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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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의 욕망은 수많은 범죄를 부른다. 그리고 그런 범죄가 휩쓸고 간 자리에도 역시 수많은 흔적들이 남는다. 다만 범죄를 행한 당사자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흔적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 곳에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은 어느 가련한 희생자의 시체일 수도 있고 범인의 체액일 수도 있다.

흔히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죽은 자 역시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리고 자신을 죽게 만든 자가 누구인지를 그들은 앞 다투어 말한다. 그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시체를 덮고 있는 곤충으로 이루어져 일수도 있고 시체에 남은 상흔으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다. 법의학이라는 이름으로 그 말들은 알기 쉽게 수사관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채취된 증거 이외에도 범행현장과 피해자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죽은 자는 살인자를 고발하기 시작했다.

범죄가 인간의 욕망과 함께 해왔듯이 그들을 잡으려는 노력도 오랜 것이기는 하다. 허나 요새의 법의학이나 프로파일링은 마술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많은 부분에 논리적 근거를 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술사가 모자 속에서 손을 집어넣고 토끼를 꺼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은 생소한 분야기 때문이다. 생소하기에 궁금한 분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이다. 이 책에서는 범죄생물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범죄를 일으켰는지 알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오직 진실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분야는 희생자에게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는 없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오직 사실뿐이지 거기에 인간의 욕망이 작용될 여지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죽음을 맞이한 채 발견되었다. 그녀는 익사된 상태였으며 물에 오래도록 잠겨 있던 것으로 보였다. 공기와 접촉 없이 잠겨 있던 것으로 보아서 물이 담긴 통 속에 갇혀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보았지만 시신은 굽혀져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통에 갇혀 있었을 가능성은 없는 셈이었다. 그런데 시신의 곳곳에서 달팽이집이 발견되었다. 물속에서 사는 달팽이였고 이것이 힌트가 되었다. 여성이 발견된 자리는 달팽이가 번식을 하는 장소였고 물이 차올랐을 때 여성의 시신이 그 자리에 있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즉 여성은 다른 장소에서 죽어서 떠내려 온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계속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성이 떠내려 온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과 시신에 있는 달팽이집에 대한 의문이 풀리자 더 이상 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녀가 왜 그런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것 말이다.

읽다보면 사실관계만을 중요시하는 저자의 태도가 감탄스럽기도 했지만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기야 그런 태도가 아니라면 시신을 헤집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범죄생물학을 다룬 책이라서 앞부분에는 사체에 각종 곤충들이 몰려 있는 사진이 거의 각 장마다 실려 있다. 뒷부분에는 과학수사에 대한 다른 내용들이 기술되어 있었는데 밥 먹기 전에 보기 부담스러운 사진이 없어서 뒷부분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었다.

미라가 썩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바싹 마른 것일 뿐이라는 설명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중국에서 최초로 범죄생물학을 이용해서 범인을 잡은 것이었다. 한 사람이 살해를 당했다. 마땅한 혐의자를 찾을 수도 없었지만 유가족은 울고 있었다. 유일하게 의심할 만한 사람은 죽은 사람에게 빚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적절한 증거나 증인도 없이 심증만으로 그 채무자를 잡아들이기는 무리가 있었다. 흉기는 낫이었다. 수사관은 그 사실을 이용해서 마을에 있는 낫을 모두 모으게 했다. 그리고 파리가 꼬인 낫의 주인을 지목했는데 그 주인은 바로 죽은 이의 채무자였다. 파리가 알을 낳기 위해서 피를 선호한다는 습성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식별되지 않은 피를 파리가 정확하게 찾아낸 셈이었다. 채무자는 결국 그 증거 앞에 자백했다고 한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기술은 차갑다. 하지만 그 차가운 기술을 통해서 죽은 자가 아직 무리 속에 섞여 있는 살인자를 지목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은 유용한 것이 분명하다.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라서 상당부분이 범죄생물학에 국한된 면이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과학수사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읽고 난 후에도 마술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말이다. 오직 단 하나의 진실을 찾는 시선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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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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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다이아몬드와 유리를 구분하는 방법이 나왔다. 밑에 선이 있을 때 다이아몬드는 보이지 않지만 유리는 보인다고 한다. 굴절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인가 본데 그 사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수많은 여자 출연자들이 전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많은 광고에서도 다이아몬드를 영원의 상징인 것 마냥 다루어서 비싸서 그렇지 선호하는 보석 일순위였던 셈이다.

하지만 내가 다이아몬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영원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다. 예전 어느 책에서는 이런 부분이 있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투명한 돌을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고 있기에 그 아이에게 푼돈을 쥐어주고 그 돌과 바꿨다고 한다. 그것이 다이아몬드였다면서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석도 쓸모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쓰여 있었다. 허나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어린 아이를 속여 큰 이득을 얻고 그 순진함을 어리석다 비난한 인간의 추함이었다.

