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털 검색 1위는 역시 개인정보 유출이다. 어제 백화점에 잠시 들렀는데, 카드 담당창구는 정말 바글 바글 했다. 주로 50대 이상의 장년층 및 노년층들이었다. 창구 직원을 붙들고 하소연하는 분부터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분들도 있었다. 창구에서 상담이나 해주던 직원이 왠 봉변인가?  정말 자기랑은 아무 관련도 없는데 연신 굽신 굽신...하도 안돼 보여서 지나가면서 "고생하시네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주민등록제에 대해 다들 얼마나 관심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90년대 후반이었던가 주민등록 교체할 때 하도 개겨서 주민등록에 대해 읽고 들은게 있었다. 이번 일로 그게 생각이 났다. 주민등록제도는 박정희 정권 때 본격적으로 시행된 제도이다. 전국민에게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하여 국가가 개인의 신상을 일목요연하게 수집,관리하는 제도이다. 간첩 및 불순 세력 색출,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이 주요 관심사였다.

 

뭔가 좀 수상쩍다 싶으면  "어이 거기 민증 좀 봅시다." 이건데.  당시 군부 출신의 국정 책임자들은 바빠서 영화를 못보셨던 것이다. 스파이 임무의 첫 번째는 "자, 여기 자네 여권과 신분증일세." 이거 아닌가?  결국 간첩 잡는 건 핑계였다. 간첩 중에 주민등록증 미소지로 걸린 사람 있던가?

결국 사회안전이라는 이름의 사회통제가 목적이었다.

 

하여간 90년대 말, 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권력의 통제라는 주제에 대단히 깊은 관심이 있었다. 일상적 파시즘론을 비롯하여, 미셀 푸코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한국의 주민등록제도는 세계 최강이다.  대개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국민들의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국가가 관리한다. 근대 주권국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배제/포함을 정치 철학적 근간으로 삼기 때문이다. 대개는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되는데 몇 가지 공통적인 방식들이 있다. '개인번호 식별제','거주지 등록제', 그리고 '신체정보 등록제'다. 이중 최강은 맨 마지막에 있는 '신체정보 등록제'이다. 쉽게 말하자면, '지문 날인'이다. 이건 서구권 국가에서는 범죄자들에게만 채취한다. 그러니까 좀 확대해석해서 보면, 전 국민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셈이다. 뭐 그렇게 까지 볼 필요가 있겠냐만, 그래도 그런 거긴 하다.

 

 각 나라는 각기 국내 실정에 맞춰 이를 선별적으로 적용한다. 미국은 의료 보험번호나 자동차 등록증 번호로 이를 대체하고 개인 고유번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고유번호가 있지만 거주지를 따로 등록하지 않는다. 동사무소 가서 전입신고 안해도 된다. 대개 국가 권력과 국민의 자유 사이에 침해소지가 국가 초기부터 쟁점시 되었던 나라들이다.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 등 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들은 국가에 의한 주민관리제도가 미국이나 프랑스등에 비해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관계법령으로 사회복지 이외의 사용을 대단히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국가권력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쟁점...뭐 이런거 없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에 눈물, 콧물, 감동 비빔밥 3종 세트를 9900원에 모셔도, 절대 저런 건 관심이 없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도, 이런거 문제 제기하면 영화<남쪽으로 튀어>의 김윤식 대하듯, 튀는 사람 또는 빨갱이 또는 무정부주의자 ,반정부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가권력과 개인의 자유'는 빨갱이들의 반정부세력의 관심주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 사람들이 키워 낸 문제다. 그러니까 빨갱이의 문제가 아니라 파랭이의 문제라는 거다. 똥과 된장을 구분 못하는 이들이니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국 '국가'에 과잉 몰입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일부러 '국가'몰입한 거 아니다. 권력은 여러가지 다양한 전술을 통해 개인의 자유 및 신체를 장악한다. 그리고 오랜 권력의 개입 효과를 지우는 방식, 즉 개인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권력의 개입을 받아들이게하는 방식으로 마감된다. '권력의 내면화'라는 것이다.  푸코의 권력론에서 이 권력은 단순히 정치권력만이 아니다. 착각해서 '난 정치권력 이런거로 부터 자유로운데'하면 안된다. 먼저 정치권력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으며, 둘째, 푸코의 권력은 길게 이야기 할 순 없지만 협소한 권력개념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푸코의 권력/자유에 대한 관심은 '규범권력-생체권력-통치성' 이라는 방법으로 완성된다. 푸코가 70년대 중반 신자유주의적 주체성의 출현을 예기하며 언급했던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현재 우리가 도달해 있는 곳이다.

