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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자기설명서
쟈메 쟈메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1학년때 혈액형 검사를 통해서 처음 어느 혈액형에 속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내 혈액형을 맞게 예측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혈액형을 통해서 그 사람의 대략적인 성격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혈액형만을 통해서 그 삶의 대부분을 알 수는 없다. 혈액형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는 혈액형의 종류 정도다.
O형의 경우는 성격은 몰라도 수혈 면에서는 유용한 혈액형이다. 어떤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든 피를 나누어 줄 수는 있지만 받는 것은 O형만 가능한 혈액형이라서 가끔은 손해 보는 혈액형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특성이 성격에 조금이라도 숨어 있다면 누구에게나 친화력을 뿜어내지만 실상은 다른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혈액형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 중에서 타인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지만 말이다.
결국 혈액형은 수혈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혈액형으로 성격을 읽는 것이 꽤 재미있기는 하다. 그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에 한해서는 내일의 비올 확률은 50%라는 일기예보를 본 기분과 같지만 말이다. 깊게 믿을 필요 없이 흥미위주로 보면 좋은 'O형 자기설명서'를 펼칠 때 기분이 이랬다. 이 책에서 어떤 내용이 나오든 맞는다고 수긍할 생각은 없었지만 과연 이 책에서 묘사하는 O형의 성격이 궁금하기는 했던 것이다.
다 읽고 난 후에 기분은 80% 정도는 맞는 것 같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같기도'에 한정되는 것이지만 읽으면서는 내내 '맞는 것 같아'라고 하면서 키득거렸다. 사람의 성격은 복잡한 것이라 어떤 식으로 성격을 묘사해도 100% 틀리다고 장담할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 만약 O형이 성격이 비틀린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었다면 어처구니없을 뿐이었겠지만 O형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그 중 인상적인 몇 가지의 예를 들면 '어딘가에 잘 부딪힌다', '수다쟁이에 안무가',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을 잘 따른다'는 것이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인 특성들이지만 어딘가에 부딪혀서 나도 모르는 멍이 잘 있었던 터라 그 부분을 보고 웃어버렸다. 더구나 이어지는 설명에서 자신도 모르는 상처를 보고 오싹해 한다는 것이 있어서 피식 웃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다치는 일은 가끔 있을 수 있다. 큰 상처가 아닌 자잘한 멍인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긴장이 풀린 상태로 움직이면 집안의 가구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에 그런 상처들을 발견하면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상처가 생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기분이 묘하기는 하다.
또한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성의 경우에는 칭찬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을 잘 따른다는 특성도 먹을 것을 주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호감을 느끼기 쉽다는 것인데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단지 수다쟁이에 안무가라는 특성은 무뚝뚝한 O형이라면 전혀 들어맞지 않는 특성이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이처럼 맞는다면 대체로 맞고 틀린다면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특성들이지만 읽을 때는 정말 유쾌했다.
성격에 들어맞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 모든 특성들이 모여서 복합적인 성격이 만들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 읽을 때는 가볍게 흥미위주로 읽으면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점을 찾아서 즐거웠고 뒤로 읽어 나갈수록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성격의 특성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간 것과 다르게 마지막 부분에 O형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백설 공주가 O형이었다면 어떻게 나왔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웃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게 움직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쾌한 기분으로 자신의 성격을 다시 짚어보게 하는 'O형 자기설명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