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 위대한 성공을 만든 27가지 이야기
윤승일 지음 / 서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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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에게는 누구나 약점이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그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보통 숨겨둔다. 그만큼 약점이 밝혀지고 그 것이 찔리면 그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로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약점이 이렇게 한 사람의 급소 역할을 한다면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문제의 옆에 해답도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어떤 사람을 자극했을 때 그 사람의 숨은 능력까지 끌어내게 하는 부분, 너무도 사소해서 아주 작은 가치이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하는 것.

그런 작은 가치로 인해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 바로 이 책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다. 책의 구성은 돌멩이나 햇살 한 줌 등 아주 작은 가치를 제목으로 보여주고 그 밑에 '인간은 뱃속에서 한 번, 꿈속에서 한 번 다시 태어난다'는 한 줄의 문장이 달려 있다. 돌멩이가 대체 저런 말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의문을 가지고 다음 장을 넘기면 돌멩이 하나가 인생을 바꾼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한 줄의 문장이 담고 있었던 의미를 알게 되는데 그 느낌이 또 남달라서 묘한 여운을 주었다.

거기에 각 이야기에 비슷한 경우의 다른 인물의 이야기까지 추가 되어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한 주제에 두 사람 이상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만큼 너무 빠르게 읽으면 오히려 책의 재미가 반감되었고, 오히려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더 이 책에 맞는 속도였다. 그래서 덕분에 한 이야기, 한 이야기씩 천천히 읽고 그 말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천히 읽어 내려간 27가지 이야기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인상 깊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 3가지 이야기만 예로 들라면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 어니스트 섀클턴의 비스킷 한 개, 넬슨 만델라의 희망을 들 수 있다.

그중 뒤러의 기도하는 손에 대한 내용을 짤막하게 적으면 알브레히트 뒤러는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꽤나 인정받는 금세공사였던 뒤러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일을 이어받기를 바랐다. 허나 뒤러는 화가의 길을 걷고 싶어 했고 이 일로 인해서 아버지의 눈 밖에 나게 된다. 무작정 화가의 길을 걸으려 집을 나갔지만 그로 인해서 가난에 시달리게 되고 너무 배가 고파서 붓을 들 힘이 없어서 그림도 그릴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화가가 되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그에게는 아버지의 지원이 없다면 길이 없었던 것이다.

절망하던 뒤러에게 같은 처지에 있던 친구 한스는 이런 제의를 한다. 제비를 뽑아서 한 사람이 공부를 하면 다른 사람은 잠시 공부를 중단하고 그 사람의 뒷바라지를 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후에 서로의 역할을 바꾸면 둘 다 화가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뒤러는 꼭 화가가 되고 싶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 건지 친구가 배려를 해 준 것인지 그가 먼저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친구 한스는 외지로 돈을 벌러 나가 한 달에 한 번을 꼭 그에게 돈을 보냈다. 뒤러는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점점 명성을 얻었고 끝내는 굉장히 인기 있는 화가가 되었다. 그 소식을 들었는지 한스는 이제 그에게 돈을 보내지 않았다.

뒤러는 이제 한스가 돌아올 것만을 기다렸는데 화가로 성공한 지금에는 얼마든지 한스의 뒷바라지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한스의 상황이었다면 그저 도망쳐 버렸을 것이기에 뒤러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은 큰 부담이었다. 한스를 도와야만 그의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스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의문과 죄책감에 휩싸인 뒤러는 그를 찾아 나서는데 그가 마주하게 된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 탄생하는 데에 있었던 이야기라 더 묘한 감흥을 주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물론 남극 탐험에는 실패했지만 오히려 리더십 면에서는 아문센이나 스콧보다 더 뛰어났던 섀클턴의 이야기나 오랜 시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넬슨 만넬라의 이야기도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짤막한 이야기가 27가지 모여 있는 책이어서 처음 읽을 때보다 두 번째 마음에 드는 이야기만 찾아서 읽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소한 가치가 인생을 바꾼 이야기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과연 내 인생을 바꿀 1% 가치는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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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이원규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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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두고 이렇게 많이들 말합니다. 돈이 없다는 것은 불편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돈이란 것이 묘해서 쓰려고 들면 얼마든지 쓰게 되지만 딱히 많이 쓰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음식점에 가서 정확한 가격은 쓰여 있지 않고 '시가'라고 쓰여 있는 것은 못 사먹겠다 싶은 정도구요. 즉, 돈이 없다는 것은 불편함 그 이상은 아닙니다. 아직도 다른 나라 중에 그런 곳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가난이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적 빈곤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느끼게 되는 상대적 빈곤에 가깝습니다. 밥을 먹는다면 좀 더 맛있는 것을, 집에서 산다면 좀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 한 끼 식사 값이 5천원이 넘으면 거북스럽고, 장이 열렸을 때 3천 원짜리 잔치국수를 먹고 나면 뿌듯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차피 다 먹고 사는 건데 뭘 그러냐는 거지요. 이 사람이 바로 이 책 '지리산 편지'의 저자 이원규 입니다. 일명 지리산 시인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자연 속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산문집이지만 확실히 소설가의 감성으로 쓴 산문집과 시인의 감성으로 쓴 산문집의 느낌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여유를 누리고 소박한 삶을 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감상을 전하는 느낌이 남달라서요. 산문 사이에 자신의 시나 다른 문인의 시가 실려 있기도 하고 적절한 순간에 절묘하게 사진이 자리 잡고 있으니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산에 둘러싸인 기분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이 책을 우체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독자에게 전해지는 '화살편지'라고 칭하고 있는 만큼 한 줄 한 줄이 친한 사람에게서 오랜만에 날아온 반가운 편지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여하신지요'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지인에게서 오는 편지처럼 구성도 봄에서 겨울까지 흘러가기에 봄에서 시작되어 겨울에서 끝나는 이야기구나 해서 조금 섭섭했는데 다시 봄이 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봄에서 시작에서 다시 봄에서 끝나는 이야기라니, 그 순환이 기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더군요.

