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오랫만에 당첨된 시사회였다. 빔 벤더스와 샘 셰퍼드의 20년만의 해후라고 자꾸 강조를 하고 있는데, 난 그들을 모른다. 하지만 자꾸 강조하니 관심이 갈 밖에. 그래서 뒷조사 들어갔는데, 내가 본 빔 벤더스 감독의 유일한 영화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뿐. 또 들어본 작품으로는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가 있는데, 내가 아주 어릴적 영화인지라 이름만 들어본 듯 하다. 꾸준히 영화를 한 감독이고 이런저런 큼지막한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럼 샘 셰퍼드는 누군데? 역시 조사들어갔더니 이 사람 역시 꾸준히 영화는 했지만, 띠엄띠엄 했다. <블랙 호크 다운>과 <스텔스>가 익숙하다.

  영화는 한때 아주 잘 나갔으나 지금은 어느 덧 늙어버린 한 서부영화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늙었지만 아직도 그의 영향은 대단해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알아보고, 여자들이 뒤따른다. 사막 한 복판 촬영 중 갑자기 말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하워드 스펜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걸까? 계약된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 대뜸 말을 타고 도망가서는 30년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향한다. 왜? 충동적으로 떠났지만 집에서 어머니로부터 놀라운 말을 듣게 되는데, 서부 어딘가에 자신의 아이가 있을거라는.   또다시 앨범 속 사진 한장을 가지고 무작정 떠나는 그.

  이제 늙었기 때문일까. 늙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싶었던걸까. 그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서부의 아이를 찾아 떠돈다. 예전에 아주 젊었을 적에 촬영했던 그곳으로. 그리고 옛 애인과 자신의 아들, 그리고 또다른 이미 죽은 여자의 딸을 발견한다. 젊은 시절의 술, 마약, 여자, 온갖 스캔들로 점철된 방탕한 삶의 종지부를 찍자. 그에게 안겨졌던 명성과 돈은 그의 삶을 방탕하게 이끌었고 그는 다 늙은 지금 도피처를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동안의 삶을 후회하며.


 * 옛 애인과 스펜스의 만남. 아줌마 기막혀 하며 곧 있으면 그를 팰 기세다.

 

 

 

 




 * 당황, 황당, 좌절, 우울, 분노. 방안에 있는 모든 집기 다 내던지고 밖에서 꼬마엠프에 앉아 담배꼬나 물고 기타 연주하고 있는 아들놈. 그리고 도너츠 사왔다며 먹으라고 건네주는 스펜스의 또다른 딸.

 

 

 

 

  카페를 하는 옛 애인과 서부 마을 호프집에서 노래를 하는 자신의 아들, 그리고 엄마의 유골을 품에 안고 다니는 한 여자아이. 잘나가는 영화배우였던 하워드 스펜스는 그렇게 자신의 삶과 마주한다. 가족을 찾아간 스펜스야 그렇다치고, 갑작스레 나타난 그를 마주하는 아들과 또다른 딸, 옛 애인은 어찌하라고. 오히려 안가는 것이 더 나았는지도 모른다. 평온한 그들의 삶을 깨뜨렸다. 어릴 땐 아빠가 없는 게 이상해서 물어보곤 했지만 지금은 적응되어 그냥 그럭저럭 악기연주하고 노래하며 살고 있는 아들놈은 갑작스레 나타난 작자가 자기보고 니 애비다, 그러니 오죽 황당할까. 또다른 딸은 되려 담담하다. 오히려 아비를 따라다니며 그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아비는 그 아들만 자신의 아이인줄 알았지 여자아이까지 자신의 딸인줄은 몰랐던 것.

  방탕과 방랑을 끝마치고 이곳에서 가족을 찾는 스펜스와 그들은 예고된 갈등을 겪게 되지만 이내 화해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촬영장을 떠난 그를 쫓는 사설탐정에게 걸렸다. 다시 나머지 장면 찍으러 돌아가야한다. 작별이다. 안녕. 끝내 그를 거부하며 분노를 표출하던 아들놈은 결국 그와 화해를 하고, 딸은 그의 품에 안긴다. 잘나가던 영화배우 스펜스는 자신을 구원해줄 가족의 사랑을 되찾았다.