 

국가 권력이 잘 만들어 준 개인정보등록법은 자연스럽게 기업체의 고객정보가 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또는 아마존 같은데 등록해본 사람은 안다. 한국보다 훨씬 가입 절차가 간단하다. 이미 국가가 포맷을 만들어 놓고 잘 쓰고 있는 정보들이니 기업체도 그 익숙함에 기대어 그걸 요구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신상은 다 넘겨 준다. 최고의 시장 조사 자료가 아닌가. 생년월일 나와 있지, 사는 곳 나와 있지, 핸드폰 번호 있지... 결국 국민은 국가권력의 감시 대상이며 또한 기업체의 밥이 되는 거다. 국가와 기업은 원래 친했고  소비자/국민을 호구로 삼아 앞으로도 잡은 손을 쉽사리 놓치 않을것이다.

 

주민등록제도는 쉽사리 안 바뀐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강화 하는 쪽으로 수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효율성의 이름으로 점점 강화될 것이다. 생체칩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 마당이니 말이다.  정치적 감수성이 개입된 디테일이 살아야 이런 문제에 대해 따지고 자시고 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당징 그런게 어디있겠나. 시켜서 하고 마지 못해서 하고 불편하니까 한다.

 

일단 현 단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의 분노를 밀어부쳐서 기업체의 정보 수집 약관 고치고, 주민번호나 기타 가입 항목도 좀 줄이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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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01-2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단 하나의 번호로 치환해버리는 어이없는 시스템이 싫지만,
벗어나서 살 수는 없죠.(벗어나려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고유번호를 정했으면,
그 번호를 꽁꽁 숨겨놓고 왠만하면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정상일텐데,
여기나 저기나 무조건 주민번호부터 요구하는 게 현실이니 참 이상합니다.

내 주민번호로 누군가가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끔찍해요!

드팀전 2014-01-23 09:01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예전에 이런 이야기 아는 사람에게 했더니... "뭐 좀 알면 어때? 남들도 다 그러는데"라며 별 신경 안쓰더군요.

yamoo 2014-01-2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싫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현재의 제 상태로는 죽음 이외에는 피할 방도가 없는데...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시스템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지되겠지요.
거주지 주소도 그렇고...주소체계를 단번에 바꾸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밖에 없지 않나...생각이 듭니다. 미국식을 따르면 편할거 같다는 단순한 발상이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정말 열불납니다..

정말 좋은 글에 추천을 얹고 가지 않을 수 없네요~

드팀전 2014-01-23 13:38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지요...예전에 한 번 뵌 것이 벌써 몇 년 전일인 듯 해요
그런게 싫고 짜증나고 답답합니다만 ㅎㅎ 그게 우리의 토대이고 조건이니 그 조건들이 나를 잡아먹어 피폐해지진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덧글이 안 보인다 해서 생각해 보니 덧글을 남긴 게 아니라 추천만 누르고 나왔었더군요. ㅎㅎㅎ. 이젠 정말 애국이라는 껍데기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건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하니.. 참내....

드팀전 2014-02-02 02:05   좋아요 0 | URL
전 '애국'하는 게 꼭 나쁘다고 생각치는 않아요. 단 자기 방식의 독단적 애국, 남들 끌어들이는 몰개성적 애국, 타자를 비애국자 만드는 배타적 애국, 친권력,친기득권을 애국과 혼동하는 망상적 애국, 건전한 비판을 틀어막는 몰지각한 애국등은 사실 애국이 아니라 '매국'인데 그걸 '애국'이라 생각하니 할 말이 없어지요.
 

1.새해 첫 페이퍼인가 싶기도 하다. 올해는 더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다.

문제는 태도라는 건 며칠전 내가 회사 선배에게 약간은 신랄하게 뱉은 말이다. 그냥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정도에서 -늘 그렇지만- 마감할 수 있었던 건 선배의 부드러운 인성 때문이다.

 

그래도 지구는 돌 듯이... 그래도 문제는 태도이다.

