품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가장 잘 알려진 첩보원인 제임스 본드가 영국 정보기관 소속인 것을 제외하면 영화나 드라마 속의 CIA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하다. 안하려고 해서 그렇지 하려고 하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진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CIA는 사람들이 나쁜 쪽으로 생각했던 CIA의 모습이 사실이며 좋은 쪽으로 생각했던 CIA에 대한 것은 전부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모든 허식의 갑옷을 벗기고 생살을 드러낸 CIA에 대해서 짧게 말하면 이렇다. 첩보활동을 하는 정보기관은 끊임없이 우수한 인력의 유입이 필요한데 CIA는 그 점에서 계속 실패를 했다. 그들에게 준비된 요원이란 것은 없으며 그런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작전을 세우고 진행해나갔다는 것이다.

더구나 첩보활동은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이 섬세하며 치밀하게 진행해나가는 것을 떠올리는데 CIA의 첩보활동에 있는 것이라고는 온갖 비밀로 덮어서 마련한 거대한 자금과 폭력, 운뿐이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실패는 전부 비밀로 덮어버리고 대통령에게까지 거짓을 말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CIA가 성공한 것은 몇 안 되는 경우였는데 그것은 대부분 운에 의한 것이었는데 한 나라의 정부의 전복에 '우연히' 성공하자 그 일을 크게 부풀렸고 그것을 바탕으로 거짓 신화를 쌓아올렸다는 것이다.

CIA는 자신들이 한 나라의 정부도 바꿀 수 있는 기관인 것 마냥 치장을 해왔지만 실상은 60년 동안 계속되는 실패를 거듭해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냉전시대에 소련에 무분별하게 요원들을 파견하고 그들은 그 과정에서 전부 죽어나갔는데도 그것이 성공적 작전이었다는 듯 과시했다는 것은 우습기까지 하다. 돈은 마구 퍼부으면서도 제대로 된 요원이 없어서 역정보에 시달리고 그것이 역정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운이 좋아서 귀중한 정보를 얻어도 오히려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을 이중첩자로 생각하고 심문을 계속 하는 등 여태 생각했던 CIA가 과연 한 때라도 있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모든 적대국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추측만을 하는 CIA는 끝내 내리막길을 걷고 만다. 내내 으르렁 거렸던 국방부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빼앗겼으며 CIA의 업무 태반이 민간보안업체 소속의 계약직 사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CIA의 탄생부터 사실상의 죽음까지를 알리고 있다. 그 과정을 시간에 따라 서술해서 진행해나가는데 그 와중에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던지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의 전모, CIA에 의한 체 게바라의 죽음 등 다양한 사건과 CIA의 연관을 밝히고 있다.

