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하지원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극장에서 돈주고 보기는 아까웠고 그래서 그냥 지나쳤던 영화 중 하나다. 제목과 포스터에서 풍기는 유치찬란함. 귀여니 소설 원작의 <늑대의 유혹>이나 <그놈은 멋있었다>에서는 그래도 뭔가 아른함 이란 것이 포스터에서 풍겨졌으나 <내 사랑 싸가지>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얼마전 내가 봤던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도! 하지원이라는데 한번 믿고 보자 는 마음으로 케이블에 해주길래 봤다.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아주 유치찬란뽕짝 까지는 아니었으니. 싸가지 없는 명문대 법학과 형준과 공부에는 전혀 소질도 관심도 없는 여고생 하영. 사귄지 백일 되는 날 연하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돌아오는 하영 길가에서 찌그러진 캔을 발로찬다. 쓩 하고 날아간 깡통은 랙서스 430(?) 을 탄 형준의 얼굴을 가격! 차는 동네 담에 들이받았다. 열받을대로 받은 형준. 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하영이를 부른다.

 "내 얼굴은 그렇다치고 저 차 저 차 어떻게 할건대??!!!"

 "돈도 많게 생겼는데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요?"
 "우리집 졸라리 가난한데..."
 "저는 진짜 가난한 고 3 학생일 뿐이에요"

 "그래? 그럼 몸으로 떼워야지"
 
 300만원을 물어내라는 형준이의 요구를 100일간 노예로 지낸다는 계약으로 대신한 하영. 둘 간에는 노예계약이 성립됐다. 짐 들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형준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앉은 하영이. 처음엔 이 싸가지가 짜증이 났으나 나중에는 정이 들었는지 점점 좋아진다. 형준이 역시 마찬가지.

 
 잘생기고 멋진 돈 많은 명문대생 형준이 이쁘고 공부 못하는 여고생 하영을 노예로 삼아 100일간 지낸다 라는 기본설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이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로 성적인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설정 자체가 일단 성적이다. 흔히 변태적 쾌락을 즐기는 어른들 사이에서 노예팅이니 노예계약이니 하면서 은밀한 곳에서 거래가 성립되는데 그것의 기본적인 사항을 본따 만들어낸 영화다.

 감독은 이런 기본설정에서의 위험스런 부분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형준이라는 대학생이 여자에는 애초 관심이 없는 인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여자를 밝히고 순진한 여고생을 어떻게 해보려 했다면 영화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을 것.

 김재원과 하지원이 연기를 잘해줘서 그렇지 안그랬다면 <여고생 시집가기>와 같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럭저럭 보고 후회는 하지 않을 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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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7-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님의 넓은 포용력....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테니스 멤버들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치는데 판정 가지고 싸우더니 그담부터 막 치더군요. 분위기 겁나게 험악해지고... 으아...

이잘코군 2005-07-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별로 포용한 건 없는데요....

세실 2005-07-2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봤답니다. 하지원 귀엽잖아요~~~

릴케 현상 2005-07-2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명절날 보는 건 다 재밌나 봐요

이잘코군 2005-07-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저도 하지원 귀염떠는거 보는 맛에 봤답니다.
산책님 / ^^ 명절날 다 같이 보는건 뭐래도 재밌죠. 머털도사 열번은 본것두.

놀자 2005-07-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지원땜에 본 영화~
근데 마지막에 성적이 바닥을 기던 하지원이
몇달만에 명문대에 갔다는 설정 대략 황당 했어요~ (그녀는 천재였나???ㅋㅋ)

이잘코군 2005-07-2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영화가 다 그렇죠. ㅋㅋ 맨날 바닥을 기던 애들이 항상 결과에 보면 명문대에 들어가 있어요. ㅡㅡ; 공부가 그렇게 금방 되는건 아닌데... 어쩜 꼴찌도 하면 명문대 갈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거 같기도 하지만, 단기간만 열심히 해도 된다 라는 안일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황당한 결말.
 


 

   안데르센의 '빨간구두'라는 동화를 모티브삼아 만들었다고 알려진 영화 <분홍신>은 딱 기대한 만큼만 내가 만족감을 주었다. 애초 <분홍신>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냥 볼만한 영화 정도로 치부했기에 이 영화에 실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어온지라.