 

우연히 광고 하나를 보았는데, 내가 했던 말과 똑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혼자 웃었다.

하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와 "문제는 태도다." 이것이다.

 인공위성을 띄울 정도가 되어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송호준에 대해서는 지난 부산 영화제때 만난-

다큐멘터리 영화<망원동 인공위성>과 관련된 일을 한 -후배가

이야기해 주어서 

알게 되었다.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 

삶이 지루하면 지는 거다.

 

2.예찬이가 만화 삼국지를 보더니 너무 아쉬워한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빠, 원통해"다.  내가 어린 시절 삼국지를 보고 느꼇던 것과 같은 이유때문이었다.

 

 유비,관우,장비가 다 죽고 천하통일은 다른 이의 몫이어서...

 

 예찬에게 "아빠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하며 공감해주니 아이가 "그렇지. 아빠도 그랫지."라며 조금 위안받는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유비, 관우, 장비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옆에 있던 동생 재원이는 덩달아 "나도 그렇게 할거야."라고 한다. 결국 그래서 다섯명이 도원결의를 하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그리하여 예찬이가 타임머신을 완성하는 그날이 오면

여러분들은 <삼국지>를 읽을 때 ,유비,관우,장비 + 예찬,재원을 보게될 것이다.

이상하게 생긴 쇠갑옷을 입은 넷째, 다섯째 동생들과 더불어

중국을 통일한 버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알고 있는 <삼국지연의>는 그 때는 없다.

 

아이들과 노는 것도 지루할 틈이 없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망원동 인공위성>(김형주 감독,2013),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올 여름경에 극장 개봉을

예정 중이라고 한다.

 

망원동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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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1-1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컸군요. ㅎㅎ

그래요. 지루하면 지는 걸로 하죠. ㅎㅎ 건필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 바랍니다. 여울드림.

드팀전 2014-01-16 10:22   좋아요 0 | URL
허...오랜만입니다. 올리자마자 댓글로... 건필은 잘 안되구요. 건강 할려구요.
새해 인사하기 절묘한 시점이네요. 오후 3시쯤 된...새해 첫 날과 음력 설 중반즈음...

이 절묘한 시점에 저 역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재미있는 일 많은 한 해가 되시길

mong 2014-01-1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아이들이 아빠의 귀여움을 따라 잡았군요 :)

드팀전 2014-01-17 05:25   좋아요 0 | URL
^^ 오랜만이지요. 귀여운건 언제나 그대의 몫이 아니셨던가요.ㅎㅎ 지금은 중견(?) 아이 엄마 아니세요? 하도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는 거라서 가물가물 합니다.

가족 모두 2014년 내내 행박하세요. (행복+대박) ㅋㅋㅋ

2014-01-19 0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루하면 지는 거예요. / 문제는 애티튜드다. 이것도 많은 생각 드는 말이네요..

드팀전 2014-01-24 15:40   좋아요 0 | URL
태도가 어떤 길을 만드니까요...중요한 문제같아요
 

<시사인>의 이번 주 특집 기사 중에는 '관변단체퍼주기 논란'이 있다.

'올해 새마을 운동 등 3대 단체에 280억원 퍼줬다'가 타이틀이다. 3대 관변 단체라고 함은 새마을 관련 단체,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 협의회다.

 

 대도시 사는 사람들은 이게 아직도 있나 할 지도 모른다. 대도시 사는 사람들은 금새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도시의 월급쟁이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그런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뭘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나마 기사에도 나왔듯이, 가끔 교차로에 안보 플랫카드 거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역 행사 있을 때 교통정리하는 꼴보수 해병전우회같은 회고적인 친목단체 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실제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같은 인구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광역시도보다 도 단위에서 지원금이 훨씬 많다. 이 관변 단체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때때로 그 때 그 때 저울질하면서 지역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의 위상을 누리고 있다.이들이 하는 일은 일목요연하다. "소외계층 봉사활동을 명목으로 바닥 민심을 다지고, 시민교육의 이름으로 안보 강연"을 한다.

