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약간 함유.

  기분전환을 위해 영화를 보러 집을 나섰다. 최근 개봉하고 있는 영화들, 참 보고 싶은거 많다. 원래 <킹콩>은 안보려했으나 사람들이 워낙 재밌고 감동적이라 하여 보고싶었고, <왕의 남자>는 본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였지만 그냥 보고 싶었고, <태풍>역시 사람들이 영 아니라고 했지만 갠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장동건을 보기 위해 보고 싶었고, <작업의 정석>과 <광식이 동생 광태> 같은 류의 선수영화(?)들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그 코믹함을 위해, <싸움의 기술>은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한 그 아저씨 때문에 보고 싶다. <브로큰 플라워>와 <용서받지 못한 자>는 이 영화들을 굳이 힘들여가며 봤다는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보고 싶어졌고, 마지막으로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파랑주의보>는 내 이상형인 송혜교가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영화들을 보고 싶었음에도 내가 굳이 <나니아 연대기>를 본 것은, 그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가 이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니아 연대기>도 보고싶었으니 선택에 별 후회는 없으며, 보고나선 매우 큰 만족감을 느꼈다. 아마도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딱 찍어놓고 오는 이들이 아니라면 그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택하리라. 하지만 저 영화는 러닝타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늦게 끝났고, 지하철 끊기기 전에 재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을 포함하여 이만큼 온갖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들어가고, 가공되어 나온 스케일 큰 영화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위해서 세 개의 특수효과 회사와 3000명의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 카메라로 찍은 부분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사람으로 나오는 등장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CG 처리가 아닐까하는 의문도 가져봤다. 정말 그럴거 같다. 또한 이 영화속 장면들을 찍기 위해 뉴질랜드, 캐나다, 아르헨티나, 칠레, 폴란드, 헝가리, 체코, 호주 등 전 세계를 오갔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이후로 이제 이런 노력들은 별반 놀랍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장비를 가지고, 그 길을 오가며 촬영을 했다고 생각하니, 노력 꽤나 했구나 하는 생각이다.



* 루시가 우연히 열어본 신비의 옷장.



* 하얀마녀의 성에 돌로 변해있는 죄인들(?) 그리고 저기 중간에 형제들을 배신하고 왕이 되려했다 온갖 곤혹을 치룬 꼬마아이 에드먼드.

  <나니아 연대기> 이번 작품명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다. 아 요것들이 나오는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마녀는 하얀마녀, 옷장은 루시가 교수댁에서 몰래 들어간 옷장, 그렇담 사자는 언제 나오는거지? 하고 기대하며 봤는데 흠. 나의 상상력과 예지력이 짧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의외의 곳에서 출현했다. 하얀마녀에 대항해서 싸우는 아슬란이 바로 사자였다. 난 <반지의 제왕>만 생각하고 수염 덮수룩히 기른 하얀 가운을 걸친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장막을 걷고 나오리라 기대했지만, 아니 이게 웬걸. 장막을 걷고 나오는 것은 사자 한마리였다. 모든 신하들이 무릎을 굽혀 절을 하는 왕이 사자라니. 하긴 신하들도 모두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긴 했다. 반인반마인 미노타우로스만 빼고는. 나니아 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예언이 있었으니, 이브의 두 딸과 아담의 두 아들이 나니아 왕국의 왕이 된다는 설. 이전까지 하얀마녀가 지배해오던 나니아는 엉뚱하게 옷장을 통해 들어온 평범한 인간세계의 두 남자아이와 두 여자아이에 의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 내가 바로 아슬란이다. 몸집은 엄청 크다. 힘도 좋다. 지혜롭고 인자하다.



* 하얀마녀. 정말 냉정하게 생겼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마음씨와 목소리.

