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신고하고 왔다. 사기범 *** 꼭 잡는다. 아버지 퇴직하신 집 근처 커다란 경찰서에 갔더니 민원실을 알려주더라. 민원실에 갔더니 나이 지긋하신 분이 진정서를 작성하라고 하신다. 사실 진정서보다는 고소장을 작성해야하는데, 진정서를 작성하라니 그럴 밖에. 먼저 진정서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대포통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소대상이 되면 범죄자가 아닌 사람을 향해 고소를 하게 되는 꼴, 그래서 진정서를 먼저 작성하는건데 이러면 수사가 조금 늦어진다고 들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작업을 먼저 해야하니까.

  경제 5팀인가에 가서 다시 상황설명을 하고 접수를 하는데, 조회들어가시더니 이미 많이 피해자가 나왔다고 한다. 지능범이다. 85년생이라고 하는데, 살살 구슬리고 가급적 통화를 안하고 문자로 유도한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말까지만 현재 접수된 게 20여건인데, 그럼 매일매일 거의 한건씩 했다는 말이다. 신고된 것만 그러니 신고 안하신 분까지 치면 얼마나 많겠나. 어젯밤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다 뽑아서 한가득 가져다 드렸다. 첨부자료로 쓰시라고.

  그리고 며칠 단위로 계속 티켓거래소 게시판에 피해자를 찾는 글을 올려서 더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또 피해자가 나왔다. 나 이후로 접수된 건이 또 벌써 세 건이다. 금액도 어마어마해서 건당 20만원이 넘는다. 주로 콘서트 티켓인데, 요새 연말이라 티켓은 모자라고 구하는 사람은 많고 하니 더더욱 잘 속아넘어가는 듯 하다. 한 분이 내게 전화해서 추가 증거를 알려줬다. '안전거래사이트' http://safebuy.kr/ 라는 사이트를 이용해서 돈을 먹었는데, 이 사이트도 믿을 수가 없다. 피해자 말로는 이것도 그 사람이 만들어놓고 유인하는거 같다고. 안전거래사이트라고 소개되어있으니 누구라도 다 믿을 것이고, 먹고 연락 끊는 수법을 반복해서 쓰고 있다.

  전화번호를 여러개 사용한다는 점, 통장계좌도 여럿 사용한다는 점, 입금 즉시 바로 인출해간다는 점, 전용사이트를 만들어놓고 유도하고, 가급적 통화는 하지 않고 문자로만 주고받는다는 점, 온갖 불쌍한 척, 급한 척 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하는 등의 수법을 쓴다는 점, 돈 먹고 바로 연락 끊어버리고, 전화를 안받고, 받고 끊고 받고 끊고를 반복한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전문 사기범이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아주 지능적으로 움직이는데 이런 놈은 꼭 잡아서 넣어야한다. 내 돈도 찾아야지. 위자료까지는 받지 못해도 원금은 꼭 찾는다. 이 녀석 때문에 발품 무지 팔고 있다. 경찰서에 접수했으니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 거래시 주의점 추가. 안전거래사이트 라고 하더라도 듣도보도 못한 사이트라면 믿지 말 것. 직거래가 최고고, 안 되면 옥션! 안전거래사이트는 무슨! 사기 사이트구만. 참. 옥션도 직거래로 하면 안된다. 안전거래를 반드시 통해야 한다. 옥션서도 직거래로 하다 사기당한 분이 있다. 이 녀석한테. 지능적인 사기범들은 이미 온갖 방법을 다 알고 있다. 낼 형사한테 전화해서 저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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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7-12-2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이건 CSI보다 더 흥미진진해요.'검은 사기'처럼 역으로 사기를 쳐보는 수법은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BRINY 2007-12-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그런 쪽으로만 머리가 발달했나 모르겠습니다...

무스탕 2007-12-2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 좋은 머리 좋은곳에좀 쓸것이지.. --++

깐따삐야 2007-12-27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5년생이라니. 갑자기 살아갈 날들이 두려워지네요.
이 나이 먹고도 이렇게 생활력이 없어서야 원.-_-

춤추는인생. 2007-12-2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친구한명이 이런일로 피해를 봐서 함께 경찰서 다녀온일이 생각나네요.
살다보니 이런일도 남 시간뺏고 돈뺏고 이렇게 저렇게 피해주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아프님 문제도 꼭 잘 해결되셨음 해요.

마늘빵 2007-12-2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공주님 / 흐읍. 아니되어요. 제가 새로운 상황이 오는대로 CSI 보듯이 생중계 해드릴게요.
브라이니님, 무스탕님 / 그러게나말여요. 그래서 공부 잘하고 똑똑한데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애들이 제일 위험해요. 공부 못하고 착하기라도 하면 남한테 피해나 안주죠.
깐따삐야님 / 85년생이면... 무려 x살 차이잖아요. -_- 저걸 생활력이라고 한다면 생활력이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할거 같은...
춤인생님 / 으흠, 저도 경찰서 경험까지 해보고 거참. 어릴 때 아버지 따라 아버지 직장에 가느라 들어가본 적은 있어도 내 문제로 간 적은 처음이네요.

웽스북스 2007-12-2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 한번 해결하고 난 뒤에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나도 생활력이 별로 없는 편인데, 내 힘으로 한번 다 알아보고 해결하고 나니
어쩐지 뿌듯하더라고요 ^^ 생활력이 좀더 강해진 느낌이었달까 ㅋ
물론 저는 범인이 미제처리되긴 했지만, 일단 보상은 받을 수 있었거든요

아프님도 부디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07-12-2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 우우 우우 (CSI오프닝) 아반장 수고가 많습니다.

마늘빵 2007-12-2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그러게요. 이거 하면서 이거저거 많이 배우네요. 경찰서도 그나들고 참. -_- 되게 귀찮긴한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녀석이 아주 물만난 고기에요. 하루에 한건씩 올리는 듯.
메피스토님 / 빨리 처리하라고 제가 제거 말고도 증거자료 찾아서 첨부해드렸는데 수사를 빨리 하실지 모르겠네요. 정말 수사하면 금방 잡히는데 이런건 큰건이 아니라 경찰분들이 별로 의욕을 안보이시는듯. 벌써 첫사건 접수된지 오래됐을텐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건, 자기평범성에 한 발짝 다가선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누가 말을 건네면 얼굴 빨개지며 치마 뒤에 숨던 그 꼬마 아이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별나고 독특한 존재라 생각했다. 공부도 잘했고, 친구들에 비해 남달리 자기자신이 똑똑해보였고, 어린 녀석이 자기 관리도 철저했다. 그런데,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하며, 어느덧 주민등록증 발급받은 어엿한 대학생의 모습으로, 그리고 이제는 대학원 졸업생의 모습을 하고 있고, 더 이상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 내가 특별한 존재고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별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들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인식하는 나의 독특함과 비범함은 순전히 나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아니, 그것이 나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깨달은 것은 사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어렸을 땐 나의 노력이 아니라 나의 재능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어쨌든 나는 스스로를 특별하다 인식했고 남들과 달리 보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애초 특별하지도 비범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그렇게 여기고 있었을 뿐. 

