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하지원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극장에서 돈주고 보기는 아까웠고 그래서 그냥 지나쳤던 영화 중 하나다. 제목과 포스터에서 풍기는 유치찬란함. 귀여니 소설 원작의 <늑대의 유혹>이나 <그놈은 멋있었다>에서는 그래도 뭔가 아른함 이란 것이 포스터에서 풍겨졌으나 <내 사랑 싸가지>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얼마전 내가 봤던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도! 하지원이라는데 한번 믿고 보자 는 마음으로 케이블에 해주길래 봤다.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아주 유치찬란뽕짝 까지는 아니었으니. 싸가지 없는 명문대 법학과 형준과 공부에는 전혀 소질도 관심도 없는 여고생 하영. 사귄지 백일 되는 날 연하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돌아오는 하영 길가에서 찌그러진 캔을 발로찬다. 쓩 하고 날아간 깡통은 랙서스 430(?) 을 탄 형준의 얼굴을 가격! 차는 동네 담에 들이받았다. 열받을대로 받은 형준. 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하영이를 부른다.

 "내 얼굴은 그렇다치고 저 차 저 차 어떻게 할건대??!!!"

 "돈도 많게 생겼는데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요?"
 "우리집 졸라리 가난한데..."
 "저는 진짜 가난한 고 3 학생일 뿐이에요"

 "그래? 그럼 몸으로 떼워야지"
 
 300만원을 물어내라는 형준이의 요구를 100일간 노예로 지낸다는 계약으로 대신한 하영. 둘 간에는 노예계약이 성립됐다. 짐 들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형준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앉은 하영이. 처음엔 이 싸가지가 짜증이 났으나 나중에는 정이 들었는지 점점 좋아진다. 형준이 역시 마찬가지.

 
 잘생기고 멋진 돈 많은 명문대생 형준이 이쁘고 공부 못하는 여고생 하영을 노예로 삼아 100일간 지낸다 라는 기본설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이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로 성적인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설정 자체가 일단 성적이다. 흔히 변태적 쾌락을 즐기는 어른들 사이에서 노예팅이니 노예계약이니 하면서 은밀한 곳에서 거래가 성립되는데 그것의 기본적인 사항을 본따 만들어낸 영화다.

 감독은 이런 기본설정에서의 위험스런 부분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형준이라는 대학생이 여자에는 애초 관심이 없는 인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여자를 밝히고 순진한 여고생을 어떻게 해보려 했다면 영화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을 것.

 김재원과 하지원이 연기를 잘해줘서 그렇지 안그랬다면 <여고생 시집가기>와 같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럭저럭 보고 후회는 하지 않을 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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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7-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님의 넓은 포용력....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테니스 멤버들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치는데 판정 가지고 싸우더니 그담부터 막 치더군요. 분위기 겁나게 험악해지고... 으아...

마늘빵 2005-07-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별로 포용한 건 없는데요....

세실 2005-07-2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봤답니다. 하지원 귀엽잖아요~~~

릴케 현상 2005-07-2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명절날 보는 건 다 재밌나 봐요

마늘빵 2005-07-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저도 하지원 귀염떠는거 보는 맛에 봤답니다.
산책님 / ^^ 명절날 다 같이 보는건 뭐래도 재밌죠. 머털도사 열번은 본것두.

놀자 2005-07-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지원땜에 본 영화~
근데 마지막에 성적이 바닥을 기던 하지원이
몇달만에 명문대에 갔다는 설정 대략 황당 했어요~ (그녀는 천재였나???ㅋㅋ)

마늘빵 2005-07-2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영화가 다 그렇죠. ㅋㅋ 맨날 바닥을 기던 애들이 항상 결과에 보면 명문대에 들어가 있어요. ㅡㅡ; 공부가 그렇게 금방 되는건 아닌데... 어쩜 꼴찌도 하면 명문대 갈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거 같기도 하지만, 단기간만 열심히 해도 된다 라는 안일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황당한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