  <나니아 연대기>는 2006년 겨울 그 1편이 개봉되었으며, 앞으로 매년 겨울에 한편씩, 총 5편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지의 제왕>을 능가한다. <반지의 제왕> 원작자 돌킨조차도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를 시기했다고 한다. 사실 돌킨이나 루이스나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나 영화화 되지 않았다면 난 이것들을 몰랐을 것이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나니아 연대기>도 책이 나왔지만 그 책의 방대한 분량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별로 사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으나 이 영화를 본 뒤 반드시 보고 싶어졌다. 아마도 다음번에 인터넷 주문을 할 때 이 책이 우선순위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139분(2시간 19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매 장면 하나하나 전환될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게 된다. 만약 책을 먼저 보고 봤다면 또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을 알고 본다면 지금만큼의 놀라움과 기대감은 없었겠지. 하지만 책을 먼저 봤다면 책에서 본 이미지와 영상을 어떻게 실현해놨을까 확인해보는 즐거움을 누렸을지도 모르겠다. 139분은 매우 금방 지나갔고 생각지도 않게 재밌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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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6-01-0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스탄틴'에서는 천사 가브리엘로 나왔던 틸다 스윈튼이 요번엔 하얀 마녀로 나오네요? 암튼 묘한 여자야...

마늘빵 2006-01-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여자군요.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와 배우들 이름과 얼굴을 알고 계시네요. 저 여자 참 냉정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깐따삐야 2006-01-0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틸다 스윈튼이란 배우, '영 아담'에도 이완 맥그리거랑 같이 나오거든요. 그 때는 또 아주 온몸으로 열정을 불사르는 여자로 나와요. 불 같기도 하고 얼음 같기도 하고... 묘한 여배우에요.

미네르바 2006-01-04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이번 주에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보기로 했답니다. 님이 재미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고 무척 기분이 좋아요. 책은 이번에 읽게 되었어요.(마침 오늘 리뷰까지 올렸는데..^^)예전부터 읽어야지 하고 맘만 먹었다가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읽게 되었지요. 저는 기독교인이라 책도 무척 좋았답니다. 139분이 금방 갔다니... 더욱 기대되어요. 그래서 추천까지..^^

플레져 2006-01-0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저도 망설이고 있었는데, 저 옷장 스틸컷을 보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치솟네요. 저도 미네르바님 따라 추천 ^^

마늘빵 2006-01-0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그 두꺼운 책을 벌써 다 보셨나봐요. 전 책 나온거 얼마전에 알았는데 가봤더니 벌써 리뷰가 수십개나 올라와있더라구요. 세일즈 포인트도 꽤 높고. 그 두꺼운 책들을 어떻게 볼 생각들을 했는지 몰라요. 애들도 영화 좋아할거에요. 정말 재밌어요. 깜짝 놀래는 장면도 두세군데 나와요. 저도 책을 빨리 구입해봐야겠습니다. 지금 사놓은거 좀 다 읽고.
플레져님 / 신비의 옷장이에요. 2차 대전 당시의 현실세계에서 나니아 왕국으로 넘어가는 저 장면 참 신비로웠어요. 꼭 보세요. 재밌을거에요.

chika 2006-01-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전 피곤해서 재미없었을까요? 조..졸면서 봤답니다.
같이 본 녀석도 책 안읽었는데도 내용전개가 너무 빤히 보여 재미없어했거든요.
음... 책보다 상상력이 좀 많이 모자란듯해서 별로였어요. 3편쯤부터는 재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chika 2006-01-0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젤 맘에 안들었던 건, '나, 가짜로 만든 눈이야'라고 광고하는 듯한 눈. 스트로폴 뿌려놓은 것 같아서 실망이었어요! ㅡ.ㅡ

마늘빵 2006-01-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치카님 그런가요? 흠. 난 집에서 낮잠 자고 나가서 괜찮았나. 책을 아직 안보고 봐서 재밌었는지도 몰라요. 책을 먼저 보면 내용을 다 아니깐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 아니까요. 매년 겨울 이거 다 챙겨보려고 합니다. 책도 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06-01-0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먼저 읽고 있어요 ^^

진도가 휙휙 안나가서 걱정입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