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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다이아몬드와 유리를 구분하는 방법이 나왔다. 밑에 선이 있을 때 다이아몬드는 보이지 않지만 유리는 보인다고 한다. 굴절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인가 본데 그 사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수많은 여자 출연자들이 전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많은 광고에서도 다이아몬드를 영원의 상징인 것 마냥 다루어서 비싸서 그렇지 선호하는 보석 일순위였던 셈이다.
하지만 내가 다이아몬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영원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다. 예전 어느 책에서는 이런 부분이 있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투명한 돌을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고 있기에 그 아이에게 푼돈을 쥐어주고 그 돌과 바꿨다고 한다. 그것이 다이아몬드였다면서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석도 쓸모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쓰여 있었다. 허나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어린 아이를 속여 큰 이득을 얻고 그 순진함을 어리석다 비난한 인간의 추함이었다.
세계의 많은 제품의 원료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지에서 나온 것이다. 다이아몬드 역시 예외는 아닌데 많은 다이아몬드가 열악한 환경에서 채굴되었고 그것이 전쟁 자금으로 쓰였다. 그래서 다이아몬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피의 다이아몬드'다. 인간이 무슨 까마귀도 아니고 단지 반짝이는 돌에 집착해서 다른 인간을 궁지에 밀어 넣는다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다이아몬드는 영원의 상징이라고 한다. 튼튼하고 반짝이는 돌, 희소성이 있는 돌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량한 편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든 전모를 알면서 다이아몬드에 현혹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나쁜 기업'은 읽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책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던 물건이 아동 착취나 온갖 피에 얼룩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몰랐다는 것조차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하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피로 물든 물건들로 인해서 문득 오싹해졌다.
제목대로 이 책에서는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부분은 무시하는 기업들을 고발하고 있다. 그 대상은 유명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 국한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모든 비열한 기업들을 다루자면 너무 많아서 책이 언제 출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기업들에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좋은 내용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음을 기뻐해야 할 지 추악함을 만천하에 떨치고 있음을 끔찍해야 할 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저자는 노동착취, 전쟁자금 지원, 인간 모르모트, 아동을 노동에 동원하는 등 수많은 끔찍한 상황을 태연하게 일으키고 있는 기업들을 고발하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도 밥을 먹고 살기 힘들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로도 모자라서 속아서 노예로 팔려버린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것을 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의 표현에 따르면 '코코아를 마시는 것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는 것'과 같다고 한다. 수많은 과자들이나 간식이 초콜릿이 들어 있는데 그 쓴 맛이 아이들의 피와 눈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농장에서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그 위로 살충제를 살포해서 온갖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한다. 거기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 메뉴를 사면 주는 장난감의 경우 어린 아이들이나 임신부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약품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 작업으로 인해서 아파도 치료비가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화가 나게 하는 많은 끔찍한 상황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물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경제학상의 합리적 인간이 실제로 있지 않듯이 전 세계인의 이익을 위해 사업을 하는 기업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엄성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은 그야말로 '나쁜' 기업이었다. 입으로만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정작 노동환경을 개선하거나 임금을 올려서 그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려고는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정말 역겨웠다.
그런데 정작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여태까지 이런 것들을 몰랐고 그런 기업들을 '좋은'기업으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자신의 추함을 덮기 위해서 착취로 벌은 엄청난 이익 중에 아주 적은 양의 돈을 들여서 한 선전에 속아서 말이다. 기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 '나쁜 기업', 이제라도 제발 기업들이 진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