  2007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또 올해의 첫 아침을 맞이한 것처럼 뭔가 새로운 마음으로 일년을 다시 시작하겠지만, 그 일년도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지금처럼 될 것이다. 그런 날들의 반복이겠지. 앞으로 남은 해들도. 시간은 참 빠르다. 대학에 입학하며 대학의 낭만은 드라마에서나 보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지 얼마되지 않은거 같은데, 벌써 내 나이의 앞단위를 바꿔야할 때가 되었다니.

  스물에서 서른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스무살엔 뭘해도 가능할 것 같고 뭘해도 나에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순전히 내 마음과 몸을 내맡길 수 있었다. 그치만 서른은, 그 사이 10년간 뭔가를 해놨어야 할 것 같고, 대략 나의 이후의 모습이 보여야만 할 것 같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엔 이것저것 생각해봐야 할 것이 많은 두려운 나이이고, 지금 뭔가를 결정하거나 결단 내리지 않으면 다시 한번 앞단위가 바뀔 나이가 되었을 즈음 나는 내게 많은 실망을 안겨줄 것만 같은 그런, 그런 나이. 엷은 파동을 가진 잔잔한 호수가에 비친 내 모습처럼, 뚜렷하진 않아도 흐릿하게나마 내 삶이 보여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서른을 며칠 앞둔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기평범성을 깨달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한 살씩 먹어갈 때마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걸 조금씩 깨달아갔고, 평범한 삶을 산다는게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일인지, 유지하기 어려운 일인지를 알아가고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기평범성을 깨달아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과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여건과 자신의 노력과 자신의 현실이 얼마나 평범한가를 깨달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해 한 해 지날 때마다 그동안 내가 자신에게 부여했던, 특별하게 여겼던 것들이 하나씩 줄어들고, 평범함은 하나씩 늘어간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기평범성을 깨달아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해지려 노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자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특별한 삶을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고 그것을 스스로 포기해나가는 것인지도. 어젯밤 불을 끄고 이불 위에 누웠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인생은 평범해져가는 과정이라는. 모든 면에서. 나도, 주변의 특별해 보이던 사람들도, 하나씩 사라져가고 그냥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로 보인다. 마치 가까이에서 보면 각기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 위 헬리콥터나 높은 빌딩에서 바라보면 모든 사람들이 '그냥 사람'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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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함이 주는 익숙함도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모두 평범하지만 각자 특별하잖아요?

마늘빵 2007-12-26 23:15   좋아요 0 | URL
음, 평범하지만 각자 특별하긴 해도, 더 이상 그냥 특별하진 않다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중얼중얼.

다락방 2007-12-2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기평범성을 깨달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한살씩 먹어갈 때마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걸 조금씩 깨달아갔고, 평범한 삶을 산다는게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일인지, 유지하기 어려운 일인지를 알아가고 있다.

맙소사, 아프락사스님!
제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꼈던 점을 아주 똑같이 느끼고 계시는군요.

저도 언제나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도 생각했었구요.그런데 고등학교때 한 친구가 제게 그러더군요.
"난 내가 보이는 곳만 지구가 돌고, 보이지 않는 곳은 지구가 돌지 않는줄 알았어. 사람들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줄 알았지."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저는, 제가 조금 더 평범해진것 같았어요.

그런데 서른이 되었을 때 저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너는 다른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데, 왜 나는 평범하게 사는게 이렇게 어렵지?" 하고 말이죠.

그리고 남들처럼 사는게 조금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해요. 며칠만 있으면 저는 또 한살 먹어버리니깐요.

마늘빵 2007-12-26 23:15   좋아요 0 | URL
흐음, 저만 느끼는건 아니군요. 이 맘 때쯤 되면 한번씩 느끼고 단위를 바꾸는건가요. :) 에잇, 참, 나는 특별하대두. 중얼중얼.

웽스북스 2007-12-2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렸을 때 제가 별나라 공주님인 줄 알았어요- 그게,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혼나면 막 울면서 속으로 이를 갈고, 별나라로 돌아가면 친엄마이신 왕과 왕비님께 이를테야, 라고 다짐을 했었지요-

지금은 제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사람들의 특별함, 비범함을 알아보고 세워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지요 ^^ 다행히 그런 능력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7-12-2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는 정 반대셨군요..전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근데 왜 저만 보면 넌 참 희안해 독특해..요따구 말들을 할까요??

마늘빵 2007-12-2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음, 흐흐. 저도 이불 속에서 막 울고 그랬었는데. 먼저 말걸어주지 않으면 계속 그 동굴에서 나오지 않고.
메피님 / 음, =_= 그건 아마...도. 메피님이 아직.. 독특하기 때문일 겁니다. =333

도넛공주 2007-12-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은,그 이불 동굴을 팍 밟아서 깨줄 수 있는 여인을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행복하세요.

마늘빵 2007-12-27 14:33   좋아요 0 | URL
-_- 이불 안에 들어가있는데 밟으시면 아파요.

Jeanne 2007-12-2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의 미래는 어떤 미래?
앞날이 환하니 밝나요? ㅎㅎ

(웬디양님 별나라 공주님 충격--

웽스북스 2007-12-27 13:17   좋아요 0 | URL
쫌 글킨 하죠- 아이큐가 좀 부족했나봐요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요 ㅋㅋ

마늘빵 2007-12-27 14:33   좋아요 0 | URL
흐음 어려운 질문이에요. 너무너무.

BRINY 2007-12-2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논한다는 게 무의미해지는 거 같아요. 제 경우에는. 아, 물론 서른이 되는 고비는 좀 특별했고, 몸이 마음을 안 따라주는 점도 많아졌지만, 막상 서른 넘어도 뭐 그다지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러더라구요.