  영화는 무덤덤하고 약간 지루한 듯 하고 밋밋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이 너무나 재밌다. 스펜스를 제외하고도, 그를 찾아다니는 검은 선그라스를 낀 사설탐정의 말 한마디와 행동은 고요한 호수에 퐁당 돌맹이를 던진 듯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는 스펜스의 트레일러. 여느 배우와 마찬가지로 방탕하게 논 흔적들이 보인다." 녹음.
"이 요리와 이 요리는 어떻게 다르죠?" (한참 가게주인이 설명하자) "그럼 물 한잔만 주세요"


 ← 바로 이 아저씨. 저 장면은 스펜스의 트레일러에서 녹음기에 대고 말하는 장면.

 

 

 

 

 

  또 그의 아들이랍시고 나오는 놈이나 그의 머리텅빈 애인,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또다른 딸의 말과 행동도 같은 상황에 처했지만 서로 다른 각자의 행동패턴을 보여준다. 특별히 흥겹지도 우울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밋밋한 이 영화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살펴보는 재미만으로 대신할 수 있다.

 

  * 영화를 보고 난 뒤 알게 된 재밌는 사실 하나 : 영화 속 스펜스와 그의 옛 애인은 실제로도 부부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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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영풍문고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구경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난 보통 서점에서 시간때우기용 책구경을 하면 신간 위주로 보긴 하지만, 대략 장르는 인문/사회과학, 비평서, 에세이 쪽을 중심으로 본다. 이때는 아마도 철학대중서를 보고 있었던 듯.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책은 그렇게 나와 처음 마주했다. 일단 제목이 끌린다. '책상은 책상이다'. 그래 책상은 책상이야. 그런데 뭐?!, 하고 한번 질문을 던지게 하지 않는가. 아니 책상이 책상이야 그래 그런데 어쨌다는거야?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픈건데? 흔히 친구에게 너는 누구냐, 라고 장난삼아 물어보면 대개는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나야. 그래. 너는 너야. 그런데 그런 너는 누구야. 말장난 같지만, 또 말장난 이기도 하지만 심각한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해 제 삶을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는 먹고 마시고 놀기 위해도 아니고, 내 자녀와 손자손녀를 보기 위해서도, 세상이 어떻게 변하가나 구경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찾기위해 우리는 살아간다.

  "지금까지의 삶은 좀더 나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프로필 란에 적혀있는 문구다. 누가 말했느냐. 내가 말했다. 홈페이지에 있어 프로필란은 대외적으로 나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그곳에 나는 저런 문구를 집어넣었다. 아니 무슨 생각으로? 프로필은 내가 누구인가를 소개하는 것인데, 나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남에게 나를 소개할 만한 것이 없고, 지금의 나를 봐달란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나를 소개하는 대신 그냥 나를 보여주겠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저렇게 대답을 하겠다. 과거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지만, 앞으로 만들어 나갈 나도 나다. 나라는 건 정해져있지 않다.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내 머리 속엔 저런 생각들이 오고갔다. 정말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청소년용 철학도서로 분류되어 있었다. 페터 빅셀이라는 스위스 작가가 7가지 짧은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았다. 한편의 동화와도 같고, 한편의 환타지와도 같은, 얼마전 읽은 베스트셀러 <모모>가 떠오르기도 했다.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제목은 이 책 속에 담겨있는 한편의 짧은 이야기의 제목에서 따왔다.

  그는 눈을 뜨면 달라진 삶을 기대하지만 언제나 똑같다. 시계는 재깍재깍, 방 안엔 책상 하나, 의자 두개, 침대 하나. 뭐 하나 달라진게 없다. 그는 분노한다. 너무나도 똑같은 일상에.

"언제나 똑같은 책상, 언제나 똑같은 의자들, 똑같은 침대, 똑같은 사진이야. 그리고 나는 책상을 책상이라 부르고 사진을 사진이라고 하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지. 또 의자는 의자라고 한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불어야 하는거지?"

 이런 질문을 던지다니. 그는 이제 침대를 사진이라, 책상을 양탄자라, 의자를 시계라, 신문을 침대라, 거울을 의자라 부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계 위에 앉아 양팔을 책상 위에 괴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혼자만 사용하는 언어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차단시켰다. 다른 이들은 그가 도통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그도 결국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말을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만 이야기를 나눈다.