 

시민단체의 활성화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진보의 화두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이 3단체는 그거 나왔을 때 코웃음 치고 있었을 것이다. 진보단체들이 뛰어난 머리로 무언가 기획하고 있을 때, 이 단체들은 자금력과 봉사라면 목숨 거시는 아주머님들의 고무장갑 힘으로 시골과 소외 지역 민심을 녹여 가며 풀뿌리에 물주고 있었다. 아주머니들 중 대다수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중간 리더쯤 되는 사람,그 위의 기획자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이런 단체들의 경우, 봉사 명목으로 자주 시골 가서 어르신 밥도 해드리고, 떡도 해드린다. 1년에 한 두 번 이상이다. 그럼 선거 때 이게 어떻게 먹히느냐? 이 단체의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특정 후보 뒤에서 병풍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아이고 어무이. 지난 번에 한번 왔었지예.마...그 동안 잘 지내셨는교? " 한다. 기사에도 언급했듯이 '관변단체 회원들이 특정 후보의 선거원으로 뛰지는 않는다.' 고 한다.(기자가 피해가려고 쓴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만.) 하지만 분명히 관변 단체와 후보 캠프 사이의 긴밀한 관계들-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식의-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단체가 봉사 활동한다고 돌아다니는 날, 초대 되는 사람은 특정인들이다. 즉 좋은 일 할때 숟가락 하나 얹고 생색내는 자리에 꼭 가고 싶은 것이 정치인들의 속성이다. 그리고 이 단체들은 밥상을 잘 차려 준다. 그 돈은 관변 단체 지원금에서 나온다.

 

 결국 선거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니던가? 이런 단체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는 선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꿀떡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성향이 달라도 정치인들은 이걸 확 없애 버리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다음 선거에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선거 때가 아니면 평생 가야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야당 후보들이나 군소 정당 후보들은 얼굴 트지도 못했는데, 이미 이들은 서너 번 밥 먹고 얼굴 트고 했던 사람들인 셈이다. 야당 후보들이 발품 팔아 뛰면 된다고 하지만, 시골 사람들이 정치인이 와서 모이라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모이는지 아는가? 당장 자기 집에 빨랫비누 하나라도 생겨야 뭐하나 싶어서 얼굴 보이는게 시골 사람들의 정서다. 그리고 그렇게 얼굴 튼 인연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잠시 흔들리기는 해도 결국 "그래도 그만한 사람 없제."라며 한번이라도 마을에 들러준 사람들한테 표가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거운동을 선거기간에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말 다되어 가는데 3대 관변단체들은 각 종 기초단체와 주민센터 등 관과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바닥에 민심을 얻어가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대도시에서 지하철 타고 회사 갔다고 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 정서와 파괴력을 결코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이게 뭔가 하고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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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다. 그것도 무식할 정도로 오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진 적이 없다. 이제 "내 세상이 왔다." 고 어깨를 잔뜩 세우고 아무데서나 허리띠를 풀 만도 하다. <시사인>의 천관율 기자의 분석 처럼 그 동안 약한 적들, 교란 시키기 쉬운 적들 부터 하나 씩 차레로 붕괴 시켰다. 크고 작은 위원회와 단체들 부터, 신문과 방송, 제주나 밀양의 주민 저항들, 전교조, 진보당 등등. 맞서 싸워야 하는 세력들은 어처구니 없는 칼날이 들어 오고 있는데도 여론의 눈치, 자기 당의 입지,이후의 동향 등을 고려하다가 어느 새 손이 잘리고, 발이 잘렸다. '약한 적 부터 고립시키고 괴멸시킨다. 그러면 마지막 강한 적도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를 비판하고, 대선불복 운운하자 새누리당은 제명 운운한다. 그러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파장을 고려하여 당대표가 '입 닥쳐. 누가 마음대로 이야기하라 했어.'라며 오히려 자기 자식 엉덩이를 후려 팬다. '앞으로 허락 받고 말 안하면 가만 안둬' 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앞 집 아줌마에게 사과하기 급급하다.  향후 정국을 풀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종북딱지를 벗기 위한 대단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운 행동' 인것 처럼 행세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퍼토리가 신선함은 별로 없는 100번 째 리허설 같다.막연한 대치 보다는 한번 이빨로 으르렁 대고 자기 자리 돌아가서 다음 쉬는 시간에 손 내미는 게 극적으로 그럴싸 해보이니까.