마늘빵 2007-12-27 14:34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그냥 신체나이만 하나씩 늘어나고 별로 달라지는건 없겠죠. 뭔지 모를 조바심과 그런 것만 늘어날듯.

향기 2007-12-2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나이의 앞단위를 바꿔야 할 때 ^ ^
요부분에서 빨리 서른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어요 ^~^

마늘빵 2007-12-27 18:26   좋아요 0 | URL
앗, 향기님은 몇살이신지... 아직 멀으셨나요? 빨리 서른 되서 뭐해요. 나이만 많이 먹는걸.

잉크냄새 2007-12-2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의미인지 좋은 의미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가치의 변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젊음,패기,꿈,낡음,풍화,연륜, 모두 삶의 중요한 가치잖아요.

마늘빵 2007-12-27 19:13   좋아요 0 | URL
가치의 변화. 음... 나이 먹으며 고려해야 할 것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그러다보니. 주어진 환경 내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하는...

춤추는인생. 2007-12-2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는다는건. 자기 평범성을 깨달아 가는것이다.
그것말고도 나이먹는다는건 슬픈게 참많았는데 결정적인것이 빠져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마늘빵 2007-12-27 21:38   좋아요 0 | URL
춤인생님은 꽃다운 나이잖아욧!!! 버럭버럭버럭. 흥. -_-
 


  이런 말 하면 내가 바보같지만 아 정말 이런걸 살아생전 당해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시간은 어언 대략 열흘을 거슬러 올라가서 16일 일요일. 전부터 찜해놨던 루시드폴의 내한(?)공연을 보기위해 인터파크에 들어가봤으나 이미 표는 매진되어 없고, 티켓거래소에 표를 구한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지 오래지 않아 당일 오후 자신이 표를 가지고 있다며 전화를 해온 사람이 있었고, 둘 사이에 문자가 오가기 시작한다. 

  "루시드폴 25일꺼 2장 있습니다. 일반석 B구역 5,6 판매합니다" 

  정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다음날 표를 보냈다는 문자 이후로 아예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문자도 씹(!)고, 전화도 계속 받지 않고, 사람 불안하게시리. 그래도 기다렸다. 표가 오기를. 빠른등기라면 다음날까지는, 연말이라 아무리 늦는다해도 모레까지 왔어야 하는데, 안오는게다. 그래서 또 전화하고 전화하고 전화하고 했지만 이젠 전화기를 꺼놨다. 아 그때 깨달았다. 속았다. 당했다. 이런 제길. 

  내 돈 88,000원은 공중으로 날아가버렸다. 너무 분해서 해당 티켓거래소에 동일범을 찾는 게시글을 올렸으나 동일범에게 당한 피해자는 없는 듯 했다. 이런건 어디다 신고를 해야하나 해서 찾아보니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http://www.thecheat.co.kr/)' 라는 곳이 있더라. 와 나 같이 당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구나 싶었다. 엄청난 사람들이 그곳에서 자신이 당한 사기피해를 토로하고 신고내역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착하신 분인지 이 사이트를 운영하시는 분은 - 국가 사이트가 아닌 듯 - 피해 당했을 경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떻게 처신해야하는가를 긴 게시물을 통해 알려주고 있었다.  
 
   일단 신고내역을 올리고 공범을 찾는다. 그리고 내가 보낸 돈을 되찾기 위해서는 송금 은행에 가서 지급정지를 건다. 내가 보낸 돈의 액수만큼만  상대방의 계좌에서 지급정지를 거는건 가능하다. 이때 은행에다가 그냥 지급정지를 걸어주세요, 하면 안 되고, 송금실수를 했고 따라서 상대방의 계좌에서 내가 보낸 돈 만큼 지급정지를 걸어달라고 해야한다. 그러면 신분증과 이런저런 확인을 한 후 은행직원이 그쪽 은행에 전화를 걸어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지급정지를 건다고 다 끝나는건 아니다. 어설픈 놈이 아닌 전문적인 사기범은 이러한 과정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간다. 역시나 나에게 사기친 녀석도 전문범이었다. 농협 자신의 통장에는 이미 1원 한푼 남겨놓지 않고 다 빼간 상태였고, 지급정지는 걸렸으나 다음번에 그 통장 계좌로 돈이 입금되지 않는 한 나는 돈을 받을 길이 없게 된다. 어설픈 사기자는 자기 돈도 있고, 그곳에 피해자의 돈까지 받아놓은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지급정지가 걸리면 받은 돈 뿐 아니라 자기 돈까지도 뽑을 수가 없다. 이러면 결국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연락해 지급정지를 풀어달라고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반드시 잡힌다. 하지만, 이 녀석은 자기 돈도 없고 내가 보낸 돈도 다 빼갔으니 통장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인거다.

  통장에 돈이 있다면 지급정지 신청 후 환급신청을 하면 되는데, 이럴 땐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 말고는 이제 방법이 없다. 돈은 당연히 못받는다. 오로지 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해당 계좌에 내가 보낸 액수 만큼 돈이 남아있거나 들어올 경우다. 그치만 현재 0원이라니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이 녀석은 이러한 과정을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신고. 신고를 위해서는 증거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내가 받은 문자내역서를 경찰에 제출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근데 이게 또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연하고 다음날 크리스마스고 하다보니 SK지점에 갈 시간이 없어 오늘에야 갔더니 안 된다고 한다.  

  자신에게 온 문자내역을 확인하고 내역서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통신사 지점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자신에게 온 문자 일부와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해야하는데, 이때 주의사항이 6일 안에 왔을 경우에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열흘이 지났다. 오늘 애써 종로지점까지 행차해서 내역서 신청을 했건만 안 된다는 것이다. 내역서 조회도 사실 욕설이나 비방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 외의 경우는 내용확인이 불가하다. 내게 온 문자는 욕설이나 비방이 없으니 또 내용확인이 어차피 안 되는 거였고, 어떻게 이상한 문자가 와서 그러니 확인해달라, 고 요청하면 해주기도 하는데, 기간이 6일 지나 결국 나만 발품팔고 뻘짓했다.

