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남자 - 성,사랑과 돈 다윈의 눈을 통해 본 당신의 세계
마이클 길버트 지음, 김석규 옮김 / 일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흔히 다른 별 사람으로 비유된다.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만 같은 문화권에서 자란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것보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쉬울 때가 많다. 단지 생물학적 성이 다른 것 뿐인데 몇 십년동안 같은 문화권에서 산 사람인데도 그 마음이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차이를 태어난 후 가정이나 사회에서 학습한 것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태어나기 이전에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있다.

이 책 '일회용 남자'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어주고 있다. 다른 성의 기묘한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어떤 의미로는 영원한 미스테리라서 꽤나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면이 있다. 그 차이를 나누는 방식은 그렇겠다 싶은 게 있는가 하면 가당치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있지만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의 행동방식을 아주 예전 인류가 생겨난 시기로 돌아가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여자는 관계를 추구하지만 남자는 성적 결합을 서두르는 면이 있다. 이 문제는 사람을 동물로 생각하면 간단하게 풀린다. 예전에 인류 역시 지능보다 신체적 능력을 사용한 동물에 가깝던 시기에 남자는 사냥꾼이었고 여자는 주로 채집자였다. 둘의 관계는 분명한 것이어서 남자가 사냥한 것을 여자가 소비해야 하는 위치였다. 그렇다고 해서 힘의 권력 관계에서 그 무게추가 남자에게 쏠리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모든 동물이 그렇듯 사람도 번식을 해서 자기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 여자가 열세에 있었지만 성적 결합을 통해서 아기를 갖는 것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그렇듯 발정기가 왔을 때 그 표지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허나 인간 여성은 가임기가 왔을 때와 가임기에 있지 않을 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인간 남성이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즉 자신의 아이를 여성에게 갖게 하려면 그 여성을 독점해야 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여성의 선심을 얻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성이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 있었다. 결국 남성 쪽에서 여성을 유혹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고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해야 했다. 지금으로 치면 능력, 재산 같은 것을 말이다. 당시에는 사냥능력이나 그 희생물을 과시했을 것이다.

아기를 가지고 그 아기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놓이고 마는 여성은 누구의 아기를 갖느냐는 자신과 아기의 생존에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누구의 아기를 가질 것이냐를 신중하게 고려했고 상대를 선택했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을 독점하려면 일단 유혹하고 그 후에는 결혼이란 제도로 묶어둠으로써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될 확률을 크게 올렸다. 그래서 부양의 의무를 지기는 하지만 당장 자궁에 아이를 가지지 않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성적 결합을 더 중요시 하게 되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자신과 장차 태어날 아이의 생존을 유지 할 수 없으므로 관계를 더 중요시 하게 되었다. 남자가 만약 다른 여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다른 여성에게 가버리면 자신과 아기는 난감한 입장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가 짧은 바람을 피운 것보다 마음을 준 것에 더 화를 내고 남자의 경우 마음을 준 것 자체보다 성적 결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지금도 그런 생각들이 유전자에 남아 있고 아기를 가져야 한다는 서로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어서 이런 사고방식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녀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 자체는 매우 재미있었다. 허나 그런 식의 방식이 '옳은'사고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있어서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은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보다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가정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여성 관리자들이 아이들을 위해 일을 포기하고 가정에 안주하는 선택을 했는데 그것이 너무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선택 문제고 그 사람들이 그런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게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차이를 종의 기원에 입각해서 분석한 '일회용 남자'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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