세계의 많은 제품의 원료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지에서 나온 것이다. 다이아몬드 역시 예외는 아닌데 많은 다이아몬드가 열악한 환경에서 채굴되었고 그것이 전쟁 자금으로 쓰였다. 그래서 다이아몬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피의 다이아몬드'다. 인간이 무슨 까마귀도 아니고 단지 반짝이는 돌에 집착해서 다른 인간을 궁지에 밀어 넣는다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다이아몬드는 영원의 상징이라고 한다. 튼튼하고 반짝이는 돌, 희소성이 있는 돌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량한 편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든 전모를 알면서 다이아몬드에 현혹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나쁜 기업'은 읽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책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던 물건이 아동 착취나 온갖 피에 얼룩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몰랐다는 것조차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하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피로 물든 물건들로 인해서 문득 오싹해졌다.

제목대로 이 책에서는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부분은 무시하는 기업들을 고발하고 있다. 그 대상은 유명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 국한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모든 비열한 기업들을 다루자면 너무 많아서 책이 언제 출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기업들에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좋은 내용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음을 기뻐해야 할 지 추악함을 만천하에 떨치고 있음을 끔찍해야 할 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저자는 노동착취, 전쟁자금 지원, 인간 모르모트, 아동을 노동에 동원하는 등 수많은 끔찍한 상황을 태연하게 일으키고 있는 기업들을 고발하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도 밥을 먹고 살기 힘들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로도 모자라서 속아서 노예로 팔려버린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것을 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의 표현에 따르면 '코코아를 마시는 것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는 것'과 같다고 한다. 수많은 과자들이나 간식이 초콜릿이 들어 있는데 그 쓴 맛이 아이들의 피와 눈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농장에서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그 위로 살충제를 살포해서 온갖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한다. 거기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 메뉴를 사면 주는 장난감의 경우 어린 아이들이나 임신부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약품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 작업으로 인해서 아파도 치료비가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화가 나게 하는 많은 끔찍한 상황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물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경제학상의 합리적 인간이 실제로 있지 않듯이 전 세계인의 이익을 위해 사업을 하는 기업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엄성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은 그야말로 '나쁜' 기업이었다. 입으로만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정작 노동환경을 개선하거나 임금을 올려서 그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려고는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정말 역겨웠다.

그런데 정작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여태까지 이런 것들을 몰랐고 그런 기업들을 '좋은'기업으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자신의 추함을 덮기 위해서 착취로 벌은 엄청난 이익 중에 아주 적은 양의 돈을 들여서 한 선전에 속아서 말이다. 기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 '나쁜 기업', 이제라도 제발 기업들이 진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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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무선)
프레더릭 모턴 지음, 이은종 옮김 / 주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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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이나 가리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권력을 얻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하고 중국에서는 돈을 얻으려면 권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돈은 결국 어느 측면에서나 필요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돈이 없는 것은 불편할 뿐이라고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너무 많은 제약을 말합니다. 풍토병의 일종인 말라리아만 해도 그렇습니다. 말라리아가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라리아의 감염 여부는 돈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모기장이 있다면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도 늘어날 테고 같은 병에 걸린다고 해도 돈이 있어서 평소의 영양상태가 좋다면 살아날 확률도 올라갑니다. 치료비가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의 생사가 바뀔 수 있으니 사람이 돈에 쩔쩔매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돈을 250년간 휘어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때 유대인으로 멸시를 받고 지정 구역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지만 현재는 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입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세계의 모든 일의 뒤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그 책은 음모론이 많이 섞인 책이어서 전부는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250년간 세계의 돈줄을 묶어놓은 로스차일드 가문이 세계의 실세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책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은 제목에서 보여 주듯이 로스차일드 가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개 화폐상이었던 가난한 유대인 상인이 어떻게 250년을 버틴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을 만들 수 있었는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 창업한 많은 기업이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상황에서 250년간을 굳건히 세계 최고 금융재벌로 버티고 있는 가문이라는 것 만으로도 놀라운 터라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는 흥미를 끄는 점이 많았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재벌로 만든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평범한 일생을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온화한 학자 타입의 이 소년은 부모를 일찍 잃게 되는데 친척의 도움으로 다른 지역의 금융업자 밑에 있게 됩니다. 그가 그 곳에 머물렀다면 그는 평범한 일생을 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 곳을 떠나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유대인이 사는 곳을 정해놓고 차별을 하는 지역으로 말입니다. 초반에 그는 그다지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익보다 미래를 추구했고 그가 의미심장하게 웃는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그 사람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서 그는 권력에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점차 효과를 발휘해서 세계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던 군주 빌헴름 9세의 어용상인이 되게 됩니다. 이 일 자체는 군주에게는 그리 큰 의미가 없었지만 로스차일드에게는 큰 의미였습니다. 상징뿐인 지위로 인해서 여행하기가 수월해졌고 결혼도 쉽게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조용히 차분하게 권력의 핵심에 접근한 로스차일드는 점차 빌헬름 9세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성장한 아들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재산과 지위를 올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첫째 암셸은 프랑크푸르트에 아버지와 함께 남지만 셋째 나탄은 영국에, 막내 제임스는 프랑스에, 살로몬은 오스트리아, 카를은 이탈리아로 향합니다. 흩어진 나라의 권력과 밀접한 연관을 갖으면서 이익을 추구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이 나타나면서 다른 국면을 맞습니다.