  돈은 못받아도 이따위로 부정의를 저지르는 녀석을 잡아 유치장에 가두려했건만 결국 늦장대처와 약삭빠른 녀석의 행각으로 아무 것도 못하게 되었다. 이 녀석은 내 돈 88,000원 뿐만 아니라 연말연시 다양한 공연 티켓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똑같이 속여먹겠지. 그 돈으로 어디 등따시고 배불리 산다한들 이놈이 사는건 사람 사는 게 아니다. 아 이런 녀석들은 잡아다 넣어서 합의 없이 본 때를 보여줘야하는데 안타깝다. 논문심사에 공연준비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크리스마스에 순식간에 열흘이 지나가버리고 녀석을 잡아넣을 방도가 없다. 루시드폴 공연도 날아갔고, 88,000원도 날아갔다. 이 과정을 배운 값 쳐야지 어쩌겠나 이제. 에혀.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 사람을 이렇게 쉽게 믿으면 안 되는건데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 중간에 의심도 많이 하고 그래서 거래를 포기하려고도 했었다. 굳이 일요일에 돈이 급하다고 입금을 먼저 요청한게 이상하기도 했다. 계약금을 먼저 주겠대도 녀석은 사기를 치려면 자기가 더 높게 책정해서 사기를 치지 그러겠느냐고 울먹히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었다. 그래서 믿었다. 사정이 급한거 같아서 어차피 거래할거 그래 미리 주자 하고 미리 줬다. 녀석은 공휴일 하루를 번 것이다. 은행에 내가 가지 못할 걸 알았고, 지급정지 신청도 늦어질 것을 알았고.

  밴드 기타리스트에게 말했더니 그 녀석이 그런다. 형 나도 내 기타 팔려고 내놨는데 지방에 사는 사람이 못믿겠다는 식이어서 내가 그랬지, 그러면 옥션에다 올릴게요, 라고. 옥션에 올리면 그렇거든. 먼저 입금을 해도 그게 나한테 오지 않고 옥션에 머물러있다가 물건을 받고 확인을 했다고 하면 돈이 나한테 오거든. 그러니깐 사기를 못치지. 아하 그렇구나. 끄덕끄덕. 직거래가 가장 안전해서 난 여지껏 직거래만 해왔다. 중고 심벌이나 드럼페달 등을 살 때 주로 그렇게 했는데 직거래가 아닐 경우는 옥션에서 해야겠구나. 물건이 도착하지 않는 한 상대방도 돈을 받지 못하니까. 왜 진작 몰랐을까. 지금 이 시간에 루시드폴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겠구나. 23일에서 26일까지 공연이었고 다시 스웨덴으로 가는거 같던데. 쩝. 

  만일 이랬는데도 사기 당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대처할 것. 대처방법은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http://www.thecheat.co.kr/)를 참고할 것. 연말 연시 피해자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다들 조심하시길. 웬만하면 직거래, 아니면 옥션.

p.s. 다시 해당 사이트에 가서 글을 뒤적여보니 문자내역이 없어서 고소는 가능한거 같군요. 내일 경찰서로 가봐야겠다. 문자내역은 없지만 내 핸드폰엔 저장되어있고 아직, 이거 가지고 어떻게 고소를 해봐야지.

p.s. 2. 원래 은행에서는 사기피해 본 것을 가지고 상대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해주지 않지만 법이 바뀌었다. 워낙 이런 피해자들이 많은지라. 검색해보니 이놈한테 당한 분들만 십여명이 넘는다. 신고된 것만. 최근 한 달 사이에 많게는 23만원에서 적게는 5만5천원까지 다 합하면 300만원은 될 듯 한데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경찰서에서 얼굴 볼 때까지 포기 안 한다. 사람 잘못 골랐다. 쉽게 속아도 쉽게 놔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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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시드폴 공연 놓치고 매우 안타까워했었다죠- 정신 차리니 다 매진; 추가 공연은 표 있을 때 알았는데, 같이 가기로한 사람이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그냥 눈딱감고 포기했죠-
근데 통신사도 정말 웃기네요- 사기범 잡는 건데 왜 협조를 안해줘요? 나쁜자식들, 너무 행정편의주의적이에요- 혹시 프리미엄SMS 서비스같은 거 이용 안하세요? 그럼 네이트온에서 확인 가능한데 ;; 다른 증빙은 안되는 거에요?

마늘빵 2007-12-26 19:5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당한 적 있나요? 프리미엄SMS는 머에요? 추가로 돈 더 내고 쓰는 문자인가요?

웽스북스 2007-12-26 23:43   좋아요 0 | URL
아니요- 인터넷 사기는 안당해봤고, 소매치기는 당해봤죠-
경찰 가서 진술서 쓰고, 경찰차 타고 집에 오고 ㅋㅋ

근데 전 진술서 쓰는 거 은근 즐겼잖아요 -_-
아, 이렇게 꼼꼼하게 쓰다니, 너무 세심하잖아- 하면서 막 혼자 감동했었어요
담당 경관이 진술서 잘 써서 더 물어볼 것도 없다고 막 그랬었어요 ㅋㅋ
그래도 사건은 미제처리 됐지만 ;;

프리미엄 SMS는 지금까지 받았던 문자 서비스를 웹상에 저장해주는 서비스에요- 한달에 몇백원 정도 내요- 제가 기록에 좀 집착하는 편이라, 신청해놨거든요- 그래도 휴대폰에 문자가 있다니 다행이네요

2007-12-26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7-12-2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나쁜 넘!!!!
그나저나 기다리던 공연 못 보게 되셔서 어떡해요.ㅡㅡ;;
완전! 작정하고 사기친 넘 같아요.ㅡㅜ
착하디 착한 아프님 많이 속상하시겠다.
그 후배님 말씀대로 '옥션' 이용하시는 게 좋을 듯 한데...
이런 공연 티켓은 그리 많은 물량이 거래되지는 않는지라...
어쨌든 기운 내셔서 잘 해결 하셨으면 좋겠어요.

마늘빵 2007-12-26 20:35   좋아요 0 | URL
옥션 이용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알았으면 옥션에 올려놔라, 그럼 내가 신청하겠다, 했을텐데말여요. 인터넷뱅킹 거래내역 프린트하고 핸드폰에 저장된 문자가지고 가서 신고해야겠습니다. 진정서와 고소장 두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고소장을 접수하는게 빠르다고 하네요.

깐따삐야 2007-12-2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나쁜노무쉐이도 참 나쁘고 아프님도 참 순진하시다.-_-
작은 돈이 아닌데 잘 해결됐음 좋겠어요. 해결 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불상사가 안 발생하길 바라구요.