특별한 일 없어도 특별한 일상을 글로 풀어낸 책이라 모든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60년을 함께 살며 금강혼식까지 치른 노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남은 여든 세 살의 할머니가 아침저녁으로 할아버지 무덤에 들러서 안부를 묻고, 그 무덤 옆에 앉아 하염없이 섬진강을 내려다본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애잔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해 자신의 시집을 슬며시 가져다 준 시인의 마음이나 그 마음을 알아채신 건지 책값과 풋고추, 막걸리 한 병이 담긴 봉지를 툇마루 위에 놓아두신 할머니의 마음이 따뜻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시대가 바뀌어서 각박해졌다고들 많이 말합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사람들을 보면 바쁜 얼굴로 뛰고 있는 경우가 많구요. 현대인의 병폐를 무관심이라고도 합니다. 이 책의 말을 빌자면 마음의 발톱이 너무 길어진 탓 같습니다. 동물은 발톱이 너무 길면 걷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너무 길어진 마음의 발톱을 방치해서 자신은 물론이고 남도 할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였구요.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는 와중에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지리산 시인의 산문집 '지리산 편지'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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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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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이든 서양이든 여성 위인은 남성 위인의 수에 비해서 많지 않습니다. 시대상황상 여성의 사회진출이 적었던 탓이 크구요. 그래서 책에 등장하는 여성 위인은 아주 많이 알려진 인물이거나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인물인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적어서 어느 사람을 예로 들었을 때 누구나 다 대강은 알 수 있는 인물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신사임당은 꽤나 알려진 인물입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 탓도 있지만 가장 크게 알려진 이유는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것 덕분입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꽤 비난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의 재능만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렇다 해도 사람의 재능의 경중은 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많이 알려진 것이 본인의 탓도 아니라서요.

그래서 이 책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을 더 기대감을 가지고 펼쳤습니다.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재능을 가진 문인이며 화가였던 신사임당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잔칫집에서 얼룩이 묻은 치마에 포도송이를 그려주었다는 이야기나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의 벌레를 닭이 쪼아 먹었다는 일화에서 볼 수 있는 문인이며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을 강조하길 바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 기대감은 반은 채워지고 반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화를 생생하게 묘사해주고 신사임당이 끊임없이 학문의 길을 정진하는 것을 보여주어서 재능 있는 한 사람이었던 신사임당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율곡 이이를 강조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거든요.

물론 율곡 이이가 신사임당의 아들이고 유명한 학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신사임당 본인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길 기대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곁가지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일곱 아이 중에서 강조된 아이는 그 정도라서요.

반면 아내를 자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쟁반에 포도송이를 탐스럽게 그려내기도 하고 인상적이게 본 것을 나중에 잊지 않고 그리기 위하여 기억해두려는 모습이나 길을 가다가 시를 읊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외우게 하는 모습, 학문에 큰 뜻이 없는 남편 이원수와 달리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피곤한데도 끊임없이 공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모습, 일곱 아이를 낳으면서 자신의 건강이 안 좋아지고 생활이 힘들어짐과 학문에 정진하는 것이 방해가 되는 것을 한탄하는 신사임당은 새로운 면모라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불안감으로 남편에게 자신이 죽은 후에 재취를 들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모습도 색달랐구요. 학문에 욕심이 있고 또 재능이 풍부했으며 힘든 시간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하는 개인 신사임당으로서의 모습이라 좋았습니다.