이어 워털루 전투로 큰 이익을 얻어서 재벌에 올라서고, 그들을 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돈으로 무릎을 꿇게 만듭니다. 그 과정이 소상히 적혀 있는데 이야기 책 같기도 하면서 놀라게 하는 부분도 많아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번영, 쇠퇴, 다시 번영을 거듭하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한 가문이 이런 식으로 버텨 올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워서 읽으면 읽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남계 위주로 운영되는 가족 기업이며 가문 내의 결속을 이용하고 어버이가 다음 세대의 앞길을 여는 씨앗이 되는 형태라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웅도 보통 한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보통인데 계속 이어져 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모르고 있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역사와 그들이 번영할 수 있었던 비밀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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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잇 -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보고
비외른 롬보르 지음, 김기응 옮김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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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보든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든 수많은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외신의 경우에는 내전 관련 소식이 뜨거나 테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거기에 국내 소식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서 끔찍한 살인사건의 이야기가 줄을 잇고 사람이 죽지 않은 뉴스는 먹거리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 정도 뿐 입니다. 하지만 창 밖으로 본 바깥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어쩌다 소동이 일어난다고 해도 몇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사소한 시비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중매체로 보게 되는 세상의 모습은 폭력과 범죄로 점철된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뉴스가 실제 상황을 과장하는 셈입니다. 뉴스가 된다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하기 힘든 특이한 사건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대중매체에서 매번 충격적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니 마치 바깥 세상이 그렇게 끔찍한 것인양 착각하게 되는 겁니다. 한 예로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보다보면 미국은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매번 건물이 폭파되고 사람들은 줄줄이 살해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실제 모습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휴전지역이라는 이미지와 예전 전쟁의 모습이 뉴스화되어서 그런지 외국인들은 한국의 치안은 매우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작 실제로 우리나라에 왔을 때 안전하게 밤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음을 놀라게 됩니다.

현실과 접하게 되는 뉴스 간에는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과장된 보도를 하는 언론의 탓도 있겠지만 뉴스를 머리가 아닌 감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기후 관련 뉴스도 그렇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다 라는 소리를 계속 외치는 사람들로 인해서 가끔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향후 백년 안에 엄청난 대재앙과 마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지금과 별로 다를 것 없는 내일을 마주하게 될 것 입니다. 이 책 '쿨 잇'이 주장하는 바가 바로 그 것입니다. 많은 매체나 유명인사가 주장하는 지구 온난화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생각을 해야할 때 공포에 사로잡혀서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구 온난화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앞으로 크게 늘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은 지구의 기온이 오른다고 해도 더운 날의 온도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추운 날이 줄어들 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폭염으로 죽는 사람들은 고만고만한 수준이거나 의학과 과학의 대비로 줄어들 겁니다. 도리어 추위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두 경우의 죽는 사람을 합쳐서 마치 기후의 재앙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올 거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추위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있어 왔는데도 말입니다.