마늘빵 2007-12-26 21:30   좋아요 0 | URL
그러게말여요. 참 순진하다. -_-
현재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신고된 사례들을 모아서 내일 증거자료로 경찰서 주려고 인쇄중이여요. 20건쯤 나오는데 합하면 액수가 장난 아니군요. 잘못 골랐어. 이놈은 절대 내 손에서 못 벗어나요.

Heⓔ 2007-12-2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속상하시겠어요..;
사기꾼들이 왜 이리 많은지..쩝..
요즘은 옥션과 같은 형태인데..
에스크로 결제를 많이 이용하더라구요..
직거래와 옥션의 중간단계라고 할까요..
옥션처럼 로그인같은 거 필요없이 그냥 결제만 하면 되는데...
옥션과 마찬가지로 물건받고 확인하면 그제서야 돈이 입금되는 식이거든요..
몇십원? 몇백원 정도의 수수료가 있긴 하지만..
사기당할 경우를 감안한다면 안 아깝더라구요..

그나저나 경찰이나 은행이나 통신사나...
법을 조목조목 들이대던지..
목소리 키워서 마구 떠들어대던지...
그러지 않으면 비협조적이더군요 ㅡㅡ;
뭐 꼭 그네들만 그런 건 아니고 우리나라사람들 많이들 그렇긴 하지만...=_=.

암튼...꼭 잡아서 분이 풀리시기를 바래요!!!

마늘빵 2007-12-26 22:23   좋아요 0 | URL
히님 에스크로 결제라는건 어떻게 하는거래요? 그런 사이트가 있나요? 가서 하는. 음... 참 별게 다 있구나. 모르면 당한다니깐. -_- 아는 게 약이야. 화가 나고 그런다기보다는 신고하고 그러는게 한편 귀찮기도 한데, 부정의는 시정되어야 할 대상이니깐. 그게 내 삶에서 내가 지켜내고자 하는 것이니깐. 신고하기로 한거에요. :) 이것도 듣자하니 신고해도 담당형사가 수사를 안하고 미루고 있으면 또 세월아네월아라고하던데. 자주 전화해서 확인해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수사한다고.

Mephistopheles 2007-12-2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시사고발 프로에서 어떤 인터넷 사기범을 잡았는데 20대 초반의 여대생이였다더군요. 명품이 사고 싶어 사기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게 점점 커져 결국 억 단위 근처까지 갔다가 경찰에 걸린거죠. 바로 구속되고 징역살이로 끝장났습니다. 나중에 잡거든 페빠하나 써주세요.

마늘빵 2007-12-26 22:25   좋아요 0 | URL
저도 뉴스에서 본거 같아요. 명품중독된 여대생이 크게 일을 저질렀다고. 제 돈 먹은 녀석도 사기피해자들의 정보를 조합해보니 나이가 많지 않은거 같더군요. 80년대 후반생일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죄질이 나빠요. 착한 척 불쌍한 척 하고선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는데 통장계좌도 몇개 사용하는거 같고, 전화번호도 다른거 같고. 음. 최근 한달 사이에 이 사람에게 당한 사람이 20명 가까이 돼요. 신고된 것만.

순오기 2007-12-27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래서 세상을 또 배우고, 슬프지만 우리 현실이니까 꼭 알아둬야겠네요.
이런 놈은 반드시 잡아서 쓴맛을 뵈줘야 해요~~~아프님 화이팅!!
저도 순진한(?) 날 이용해 먹었다면 순~~~~~오기로 끝까지 응징합니다.ㅠㅠ

마늘빵 2007-12-27 08:35   좋아요 0 | URL
이번에 이거저거 새로운거 많이 배웠습니다. 절차부터 시작해서 기타 등등. 조금 이따가 집근처에 있는 경찰서로 가서 접수해야죠.

보석 2007-12-2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큰일 겪으셨군요. 모쪼록 그 **한 **를 꼭 잡으시길 바랍니다.

BRINY 2007-12-2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말씀대로 슬프지만 현실이네요...꼭 응징하세요.

마노아 2007-12-2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박정현 공연을 돈 먼저 보내고 나중에 표 찾는데 엄청 조마조마 했어요. 사기일까 봐. 다행히 아니었지만..ㅜ.ㅜ 그밖에 이승환 공연에서 표 거래할 땐 '팬'인 것 확인 후 거래했어요. 인터파크에 사기가 너무 많더라구요. 아프님 맘 많이 상하셨겠어요. 그 놈 잡힐 때까지 절대 포기하심 안돼요. 아흐... 눈물의 화이팅...ㅜ.ㅜ

마늘빵 2007-12-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님, 브라이니님 / 넵 오늘 신고합니다.
마노아님 / 아 정말 그런 경우 많아요. 돈 먼저 보낼 수밖에 없고요, 이제는 옥션을 이용해야지. 이놈 꼭 잡습니다. 돈은 못받아도 꼭 잡아냅니다. 정의의 실현을!
 
관용과 열린사회
김용환 지음 / 철학과현실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분명 쉬운 책은 아니다. 그 내용이 일단 심각하고 철학적으로 깊이 들어가며, 내용을 감싸고 있는 외형 또한 투박하고 딱딱하다. 그래서 친숙하지 않고 낱말과 문장은 마음에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다. 전형적인 학문을 하는 철학자의 글쓰기이고, 대중을 고려하지 않는 학자적 글쓰기의 표본이다. 일반적인 '철학과현실사'의 책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고 보면 되겠다. '관용'을 알기 위해서 참고할 만한 책은 국내에 몇 권 있다. 일단 이 책 <관용과 열린 사회>가 있고, 하승우씨가 쓴 <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 홍세화씨가 번역한 <왜 똘레랑스인가>, 반 룬의 <관용>,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대략 참고하면 되겠다. 이 책들 중 특히나 이 책은 더욱 투박하다. 쉽게 읽히는 책을 원한다면 책세상 문고에서 나온 얇은 하승우씨의 책을 권한다. 물론 내용은 모두 각기 다르다.

  김용환은 머릿말에서 이런 말을 한다. "불관용의 만연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동일하게 보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김용환은 우리 사회는 아직 불관용이 만연하고 있고, 이러한 불관용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함으로써 생겨난다고 말한다. 우리는 분명 '다른 것'과 '틀린 것'을 머리로 구분할 줄 안다. 머리로 알고 있지만 막상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해버린다. 불관용을 해소하고 관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해주고, 머리로 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언제나 머리보다는 가슴이 뒤늦다. 앎은 이해로 이뤄지지만, 실천은 '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인가보다. 

