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서너번의 인도출장을 오가며 그닥 좋은 경험을 하지 못했기에 인도는 기피대상이었고 그유명한 발리우드 영화들도 그닥 내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다 본 <세얼간이>도 난 안 봤으니.

그런데 주말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 IPTV에서 가족들이 같이 볼만한 전체관람가 영화를 찾다 선택한 영화-물론 내가 선택한 건 아니다.-가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다. 2007년에 제작됐지만 그동안 소개되지 않다 <세얼간이>의 성공 덕분인지 올해에서야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다.

 

공부는 안하고 장나만 치고, 주의산만한 문제 학생의 모든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이샨. 간단한 계산도 못하고 글씨를 읽으려면 글자가 춤을 춘다고 하는 아이다. 고작 여덟살짜리 꼬마가 유급을 하고 3학년을 두번이나 다니면서도 다시 유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의 의지로 가족을 떠나 기숙학교로 가나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한다.

질서와 복종을 강요하며 개인의 감성보다는 정해진 답만을 익혀서 세상에서 성공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려는 학교의 모습에 글씨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이샨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골치덩이였고, 그속에서 이샨은 점점 더 아파만 간다.

그와중에 임시로 미술을 맡은 특수학교 교사 출신인 람 니쿰브 선생님과 만나며 이샨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한다.-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영화를 보세요.-


인도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중 음악과 춤이 버무려지는 장면들이나, 도대체 난 몇번씩이나 인도 출장가서 본 적이 없는 깨끗한 도로의 모습들, 군데군데 나타나는 옥의 티들로 영화의 완성도에서는 떨어질 수 있지만 이샨을 위해 고민하는 니쿰보 선생님과 가족들의 모습에서 2시간 40분이 넘는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주면 훌륭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이 경쟁에 휘둘리고, 어른들이 이해해 주지 않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수가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을지 알 수 없다.


마지막 사생대회에서 니쿰보 선생님이 그린 이샨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그린 초상화처럼-지상의 별처럼 웃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환하게 웃게 해주는 게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영화의 감독이자 니쿰보 선생님역을 맡은 아미르 칸이 <세얼간이>에서도 주연을 했다는 얘길 듣고 그 영화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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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니 아침에 해뜨는 시간이 늦어졌다.


예전이면 환할 시간인데도 밖은 깜깜하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핸드폰의 알람을 맞춰둔 시간이 어둡고 추워지니 아무리 알람이 울어도 5분만 더, 10분만 더 하며 이불 속에서 뭉개며 아침의 단잠을 부여잡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해야지 하는 결심도 그시간에만큼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버리고 잠시 더 자는 것과 모든 것을 바꾸고 싶어진다. 해떠 있는 시간에 일하고 해지는 시간에 자는 단순한 생활의 생체 시계를 거역하고 사는 때문인지 새벽잠을 향한 욕구는 점점 더 커진다.


여름에는 알람보다도 먼저 몸이 반응해서 움직이고 겨울엔 자연의 시계에 몸이 순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 하며 위안을 삼는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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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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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항상 불안과 함께 살아왔다.

남들과 비교하면 그들보다 못해서, 부족해서 불안을 느끼고 가진자들은 그것을 잃어버릴까 불안을 느낀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마저도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고 자신의 무덤을 남들이 알지 못하게 했던 것도 불안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보통은 특별한 작가다.

누구나 알고 느끼는 일상에서 무엇인가 뽑아내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자료들로 평범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개념과 행위에 그동안 발견해내지 못했던 의미들을 부여한다.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그의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 그러한 신선한 충격과 느낌이 조금씩 퇴색해가는 느낌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느꼈던 감동이 <여행의 기술>, <불안>을 거치며 그래서 어떡하라고? 하는 질문을 던지면 내가 모자란 놈이라는 증거가 되나?


물론 책장을 넘기며 나오는 수많은 인용글과 관련 서적을 보며 "그렇게 읽지 못한 나는 뭐 했을까?", "나도 이런 책들 꼭 읽어 봐야지." 하는 부러움이 시기와 질투로 변해서, 난 그런 경지까지 도달할 수 없다는 절망에서 나오는 감정일 수도 있다. 자칫 현학적인 문투로만 보여질 수도 있지만 감성적으로 느끼기보다 이성적으로만 접근해야 좀 더 보통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나 하는 질문도 던져본다.


처음엔 내취향으로 느꼈는데 내수준이 그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그를 폄하하는 느낌으로 가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 글쟁이 중에 이런 작가도 있어야 내독서의 다양성도 확보될 수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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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집뒤에 있는 산엘 간다.

해발 158.5m라 나즈막한 동산이지만 한바퀴를 다 돌려면 2시간정도 소요돼서 운동하는데는 딱이다. 중간에 약수터도 있고 중간쯤에 신갈저수지의 풍경도 볼 수 있어 혼자 가거나 가족과 함께 가거나 좋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

그런데 이산이 경희대 국제캠퍼스를 끼고 있는데 가끔식 산에서 경희대 운동부 학생들과 마주치곤 한다. 축구, 농구, 태권도 등 그들이 입고 있는 운동복을 보며 어느 종목인지를 유추하는데 태권도 등 체급경기를 하는 학생들의 경우 한여름에도 두꺼운 겉옷을 입고 산을 뛰는 모습과 만난다.

그냥 걸어도 땀을 삐찔삐질 흘리는 시기에도 두터운 겉옷에 모자까지 쓰고 산을 뛰는 그/그녀들을 보면 정말 힘들게 운동하는구나 하고 애틋한 마음도 생기지만 한편으론 젊은 시절에 저렇게 흘린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고 나이 먹었을 때 그사람이 살아가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게 땀을 흘렸다고 100% 성공하는 삶이라고 남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목표로 삼았던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이를 먹고 그시절을 되돌아 봤을 때 힘들고 어려웟던 그시절이, 그때 흘렸던 땀방울이 결코 무의미하진 않게 되었으면 하고 그/그녀들의 미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학을 졸업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고 그때 했던 일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일들을 하며 살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무언가 남들보다 열심히 했던 일이 있었고 그때 흘린 눈물과 땀방울이 비록 남들보다 특별나게 자랑하며 생활하는 수준은 못되더라도 내인생을 살아오며 앞으로 살아가며 귀한 자양분이 된다는 걸 다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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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차를 타고 가다 와이퍼를 작동시키는데 문득 오버 더 레인보우 의 초반 장면이 생각났다.

오즈의 마법사와는 관련없는 첫사랑 얘기지만 잊고 지냈던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들. 아마 근래 개봉한 <건축학 개론>과 같은 과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주연배우 장진영을 다시 볼 수 있어 더 애틋한 영화. 다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추억들은 무지개 저편에서 아름다운 빛깔로 남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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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7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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