또한 기후 온난화의 심각함을 말하면서 빙하가 녹아서 그 지역에서 살고 있던 북극곰이 죽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북극곰이 곧 멸종될 거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실은 북극곰은 점차 따뜻한 지역에서 사는 무리가 늘어나고 있고 빙하가 녹아서 살 곳을 잃은 북극곰보다 사냥으로 인해서 죽는 북극곰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거기에 지구가 따뜻해지다 보면 빙하가 녹고 100년 이내에 해수면이 무려 6미터가 높아져서 많은 지역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말하는 주장도 실제로는 근거 없다고 합니다. 얼음이 물에 들어있는 높이나 그 얼음이 물에 녹은 높이나 결국 부피차이는 그게 그것이라는 겁니다. 녹을까봐 걱정하는 빙하는 이미 물에 떠있는 부분이고 그게 녹는다고 해서 해수면의 높이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보아도 해수면은 고작해서 30센티미터가 올라간다는 겁니다. 즉, 약간의 방재시설만 갖추면 쓸 수 있는 땅을 지키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훼손시키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재해를 겪으면서 자연을 완전히 억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에 사로잡힌 겁니다. 특히 기후에 말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이 있는데 돈만 많이 드는 이산화탄소 감축에만 집착하는 현재의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입니다.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눈 먼 돈의 아주 일부만 사용해도 세계의 말라리아 감염자를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부분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뉴스에서 기후 관련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어디까지나 공포를 줄만한 내용이었지 실제 근거가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포로 가려진 실제 지구 온난화의 진실과 그것을 막으려는 방법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쿨 잇'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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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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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에게 음악이 미치는 영향력은 큰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심코 듣게 된 노래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멤돌고 잊은 줄 알았던 노래가 가사까지 정확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하루 종일 머릿속을 멤도는 것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다고 치고 음악이 감정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기분이 좋을 때보다 기분이 나쁠 때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어느 정도 나아져 있다. 듣는 음악이 아주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음악을 오래 듣다보면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음악을 끄면 서서히 가라앉을 수도 있는데 그게 묘하기도 하다. 음악이 두통을 유발하는 거라면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을 텐데 무심코 음악을 틀고 또 그런 일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람은 태어나서 수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살아간다. 근엄한 어른이 묘한 CM송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음악에 숨은 메시지가 숨어 있다면서 자살한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음악과 그 음악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 '뮤지코필리아'다. 저자가 신경과 전문의라서 주로 음악과 뇌에 관한 이야기에 국한되어 있는데 그것이 아주 흥미롭다. 그저 흘려듣는 음악에 '홀린'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음악을 소음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 음악에 의해 잃어버린 기억을 잠시 떠올리는 사람들 같이 특이한 경우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예로 들자면 윌리엄스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이 나온다.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윌리엄스 증후군 아이가 등장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사람에 대한 과도한 친화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었다. 자신이 만나게 된 사람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으며 청각이 매우 예민하다. 드라마에서는 증언자로 등장한 아이가 들은 이야기에 과도한 이입을 하면서 그대로 말하는 것이었지만 그 아이의 지능이 부족해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윌리엄스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의 지능은 높지 않고 음악이 없다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무리가 있다. 그런데 음악이 있어서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돌보아주는 사람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이 뇌의 많은 부분과 관계하고 있고 어느 한 쪽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예로는 음악을 매우 즐기는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 음악을 들으니 그것이 거대한 소음으로 들린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간의 뇌 중에서 많은 부분이 음악을 듣기 위해 정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면 만약 어느 작은 부분의 이상이 생기면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 소음에 지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음악증에 걸린 사람들은 음악을 분간하지 못한다. 음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으며 그 사람에게 음악은 무의미한 소음덩어리일 뿐이다. 그나마 그들이 구분할 수 있는 음악은 가사가 있는 노래에 한정되는데 그것도 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로 간신히 따라갈 뿐이다. 매일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는 음악의 즐거움이 고통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신선하기도 하고 두려운 느낌이었다. 뇌의 많은 부분이 음악을 위해 움직여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구든 실음악증에 걸릴 확률도 있다는 것 아닌가.

그것 외에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였다.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그는 항상 같은 날을 살아간다. 예전의 기억도 대부분 사라졌고 평범한 일상이란 있을 수 없다. 자신이 말하듯 그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항상 변해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만이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도 변할 수도 없는 처지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뇌 깊은 곳에 자리해버린 것인지 그의 아내만은 그가 잊지 않는다는 것과 노래할 때만은 그가 정상인처럼 보인다는 것은 서글프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나이 든다는 것이 두려운 이유 중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들 수 있는데 그런 치매 환자가 대부분의 행동을 '잊었지만' 음악을 틀고 어느 행동을 하게 하면 무심결에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음악은 뇌의 많은 부분을 이용해서 듣게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근육으로 듣기도 한다는 것이다. 걷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예전처럼 걷게 할 때 음악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편이지만 간과하고 있던 음악의 위력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잊어버린 행동을 하게하고 손상된 본성을 회복시키고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 '뮤지코필리아'에서는 음악과 뇌의 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허나 책의 모든 부분이 이론에 대한 것이기보다 다양한 사례로 채워져 있어서 읽기고 쉬운 편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음악의 거대한 힘이 얼마나 인간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는지에 놀라고, 그 음악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을 떠올리다보면 책은 마지막 장에 와 있었다. 뇌와 음악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뮤지코필리아'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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