  <관용과 열린 사회>는 불관용의 사회를 살고 있는 민주사회의 구성원들이 각기 관용적으로 탄생하기 위한,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책이다. 두껍지는 않지만 범위는 방대하고, 깊이는 깊다. 관용이란 무엇인가, 를 통해서 관용의 개념과 의미를 명확히 하고, 왜 관용이 문제가 되는가,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탐구한다. 3장에서는 관용이 처음 제기되던 중세유럽으로 넘어가 '종교적 관용'을 살펴보고, 당시 관용을 외쳤던 홉스나, 로크, 흄 등을 통해서 관용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알아본다. 이후 4장에서는 '다원주의 사회와 관용'을 연결지으며, 결국 우리가 다른 삶,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관용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나머지 5,6,7장은 한국 사회에서의 관용이 요청되는 영역과 관용적 인간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 에 대해 '교육'을 통해서 해결방안을 내놓는다.

  우리는 보통 '관용'이라는 우리말 뒤에 '베풀다'라는 동사를 붙여, "관용을 베푼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관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며, 관용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어야 한다. '베푼다'라는 말은, "소수의 지배 집단 또는 권력의 소유자들만이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으로 관용을 이해하는 데 있다." 주인이 종에 대해, 높으신 '분'이 낮은 '것'에 대해, 던져주는 아량으로 해석하는데서 잘못 이해되고 있다. "오히려 관용은 자유와 관련되어 있으며 관용하는 사람과 관용되는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관용은 자유를 확대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자유없이는 또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은 어떤 혜택의 개념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서로를 향해서 기본적으로 취해야 할 태도에 가깝다.

  관용을 영어로 표기하면 톨러레이션(Toleration) 또는 톨러런스(Tolerance)로 표현할 수 있는데, 관용을 이야기하는 철학자들은 이 둘을 굳이 구분하지는 않지만 - 유네스코에서는 톨러런스로 통일해 사용한다 -, 프레스톤 킹은 이 둘을 나눠서 설명한다. 그는 톨러레이션을 톨러런스보다 넓은 개념으로 사용하는데, 전자를 힘에 의한 묵인과 인내로, 후자를 자신과 상충되는 입장을 거부할 능력이 있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힘으로 관철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대상에 대한 반대를 거부의 행위로 표출하지 않고 수용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프레스톤 킹에 있어 '톨러런스'는 힘 있는 강자가 힘 없는 약자에 대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반대의사를 행사하지 않고 상대를 수용함을 의미한다. 프레스톤 킹의 이러한 정의방식이 필요한 순간이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둘 모두 같게 보아도 상관이 없다.

  김용환은 관용을 정의함에 있어 상대방의 견해를 '용납'함으로 표현할 것이 아니라, 이를 프레스톤 킹이 말한 '부정적 행위의 자발적 중지'를 일반화해서 넓은 의미의 용납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김용환은 이렇게 명확히 선을 그으려 하는 것은 '용납'이라는 개념이, '복종'이나 '강제적 시인', '묵인'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관용의 유사한 개념으로부터 관용을 구별하는 일을 곤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라 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용납한다는 말 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그 반대표현을 중지한다는 의미에서 '부정적 행위의 자발적 중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때 조건은 내가 상대를 반대한다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그 반대표현을 중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용은 '반대'와 '부정적 행위의 자발적 중지'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다.

  김용환은 이 책 전체에 걸쳐 관용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개인적 차원이거나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관용의 정신이 확대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며 관용이 의사 결정의 한 기준이 되고 또 사회 정책의 한 태도가 되기 위해서는 비판과 논증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합리적인 논증이 자신의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합법적 수단이라는 믿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용이 크고 작은 일상과 사회 전반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이라고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한다.

  갈등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반 조건들이 있을테지만 나는 그 중 관용을 제일로 생각한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서로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이미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다른 것을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서 요청되는 것이 관용이고, 관용은 곧 합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이 된다. 오로지 "합리적인 논증이 자신의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합법적 수단"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개인적 생각을 공중 앞에서 표현하기 위해선느 자신의 견해가 합리적인가를 먼저 스스로 살펴야 할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통해서 발견했다. 롤즈가 말하는 '중첩적 합의'와 '공적 이성'이 바로 '개인적인 견해'를 '합리적 논증'으로 바꿔주고 검증해줄 수 있는 장치라고 본다.

   우리가 관용을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그 한계가 무엇인가,이다. 김용환은 두 가지를 말하는데, 하나는 관용의 역설이라는 논리적 한계요, 또 하나는 자기부정의 어려움인 실천적 한계이다. 우리는 분명 머리로는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이런 경우 머리와 마음이 서로 따로 놀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관용의 역설'이라고 표현한다. 이때 생기는 의문점 하나. 나는 관용적이지 못해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관용해야 할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용적이지 못해서 어쩔 수 없어, 나는 원래 그런걸, 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까지 관용을 행할 필요는 없다. 이미 그는 관용적 자세를 스스로 저버렸으므로 타인을 관용으로 대하지 않는 이들까지 관용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한계는 앞서 언급한 '자기 부정의 어려움'인데, 이는 "어디까지 관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선택과 결정에 달린 문제이지 원칙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즉 결국 관용을 행하는 것은 행위하는 주체에 달려있고, 그의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실천적 한계'라고 이름한다. 이렇게 관용을 행함에 있어 실천한 한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이익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이익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을 불관용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때 '이익'은 단지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처해있는 모든 환경과 조건을 '이익'안에 고려해 넣어야 할 것이다.