  '책상은 책상이다'는 책장을 펼치기 전에 생각했던 그런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같은 사물을 보지만 한국인과 미국인은 서로 다르게 지칭한다. 한국인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종이로 엮여진 뭉치를 '책'이라 하지만, 미국인은 'Book'이라고 말한다. 집에 들어오면 반겨주는 멍멍 짖는 동물을 한국인은 '강아지'라고 부르지만, 미국인은 'dog'라고 부른다. 같은 사물을 지칭하더라도 표현이 다르다.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장을 포함하여,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결론을 내리거나 독자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해주지 않는다. 그저 내던져 제시해놓고 독자 스스로가 각자 생각의 장을 펼치도록 열어둔다. 그래서 같은 텍스트를 접하더라도 모든 독자의 머리 속엔 다른 생각이 펼쳐진다. 답을 하나라 제시하지 않고, 또 답이 없다고도 말하지 않고, 답은 여러개다 라는 암묵적인 전제 아래 이 책은 다양한 사고의 장을 열어준다.  어떤 철학이론이나 철학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이 책이 청소년용 철학서로 분류되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작가는 분명 어떤 의도를 가지고 책을 집필 했을 것이나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난 텍스트는 독자의 손에 들어왔을 때, 독자의 눈에 들어왔을 때, 증발한다. 남는 것은 그들의 머리 속에서 피어오르는 또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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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2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책상은 책상이다를 아이들에게 게임하듯 언어의 사회성을 가르친 적이 있죠. 아이들도 참 재미있어 했는데

마늘빵 2006-02-2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재밌는 책이더군요. 중학생 정도에서 읽어도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흠. 초등학교 고학년도 괜찮겠군요.

balmas 2006-02-25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신림동에 가면 이 이름을 단 헌책방 집도 있어요.

마늘빵 2006-02-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방 이름이기도 하군요. 독특하네요. '책은 책이다'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스물 여덟. 군대를 다녀온 기간을 포함한다면 많은 나이는 아니다. 대학 입시 재수도 안했고, 대학 재학중 군휴학을 제외하고는 휴학도 한번도 안한 채 내리 달려왔다. 2005년 2월에 졸업하여 딱 1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한번쯤 휴학하는 친구들은 이제 졸업하기도 한다. 그러니 늦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불안증세를 느낀다. 주변에 잘 풀린 친구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불안하다. 이러다 나만 계속 이 짓하고 있는거 아냐? 물론 지금의 내 상황은 그 사람에 비하면 매우 약과인 경우도 있다.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시험에 낙방, 계속 기간제 생활과 시험 준비생으로서의 몇 년을 겪다보면 폐인이 된다.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와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시험이 다 그렇다. 하다 안되면 그만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 게 아깝고 내가 할 줄 아는건 이거 밖에 없고, 하고픈 것도 이거 밖에 없다. 그러면 내리 계속 달리는 거다. 아직 시험 볼 자격 조차 주어지지 않은 나에게는 어쩜 지금 이 상황은 행복(?)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어머니 친구분들의 자제나 아는 사람들의 아들 딸들 중에도 교사준비생이 꽤 있다. 아니 교사준비생이 아니다. 이미 교사가 된 사람들이다. 얼마전까지 교사준비생이었다가. 그리고 대부분 사립으로 갔다. s여대 사범대를 나와서 일년 시간강사, 일년 기간제, 그리고 올해 정교사 발령난 사람도 있고, S여대에서 K대 편입 후 여고에 응시해 교사로 간 여자분도 있다. 정교사가 되지 못한 어떤 이는 듣기로 건너 건너 교육청에 아는 이가 있어 부탁해서 기간제 자리를 봐줬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 학벌이 안되도 다 되는 사람은 되는구나. 지금 난 정교사가 될 기본요건, 자격증이 아직 안나왔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해본다.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며칠간 계속되는 컴퓨터 앞 폐인질에 면접낙방에 미칠 것만 같았지만, 지금 날 보면 정말 미친거 같다. 아예 초월했다. 때되면 부르겠지. 아직 개학 하려면 멀지 않았냐. 더 기다리자. 이러고 있으니 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나도 모르겠다.

  같은 학부 대학 출신, 그리고 다른 대학 교육대학원에 졸업 혹은 재학 중인 다섯 선배가 있다. 세 선배는 H대 교육대학원에(단지 학비가 싸다는 이유로), 두 선배는 S 교육대학원에 있다. 그리고 내가 있는 K교육대학원에 나를 포함 세명이 있었으나 선배 둘은 논술 학원을 차려버렸다.