 사실 난 안데르센의 '빨간구두'라는 동화를 읽어보지 못했다. 유명한 동화인 듯 하고, '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  '성냥팔이소녀''벌거숭이 임금님'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동화를 쓴 작가의 작품인데도 이상하게 난 '빨간구두' 를 접하지 못했다. 동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장면묘사와 내용 때문이었을까.

 동화를 읽어보지 않았으나 동화에 대해 대략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카렌이라는 어린여자아이가 빨간구두를 신고서 춤을 추게 되는데 춤을 멈출 수가 없자 지나가던 나무꾼이 도끼로 발을 잘라버렸다는 이야기 정도. 혹자는 이것이 너무 화려한 인생을 살려고 하는 여자아이에게 하느님이 벌을 줬다는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을 하기도 한다. 자살을 한 아이의 장례식에서조차 춤을 추고 있는 발. 그녀의 발은 시체가 썩어문드러지기까지 춤을 추었다고 한다.

 영화 <분홍신>에서 엄마와 딸은 엄마가 길에서 주워온 분홍신을 가지고 뺏고 뺏기는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이 둘 사이에 신발싸움에 잠깐 끼었던 선재의 후배는 신을 신고 걸어가다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웨딩샵 진열장으로 뛰어들어 죽게된다. 발은 잘린 채로. 그러나 신발은 사라졌다.

 신을 주운자는 멀쩡하고 뺏은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때는 일제시대. 분홍신을 신고서 춤을 추고 있는 여배우가 있었고,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다른 한 여자 역지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고, 분홍신을 신은 여배우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그녀를 살해하고 시체를 땅에 묻고 분홍신을 빼앗아 춤을 추고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공연이 끝나고 여자와 남자는 한데 묶여 죽게 된다. 여자의 발에서 분홍신은 벗겨진채로.

 분홍신의 저주. 버려도 절대 버려지지 않는 제발도 다시 찾아와 품에 안겨버리는 저주 받은 분홍신을 어찌 해야 할 것인가.

 영화의 내용은 사실 별거 없다. 저주 받은 분홍신을 뺏고 뺏기는 쟁탈전과 간혹 보여주는 공포심이 전부. 영화의 매력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김혜수가 아니면 이 영화는 또다른 색깔을 지녔을 것이다.

 김혜수는 이전에 <쓰리>라는 영화에서 그리고 <얼굴없는 미녀>를 통해서 이전에 그녀가 참여했던 다른 영화들, 이나 <신라의 달밤> <미스터 콘돔> <닥터 봉>과 같은 영화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상업적으로는 모두 실패했다고 하지만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아예 이런류의 공포물로 자리매김하기로 마음 먹었나보다. 또 잘 어울리기도 한다. 시나리오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배우의 표정연기나 히스테리, 싸이코적인 연기에서 뿜어내는 공포심은 그녀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이중인격을 왔다갔다 하는 그녀의 연기는 정말 미친거 같았다. 그럭저럭 전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되는 영화이다. 하지만 함부로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영화일지 모르지만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 그런데 궁금한 거 하나...



이건 뭘까? 분홍신이라는 제목이 쓰여져있는데....? 안데르센 동화 '빨간구두'를 영어로 옮겨놓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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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2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 슈즈를 분홍신이라고 써놓은 이유가 뭘까요?

이잘코군 2005-07-2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냥 빨간신발 하면 될걸가지구. 왜 하필 분홍색이지...
 


 

 

 

 

  차라리 다른 영화를 볼껄. 괜시리 막 시작하는 이 영화를 봤다가 기왕 본김에 끝까지 다 보고 다른 영화를 볼 기회를 놓쳐버렸다. 보던 <황산벌>이나 볼껄.

 왜 그랬을까. 난 영화 <툼레이더>를 <디아블로>로 착각했다. 사실 둘다 게임이름이니깐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말야. 그래서 영화가 시작하고나서 한참 진행되기까지 난 화면속에서 안젤리나 졸리를 찾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안나오지. 쩝. 이미 깨우쳤을 땐 영화가 많이 진행된 다음이었다. 이런 둔한 놈.

 <툼레이더>는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이고 졸리 덕분인지 모르지만 꽤 상업적인 성공도 거뒀지만, <디아블로>는 게임이름이긴 하지만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냥 스페인어로 '악마'를 의미하는 단어 '디아블로'를 사용한 것 뿐이었다.





 * 위에선 게임 디아블로의 표지. 밑에건 영화 디아블로의 포스터.