  일단 관용을 행사하려면, 관용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부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칼 포퍼는 '오류가능성 논변'을 통해서 자기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고 '절대 무오류성'을 깨야만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관용을 통해서 어떤 절대적 진리에 도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포퍼가 말하는 진리 또한 어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를 말하는 것은 아닐게다. 포퍼는 제 1원칙 "내가 틀릴 수 있고 니가 옳을 수 있다." 제 2원칙 "무슨 일이든 합리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들의 어떤 잘못을 수정할 수 있다." 제 3원칙 "만약 우리가 합리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진리에 더 가까이 도달할 수 있다." 는 진리에 도달하는 세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자기 부정을 전제로 한 관용에 도달하기 위한 길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그럼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김용환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 부정을 불가능한 요구라고 믿으면 관용의 범위는 점점 좁아질 뿐만 아니라 불관용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다시 말해 이기적인 인간에게 자기 부정이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고 보는 것은 결국 관용을 공리적이거나 실용적인 가치로 정당화하는 정도에 그치도록 만들며, 이런 경우 관용의 한계는 지극히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 관용의 한계는 처음부터 이미 그 개념 속에 내재되어 있는 구조적 한계이며, 문제는 그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는데 있다. 왜냐하면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야 비로소 그 한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관용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해서 그것이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의 기본적 자세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알고 정확히 인식하는데서 비로소 민주시민의 기본적 자세로 자리매김한다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용은 필수적이며, 그것은 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가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입헌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전제'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관용은 자기부정을 전제로 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개인이 내가 틀릴 수 있고 당신이 옳을 수 있다, 는 생각을 가져야만 비로소 그 사회는 관용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전체의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다. 관용은 구성원들 개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합리적인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되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절실하다.

p.s.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서로의 모든 의견을 '다름'안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광장에 나와있는 많은 견해들엔 '다른 것' 뿐 아니라 '틀린 것'도 속해있다. 우리는 그것들 중 틀린 것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머지 다른 것에 대해서 다르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틀린 것을 솎아내는 방법은 그것이 과연 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를 스스로 생각해봄으로써 걸러내고, 이후에 그것이 과연 나의 이익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견해가 아니라 모두에게 수용가능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나아가 합당한 견해인가를 검증해야 할 것이다.

p.s. 2.

관용에 대한 더 깊이있는 논의를 원한다면 김용환 교수의 논문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그는 관용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미 여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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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구판절판


사람들에게는 세속의 권력자 또는 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노예근성 같은 것이 있다. 이것은 법이나 여론이 특정 행동을 촉구하거나 금지시키는 행동 규칙을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노예근성은 이기심을 근본으로 하고 있으나 위선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술사나 이단자를 화형시키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증오심을 낳는다. 한 사회의 도덕 감정이 형성되는 데는 여러 요소들이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그 사회 전체가 크게 의미를 부여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당연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보면 그런 이해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공감과 반감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의 이해관계와 그다지 또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공감과 반감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26쪽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자유이다. 우리의 육체나 정신, 영혼의 건강을 보위하는 최고의 적임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각 개인 자신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35-36쪽

사람들이 마음 놓고 믿는 것일수록 온 세상 앞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그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런 검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검증을 받았으나 허점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에도, 인간의 현재 이성이 허용하는 수준 안에서 검증을 받은 데 지나지 않으므로 그것이 절대 진리라고 확신할 일은 결코 아니다.-50쪽

기존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에 대해 자유 토론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 그저 사람들이 그 주장의 근거에 대해 잘 모르게 되는 것뿐이라면, 자유 토론을 하지 않은 것이 지적 측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크게 해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면에서 볼 때 그 주장이 갖는 가치에도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 토론이 없다면 단순히 그 주장의 근거만 아니라,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모르게 된다. 그 주장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특별한 생각을 담아내지 못하거나, 아니면 처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의 일부분만을 옮길 수 있을 뿐이다. 생생한 개념과 분명한 확신 대신에 그저 기계적으로 외운 몇 구절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 의미를 둘러싼 몇몇 껍데기는 남을지 몰라도 정말 중요한 본질은 잃고만다. 인류 역사의 위대한 순간들을 뒤돌아보면 이런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고 심사숙고하더라도 모자랄 지경이다.-78-79쪽

기존의 통성일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와 다른 의견이 진리일 수 있다. 또는 통설이 진리일 경우, 그 반대 의견은 오류일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진리와 오류 사이의 논쟁은 진리를 보다 분명히 이해하고 또 깊이 깨닫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서로 대립하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는 진리이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확연히 구분되기보다는, 각각 어느 정도씩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이럴 때 통설이 채우지 못하는 진리의 빈 곳을 채울 수 있도록 그 통설에 도전하는 이설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감각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주제에 관한 대중의 주장이 흔히 진리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거의 또는 전혀 없다. 그런 주장은 상황에 따라 진리를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담고 있기는 하나 부분적으로만 옳을 뿐, 대체로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존재하는, 그래서 상충되는 내용을 담은 진리들과는 거리가 멀다. -89-90쪽

진보라는 것도 진리를 새로 덧붙이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진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중략) 다수가 받아들이는 의견이 비록 올바른 기초 위에 서 있을지라도 이처럼 부분적인 진리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런 통설이 빠뜨리고 있는 진리의 어떤 부분을 구현하는 다른 모든 생각은, 그것이 아무리 많은 오류와 큰 혼돈을 초래하더라도, 마땅히 소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세상살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자칫 우리가 어떤 진리를 빠뜨리고 놓칠까봐 윽박지르면서 정작 우리는 알고 있는 진리의 어느 부분에 대해 모른다고 그에게 화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수의 주장이 일방적인 한, 일부의 의견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일방이 존재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소수파가 아주 강력하게 유일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실은 부분적인 진리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그 소수 의견에 대해 억지로라도 관시믕ㄹ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90-91쪽

"인간의 목적, 또는 막연하고 덧없는 욕망이 아니라 영원하거나 변함없는 이성은 우리에게, 각자의 능력을 완전하고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최대한, 그리고 가장 조화 있게 발전시킬 것을 명령한다." 그러므로 그는 "각자의 개별성에 맞게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특히 다른 사람을 이끌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 목적을 향해 언제나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훔볼트는 이를 위해서 '자유 및 상황의 다양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개별적 활력과 고도의 다양성'이 생기는데, 이들이 곧 '독창성'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101쪽

인간은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것들을 획일적으로 묶어두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잘 가꾸고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창작물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성격을 반영하듯이, 인류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한껏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인간이 발전하게 되면 우리 삶도 풍요로워지고 다양해지며 활력이 넘칠 것이다. 고귀한 생각과 고결한 감정을 더욱 북돋워주게 되고,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연대의 끈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각자의 개별성이 발전하는 것과 비례해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되며, 또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도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자기 존재에 대해 더욱 충만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각 개인이 이처럼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면, 개인들이 모인 사회 역시 더욱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119쪽

이 원리가,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타인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서로의 행복이나 성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이 이기적인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이 원리는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심없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심 없이 남을 돕는 것도, 글자 그대로 또는 비유적인 의미에서 채찍질을 하거나 혼을 내는 것보다는, 그가 자기에게 좋은 것을 스스로 하도록 설득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자기중심적 덕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사회적 덕목을 꼽아야 할 것이다. -142-143쪽

