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블로그 - 역사와의 새로운 접속 21세기에 조선을 블로깅하다
문명식 외 지음, 노대환 감수 / 생각과느낌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10년쯤 전 역사신문이라는 책이 출간됐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신문기사라는 형식을 이용해서 친근감있게 소개하고 역사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6권인가 시리즈로 타블로이드판형이라 정말 신문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인쇄매체에서 인터넷으로 문화가 확장되니 블로그와 까페의 형식으로 우리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은 무릎을 칠만 했다. 누가 감히 이성계, 이방원, 세종대왕, 이순신장군의 이름으로 블로그를 만들고 댓글을 달 생각을 했을까? 조선의 개국부터 정조연간의 중흥기까지 제법 긴 시간을 새로운 형식으로 접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블로그나 까페형식의 역사 설명이 너무 가볍고 주제를 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개국을 통한 과정에서 건국과 중흥의 주체가 되는 사림의 역할, 임진왜란 등 전란의 과정에서 이순신, 광해군 등과 의병들의 활동, 실학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움직임과 계몽군주 정조, 민화와 각종 방면에서 민초들의 모습이 부상하는 모습들을 통해서 조선역사의 큰 줄기들을 잡아가는 모습이지만 자신의 역할을 개론서에 맞춰 그런 것인지 사림/훈구의 투쟁이나 임진란 당시의 당쟁의 모습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가볍게 다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조선 후기 미술의 흐름에서 본좌논쟁의 댓글놀이가 주렁주렁 달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새롭고 창조적인 풍속화에 대한 흐름을 과거의 미술사조와 어떻게 왜 달라지는가 하는 고민보다는 가벼운 풍속화이야기니 이렇게 가볍게 다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자들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주었다. 차라리 임란전 통신사들의 이야기 같은 꼭지를 만들어 당쟁의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방식의 댓글들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괜한 상상도 해본다.

역사를 배우고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과거 조상들의 행적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현실을 어떻게 판단하고 우리의 행위에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무엇을 선택할지 근거로 삼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개개의 역사에 대한 나열보다는 조금은 깊이 있는 심층 탐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블로그들은 가볍고 재미있는 역사를 보여주더라도 까페는 깊이 있는 고민들을 던져주는 방식을 취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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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남는 최고의 스포츠 영화는 <은반위의 기적>이다. 1980년 미국의 레이크플레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강의 소련대표팀을 프로선수들이 빠진 아마추어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약체 미국팀이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다. 간혹 명절에 한번씩 TV에서 볼 수 있는데 <록키>시리즈처럼 영웅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 배우 한명 떠오르지 않는 다큐먼터리 영화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스포츠는 살아 있다."라는 광고 카피가 먹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동안 여유가 없어 300만 이상의 관객이 봤다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볼 기회가 없었다. 독서와 영화감상과 더불어 즐기는 게 스포츠 중계를 보는 건데-난 이렇게 보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나 보다.- 그 스포츠를 다룬 영화에다 감독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임순례감독이라고 해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세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흥행보다는 감독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여성감독이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여성스포츠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니 호기심이 컸다. 그렇다고 톰 행크스, 지나 데이비스, 마돈나가 출연해서 볼거리라도 많았던 <그들만의 리그>도 아니고 주연급이 배우들이 특별히 눈길을 끌만하지도 않았다.

영화는 시종일관 조금씩 엉성한 모습이었다. 인물들은 전형적이었고, 각 등장인물간의 갈등이 극의 내용에 녹아들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고, 극의 주인공 미숙(문소리 분)이 결승전을 앞두고 귀국하려다 공항에서 병상에 누워있는 의식불명의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도 왜 있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뿐 아니라 엉성한 경기장면은 박진감을 주기에 너무도 부족했다. 하다 못해 스포츠 뉴스나 중계에서도 슬로비디오를 통해 경기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높이는데 이런 스킬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흘려 보내다니...가끔씩 경기장에서 보는게 TV중계보다 재미없을 때가 있는데-경기장에서 먼 위치의 관중석에 앉아서 누가 뛰는지도,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가끔은 있다.- 관중석도 80년대 드라마에서나 보던 스포츠 경기 장면 같고, 스포츠영화라면서 이렇게 경기장면에 불성실하기는 <공포의 외인구단>을 봤던 때가 떠오른다.