사실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여러 가지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 모든 모습을 합친 것이 그 사람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감히 '대한민국 여성 No.1'이라고 한 만큼 그만큼의 역량을 가진 재능 있는 사람으로서의 신사임당의 모습을 기대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네요. 전에 다룬 위인전보다는 그런 면모가 더 많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위대한 어머니이기 이전에 뛰어난 문인이며 예술가의 면모를 보인 결혼하기 전의 이야기 쪽이 흥미로웠구요.

허나 어릴 적 읽었던 위인의 면모를 다시 짚어 볼 수 있었던 것, 특히 잔치집이나 당시의 정경을 묘사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좋았어요. 신사임당이 신행을 미룬 이야기나 시어머니가 양반이면서 생계를 위해 떡집을 했다는 부분도 이색적이었구요. 신사임당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기회라 나쁘지 않았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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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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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복도에 이런 글이 적혀 있는 액자가 있었습니다.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라는 문구 였지요. 지나칠 때마다 보게 되는 글귀에 저런 친구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전 텔레비전 광고에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그 광고를 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구요. 이처럼 어떤 친구가 진짜 친구냐라는 물음에 답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는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이 스스럼없는 경우라고 답할 겁니다.

친구는 없으면 외롭고 있어도 무조건 행복하기만한 존재는 아닙니다. 이 책 '친구'에서 보여주듯 친구란 인생 속에서 수많은 순간을 함께 지내고 부딪히며 그리워하게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 친구는 피를 나눈 육친일 수도 있고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자신을 누구보다도 알아주는 지음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위아래로 10년 차이가 나는 사람까지는 전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때 친구를 칭하는 폭이 넓구나 했었는데 쟈핑와의 에세이 '친구'에서 말하는 친구의 폭은 훨씬 넓은 편입니다. 나이에 집착하는 편인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생각하는 친구는 또래인터라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인생 속에서 마음을 나누는 상대가 반드시 또래라는 법은 없는 법이니까요. 때로는 너무 가깝고 때로는 너무 먼 부모님이 가장 가까운 벗일 수 있고 3살 밖에 안 된 어린 아이에게서도 누구보다도 본받아야 할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친구의 폭이 넓은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유명한 문인인 쟈핑와가 오랜 기간 쓴 글을 모아놓은 책이니 만큼 다양한 친구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작가와 친하기도 하고 서화 쪽에 관심이 있어서 화가와도 친분을 드러냅니다. 문인 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는 역시 저자의 지음이라고 칭해진 싼마오라는 작가입니다.

인터뷰에 쟈핑와의 글을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라 하고 그의 책을 구할 수 없으니 곤란하다는 여성작가였구요. 쟈핑와 본인도 그녀의 팬이라서 그 소식을 듣고 책과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싼마오도 언젠가 쟈핑와를 직접 만나러 그가 사는 도시에 오겠다고 했구요.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싼마오는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병이 있어 병원으로 수술을 받으러 입원했고 거기서 양말로 목을 맸다는 겁니다. 쟈핑와는 크게 충격을 받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지음을 잃었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위로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나 누구보다도 그를 이해하는 문인이라 여겨진 것이지요. 그리고 얼마 후 쟈핑와에게 편지가 도착합니다. 싼마오가 그의 편지에 답장을 했던 것이지요. 이어 쟈핑와는 싼마오의 유품으로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친밀한 친구일 수 있으며 그 죽음에 육친이 떠난 것처럼 가슴 아파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마음이 애달파서 같이 울적해지기도 했구요. 죽어서 처음 만나게 된 친구와의 인연, 기묘한 이야기이기도 했네요.

그 외에도 다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좋은 친구 사귀기를 마다하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던 이가 지나쳐 갔다는 것을 알고 밥을 먹던 식당에서 뛰쳐나가 통성명을 한 이야기나 음악 소리를 듣고 그 사람을 쫓아간 이야기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또 동료라 할 수 있는 사람 외에도 가족에 대한 부분이 꽤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자신을 아들처럼 키워주신 작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평생을 고생만 하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 어머니를 편하게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 '친구'는 어쩐지 안개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기뻐하기보다 만나지 않고 그리워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친구에 대한 글이라 그런지 섬세하기도 하고 천천히 감정이 스며드는 맛이 있더군요. 그래서 단숨에 읽지 않고 몇 번에 나누어 읽었구요. 화려하거나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담백하게 담긴 글들이 꽤 좋았습니다. 친구에 대한 아니 인생에 대한 이야기 '친구'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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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Che, 회상 -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혁명동지 알레이다 마치 회고록
일레이다 마치 지음, 박채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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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년 전 서점에서 체 게바라에 대한 평전을 봤을 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이 사람에게 이렇게 주목을 하는 걸까. 위대한 혁명가라고 하지만 갑자기 왜 아르헨티나 출신의 혁명가에게 이렇게 열광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여러 번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봤지만 의문에 대한 뚜렷한 답은 얻지 못한 채 시간은 그저 흘러갔다. 그 동안 '체 게바라'라는 이름을 접하게 되는 일은 점점 많아졌다. 책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의 손에서, 서점의 진열대에서, 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그를 소재로 한 책, 영화가 늘어갈수록 또 하나의 의문이 나를 괴롭혔다. 사람들은 정말 그를 이해하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소비하고 있을 뿐 일까. 반항아라고 하면 흔히 제임스 딘을 떠올린다. 정작 그가 출연한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영화에 나온 이미지가 곧 그가 되며 대중은 그저 그 이미지를 소비한다. 이제 혁명가는 곧 체 게바라라는 공식이 등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쯤 유행은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어디까지나 전에 비해서.