(위에 이어서)

교육자들은 이 둘을 동일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교육도 강압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확신과 설득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한다. 그래서 일정한 교육 기간이 지나고 나면 오직 후자, 즉 설득과 확신을 통해서만 자기중심적 덕목을 배양해야 한다. 사람은 서로 도와가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며, 나쁜 것을 피하고 좋은 것을 취하도록 서로 격려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높은 능력과 감정과 목표가 현명하게, 그리고 품위를 유지한 채 고상한 목표와 계획을 점점 더 지향하도록 서로 자극을 주며 살아야 한다.-143쪽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만 문제가 되고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의 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어떤 행동과 성격 때문에 무언가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남에게 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달리 취급할 수밖에 없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정당한 권리 없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고 타격을 입히는 것, 거짓으로 또는 표리부동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 불공정하게 또는 관대하지 못한 방법으로 남에게서 이득을 얻는 것,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져 있는데 이기적인 마음에서 모른척하는 것 등, 이 모두는 도덕적 비난 또는 심각할 경우에는 도덕적 징벌잉나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직접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 기질도 비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잘못하면 혐오감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146-147쪽

사려 깊지 못하고 인간적 존엄을 지니지 못한 탓에 어쩔 수 없이 타인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한 까닭에 비난을 받는 것은, 단순한 명목상의 차이 이상으로 다르다. 어떤 사람이, 우리가 그를 통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은 일에서 불쾌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행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사람이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면 우리는 싫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그 일은 물론이고 그 사람도 멀리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로 그 사람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모든 벌을 벌써 받고 있다고 또는 받게 되리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 사람이 일을 잘못 처리해서 이미 자신의 삶을 망치고 있는데, 그러한 잘못을 이유로 그의 삶을 더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148-149쪽

(위에 이어서)

그 사람을 처벌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에게 그런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나쁜 일들을 어떻게 피하거나 치유할 수 있을지 가르쳐줌으로써 그가 받는 벌을 경감시켜줄 방도를 열심히 찾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동정이나 혐오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노여움이나 분노의 대상은 아니다. 그를 사회의 공적인 것처럼 다루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 흥미나 관심을 보임으로써 선의로 간섭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그를 가장 심하게 대하는 것은 그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위반했다면, 그런 경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을 보호해야 하므로, 그에게 응징을 가해야 하고 명백한 징계의 표시로 고통을 주어야 하며 그 처벌이 충분히 무겁도록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149쪽

사회적 윤리나 타인에 대한 의무 같은 문제를 놓고 공공 여론, 즉 압도적 다수의 의견이 가끔씩 틀리기는 하지만 옳을 때가 더 많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ㅁ누제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 그리고 어떤 특정한 행동 양식이 실제로 실천에 옮겨질 경우 자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만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다수 의견이라 하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관계되는 행동에 대해 하나의 법으로서 군림하는 의견은, 옳을 때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틀리는 경우도 많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공공 여론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에게 좋고 나쁜 것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생각이고, 실제 대부분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들의 쾌락이나 편의에 대해 그저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행동은 전부 자신에게 해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며 극단적인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마치 몹시 완고한 신자가 다른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무시하낟고 비난을 받자 오히려 그들이 이상한 의식과 교리를 고집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무시한다고 반박하는 것처럼 말이다. -156-157쪽

우리가 옳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박해할 수 있지만 저들은 옳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떤 정의롭지 못한 원리가 우리에게 적용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런 것을 함부로 남에게 적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마땅하다.-160쪽

그러나 포주가 되는 자유, 도박장을 운영하는 자유도 허용해야만 하는가? 이런 경우는 정확하게 두 가지 원리 사이의 경계선 위에 있어서 둘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지 즉각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양쪽 모두 주장할 근거가 있다. 관용을 주장하는 쪽에서 본다면, 생계를 잇거나 이윤을 얻기 위해 직업으로 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범죄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일은 전부 허용되든지, 아니면 전부 금지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주장해온 원리가 옳은 것이라면, 사회가 - 글자 그대로 사회가 - 한 개인만 관계 되는 일에 대해 그것이 무엇이든지, 잘못된 것이라고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회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없다. 누구든지 그런 일을 하도록 또는 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데 똑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183-184쪽

다른 사람이 문제 되지 않는 한, 개인의 자발적인 행동에 간섭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가 자발적으로 무엇인가 선택했다는 것은, 그 일이 자기에게 바람직한 또는 적어도 참을 만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최선이라고 판단한 수단을 동원해서 그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가장 큰 이익을 준다는 사실의 증거가 된다. 그러나 자신을 노예로 파는 것은 자유를 포기한다는 말이다. 한번 이렇게 하고 나면 나중에 다시는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이는 자신을 팔아버리는 행위도 허용해주는 원리, 즉 자유의 목적을 본인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른없다. 그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자유 상태에 있을 때 누리는 이점을 향유할 수 없다. 자유의 원칙이 자유롭지 않을 자유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자유를 포기한 자유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189쪽

국가는 각 개인에게만 특별히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는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의 행사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 깊게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의무 사항이 가족들의 관계 속에서는 - 인간의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관계를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함에도 - 거의 완전히 무시되다시피 하고 있다.-192쪽

"인간은 그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밀)-223쪽

"인간의 삶에서 각자가 최대한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없다."(<자유론>의 표지)-229쪽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밀)-230쪽

각주63)

그러나 밀은 자유를 향유할 '성인'의 자격 요건을 매우 낮게 설정하고 있다. 즉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 또는 '충분히 나이가 들고 보통 수준의 이해 능력'만 갖추면 '확신과 설득에 의해 자기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능력'을 갖추고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에 의해 정신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밀은 자신의 <자유론>이 주된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개화되어서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를 누릴 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본다. '문명사회'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하며 살 정도'의 도덕적, 지적 능력을 어느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낙관론을 바탕으로 밀은 '문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선의의 독재'라는 것이 '악 중의 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선의의 독재는 그 포장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로는 사리에 어긋나는, 가공할 만한 위험한 괴물로 탈바꿈하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248-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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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로운 개인이 중요하지요.
떼거리, 집단, 사회.. 등등을 경멸하는 편입니다.
그것이 지향하는 바가 옳든 그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