  H 교육대학원 - A선배(학부에서 장학금 휩쓸음. 내가 전과후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배운 선배. 남자. 95학번)
                             B선배(잘 모르는 선배. 94학번(?), 남자)
                             C선배(잘 모르는 선배. 95학번. 여자)

 S 교육대학원 - D선배(이미 교육대학원 오기전 중국철학석사 취득, 학과 조교, 4.5의 신화, 남자, 93학번)
                            E선배(군입대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선배, 97학번, 여자)

 K 교육대학원 - F, G 선배(둘다 대학원와서 알았음 선배인줄. 96학번. 남자)

  F,G는 제외하고, 지금 제일 잘 풀린 선배는 셋. 첫번째는 B선배다. 열심히 공부해서 교육대학원 졸업 후 바로 임용시험 합격 현직 교사. 얼굴만 아는 선배. 교사 지망생 선배들 중에서 유일하게 시험으로 교사된 선배다. 가장 부러운 선배. 두번째는 E 선배. 졸업후 나같이 일년간 기간제 생활을 전전하다, 경기도의 어느 한 사립중학교에 기간제 된 후 3년째 하고 있는데, 올해 정교사 발령해준다 한다. 대단하다. 아니 어디서 그런 자리가 들어왔지. 1년짜리 기간제만 구하기도 쉽지 않은 판에 같은 학교에 3년째 있으면서 또 우연히 사립이 되어 그곳에 정착하게 됐으니. 세번째는 D선배. 석사 두개를 갖게 되는 선배인데, 능력있다. 이 선배는 충분히. 서울의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철학 기간제 교사로 갔는데 아마 정교사 발령 분위기라고 한다. 철학 석사 학위의 힘.

 제일 마음이 안쓰러운 선배가 A선배다. 성적도 좋고, 게다가 조기졸업도 했고, 성실함의 대명사다. '도덕교사'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다. (나는 아니다. 나는 일반적인 이미지의 '도덕교사' 상은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에게 '도덕교사'의 이미지를 씌우는 것이 부담스럽다. 흔히 생각하는 그런 착하기만 하고 순수하고 준법정신 투철하고 온갖 도덕논쟁에 있어서 교과서 같은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되려 교과서에 반대되는 도덕교사라고 할까.) 이 선배는 기간제는 곧잘 구해 계속 1년짜리 기간제 생활을 해왔다. 3년째인가 지금이. 시험을 두번 쳤으나 두번 다 안됐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아니다. 이 선배 열심히 한다. 그만큼 지금 이 바닥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이야기.

  주변의 누구 이야기를 하면 뭣하는가.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안풀린 사람들 이야기 듣고 좌절하고, 잘풀린 사람들 이야기 듣고 희망을 가진다. 선배들이 열심히 해주니깐 같은 학력 배경을 지니고 있는 나도 희망을 가지고 하려한다. 올해는 내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교사상의 모습에 좀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는 한해를 만들어보자. 일자리는 기다리면 들어온다. 3개월 짜리 정도는.

  학벌이 안돼도, 백이 없어도 될 사람은 다 된다. 우선 스스로 노력하자. 가장 필요한 건 지금 나 자신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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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4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2-2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여기 오셔서 좌절을 하시면 어쩐답니까. 희망을 찾자고 한건데. 님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 마련.

Kitty 2006-02-2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화이팅입니다. 화이팅팅팅팅!!!!!!!!

panda78 2006-02-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문단에 완전 공감입니다. ^^;;; 에효효...
아프락사스님, 열심히! 힘내세요!

마늘빵 2006-02-2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 감사합니다!
판다님 / ^^ 네!

토트 2006-02-2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기운 내실 줄 알았어요..^^
 

요며칠 뜸했습니다. 아프기도 했고, 무엇보다 주요원인은 다음 3월부터 나갈 학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절 잘 아시는 분은 알다시피 정식 교사가 아닙니다. 시험을 못 봅니다. '철학'을 전공했다는 죄로. 그리하여 대학원을 졸업해야 하는데 대학원 등록금은 우리나라 같은 계열 대학원의 최고가를 달리고 있고 - 돈 없으면 싼 대학원 다녀야하는건데 무리해서 여기 왔다 왜 이 고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등록금은 다행히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하여, 지금 현재 다음학기 등록금 까먹으며 살고 있는 저로서는(있을 때 조금이라도 저축을 안해놓은게 죄다), 계약할 학교를 구해 얼른 계약서에 도장찍고 마음 놓아야 합니다.