 주연은 반 디젤이라고 하는 근육질 맨. 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난 그 영화 안봐서 모른다. 약간은 고릴라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우리나라 MC몽을 떠올리는 얼굴상을 가진 반 디젤은 영화속에서 마약전담반 형사다. 마약 거물을 7년간 쫓아 붙잡은 뒤 감옥에 넣었는데, 이런 누군가가 나의 아내를 살해했다. 그 역시 총에 맞았지만 오랜 시간 지난 뒤에 깨어났다 그 때는 이미 아내의 장례식이 다 끝난 뒤.

 분노에 찬 그는 15살때부터 사랑했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려하지만 그가 범인이라 생각했던 그 마약거물상 루체로는 범인이 아니란다. 스스로가. 그러면서 그가 말하길.

 "혼돈의 시대에는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그는 악마인 디아블로 이니 너도 괴물이 되어 그를 쫓아야 한다"(정확한 대사 아님)

 반 디젤(영화속 션)은 마약거래상 맨 밑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디아블로를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찾아냈지만 그는 그가 잡아들였던 루체로 였다. 이런.

 영화는 매우 싱겁다. 그다지 볼만한 액션도 없고, 심리전도 없으며, 추리할만한 요소도 없고, 스릴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밋밋한 맹탕에 반 디젤이라는 근육질 사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찍은 영화일 뿐이었다. 속았다. 어이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싶어 유명한 영화인가 생각되어 봤는데 아닌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 포스터조차도 찾기 힘들다. 얼마나 실패했으면.

 보는 내내 덥고 짜증나고 답답했던 인내심을 요했던 액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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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7-21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리플 X는 재밌었는데......ㅡ.ㅡ;;;

이잘코군 2005-07-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제가 그런류의 영화들을 별로 안좋아한답니다. 사실 저도 보진 않았어요. ^^

이잘코군 2005-07-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엑스맨이 아니구 트리플엑스군요. 흠... 제목을 착각한거 같아요.
 



 

 

  전쟁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영화 정말 감동이다. 화면에서 눈을 못떼게 만든다. 얼핏 보면 지금까지의 다른 전쟁영화들, 그중에서도 특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다를바 없는 전쟁씬을 보여주는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미국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그런 억지 전쟁영화와는 딴판이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제 2차 세계대전. 1942년경 독일군은 소련의 스탈린그라드를 포위하고 집중 포격을 퍼붓는다. 스탈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스탈린그라드를 빼앗음으로써 심리적인 타격을 주려는 셈. 하지만 이에 대한 소련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에너미 엣 더 게이트>는 제 2 차 세계대전의 이와 같은 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 지식에 거의 아는 바 없는 나로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지식의 짧음을 느끼는 순간.

 독일군의 도심지 공격에 대응해 소련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게 되는데 독일군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기 위해 소련군에서는 저격수를 내세우게 된다. 저격수들로 하여금 몰래 독일군에게 접근해 장교들을 조용히 없애버리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저격수가 바실리 자이체프다. 바실리 자이체프는 실존하는 인물로 180여일간 계속 되는 스탈린그라드에서의 전투에서 242명의 독일군 장군과 장교를 저격으로 사살했다고 한다. 그는 불과 몇년전인 2000년에 사망했다고 하며 죽을 때까지도, 아니 죽은 이후까지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 영화속 왼쪽이 다닐로프, 오른쪽이 바실리.



* 실존인물 바실리

 

* 소련 박물관에 진열되어있는 바실리의 총

 

이 영화는 실존했던 바실리 자이제프라는 소련의 유명한 저격수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으니 그가 바로 독일군의 최고 저격수 코니그 소령(실존 인물의 이름은 하인즈 토왈트 인데 영화에서 왜 바실리의 이름은 실명으로 하고 독일군의 저격수 하인즈의 이름은 코니그로 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이다. 실제 어떠했는지는 모르나 영화상으로 봤을 때 바실리보다는 코니그 소령이 저격수로서 좀더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단지 바실리가 코니그를 사살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바실리나 코니그나 소련과 독일에서 내노라하는 저격수들이었고, 소련의 경우엔 바실리를 실제보다 과대포장해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놓음으로써 - 신문기사를 통해 - 그의 생사여부는 소련군 전체의 사기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었다. 영화 중간 바실리가 코니그를 저격하기 위해 숨었다가 조는 사이 코니그가 먼저 채비를 하고, 비록 저격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독일군에 의해 신분증을 빼앗겨 죽은 것으로 소문이 났을 때 소련군 지휘부의 그 침울함은 이를 증명해준다.