그럼 감독이 이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려고 한 이야기가 무엇일까? 핸드볼에 별관심도 없는 수많은 관객들이-영화의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핸드볼 큰잔치의 개막전에 몇백명 안되는 관객만 참석했었단 기사를 봤다.- 이영화를 보고 나름의 감동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실화가 주는 무언가 일 것이다. 난 2004년 올림픽 당시 해외 출장 중이라 이경기를 본 기억이 없다. 집사람은 영화를 보고 나오며 당시의 편파판정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선수들을 응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실제 불과 얼마전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투혼을 통해 받았던 감동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였다. 아직도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을 따는 효자종목이라고 하지만 선수들이 뛸 팀도 몇 없고, 첫 경기장면처럼 경기장엔 관중도 몇 없는 핸드볼이라는 종목이다. 수억씩 연봉을 받는 프로 야구 축구선수들이 거짓으로 병역을 기피할 때 군팀에서라도 선수생명을 연장할 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는 많은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처럼 지금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도 뉴스에 등장하는 큰사건, 사고가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속에서 품고 살아가는 자신들만의 어려움을 잊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우정과 아줌마들의 힘을 보여줬다. 세상에 있는 세가지의 성이 남성, 여성, 아줌마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은 몰상식하고 억척스러운 생활력만 강조돼 왔다. 그런 아줌마들의 힘은 <개같은 날의 오후>에서 한번 다뤄졌을 뿐 영화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맨날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류의 내용만 다뤄지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델마와 루이스>처럼 세련빨 날리는 얘기는 아니지만 엄마로, 아내로, 여성으로의 모습을 다룬 영화였기에 이런 성과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영화가 대박을 터트려 얼마전 일본에서 벌어진 올림픽예선 재경기에 <우생순>이란 이름을 붙인 응원 관광상품이 나오고 어떤 지자체에서는 영화의 실존 인물을 감독으로 스카웃해 팀을 만든다는 얘기가 뉴스로 나왔다. 제발 1회성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비인기 종목임에도 꿋꿋하게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그리고 그들처럼 별볼일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이 답답한 서민들에게 3류 신파같은 희망이라도 꿈꾸며 살 수 있는 일들이 현실에서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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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06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이 영화를 못봤습니다. 다분히 작위적인 설정일것이다 라는 건 감을 잡았었어요. 그리고 저의 경우 스포츠영화는 다 고만고만한 매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그래도 최근작을 뽑으라면 전 쿨러닝이였어요. 자메이카의 봅슬레이팀...웃기는 설정이죠. 그리고 그들이 우승을 안했기에 더더욱 감동으로 왔을지도 모르겠고요..더 재미있는 사실은..우리나라에도 쿨러닝과 똑같은 실제 스토리가 존재해요. 미국에서 폐기처분하다시피한 봅슬레이를 임대하여 꽤 높은 성적을 올렸죠..^^

antitheme 2008-02-0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님께서 말씀하신 봅슬레이팀은 얼마전 뉴스에서 봤던 것 같네요. 이영화 그래도 전체관람가라 온가족이 같이 극장나들이 해서 보기에는 괜찮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영화로 봐서 부족한 면이 많은 작품인데도 300만 이상이 봤다면 뭔가 매력이 있겠죠. 단순히 사이더스의 힘으로만 치부하기엔 이유가 부족할 듯 해서요.

마노아 2008-02-0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영화보면서 무척 엉성해서 전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보다 감상평은 별로였는데, 그럼에도 짠한 느낌이 있었어요. 3류신파같은 희망이라도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길 바라면서 행복한 설 연휴를 기원해요~

2008-02-11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titheme 2008-02-1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설연휴 잘 보내셨죠? 16일에 뵙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속삭인님 //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마노아 2008-02-11 23:24   좋아요 0 | URL
와,이번엔 오시는 거야요? 저도 참석해요. 너무 반가워요^^
 

양력 연말연시는 암울한 프로젝트에 휘둘려 크리스마스나 신정에만은 제발 출근안했으면 하는 심정으로 보냈었는데 그놈의 지겹고 지치게 만들던 프로젝트가 일단 종료됐다. 물론 그프로젝트와 완전히 모든 관계를 청산할 순 없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해제 발령도 났고 인수인계를 했으니 설연휴가 끝나면 짐만 정리하면 끝.

부서를 옮기자마자 받은 일이 다들 안하려고 피하던 프로젝트라-누구는 그 프로젝트에 발령내면 퇴사하겠다는 강수를 둬서 빠져나갔다는 전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그나마 이렇게 버틴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암튼 이제 하나의 일이 끝났다. 물론 다음 프로젝트가 바로 기다리고 있어 어제 중국비자도 신청하고, 비자를 신청할랬더니 여권도 만료가 얼마 안남아서 여권도 다시 신청했다. 이제부터는 보따리 메고 중국을 떠돌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던 클라이언트와는 얼굴을 맞댈 일도 없고 납기에 쫓겨 난리를 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음력 연말연시는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 대화도 하고 이것저것 밀렸던 일들을 같이 할 계획이다. 영화도 보고 휴가를 내서 부산에도 다녀올 계획이다.

그리고 이제 알라딘에도 자주 들러서 알라디너분들의 좋은 글들로 심신수양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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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0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그 사람 잡는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나셨군요.^^

antitheme 2008-02-02 09:56   좋아요 0 | URL
메피님 감사합니다. 이제 자주 뵐 수 있을 것 같네요.