 

 컴퓨터도 잘 고쳤던 정치인은 국정원 댓글이라는 삼척동자의 눈에도 보이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생색한번 내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아니 어디서 백신 계발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인다. 미묘한 문제이며 여야를 떠나 구 정치계의 더러운 작태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대략 정리 될 쯤 숟가락 얹는 안정되고 건실한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철도 파업 사흘 째 6천명 이상을 직위해제 해버렸다. 강공으로 겁박하고 안되면 공권력으로 두들기면 결국 다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그래봐야 기껏 손 시렵게 천막이나 치고 나앉을테니 할 테면 해보라는 것이다. 무릎 담요는 자비 부담이니 관절염이 오는 건 오로지 너희들이다. 이런 오만함과 소통의 부재, 국민을 졸로 아는 자만심의 결말은 이미 책에 다 나와 있다.  끝이 안좋다.   

 

79년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것, 87년 전두환 정권이 손을 내린 것. 그 끝에는 늘 사건이 있었다. 총격이 있었고, 턱하고 억이 있었고, 길 위에 쓰러짐이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사건들이 두 번 똑같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한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것이 초등학교 국어교과의 목표인데 그것 조차 제대로 안되는 거다. 똑같은 사건은 역사에 하나도 없다. 하지만 사건들은 반복된다. 그것은 모양을 바꾸고,형태를 바꾸고, 효과를 바꾸어 가며 역사 속에 기입되어 흐름을 단절시키고, 유속에 변형을 주고 유유히 모습을 감춘다.  물론 그 사건 하나만으로 역사가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불만과 분노의 에너지는 시간과 일상이라는 비이커 속에서 액체상태로 용해되어 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더불어  임계점을 넘는다. 폭발한다. 아직은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자꾸 그려진다. 그들의 오만함이 불러 일으킨 기시감이다.

 

현재 정권의 오만함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은 무능하던 유능하던 저항세력에 어떤 구심체도 없기 때문이다. 연애소설 쓰던 야당 대표는 누구나 알다시피 관리형 핫바지다. 아무런 세력도 정치적 비전도 없다. 그 사이 야당을 포함해 일련의 저항세력은 정권의 막무가내를 무한도전 가요제 바라보듯 멍 때리고 지켜 보다 팔다리 다 잘렸다. 정치 공동체 내부의 저항의 연대감도 사라져 버렸다. 그냥 크고 작은 분노들은 팝콘 튀듯 여기 저기 튀어 다니고 있다. 가끔 일베를 만나면 그 아이들과 싸우는게 무슨 대단한 일인양 말이다.

 

지금 이런 눌려 버린 압축된 공기를 뚫고 저항의 힘들을  뭉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없다.  그의 운명은 그거였던 것 같다. 나서서 저항하고 연대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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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12-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분노도 한 명 분량만큼 같이 모읍니다.
제 마음을 그대로 적어주신 듯한 글, 감사합니다.

드팀전 2013-12-16 08:59   좋아요 0 | URL
ㅎ 그런가요.
 

영화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하고

 곽경택 감독은

 영화<친구>에서

"쪽팔리다 아이가" 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대사라고 했다.

 

내부에 낙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요즘 늘 내 마음에 울리는 소리가 바로 저거다.

 

이래 저래 쪽팔리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태연한 척 있는 것도 쪽팔리고

자판 두드리면 풀려나오는 생각이랍시고 눌러 찍는 글들도 쪽팔린다.

 

예전만큼 음악을 열심히 듣지도 않고 책도 열심히 읽지 않는다.

그래도 무언가 꾸준함은 있다.

 

네이버 TV의 '온스테이지'는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이고 해보고 싶었던 콘텐츠다.

최근 리스트(오른쪽)에 있는 기타리스트 박윤우를 알게 된 것도 그곳이다.

 

부산에 잉거마리 공연이 있던데 박윤우가 올지 모르겠다. 시간되면 가보고 싶은데

이래 저래 걸림돌이 많다.

 

 

한동안은 차 안에서 피타입을 열심히 듣고 다녔다. 1집 부터 찾아 들었다.

좋은 랩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스타일에는 맞는다.

가사 좋다.

 

 

좋은 악기는 예민한 악기다. 훌륭한 연주자를 만나 그 성능을 최대치로 표현하면 천상의 소리가 나오지만 얼렁뚱땅한 범인을 만나면 그 크고 작은 실수들을 다 드러낸다.

 

뭘 하든  쪽팔리진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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