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랜덤 -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
J.R.R 톨킨 지음,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 엮음, 박주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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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 '잉크하트'에서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책을 지은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 자체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지은 작가는 당연히 죽은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이다. 익숙하게 받아들인 이야기를 창조한 사람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도 사람이고 독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든 다른 시대를 살았든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생계수단으로 글을 썼을 수도 있고 취미로 글을 썼을 수도 있다. 그런 작가의 사정은 몰라도 책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책으로 가려진 뒷이야기를 알고 나면 이야기는 좀 더 생생한 것이 된다. 이 책 '로버랜덤'은 톨킨이 아들을 위해 지은 동화라고 한다. 어느 날 톨킨의 둘째 아들이 밖에 놀러 갔다가 아끼던 장난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장난감은 강아지 모양이었다. 어린 아이가 가장 애착을 품고 있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부모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가족이 총출동해서 내내 물건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장소를 뒤졌는데도 못 찾으면 상황은 점점 난감해진다. 아이는 울고 있는데 달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톨킨은 그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고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아들의 강아지 장난감과 그 상황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말이다. 아이가 아끼던 그 강아지 장난감은 실제로는 마법에 걸린 강아지였고 이제 그 강아지가 자신에게 걸린 마법을 풀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다. 둘째 아들은 톨킨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거기에서 멈췄다면 '로버랜덤'은 빛을 보지 못했겠지만 임기응변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에 첫째 아들이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해달라고 톨킨을 졸랐다고 한다. 톨킨은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갔고 강아지 로버의 모험은 '로버랜덤'이란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할머니가 귀여워만해서 버릇이 없던 강아지 로버는 어느 날 마법사와 마주친다. 그 때 공을 가지고 놀고 있던 터라 로버는 마법사의 등장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더구나 그 마법사는 로버가 가지고 놀던 공을 집어 들었던 것이다. 마법사는 로버가 가지고 놀던 공을 가지고 잠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공을 개가 좋아할 만한 뼈다귀로 바꾸어서 돌려줄까 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로버가 마법사의 바지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끝이 난다. 로버도 그 할아버지가 마법사인줄 알았다면 결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로버는 강아지라 철이 없기도 했고 살짝 버릇도 없었으며 공 말고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덕분에 겁도 없이 마법사의 바지를 물어뜯었다. 이 행동은 마법사를 화나게 했고 로버에게는 재앙이 되었다. 마법사가 로버에게 마법을 걸어서 로버는 아주 자그마한 장난감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로버를 장난감 가게로 이동시켜 버린다. 장난감 가게 안의 상자에 갇힌 로버는 발버둥을 쳐봤지만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장난감 가게의 사람들은 로버를 보고 아주 잘 만들어져서 생동감까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라면서 좀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진열을 해둔다.

그래서 로버는 꼼짝도 못한 채 진열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햇볕이 뜨겁더라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밤이 되면 아주 약간씩은 움직일 수 있었다. 그것이 걸린 마법이 풀리기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로버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로버는 어떤 작은 소년에게 팔려간다. 로버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한 소년은 로버에게 말을 건다. 소년은 개의 말도 약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틈이 생기면 소년에게서 도망쳐 자신이 살던 집으로 갈 생각만 가득한 로버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소년의 집에 온 첫날 밤 로버는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로버는 너무 작아졌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낭떠러지를 뛰는 것만 같았다. 그런 상태니 현관문을 여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로버는 다른 기회를 노리기로 한다. 기회는 로버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 작은 소년이 해변으로 놀러가면서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 로버를 주머니에 넣고 간 것이다. 로버는 소년의 주머니에서 조금씩 위로 올라왔고 마침내는 주머니에서 떨어진다. 소년은 그 사실도 모른 채 해변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해변에 혼자 남은 로버는 마법을 풀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톨킨이 아들을 달래기 위해서 쓴 이야기라는 점이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그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터라 서문이 길게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전부 읽고 나니 서문의 내용도 좋았고 자세하게 붙은 주석도 마음에 들었다. 또 2장에는 톨킨이 직접 그린 삽화가 등장하는데 그게 섬세한 맛이 있어서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게 했다. 마법에 걸린 강아지 로버의 모험담 '로버랜덤' 톨킨의 소설 중 최고는 아니라도 환상적이면서도 따뜻한 동화라 마음 편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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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자기설명서
쟈메 쟈메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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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때 혈액형 검사를 통해서 처음 어느 혈액형에 속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내 혈액형을 맞게 예측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혈액형을 통해서 그 사람의 대략적인 성격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혈액형만을 통해서 그 삶의 대부분을 알 수는 없다. 혈액형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는 혈액형의 종류 정도다.