그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허상이었던 CIA와 다른 실체를 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미국 역사상 여러 흥미로운 사건이나 다른 나라에 미국이 어떤 영향을 남몰래 끼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니 CIA라는 표현보다 cia에 가까운 CIA를 보여주는 '잿더미의 유산' 아주 인상 깊게 읽었다. 돈, 권력, 폭력을 마구 휘두른 정보기관의 실상이 실제로는 엉성하기 그지없다니 내내 경악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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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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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선생님 중에 이런 분이 계셨다.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정말 싫다는 것이다.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계속해서 마셔야 한다면 그것은 좋아한다기보다 중독된 것 같다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가끔씩 좋아하는 것들을 그만둬 본다는 것이다. 커피를 한참 좋아해서 몇 달을 마셨다면 그와 비슷한 기간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고 참고 한동안 다른 취미에 푹 빠져 있었다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특이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습관이 되는 것들을 극단적으로 경계한 행동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행동, 생각은 그 사람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습관 역시 그 사람을 반영한다. 자신은 무심코 왼쪽 어깨를 주물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몸의 균형이 틀어져 있어서 왼쪽 어깨에 부담을 주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습관 역시 몸이나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서 생겨난 것 일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이라면 습관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그 사람을 반영하는 것이다. 더구나 같은 습관이 어느 정도 반복되다보면 자신이 그 습관을 행한다기보다 습관에 자신이 지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생겨난다. 그 습관을 누르려 해보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어느새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쯤 되면 습관을 만들어낸 근본원인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완전히 굳어버리기 전에 그 습관을 만들어낸 것, 균형을 무너뜨리게 한 원인을 찾아서 바로잡는다면 원하지 않는 습관을 없앨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다리를 떨고 있으면 어른들은 복이 달아난다고 못 하게 한다. 복이 달아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초조하거나 심심해지면 다리를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식으로 어떤 습관이 자신의 심상을 그대로 반영한다니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어떤 쪽으로든 자신의 마음이 외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타인이 읽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더욱 더 고치고 싶은 습관의 근본원인을 말하고 있는 책이 바로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바 역시 습관은 그냥 단순한 반복행동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반영한 행동이라고 한다. 그것도 좋은 쪽의 감정이 아니라 분노나 질시, 결핍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이든 손가락을 빠는 행동이든 그리 보기 좋은 습관은 아니다. 당사자도 알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손톱을 물어뜯는 여성의 사례에서 이런 설명을 하고 있다. 한 여자가 본인의 의지와 달리 끊임없이 손톱을 물어뜯는다. 손톱을 물어뜯다가 살점까지 뜯는 지경이 되었고 그녀도 가능하면 그 습관을 없애고 싶었다. 악수를 할 때마다 손이 보기 흉해서 각종 핑계를 대면서 손을 숨겨야하니 곤란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운전을 하다가 신호에 걸리거나 잠깐의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런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녀의 분노를 뿜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찍 결혼을 해서 자신의 젊음 태반이 다른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하는데 소진된 것이 아닌가하고 허탈해 하는 참이었다. 가족 간의 불화가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 점에 점점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시어머니는 독선적인 데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 부분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 했던 것이다. 감추고 누르고만 있던 분노가 점차 그녀의 안에서 커져만 갔고 그것이 한계점에 이르자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기로 했다. 독선적으로 구는 시어머니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누르고만 있던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하자 가족들은 전의 유순했던 그녀가 변했다며 불평했지만 그녀의 습관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원인을 해결하자 계속해서 반복되던 습관도 사라진 것이다.

물론 모든 습관에 다 이런 원인이 있고 그것을 없애면 습관이 사라지는 것이 공식처럼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통용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해 보이는 습관이라고 해서 원인이 없으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습관과 그 원인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 본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든 쓸데없는 습관들을 다스릴 수는 없겠지만 습관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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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커넥션] 서평단 알림
기후 커넥션 -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
로이 W. 스펜서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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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지만 뉴스를 보다보면 불안감이 가중된다. 세상이 정말 험하구나라는 말이 무심코 나올만큼 끔찍한 사건이 줄을 이어 보도된다. 거기에 믿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물가도 계속 오른다고 한다. 그리고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거듭되어서 말라붙어 버린 땅이라든지 폭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뉴스만 보자면 마치 세상이 내일 멸망해버릴 것만 같다. 하도 많이 봐서 그 때만 잠시 그 생각을 하다가 잊어버리는 수준이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뉴스에서는 세상이 당장 무너져버릴 것 같이 떠들지만 실제 밖을 내다보면 세상은 평안하다.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모든 얼음이 녹아서 인류가 쓸 수 있는 대부분의 토지가 당장 물에 잠겨 버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빙하는 이미 물에 떠 있는 부분이니까 그 부분이 녹아서 물이 된다고 해도 해수면이 그리 높아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얼음물의 얼음이 녹아도 전체 잔의 부피가 크게 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 '기후커넥션'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부터 정치인, 환경주의자들이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떠들어대지만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구는 그 정도로 문제가 될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적당히 열을 발산하고 있기도 하고 시스템적으로 보완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구가 따뜻해진다고 해도 추운 날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최고 기온이 높아지는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갑자기 지구 전체가 사막이 되거나 먹을 물이 없어서 난감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재해는 매번 있어왔는데 그것이 전부 지구온난화의 탓인 양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가령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서 DDT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알렸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환경주의자가 목소리를 드높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 자체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이후에 각국 정부가 많은 약품의 다발적 금지를 시키기 시작했고 말라리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태계의 악순환을 막아서 알 껍질을 얇게 하는 상황을 피했을지 모르지만 그 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천연자원이 급격히 줄어서 인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허나 천연자원을 줄이고 싶지 않다면 해결책 자체는 간단하다. 그냥 천연자원을 캐내지도 쓰지도 않으면 된다. 하지만 공해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해서 혹은 자원을 남겨두고 싶어서 모든 산업시설을 정지시켜서야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격이라는 것이다. 즉, 썼을 때의 효용이 더 크니까 그것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환경이 마치 종교인양 신봉하면서 그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따지지 않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것은 과장된 것이 많다고 한다. 자원이 부족해질 것을 생각해서 가능하면 자원을 적게 소비하거나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듯이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무분별하게 벌벌 떨 것이 아니라 좀 더 깨끗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식으로 눈을 돌리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온도 0.1도를 낮추기 위해서 거대한 자금을 퍼붓는 것보다 좀 더 경제적인 방안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을 겁주면서 모으는 돈, 마구 퍼부어대는 돈 역시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니까 말이다. 기업체의 막대한 후원금으로 유지되는 환경단체, 사람들을 겁줘서 거대한 돈을 모으려는 정치인들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해봤음에도 막상 날이 더워지자 지구온난화가 정말 무서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던 행동을 반성하게도 되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과 그것의 과장을 보여주는 책 '기후커넥션'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책은 알라딘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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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남자 - 성,사랑과 돈 다윈의 눈을 통해 본 당신의 세계
마이클 길버트 지음, 김석규 옮김 / 일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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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흔히 다른 별 사람으로 비유된다.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만 같은 문화권에서 자란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것보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쉬울 때가 많다. 단지 생물학적 성이 다른 것 뿐인데 몇 십년동안 같은 문화권에서 산 사람인데도 그 마음이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차이를 태어난 후 가정이나 사회에서 학습한 것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태어나기 이전에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있다.