웽스북스 2008-02-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젝트 하나에 정신 뺏기고 나면 정말 사람 혼이 쏙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죠=
고생하셨습니다 ^-^ 이제 푸욱 쉬세요

마노아 2008-02-0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쫑내신 것 축하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중국엔 여행 가시는 거야요? 아무튼 이젠 자주 볼 수 있게 되어 기뻐요^^

무스탕 2008-02-0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게 연말연시를 보내셨군요.. 잘 마무리 된거죠? :)
이제 설도 즐겁게 보내시고 이곳에서도 자주 뵈어요 ^^*

antitheme 2008-02-0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이번 주는 내내 아무 생각없이 푹 쉴 예정입니다.
마노아님 // 중국엔 당근 일하러 가는거죠.. 거기 프로젝트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무스탕님 // 님도 설 잘 보내세요.
 
뉴욕 다이어리 - 뉴욕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
제환정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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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라? 예전에 이도시를 떠올리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마천루들이 이루는 스카이라인, 자유의 여신상, 유엔본부,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의 상징과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며 스타벅스와 센트럴파크, 다이하드와 911로 상징되는 문화와 환경 그리고 미국의 상징임으로 인해 빚어지는 미국을 반대하는 이들의 표적의 모습이었다. 거기에 최근에는 <sex and the city>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꼭 가보고 뉴요커들의 문화를 누려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커다란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작가는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의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뉴욕에서 사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모든 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도시를 소개한다. 화려함과 판타지로 상징되는 도시의 뒷편에서 발견되는 추함과 오래된 도시의 불편함,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살기위해선 엄청난 수입이 뒷받침 돼야하는 현실들을 소개하며 낭만과 판타지가 아닌 살아있는 뉴욕과 뉴요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책장을 한장씩 넘겨가며 받은 느낌은 살아있고 삶이 녹아있는 도시의 모습을 담았다기보다는 표지의 사진에 나오는 노천 카페가 내게 주는 느낌처럼 생겨하고 정물화 같이 정형화된 도시의 외면만 훑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삶이 뉴욕이란 도시와 어떻 상호작용을 하며 생활의 장으로써 뉴욕의 모습이 아니라 여행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다른 가이드들이 얘기해주지 않는 뉴욕의 비밀 수준으로 도시의 볼거리들을 설명하는 느끼이랄까? 판타지와 일상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판타지는 존재하지만 그 일상이란게 작가의 숨결은 느껴지지 않는 세계 풍물기행에서 소개되는 수준의 일상이 아니었나 싶은 느낌이다.

물론 뉴욕은 커녕 미국 본토에 발조차 디뎌본 적이 없는 촌놈의 질시어린 표현일 수 있고, 가보기보다 앞으로 가볼 가능성도 극히 드문 나같은 독자에겐 상세히 그곳의 사는 사람들의 깊은 곳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상식선에서 뉴욕이란 도시를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는게 어디가서 뉴욕이 소재가 되는 대화의 기회에 한마디라도 더 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왠지 앙꼬가 빠진 찐빵 맛이 나듯 싱거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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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금메달리스트에게 Art of Mentoring 5
나디아 코마네치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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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이름으로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해다. 그해 올림픽에서 최고의 스타는 체조의 요정 코마네치였다. 요즘처럼 MLB, NBA, EPL같은 해외의 스포츠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국의 스포츠 스타를 접하고 알기는 힘들었지만, 그녀의 묘기같은 연기를 접할 기회는 비록 적었지만 코마네치라는 이름만은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었다.
루마니아라는 동유럽에서도 가난하고 작은 나라를 단번에 체조 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했고 세계로부터 요정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녀였지만 그삶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유럽선수권을 3연패하고 올림픽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땄지만 오로지 그녀를 선전의 도구로만 이용하려 한 나라와 자신의 암담한 미래 속에서 조국을 떠나 망명길에 올랐다. 정치적 망명을 선택한 그녀를 반가이 맞아준 미국에서의 생활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망명을 도왔던 이의 평판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적응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끝내 그곳에서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새로운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장에서 그녀는 자신이 운이 좋았음을 얘기한다. 몇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난하고 어려운 루마니아의 환경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보살핌으로 세계 최고의 체조선수로 누릴 수 있는 것을 다 누리고 목숨을 건 망명길에서도 무사히 원하는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 또 더 큰 꿈을 가지고 미래에 도전할 이들에게 전해주는 10가지 삶의 원칙도 얘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것이다. 코마네치는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그과정을 즐기고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며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여 성취하는 과정을 즐겼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일 순 없다는 말처럼 그에게 훌륭한 코치들이 있었고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운이 좋았다 하더라도 그녀가 그과정을 즐기지 않았다면 20세기를 빛낸 최고의 여자선수 코마네치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군대 훈련소에 들어가면 누구나 듣는 말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하지만 훈련소에서나 싫어서 억지로 하는 일들을 즐기는 척해서 무언가 성과를 이룰 수는 없다. 어떤 일을 하건 자신이 해서 즐길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일을 하는 과정이 즐겁다면 상상할 수 없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즐거운 일만을 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 그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운을 떠나 복받은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즐길 수만 있다면 '불가능,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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