O형의 경우는 성격은 몰라도 수혈 면에서는 유용한 혈액형이다. 어떤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든 피를 나누어 줄 수는 있지만 받는 것은 O형만 가능한 혈액형이라서 가끔은 손해 보는 혈액형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특성이 성격에 조금이라도 숨어 있다면 누구에게나 친화력을 뿜어내지만 실상은 다른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혈액형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 중에서 타인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지만 말이다.

결국 혈액형은 수혈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혈액형으로 성격을 읽는 것이 꽤 재미있기는 하다. 그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에 한해서는 내일의 비올 확률은 50%라는 일기예보를 본 기분과 같지만 말이다. 깊게 믿을 필요 없이 흥미위주로 보면 좋은 'O형 자기설명서'를 펼칠 때 기분이 이랬다. 이 책에서 어떤 내용이 나오든 맞는다고 수긍할 생각은 없었지만 과연 이 책에서 묘사하는 O형의 성격이 궁금하기는 했던 것이다.

다 읽고 난 후에 기분은 80% 정도는 맞는 것 같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같기도'에 한정되는 것이지만 읽으면서는 내내 '맞는 것 같아'라고 하면서 키득거렸다. 사람의 성격은 복잡한 것이라 어떤 식으로 성격을 묘사해도 100% 틀리다고 장담할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 만약 O형이 성격이 비틀린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었다면 어처구니없을 뿐이었겠지만 O형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그 중 인상적인 몇 가지의 예를 들면 '어딘가에 잘 부딪힌다', '수다쟁이에 안무가',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을 잘 따른다'는 것이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인 특성들이지만 어딘가에 부딪혀서 나도 모르는 멍이 잘 있었던 터라 그 부분을 보고 웃어버렸다. 더구나 이어지는 설명에서 자신도 모르는 상처를 보고 오싹해 한다는 것이 있어서 피식 웃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다치는 일은 가끔 있을 수 있다. 큰 상처가 아닌 자잘한 멍인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긴장이 풀린 상태로 움직이면 집안의 가구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에 그런 상처들을 발견하면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상처가 생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기분이 묘하기는 하다.

또한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성의 경우에는 칭찬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을 잘 따른다는 특성도 먹을 것을 주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호감을 느끼기 쉽다는 것인데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단지 수다쟁이에 안무가라는 특성은 무뚝뚝한 O형이라면 전혀 들어맞지 않는 특성이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이처럼 맞는다면 대체로 맞고 틀린다면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특성들이지만 읽을 때는 정말 유쾌했다.

성격에 들어맞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 모든 특성들이 모여서 복합적인 성격이 만들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 읽을 때는 가볍게 흥미위주로 읽으면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점을 찾아서 즐거웠고 뒤로 읽어 나갈수록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성격의 특성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간 것과 다르게 마지막 부분에 O형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백설 공주가 O형이었다면 어떻게 나왔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웃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게 움직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쾌한 기분으로 자신의 성격을 다시 짚어보게 하는 'O형 자기설명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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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미로
엠마 캠벨 웹스터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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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에 비해서 책은 상상이 끼어들 여지가 큰 매체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을 때는 종종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만약 주인공이 저쪽으로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이야기 자체는 주인공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지만 주인공이 가지 않은 길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는 몇 번이나 읽게 되지만 주인공이 가지 않은 길은 알 길이 없다.