20여군데, 나오는 족족 다 이력서 넣고 전화걸고 냅다 달려다가 문방구에서 팩스 넣고, 몇군데 전화도 와서 집에서 한시간 반 거리, 두 시간 거리 힘들여 면접도 가고 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뭐가 문제인건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내가 국내 최고 3인방 대학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 하나요, 남자샘들 치고 나이가 어리다가 또 하나요, 경력이 거의 없다가 또 하나요, 집이 멀다가 또 하나.

계약직 교사를 뽑는 학교들의 유형은, 1. 집에서 가까운 샘을 모신다(주로 국공립학교들) 2. 경력이 빵빵한 샘을 모신다(주로 사립학교들. 허나 국공립도 따짐) 3. 학력을 본다(주로 사립) 4. 나이를 본다(담임을 맡길 계획 등의 이유로 본다. 거의 이런 학교는 없지만)

이렇게 네 가지 정도로 분류되는 바, 우리집 근처 학교선 전혀 전혀 공고가 올라오질 않고 있고, 작년부터. 집에서 멀더라도 기꺼이 가려고 했지만 학교에서 집 먼 샘은 싫다하고, 경력이 빵빵하고 싶지만 뭐 시켜줘야 경력이 쌓이지 누군 처음부터 경력이 있나. 학벌이 안된다? 그래서 국내 최고價 대학원에 다니고 있지 않냐. 어떻게든 메꿔보려고.

 이젠 지친다. 정말. 피말리고 머리아프고 가슴은 답답하고 소화도 안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혹시 걷다가 진동 못느껴 전화오는거 못받을까봐 주머니에 손넣고 다니고, 잠깐 나간 사이 인터넷에 구인공고 뜰까봐 밖에도 못나간다. 컴퓨터는 하루종일 켜놓고 실시간으로 새로고침 버튼 누르며 공고 찾고 있다. 그래야 겨우 면접까지 갈 수 있다. 왜냐면 한번 공고 뜨면 수백명씩 넣기 때문에 이력서도 안본다. 나중에 내면. 대부분 그렇게해서 놓쳤다.

오늘 본 학교는 다행히 공고 뜬지 30분만에 메일을 보내 어제밤 10시 넘어 교감샘으로부터 연락받고 오늘 힘들여 갔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땡이지 뭐. 교감샘은 맘에 들어서 부른거 같은데 교장샘이 나이어리고 경력없어서 별로였나보다. 휴.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 이제 우리집에 돈도 없다. 다음 달 생활비가 없어 어머니도 나갈 곳 구하고 계신다. 내가 얼른 계약해서 어머니에게 빌린 돈도 값고, 대학원  등록금도 내고, 생활비도 조금 보태야할텐데. 정말 돈 없으면 공부도 맘놓고 못한다.

리뷰고, 영화평이고 뭐고 다 팽개쳤다. 책도 안읽는다. 보고픈 영화가 뭔지도 모른다 이제.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건 6개월짜리든, 1년짜리든 올해를 버텨낼 학교를 찾는 일이다. 자기전까지 컴퓨터는 끄지 못한다. 밤에 또 급한 공고가 올라올 수 있으니까. 국어, 영어, 수학 같은 흔한 과목도 아닌 내 건 하루에 한건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학부에서 철학과로 전과한게 잘못인가 처음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싫어도 경제학과에서 버티는건데 그랬나. 그렇담 그냥 무역회사 같은데라도 들어가 있을거 아냐.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안할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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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중가인 2006-02-23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학교로 와주세요~~~ ㅎㅎ 경기여고에 젊은 남자 쌤이 없어서 완전 인기 최고이실텐뎅..ㅎㅎㅎ

마늘빵 2006-02-2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고프지만 안불러주네요. 흠. 이런 페이퍼 학생이 보면 안되는데. ㅡㅡ;;;

미미달 2006-02-2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서 기운이 없어보이셨군요.
근데 나이 보는건 좀 이해가 안가는군요 ;

비로그인 2006-02-23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먹고 사는게 뭔지;; 님 힘내세요~
음...책음메님은 경기여고 다니시는구나

2006-02-23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트 2006-02-2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 내세요...
이런 말 해두 될진 몰겠지만, 제가 들은 말인데, 공고만 내구 아는 사람 뽑는 경우가 많대요. 아는 샘들에게 부탁해보시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사마천 2006-02-2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부 전공이 중요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에서 결정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단 동창은 꽤 영향력이 큽니다. 자기를 자리매김하는 준거기준이 됩니다. 그러기에 과동기에만 한정 짓지 말고 다른 과 출신들과도 교분을 가져가는게 좋습니다. 고교동창 모임이 효과적이죠.

