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영화 정말 감동이다. 화면에서 눈을 못떼게 만든다. 얼핏 보면 지금까지의 다른 전쟁영화들, 그중에서도 특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다를바 없는 전쟁씬을 보여주는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미국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그런 억지 전쟁영화와는 딴판이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제 2차 세계대전. 1942년경 독일군은 소련의 스탈린그라드를 포위하고 집중 포격을 퍼붓는다. 스탈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스탈린그라드를 빼앗음으로써 심리적인 타격을 주려는 셈. 하지만 이에 대한 소련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에너미 엣 더 게이트>는 제 2 차 세계대전의 이와 같은 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 지식에 거의 아는 바 없는 나로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지식의 짧음을 느끼는 순간.

 독일군의 도심지 공격에 대응해 소련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게 되는데 독일군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기 위해 소련군에서는 저격수를 내세우게 된다. 저격수들로 하여금 몰래 독일군에게 접근해 장교들을 조용히 없애버리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저격수가 바실리 자이체프다. 바실리 자이체프는 실존하는 인물로 180여일간 계속 되는 스탈린그라드에서의 전투에서 242명의 독일군 장군과 장교를 저격으로 사살했다고 한다. 그는 불과 몇년전인 2000년에 사망했다고 하며 죽을 때까지도, 아니 죽은 이후까지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 영화속 왼쪽이 다닐로프, 오른쪽이 바실리.



* 실존인물 바실리

 

* 소련 박물관에 진열되어있는 바실리의 총

 

이 영화는 실존했던 바실리 자이제프라는 소련의 유명한 저격수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으니 그가 바로 독일군의 최고 저격수 코니그 소령(실존 인물의 이름은 하인즈 토왈트 인데 영화에서 왜 바실리의 이름은 실명으로 하고 독일군의 저격수 하인즈의 이름은 코니그로 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이다. 실제 어떠했는지는 모르나 영화상으로 봤을 때 바실리보다는 코니그 소령이 저격수로서 좀더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단지 바실리가 코니그를 사살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바실리나 코니그나 소련과 독일에서 내노라하는 저격수들이었고, 소련의 경우엔 바실리를 실제보다 과대포장해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놓음으로써 - 신문기사를 통해 - 그의 생사여부는 소련군 전체의 사기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었다. 영화 중간 바실리가 코니그를 저격하기 위해 숨었다가 조는 사이 코니그가 먼저 채비를 하고, 비록 저격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독일군에 의해 신분증을 빼앗겨 죽은 것으로 소문이 났을 때 소련군 지휘부의 그 침울함은 이를 증명해준다.

 이 영화의 묘미는 바로 이 두 저격수간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전쟁영화 속에 숨어있는 또다른 이야기.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다.

 삼각관계의 주인공들은 바실리와 그의 애인 타냐, 그리고 바실리에 관한 기사를 써서 바실리를 한순간에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준 정훈장교 다닐로프다. 전쟁 통 속의 어느 한 가정집에서 마주치게 된 세 사람. 두 남자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빼앗겼고, 한 여인은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함께 부대끼며 전쟁을 치루면서 이들은 친해졌고, 바실리와 타냐는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다닐로프는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다닐로프는 바실리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줬지만 바실리를 시기하며 어떻게든 타냐와 떼어놓고 싶어한다. 나중에는 바실리가 사회주의 혁명정신을 잃어버리고 복무태도가 변했다는 기사를 작성하게 한다. 그러나 결국 다닐로프는 본성의 선함 때문인지 본인의 잘못을 알고 바실리와 코니그의 마지막 대결에서 스스로 희생해 코니그의 위치를 노출시키는데 기여한다. 아 이 불쌍한 사람아. 사랑에 상처받고 자기 목숨까지 희생해가며 사랑하는 사람의 연인을 도와주다니.

 그냥 무작정 전쟁영화가 아니라 저격수들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일반 전쟁영화와 다른 또다른 긴장감을 조성하고, 대개의 전쟁영화가 로맨스를 양념버무림으로 취급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로맨스 또한 주된 또하나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영화 속의 삼각관계가 실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실리와 타냐의 사랑은 실제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가슴이 찡하다. 오랫만에 본 괜찮은 전쟁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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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2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군요. 얼마 전 티비에서 해줄 때 봤는데... 그럭저럭 좋았어요. 저도...

마늘빵 2005-07-2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티비서 해줄때 봤는데. 케이블 티비요. 공중파에서도 했나요? 근데 실물 바실리는 못생겼는데 영화 속 바실리는 넘 멋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