이런 고정되어 버린 이야기가 또 다른 생명력을 얻어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실제로 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 '제인 오스틴의 미로'다. 읽는 사람은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베넷의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읽는 사람이 엘리자베스 베넷이라고 가정하고 적절한 재능을 쌓아가며 원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이루면 성공이다. 이야기의 주요 기둥은 '오만과 편견'이지만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의 인물들이 읽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서 모습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게임북인 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려가는 책과 달리 책은 여러 가지의 분기점으로 나누어져 있고 선택한 안에 따라 다른 페이지로 넘기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계는 5단계로 되어 있고 선택에 따라 끔찍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고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인 다아시나 '엠마'의 주인공 나이틀리와 결혼하는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 단순히 다아시와의 결혼을 꿈꾸는 책이라면 이 책은 그저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분기점이 꽤나 흥미롭다. 가령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인이 말을 타고 나갔다가 몸이 아파져서 빙리가 머무는 저택에서 요양하는 부분에 도달했을 때 엘리자베스는 언니를 만나러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이 때 분기가 등장하는 것이다. 왼쪽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오른쪽 길로 갈 것인지 말이다. 제대로 선택을 한다면 '오만과 편견'의 원래 이야기대로 저택에 도달할 수 있지만 잘못 선택한다면 집시 아이들에게 둘러싸이고 만다. 더구나 아이들이 돈을 달라고 요구하자 겁에 질려서 조금 내밀고 도망치려다 잡혀서 얼굴이 망가진다는 결말로 끝이 난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강제종료인 셈이다.

원래대로라면 선택한 페이지만 가서 읽는 식으로 진행해봐야겠지만 가지 않은 길은 어떤 결말일지 궁금해서 다른 길도 대부분을 다 살펴봤다. 그 가지 않은 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때의 결말이었다.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 느낀 것이지만 콜린스는 말이 너무 많다. 높은 사람의 비유를 맞추려는 태도도 지나쳐서 역겨운 정도이다. 그가 청혼을 해왔을 때 당연히 거절하는 선택을 했지만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면 어떤 결말이 나올지 궁금해서 넘겨봤다.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와 결혼을 하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와 자매들이 집에서 쫓겨날 필요가 없기는 하다. 이 결과를 엘리자베스의 엄마는 기뻐하지만 아버지는 한탄한다. 엘리자베스 역시 착잡한 심정으로 굳건히 참으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점차 불행해 하고 있었다. 거기에 엘리자베스에게 끊임없이 주절대는 콜린스, 엘리자베스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다 손에 든 책을 콜린스에게 집어 던지고 만다. '이제 좀 그만해!'라는 말을 외치면서 말이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콜린스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엘리자베스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이제 저 지겨운 인간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고 남자 상속인이 없으니 롱본의 집을 잃을 일이 없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단지 콜린스를 자연사한 것처럼 위장할 필요가 있었다. 잠깐의 기쁨을 누린 엘리자베스였지만 곧 불쾌한 스캔들의 대상이 되고 자매들의 원망을 산다. 집을 지켰지만 남편을 죽였을 지도 모르는 여자를 자매로 둔 언니와 동생들은 결혼 가능성이 막혀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엘리자베스가 불행해진다는 결말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안 좋은 결말이지만 끊임없이 떠드는 콜린스를 참다못해 엘리자베스가 그를 죽이고 만다는 것이 약간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더구나 콜린스를 죽인 책의 제목은 '설교집'이었다. 