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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중학교때 선생님 중에 이런 분이 계셨다.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정말 싫다는 것이다.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계속해서 마셔야 한다면 그것은 좋아한다기보다 중독된 것 같다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가끔씩 좋아하는 것들을 그만둬 본다는 것이다. 커피를 한참 좋아해서 몇 달을 마셨다면 그와 비슷한 기간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고 참고 한동안 다른 취미에 푹 빠져 있었다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특이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습관이 되는 것들을 극단적으로 경계한 행동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행동, 생각은 그 사람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습관 역시 그 사람을 반영한다. 자신은 무심코 왼쪽 어깨를 주물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몸의 균형이 틀어져 있어서 왼쪽 어깨에 부담을 주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습관 역시 몸이나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서 생겨난 것 일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이라면 습관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그 사람을 반영하는 것이다. 더구나 같은 습관이 어느 정도 반복되다보면 자신이 그 습관을 행한다기보다 습관에 자신이 지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생겨난다. 그 습관을 누르려 해보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어느새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쯤 되면 습관을 만들어낸 근본원인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완전히 굳어버리기 전에 그 습관을 만들어낸 것, 균형을 무너뜨리게 한 원인을 찾아서 바로잡는다면 원하지 않는 습관을 없앨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다리를 떨고 있으면 어른들은 복이 달아난다고 못 하게 한다. 복이 달아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초조하거나 심심해지면 다리를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식으로 어떤 습관이 자신의 심상을 그대로 반영한다니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어떤 쪽으로든 자신의 마음이 외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타인이 읽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더욱 더 고치고 싶은 습관의 근본원인을 말하고 있는 책이 바로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바 역시 습관은 그냥 단순한 반복행동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반영한 행동이라고 한다. 그것도 좋은 쪽의 감정이 아니라 분노나 질시, 결핍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이든 손가락을 빠는 행동이든 그리 보기 좋은 습관은 아니다. 당사자도 알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손톱을 물어뜯는 여성의 사례에서 이런 설명을 하고 있다. 한 여자가 본인의 의지와 달리 끊임없이 손톱을 물어뜯는다. 손톱을 물어뜯다가 살점까지 뜯는 지경이 되었고 그녀도 가능하면 그 습관을 없애고 싶었다. 악수를 할 때마다 손이 보기 흉해서 각종 핑계를 대면서 손을 숨겨야하니 곤란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운전을 하다가 신호에 걸리거나 잠깐의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런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녀의 분노를 뿜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찍 결혼을 해서 자신의 젊음 태반이 다른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하는데 소진된 것이 아닌가하고 허탈해 하는 참이었다. 가족 간의 불화가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 점에 점점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시어머니는 독선적인 데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 부분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 했던 것이다. 감추고 누르고만 있던 분노가 점차 그녀의 안에서 커져만 갔고 그것이 한계점에 이르자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기로 했다. 독선적으로 구는 시어머니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누르고만 있던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하자 가족들은 전의 유순했던 그녀가 변했다며 불평했지만 그녀의 습관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원인을 해결하자 계속해서 반복되던 습관도 사라진 것이다.
물론 모든 습관에 다 이런 원인이 있고 그것을 없애면 습관이 사라지는 것이 공식처럼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통용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해 보이는 습관이라고 해서 원인이 없으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습관과 그 원인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 본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든 쓸데없는 습관들을 다스릴 수는 없겠지만 습관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