이 책 '일회용 남자'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어주고 있다. 다른 성의 기묘한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어떤 의미로는 영원한 미스테리라서 꽤나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면이 있다. 그 차이를 나누는 방식은 그렇겠다 싶은 게 있는가 하면 가당치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있지만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의 행동방식을 아주 예전 인류가 생겨난 시기로 돌아가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여자는 관계를 추구하지만 남자는 성적 결합을 서두르는 면이 있다. 이 문제는 사람을 동물로 생각하면 간단하게 풀린다. 예전에 인류 역시 지능보다 신체적 능력을 사용한 동물에 가깝던 시기에 남자는 사냥꾼이었고 여자는 주로 채집자였다. 둘의 관계는 분명한 것이어서 남자가 사냥한 것을 여자가 소비해야 하는 위치였다. 그렇다고 해서 힘의 권력 관계에서 그 무게추가 남자에게 쏠리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모든 동물이 그렇듯 사람도 번식을 해서 자기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 여자가 열세에 있었지만 성적 결합을 통해서 아기를 갖는 것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그렇듯 발정기가 왔을 때 그 표지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허나 인간 여성은 가임기가 왔을 때와 가임기에 있지 않을 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인간 남성이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즉 자신의 아이를 여성에게 갖게 하려면 그 여성을 독점해야 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여성의 선심을 얻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성이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 있었다. 결국 남성 쪽에서 여성을 유혹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고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해야 했다. 지금으로 치면 능력, 재산 같은 것을 말이다. 당시에는 사냥능력이나 그 희생물을 과시했을 것이다.

아기를 가지고 그 아기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놓이고 마는 여성은 누구의 아기를 갖느냐는 자신과 아기의 생존에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누구의 아기를 가질 것이냐를 신중하게 고려했고 상대를 선택했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을 독점하려면 일단 유혹하고 그 후에는 결혼이란 제도로 묶어둠으로써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될 확률을 크게 올렸다. 그래서 부양의 의무를 지기는 하지만 당장 자궁에 아이를 가지지 않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성적 결합을 더 중요시 하게 되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자신과 장차 태어날 아이의 생존을 유지 할 수 없으므로 관계를 더 중요시 하게 되었다. 남자가 만약 다른 여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다른 여성에게 가버리면 자신과 아기는 난감한 입장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가 짧은 바람을 피운 것보다 마음을 준 것에 더 화를 내고 남자의 경우 마음을 준 것 자체보다 성적 결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지금도 그런 생각들이 유전자에 남아 있고 아기를 가져야 한다는 서로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어서 이런 사고방식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녀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 자체는 매우 재미있었다. 허나 그런 식의 방식이 '옳은'사고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있어서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은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보다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가정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여성 관리자들이 아이들을 위해 일을 포기하고 가정에 안주하는 선택을 했는데 그것이 너무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선택 문제고 그 사람들이 그런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게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차이를 종의 기원에 입각해서 분석한 '일회용 남자'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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