그 외에도 다아시와 피츠윌리엄 대령이 엘리자베스를 사이에 두고 결투를 벌인다든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엠마 우드하우스의 방해공작 등 원작에는 결코 없을 부분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선택을 조금만 잘못해도 안 좋은 결말을 낳는 것이 많아서 그 과정을 잘 헤쳐나간 엘리자베스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느낌이기도 했다. 마지막 5단계에 들어섰을 때 의외의 결말도 숨어 있고 악령 같이 등장하는 '맨스필드 파크'의 패니까지 만나 볼 수 있어서 읽으면서 정말 즐거웠다. 제인 오스틴의 많은 작품들을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제인 오스틴의 미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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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논리 스페셜 1 - IQ 148을 위한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필립 카터.켄 러셀.존 브렘너 지음 / 보누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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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은 보통 기분 좋은 일이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아이큐가 높다는 것을 말하는데 많은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이 있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같은 것을 익혀도 빨리 배우고 그 것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면 생활은 여러 모로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지능이 일반 사람에 비해서 아주 높다면 그것은 좋은 일일까. 그것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충분한 지능을 가지고 싶다는 소망 쪽에서 보면 보다 높은 지능은 그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능이 아주 높은 사람들은 일반인 속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생각속도를 다른 사람이 따라오지 못하니 누군가와 대화할 때마다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답답함을 표현하려고 하면 다수에 속하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아니꼽게 느껴질 수 있다. 쉽게 말해 잘난 체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기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그 사람이 자신과 피를 나눈 혈육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야 어차피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한 것이니 뛰어난 지능은 분명 하늘의 축복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목을 끄는 집단이 있는데 바로 '멘사'다. 상위 2%의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들, 같은 것을 공부해도 학습량이나 이해도가 뛰어난 사람들 말이다. 사람은 평생 머리를 쓴다고 하지만 자신의 두뇌를 10% 남짓 활용하다가 생을 끝낸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서 큰 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활용하지 못한 나머지가 아까울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머리를 좋게 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곤 한다. 자신의 지능이 낮은 줄 알았을 때는 어리석게 굴다가 알고보니 지능지수가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알고 '천재답게' 행동해서 수많은 특허를 따내고 순전히 머리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도 있으니 자신도 모르고 있던 숨어있던 천재성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이 책 '멘사 논리 스페셜'은 꽤 괜찮은 편이다. 이 책에 수록된 150개의 문제를 푼다고 당장 머리 좋은 사람들의 반열에 들 수는 없겠지만 간만에 쓰지 않던 부분의 두뇌를 총동원하게 되는 기회인 것이다. 추리 스페셜이 아니라 논리 스페셜이라서 대부분의 문제는 숫자와 관련되어 있다. 허나 그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이지 복잡한 수학 공식과는 관계가 없다.