마늘빵 2006-02-24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달, 나를 찾아서님, 숨은님 / 감사합니다...
토트님 / 저도 들어 알고 있지만 아는 샘들이 몇 없답니다. 다 연락해봤죠. 그 몇 안되는 샘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해요.
사마천님 / 제가 경제과에서나 철학과에서 홀로 놀아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는 딱 한명 연락하고 지냅니다. 되려 학원애들과 중학교 친구들을 연락하고 지내죠. 그다지 발이 넓지 않은 관계로 인맥에 의해 뭔가를 하는건 제겐 어려울 듯 합니다.

하늘바람 2006-02-2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힘내셔요. 같은 철학도로서(우왕 밝힘이 되버리고만) 응원합니다

사마천 2006-02-2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수록 발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은 긴대... ^^

2006-02-24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24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6-02-2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생계의 압박과 별개 문제인데..
리니지 명의도용피해 소송하거든요....
'로마켓'에서 해줍니다.
비용은 1만원, 배상청구액은 100만원.
한번 하시죠.

마늘빵 2006-02-24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사마천님, 속삭이신 두분 / 감사합니다...
강쥐님 / 저 바로 삭제했는데 저도 할 수 있나요? 증거물이 남아있으려나...

코마개 2006-02-2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안내문 잘 보시고 하시면 됩니다.

승주나무 2006-02-2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에서 철학으로 트셨군요. 공대에서 철학으로 튼 저도 근근히 버티고 있답니다. 철학이 아직은 '사회적 학문'으로 받아들여지지는 못하는 것 같군요. 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말과 아이디어를 퍼뜨리고 다니는 '유세가'가 되고 싶습니다^^

마늘빵 2006-02-2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승주나무 님도 전과자이시군요. 전 전과 2범입니다. 고등학교 때 한번, 대학 때 한번. 반갑습니다. 돈 안되고 불러주지 않는 소외된 학문이죠.

승주나무 2006-02-2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과 2범입니다. 철학과 전과에 국문학/철학 양다리 전공 전과도 가지고 있습지요^^ 이제 돈 되는 학문의 시대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지식사회'의 '지식'은 앤지니어적인 '지식'도 있지만, 나머지 반의 '지식'은 우리들의 것이지 않습니까.

마늘빵 2006-02-2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랑 동률이시군요. 그럴까요. 흠... 이공계의 위기다 말들 많은데 인문학의 위기는 이미 당연한걸로 간주하고들 있죠. 당연히 버리는게 맞다는 식의 인식들.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구판절판


"언제나 똑같은 책상, 언제나 똑같은 의자들, 똑같은 침대, 똑같은 사진이야. 그리고 나는 책상을 책상이라 부르고 사진을 사진이라고 하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지. 또 의자는 의자라고 한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불어야 하는거지?"-26쪽

"아마 이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고 싶어서 열차를 타는 건지도 모르죠." 내가 말했다.
"그것도 사실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람들 대부분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죠. 심지어는 매일 아침 여기서 기차를 타고 매일 저녁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기억력이 나쁘다는 거죠."
그리고 그는 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 등 뒤에 대고 외쳤다. "이런 바보 멍청이들! 그렇게 기억력이 없다니!' 그는 그들에게 계속 소리쳤다. "이 차를 타면 헤겐도르프를 지나간다고!"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그 사람들 기분을 망쳐놓았다고 믿었다.-67-68쪽

그리고 아내가 물었다 "그래서 이제 모르게 된 게 뭐에요?"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나는 아직 모든 걸 다 알고 있어." 아직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아주 슬퍼했다.

...중략...

아내가 다음번에 "아직도 알고 있는게 뭐에요?" 라고 물었을 때 그는 대답했다.
"나는 전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날씨가 좋고 나쁜게 어떤거라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바깥 날씨를 모른다는게 어떤거라는 것까지 알고 있잖아. 그리고 방 안이 아무리 어두워도 완벽하게 어두운 건 아니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어."-90-91쪽

"내가 무엇을 알고 싶지 않은 건지, 먼저 그걸 알아야겠어" 남자는 이렇게 외치고 창문에서 종이를 뜯어버리고 덧창을 열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는 비를 바라보았다.

...중략...

"하지만 아직도 나는 아는 것도 부족해. 나는 모든 것을 알아야겠어. 모든 것을 알고 나야만 그 모든 것을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테니까." -9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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