 이 영화의 묘미는 바로 이 두 저격수간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전쟁영화 속에 숨어있는 또다른 이야기.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다.

 삼각관계의 주인공들은 바실리와 그의 애인 타냐, 그리고 바실리에 관한 기사를 써서 바실리를 한순간에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준 정훈장교 다닐로프다. 전쟁 통 속의 어느 한 가정집에서 마주치게 된 세 사람. 두 남자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빼앗겼고, 한 여인은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함께 부대끼며 전쟁을 치루면서 이들은 친해졌고, 바실리와 타냐는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다닐로프는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다닐로프는 바실리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줬지만 바실리를 시기하며 어떻게든 타냐와 떼어놓고 싶어한다. 나중에는 바실리가 사회주의 혁명정신을 잃어버리고 복무태도가 변했다는 기사를 작성하게 한다. 그러나 결국 다닐로프는 본성의 선함 때문인지 본인의 잘못을 알고 바실리와 코니그의 마지막 대결에서 스스로 희생해 코니그의 위치를 노출시키는데 기여한다. 아 이 불쌍한 사람아. 사랑에 상처받고 자기 목숨까지 희생해가며 사랑하는 사람의 연인을 도와주다니.

 그냥 무작정 전쟁영화가 아니라 저격수들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일반 전쟁영화와 다른 또다른 긴장감을 조성하고, 대개의 전쟁영화가 로맨스를 양념버무림으로 취급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로맨스 또한 주된 또하나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영화 속의 삼각관계가 실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실리와 타냐의 사랑은 실제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가슴이 찡하다. 오랫만에 본 괜찮은 전쟁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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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2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군요. 얼마 전 티비에서 해줄 때 봤는데... 그럭저럭 좋았어요. 저도...

이잘코군 2005-07-2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티비서 해줄때 봤는데. 케이블 티비요. 공중파에서도 했나요? 근데 실물 바실리는 못생겼는데 영화 속 바실리는 넘 멋있어요. ㅋㅋ
 

철학과 동기 중에 L양이 있다. 내가 전과를 하고 내게 처음 말을 건네준 동기였으며 얼굴이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에게 참 친절하고 항상 무엇에건 열심히였다. 그녀는 1학년때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며 이후로도 성적이 엄청나게 높았다. 다른 철학과 동기들은 1학년때 정원 40명중 학고가 절반이상이었다고 하니 그 아이가 특이한건지 다른 아이들이 특이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네 과에서는 특이한 동기였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교직이수를 하기도 했고,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했다. 들은바에 의하면 컴퓨터 쪽은 전과 다른 분야라 적응하기 힘들었는지 중간에 그만뒀다는 이야기가 있다.

같은 학교 전자공학과엔가 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이 아이는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L양을 따라서 수능성적이 더 높은 학교로 - '더 좋은 학교로' 라는 문구를 택하려 했으나 이건 올바른 선택이 아닌거 같다. '더 좋은 학교'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능성적이 높은 학교일 뿐 - 진학할 수 있었으나 이 학교로 왔다고 하며 2학년때까지도 쫓아다녔지만 L양은 받아주지 않았다.

L양은 친절하고 얼굴도 이뻐서 주변에 남자가 끊이지 않았다. 내가 전과하기 전, 그러니까 1학년 때 고학번들부터 동기들까지 남자라면 이 아이를 마음 속에 담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며, 그에 따라 소문도 많았다.

3학년때. 군대간 선배들이 복학을 했고 L양의 주위에서 맴돌던 몇몇이 보였다. 그들 중 하나가 L양과 사귀었고, 깨졌다. 깨진 선배와 가장 친한 또다른 복학생이 L양과 사귀었고 깨졌다. 그리고 또다른 학번 낮은 다른 복학생이 L양과 2년 가까이 사귀다 깨졌다. 그리고 L양은 얼마전 같은 학교 다른 과 선배와 결혼했다.

사람들은 L양에 대해 말들을 많이 한다. 목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와 친한 한 선배는 L양을 좋아했지만 L양이 받아주지 않았고, 나와 L양이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자 L양을 좋아하지 말라고 하며 안좋은 말들을 전했다. 사실 나도 L양을 전과하고 나서 초반에 좋아했었다. 이쁘고 공부잘하고 친절하니깐 뭐 빼놓을게 있어야지.