일단 제목도 그렇고 책에 쓰여 있는 내용도 숨어 있는 천재성을 찾아내 보라는 것이어서 흥미를 끄는 면이 있다. 문제를 하나하나 풀다 보면 별 일이 아닌데도 뿌듯하기도 하고 왜 이런 문제를 못 풀었을까 하는 한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문제는 평이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면이 많기도 하지만 평소에 퍼즐이나 문제 풀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를 풀다보면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어떤 문제든 푸는데 공이 꽤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고 냉큼 답을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스도쿠같이 표를 하나하나 채워가야 하는 것도 있고 간단한 방정식을 세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지키고 있고 전부 시간을 들여하는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문제들은 두뇌를 움직일 기회이기도 하지만 문제를 푸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인물인지 시험하는 느낌이 있었다.

각 문제 바로 밑에 몇 페이지에 그 문제의 정답이 있는지 기술되어 있어서 오래 고민하기 싫은 사람이라면 바로 해답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간단히 알아낸 답보다 문제 하나를 가지고 한참을 씨름하더라도 자력으로 풀어냈을 때의 답이 가치 있는 법이다. 이 책의 전체 문제를 푼다고 해도 갑자기 머리가 좋아진 것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읽으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퍼즐이나 퀴즈 풀이를 좋아하고 굳어가는 두뇌를 움직일 기회를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한 문제씩 두 문제씩 풀어 가면 좋을 것 같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 150가지를 모아 놓은 '멘사 논리 스페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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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 허영만, 박영석, 김태훈, 캠퍼밴 타고 대자연의 성찬을 맛보다 탐나는 캠핑 3
허영만.김태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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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울화가 치미는 일도 겪게 된다. 그럴 때마다 성질을 다 부리면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도 없겠지만 모든 일에 그런 식으로 공격적으로 대처한다면 인간관계가 완전히 끊기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질 않을 것이다. 결국 화가 나도 철벽방어용 미소로 얼버무리거나 넙죽 엎드리는 식으로 넘어가야만 하는 일이 많다. 그렇게 참다보면 어딘가에는 발산할 곳이 필요한데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일탈이라면 역시 여행이다. 그런데 여행을 생각할 때 낯선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낯선 곳은 불편한 점이 많다. 쉬러 갔다가 피로만 더 쌓여서 돌아오는 것이다. 만약 여행을 하면서 숙식 걱정이 없고 원할 때 언제든 쉬면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책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에서 말하는 여행이 바로 그런 것이다.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쉴 수 있는 여행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다만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처럼 자기 차라고 다른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 더욱 좋다. 캠퍼밴에는 여행자가 원하는 대부분이 다 있다. 침실, 욕실,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여행자가 원하는 여행지로 자동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운전을 하는 수고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창밖으로 풍경을 즐기다가 졸리면 잘 수 있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신선한 현지 식재료를 사면되니 편안한 점이 많다. 뛰어난 운전사와 요리사가 있어야 여행의 즐거움이 더 커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같이 간 사람들과의 관계가 반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의미로는 매우 훌륭한 편이다. 유명 만화가이며 프로 여행자인 허영만, 여행 칼럼니스트 김태훈, 탐험가 박영석, 허영만의 친구인 김봉주, '도전지구탐험대'PD 였던 허정까지 다섯 명이 여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즐겁다. 처음의 뉴질랜드 북섬 여행은 탐험가 박영석이 있어서 든든한 편이었다. 여행 전문가 정도가 아니라 극한 상황 전문가인 것만 같은 박영석은 뛰어난 요리사에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 가오리까지 낚는다. 그가 다른 일이 있어서 여행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뛰어난 요리사가 빠진 여행은 식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노총각 경력이 긴 허정 PD였다. 만들었던 프로그램 탓도 있겠지만 익숙한 여행자인 그가 훌륭한 요리사이자 형님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막내역할을 자원한 것이다.

이런 여행자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뉴질랜드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키위새, 과일 키위 밖에 떠올리지 못했었는데 두 가지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돌고래들이 그 사람들의 주위를 원을 그리면서 돌았다고 한다. 거기에 사람들을 점차 해변으로 밀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돌고래들의 행동에 사람들은 그 원을 벗어나려 했지만 돌고래가 노련하게 막아서 그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다. 당황한 사람들은 주변을 돌아봤는데 3미터가 넘는 백상아리가 그들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돌고래들이 사람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지켜준 덕분에 그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다보니 여행자들의 낚시까지 달리 보이는 느낌이었다.

다른 이야기는 뉴질랜드가 난민에 대해 취한 태도였다. 난민들은 부유한 나라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를 찾아서 일단 부유한 나라 쪽으로 가보지만 그런 나라일수록 난민을 잘 받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이익은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생색만 내고 난민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땅 끝에 있는 나라고 여기까지 온 난민들은 여러 나라를 거쳐서 그 곳에 도착한 것이라는 것이다. 땅 끝까지 온 사람들을 쫓는 다면 그 사람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니 죽음밖에 남은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이익보다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이야기는 끝이 나고 뉴질랜드에서는 결국 난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섬에 보통 있는 폐쇄성이 없는 나라이며 자연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나라라니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일출로 붉게 물든 등대나 아름다운 풍경이 찍힌 사진,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해낸 만화, 상황에 빠져들게 하는 글이 마음을 현혹했다. 다 읽고 나니 언젠가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캠퍼밴을 타고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다. 다만 캠퍼밴 안까지 따라 들어올 만큼 먹성 좋은 새나 벌레 방지제를 바르지 않으면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는 벌레에 대한 부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허나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오랜 만에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여행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거기에 캠퍼밴을 빌리는 자세한 내용은 물론 여행 경로까지 소개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한 번쯤 꼭 하고 싶은 여행을 담은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정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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