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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리플리 엔터테인먼트 지음 / 보누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문화란 것은 묘한 특성이 있어서 보편적인 면모가 있는가 하면 그 나라에 밖에 없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문화권에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기괴한 모습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하기야 현재의 모습을 과거의 사람들이 봤다면 이거야 말로 있을리 없는 공간, 있을 수 없는 일들 투성이 일테니 지금의 삶 자체가 옛 사람들에게는 '믿거나 말거나'의 상황인 셈이다.
반 농담 식으로 하게 되는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기발한 것들이 가득하다. 저자인 로버트 리플리는 원래 스포츠에 관한 카툰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끝없는 영감이 샘솟는 타입이 아니었던 터라 곧 소재가 고갈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리게 된 것이 스포츠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서 점차 각지의 기묘한 정보를 카툰으로 그리고 또 그런 것들을 모으는 탐험가이자 카툰 작가로 거듭났다고 하니 저자의 인생도 묘한 면이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그가 죽음을 맞이한 후에 그를 기념하고자 지은 건물이 나무 한 그루를 가지고 통째로 지은 교회라는 점을 보면 그의 인생도 여러 가지의 '믿거나 말거나'였던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대로만 세상을 보는 터라 '이런 일이 정말 있을 수 있나'하는 이런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책의 구성은 16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4장 동물, 7장 초능력, 10장 몸을 제외하면 전부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3개의 장들에서는 '믿거나 말거나' 특유의 기괴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물론 사진과 함께 말이다. 다리가 8개인 송아지, 머리에 뿔이 달려 있는 사람, 자신의 신체를 괴상하게 접거나 꺾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놀랍지만 충격적이라서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워낙 신기한 이야기들이라 읽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면 2장 우연에 등장하는 섬뜩한 인과응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베라 체르마크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도 사실을 베라가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격분해서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는데 마침 그녀가 떨어지는 자리에 남편이 있었다. 남편 위로 떨어져 베라는 살았고 남편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몇몇 사람에게 말했는데 듣는 사람의 반응은 상이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그 인과응보라는 말대로 잘 된 것이라고 했지만 어떤 사람은 오히려 남편을 죽이고 살아남은 부인이 기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몇 줄의 글로 알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그 일이 우연치고는 섬뜩한 놀라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했다.
다른 이야기로는 4장 동물에 등장하는 타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타조의 다리는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한 번의 발차기로 사자도 때려잡을 수 있다고 한다. 멸종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날지 못하는 새 타조가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을 알았다고나 할까. 이런 이야기를 알았으니 앞으로 텔레비전에 타조농장이 나올 때마다 움찔 할 것 같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타조 앞에서 웃고 있는 리포터가 불안해서 말이다. 거기에 하나 더, 타조의 눈은 뇌보다 더 크다고 한다. 뇌보다 눈이 더 크고 다리가 강력한 생물인 타조, 어느 생명체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타조는 여러 가지로 신기한 생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묘비에 자신은 자고 있으니 썩 사라지라는 문구를 남긴 여배우의 이야기나 식인 상어의 뱃속에서 나온 수영복 두 벌의 이야기, 샤갈은 물건을 살 때 수표로 지불했는데 그의 사인의 가치가 더 커서 사람들이 그 수표를 현금화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 책 '믿거나 말거나'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사실 몇 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몇 줄 되지 않는 이야기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내용이 신기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독수리에 물려간 두 살배기 아기의 이야기나 14살 소년이 골프수업 중에 습격을 받은 이야기처럼 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그 뒷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더 그 이야기의 다양한 결말을 떠올려 보게 되는 것이다.
짧지만 기묘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책을 읽는 내내 놀라고, 감탄하고, 결말을 상상해보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 반복이 즐거워서 책이 더 두꺼웠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이 상상하는 일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더니 그 실제 증거물을 본 기분이다. 물론 제목대로 진실여부는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으니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이야기로 읽는 거대한 인류사 박물관 '믿거나 말거나' 정말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