복학생 두 선배와 L양과 사귀고 깨진 뒤 - 금방 깨졌다 - 그들은 L양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들을 했으며 그녀를 헤픈 여자로 취급했다. 그리고 우리 과 내에 이런 소문은 순식간에 돌았고, 다른 사람들은, 심지어 여자동기들조차도 L양을 안좋게 봤다. 돈 밝히고 남자들한테 헤픈 년으로. 그러나 그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남자선배들의 사귀자는 청을 거절하지 못했고 그 남자들과 사귄 것이며, 그 남자들이 '자자'고 말 한 것을 거절했으며, 깨진 것 뿐이었다. 오히려 헤픈 것은 그 선배들이지 L양이 아니다. L양이 돈을 밝힌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는 긍정할 만한 부분도 있다. 그녀의 집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만 안했지 따로 살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피아노 학원을 하고 계셨으나 실질적인 집안 살림은 L양이 도맡아야 하는 지경이었던 것이다. L은 과외를 여러개 뛰며 공강을 이용해 학교를 나갔다 들어오곤 했고, 많이 벌었지만 많이 쓰진 않았다. 다 집에 가져다 준 것이다. 생활비로. 그리고 동생이 유명한 공대에 진학하자 그 학비까지도 마련해줬다. 자기 학비는 물론이고. 대학 4년 내내 용돈 받아 쓴 나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그녀는 장녀였고 효녀였으며 가장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니 돈을 밝힐 수 밖에 없었다.

한 집단 속에서 한 사람의 행동거지와 말 한 마디는 순식간에 다른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깊이있는 사색을 즐겨하는 철학을 한다는 사람들 조차도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L양은 집단속에서 피해자였고 나와 같은 자발적 왕따가 아니었으며 진정한 왕따였고, 외토리였다.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한 철학과 사람들은 지극히 소수였다.

일정부분 그녀가 잘못한 것도 있다. 그녀는 타인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며 언제나 숨겼고 언제나 혼자였고 타인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잠시나마 그녀와 친했던 나조차도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 참 뭣했다. 그다지 반겨주지 않는 그녀의 표정이란. 숨으려 하지 말고 부딪히고 도움을 청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녀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숨어들어가는 선택을 함으로써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졸업한지 오래된 지금도 그들의 입에서, 우리들의 입에서 그녀는 아직도 오르내리고 있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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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5-07-20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양 욕한 남자들 나빠요. 찌질이들

이매지 2005-07-2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수의 사람이 한 사람을 매도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 사람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릴케 현상 2005-07-2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레나 생각 나네요

이잘코군 2005-07-22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말레나가 누구죠....?

릴케 현상 2005-07-2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주인공, 전쟁미망인인데 마을 사람들의 성적 판타지의 대상이죠... 온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말레나 생각을 하다가 미워하게 되고 공공의 적이 되더군요^^

이잘코군 2005-07-2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네 혹시 영화제목이??? 제가 본 영화인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서요.

릴케 현상 2005-07-2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제목이 그거예요 ㅋㅋㅋ

marine 2005-08-0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도그빌이 생각나요 니콜 키드만 나오는 영화인데, 예쁘고 친절하지만 갱들에게 쫒기는 그녀를 마을 사람들은 숨겨 주지요 그런데 남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여자들은 질투를 하고, 그녀가 남자들의 호의를 (결론은 같이 자자는 거) 받아 주지 않자 남자들도 그녀를 비난하고 자기를 유혹했다는 식으로 공격합니다 더구나 그녀는 도망자였기 때문에 우리가 널 숨겨 주고 있다는 피해 의식을 갖게 되고, 그녀 위에 군림하려고 합니다 착하고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잔인한 본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잘 보여주는 훌륭한 영화랍니다 영화 속의 니콜 키드먼은 L양처럼 폐쇄적인 사람도 아닌데 결국은 희생양이 되더군요 하여간 집단의 횡포란 어떤 사회를 가든 존재하는 인간의 본성임이 분명하고, (그래서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나왔을까요?) 우리나라는 특히 심한 곳이죠

이잘코군 2005-08-0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떠올렸던게 그 영화였어요. 나나님. 제목이 기억이 안나서 계속 먼가먼가 했는데. 도그빌. 그쵸. 그 영화에서 한 여자가 모두의 미움을 받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