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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기업열전 - 국내 최강 기업의 라이벌전 그리고 비하인드스토리
정혁준 지음 / 에쎄 / 2009년 7월
평점 :
집중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 혼자서 하면 완급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기에 마라톤을 할 때 보면 우수한 선수에게는 페이스를 조절하는 사람이 함께 달린다. 그 사람이 함께 뛰어서 선수가 제 기량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흔치 않게 페이스를 조절하는 사람이 그대로 달려가 우승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로 함께 달려줄 상대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의 기량보다 한참 위인 사람을 라이벌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을 목표삼아 자신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사람도 자신에게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사람이 자극제가 된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와 경쟁 관계에 있느냐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은 인간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업간에도 중요하다. 서로의 등을 보고 달려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도 하고 잘하던 부분을 더욱 특화시켜 명실공히 최고의 자리에서 군림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 간의 경쟁 관계와 그에 따른 발전을 읽어낸 것이 이 책 <맞수기업열전>이다. 맞수기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삼성과 LG를 필두로 하여 경쟁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여러 기업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1등 기업과 2등 기업으로 나뉘어 설명하고 있는데 1등 기업은 왜 1등 기업이 되었는지 보통 후발 주자로 뛰어든 2등 기업이 어떻게 선주자로 나선 기업의 영역을 빼앗아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요새 많이들 치열한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블루오션을 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엄청난 자금력이 필요하고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처지라 실패할 위험도 큰 것이다. 그래서 2등 기업으로 묘사된 기업 쪽이 조금은 영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장이 열린 참에 들어가 자리를 뺏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등 기업보다 한 가지만 낫게 하면 그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1등과 2등이 싸울 때 전혀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3등과 같은 맥락이었다.
반대로 1등 기업 쪽에서는 다른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점유율을 내릴 수는 있지만 전체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므로 이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맞수야 말로 발전에 가장 필요한 동반자인 것이다. 옥션과 G마켓처럼 따로 또 같이 성장하는 곳이 있고 다음과 네이버처럼 엎치락뒤치락 하는 곳이 있는 등 상태는 다양하지만 맞수 기업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발전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수긍을 자아냈다.
언뜻은 LG가 전자 분야에 들어와 삼성을 위협한 것 같지만 덕분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색상은 뛰어나지만 그만큼 눈에 피곤한 제품과 색은 좀 약하다 부드러운 제품처럼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다. 더구나 책 <커넥션>에서 보면 하나의 발명은 더 큰 발전을 낳는다. 이 책 <맞수기업열전>에서도 언급된 기업이 또 다른 기업을 잉태하게 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발전을 낳기도 한다. 결국 혼자서 어느 정도의 속도를 달려 나갈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달리면 어떤 전략을 쓰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경쟁이 다양한 발전을 가져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