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중학교때 복도에 이런 글이 적혀 있는 액자가 있었습니다.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라는 문구 였지요. 지나칠 때마다 보게 되는 글귀에 저런 친구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전 텔레비전 광고에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그 광고를 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구요. 이처럼 어떤 친구가 진짜 친구냐라는 물음에 답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는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이 스스럼없는 경우라고 답할 겁니다.

친구는 없으면 외롭고 있어도 무조건 행복하기만한 존재는 아닙니다. 이 책 '친구'에서 보여주듯 친구란 인생 속에서 수많은 순간을 함께 지내고 부딪히며 그리워하게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 친구는 피를 나눈 육친일 수도 있고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자신을 누구보다도 알아주는 지음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위아래로 10년 차이가 나는 사람까지는 전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때 친구를 칭하는 폭이 넓구나 했었는데 쟈핑와의 에세이 '친구'에서 말하는 친구의 폭은 훨씬 넓은 편입니다. 나이에 집착하는 편인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생각하는 친구는 또래인터라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인생 속에서 마음을 나누는 상대가 반드시 또래라는 법은 없는 법이니까요. 때로는 너무 가깝고 때로는 너무 먼 부모님이 가장 가까운 벗일 수 있고 3살 밖에 안 된 어린 아이에게서도 누구보다도 본받아야 할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친구의 폭이 넓은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유명한 문인인 쟈핑와가 오랜 기간 쓴 글을 모아놓은 책이니 만큼 다양한 친구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작가와 친하기도 하고 서화 쪽에 관심이 있어서 화가와도 친분을 드러냅니다. 문인 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는 역시 저자의 지음이라고 칭해진 싼마오라는 작가입니다.

인터뷰에 쟈핑와의 글을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라 하고 그의 책을 구할 수 없으니 곤란하다는 여성작가였구요. 쟈핑와 본인도 그녀의 팬이라서 그 소식을 듣고 책과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싼마오도 언젠가 쟈핑와를 직접 만나러 그가 사는 도시에 오겠다고 했구요.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싼마오는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병이 있어 병원으로 수술을 받으러 입원했고 거기서 양말로 목을 맸다는 겁니다. 쟈핑와는 크게 충격을 받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지음을 잃었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위로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나 누구보다도 그를 이해하는 문인이라 여겨진 것이지요. 그리고 얼마 후 쟈핑와에게 편지가 도착합니다. 싼마오가 그의 편지에 답장을 했던 것이지요. 이어 쟈핑와는 싼마오의 유품으로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친밀한 친구일 수 있으며 그 죽음에 육친이 떠난 것처럼 가슴 아파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마음이 애달파서 같이 울적해지기도 했구요. 죽어서 처음 만나게 된 친구와의 인연, 기묘한 이야기이기도 했네요.

그 외에도 다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좋은 친구 사귀기를 마다하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던 이가 지나쳐 갔다는 것을 알고 밥을 먹던 식당에서 뛰쳐나가 통성명을 한 이야기나 음악 소리를 듣고 그 사람을 쫓아간 이야기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또 동료라 할 수 있는 사람 외에도 가족에 대한 부분이 꽤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자신을 아들처럼 키워주신 작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평생을 고생만 하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 어머니를 편하게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 '친구'는 어쩐지 안개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기뻐하기보다 만나지 않고 그리워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친구에 대한 글이라 그런지 섬세하기도 하고 천천히 감정이 스며드는 맛이 있더군요. 그래서 단숨에 읽지 않고 몇 번에 나누어 읽었구요. 화려하거나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담백하게 담긴 글들이 꽤 좋았습니다. 친구에 대한 아니 인생에 대한 이야기 '친구'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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