얄궃게도 유행이 수그러들자 그에 대한 호기심은 더 늘어났다. 어떤 사람이기에 남미와 극동아시아라는 공간, 냉전시대와 글로벌주의가 범람하는 현재라는 시간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다.' 라고 평했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혁명군을 이끌었으며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이력,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제3세계 해방을 꿈꾼 사람. 열세인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미국의 제국주의의 물결에 대항한 거인. 그의 수많은 이력과 샤르트르의 극찬이 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로 인해서 나도 모르게 그에 대한 이미지만을 소비하면서 체 게바라에 대해 말하는 이 회고록을 펼쳤다.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함께 일해 온 혁명동지 알레이다 마치가 펴낸 그에 대한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그래서 더 생생한 체 게바라에 대한 기억을 읽어낼 수 있었다. 40년 동안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에는 한 사람에 대한 연정, 존경, 행복, 아픔까지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볼리비아의 한 오두막에서 살해된 체 게바라의 유해가 30년 만에 발굴되면서 이제야 그와의 사랑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그의 아내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알레이다 마치는 지식욕이 큰 여성이었고 교육의 기회를 갈구했다. 그녀는 연이어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그런데 그녀가 대학교에 진학했을 때 쿠바는 쿠데타에 휩싸였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쿠데타에 대항할 세력을 미리 막기 위함이었으리라. 교육을 원하는 이에게 기회는 제공되지 않고 폭정이 이어졌다.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고 혁명의 바람을 부르는 측에 섰다. 점차 혁명의 중추를 담당하게 될 수록 그녀는 혁명군을 이끄는 체 게바라에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체 게바라가 사람을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한 첫 만남과 오해로 인한 엇갈림이 그녀의 기억에서 떠오른다. 첫 만남에서는 엇갈렸지만 후에 그녀는 체 게바라의 개인 비서로 일하게 된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회상하면서 알게 된 체 게바라의 심정과 행동, 그녀에 대한 연심이 계속 담담하게 서술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흐르기 시작하는 동안 격렬하게 혁명이 전개되고 쿠바혁명 성공 직후 알레이다 마치는 체 게바라와 공식적으로 결혼한다. 행복했던 시간과 쿠바 변혁의 시간이 흐르고 체 게바라는 또 다른 여정에 나선다. 제3세계 해방의 길로.

한 사람에 대해서 온전히 읽어낼 수 있는 기록 같은 것은 없다. 설사 그것이 그 사람이 직접 작성한 일기라 해도. 하지만 함께 혁명을 위해 싸웠으며 외롭지만 감정이 없는 것처럼 굳건히 견뎌 온 한 사람을 옆에서 지탱해 준 사람이라면 다른 누구보다 그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체 게바라는 양면적이다. 게릴라전의 명수이며 적은 수의 사람으로 혁명을 성공시킨 전략가, 신혼 직후 먼 곳으로의 순방을 떠나야 할 때 아내의 동행이 특혜라면서 거부할 정도의 원칙주의자, 행복한 미래를 마다하고 죽음의 위협이 판치는 세계로 돌아가 자신이 믿는 신념을 지키려는 혁명가 체 게바라가 있다. 이 쪽이 여태까지 드러났던 그의 모습이다. 반면 어른이라고만 생각하고 그의 보호를 원하는 한 여성에 대한 연정을 숨기지 못하는 연인이며 감성적인 시를 읊는 시인이자 죽을 지도 모르는 길을 떠나기 전 아버지 친구인 늙은 라몬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마지막으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로서의 체 게바라가 있다.

그의 사후 많은 사람들은 그를 영웅시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회고하는 그의 모습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샤르트르가 말한 완전한 인간이라는 평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수많은 고민, 아픔을 넘어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꿈꿨던 체 게바라. 21세기에 읽게 된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 체 게바라 그가 꿈꾸고, 싸웠으며, 죽어간 시간의 기록 '체Che, 회상'. 많은 사람이 추앙하는 영웅의 옆을 지켰으며 그 사람의 아이 넷을 키워낸 여성의 회고록을 읽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체 게바라에 열광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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