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뜸했습니다. 아프기도 했고, 무엇보다 주요원인은 다음 3월부터 나갈 학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절 잘 아시는 분은 알다시피 정식 교사가 아닙니다. 시험을 못 봅니다. '철학'을 전공했다는 죄로. 그리하여 대학원을 졸업해야 하는데 대학원 등록금은 우리나라 같은 계열 대학원의 최고가를 달리고 있고 - 돈 없으면 싼 대학원 다녀야하는건데 무리해서 여기 왔다 왜 이 고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등록금은 다행히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하여, 지금 현재 다음학기 등록금 까먹으며 살고 있는 저로서는(있을 때 조금이라도 저축을 안해놓은게 죄다), 계약할 학교를 구해 얼른 계약서에 도장찍고 마음 놓아야 합니다.
20여군데, 나오는 족족 다 이력서 넣고 전화걸고 냅다 달려다가 문방구에서 팩스 넣고, 몇군데 전화도 와서 집에서 한시간 반 거리, 두 시간 거리 힘들여 면접도 가고 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서 뭐가 문제인건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내가 국내 최고 3인방 대학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 하나요, 남자샘들 치고 나이가 어리다가 또 하나요, 경력이 거의 없다가 또 하나요, 집이 멀다가 또 하나.
계약직 교사를 뽑는 학교들의 유형은, 1. 집에서 가까운 샘을 모신다(주로 국공립학교들) 2. 경력이 빵빵한 샘을 모신다(주로 사립학교들. 허나 국공립도 따짐) 3. 학력을 본다(주로 사립) 4. 나이를 본다(담임을 맡길 계획 등의 이유로 본다. 거의 이런 학교는 없지만)
이렇게 네 가지 정도로 분류되는 바, 우리집 근처 학교선 전혀 전혀 공고가 올라오질 않고 있고, 작년부터. 집에서 멀더라도 기꺼이 가려고 했지만 학교에서 집 먼 샘은 싫다하고, 경력이 빵빵하고 싶지만 뭐 시켜줘야 경력이 쌓이지 누군 처음부터 경력이 있나. 학벌이 안된다? 그래서 국내 최고價 대학원에 다니고 있지 않냐. 어떻게든 메꿔보려고.
이젠 지친다. 정말. 피말리고 머리아프고 가슴은 답답하고 소화도 안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혹시 걷다가 진동 못느껴 전화오는거 못받을까봐 주머니에 손넣고 다니고, 잠깐 나간 사이 인터넷에 구인공고 뜰까봐 밖에도 못나간다. 컴퓨터는 하루종일 켜놓고 실시간으로 새로고침 버튼 누르며 공고 찾고 있다. 그래야 겨우 면접까지 갈 수 있다. 왜냐면 한번 공고 뜨면 수백명씩 넣기 때문에 이력서도 안본다. 나중에 내면. 대부분 그렇게해서 놓쳤다.
오늘 본 학교는 다행히 공고 뜬지 30분만에 메일을 보내 어제밤 10시 넘어 교감샘으로부터 연락받고 오늘 힘들여 갔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땡이지 뭐. 교감샘은 맘에 들어서 부른거 같은데 교장샘이 나이어리고 경력없어서 별로였나보다. 휴.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 이제 우리집에 돈도 없다. 다음 달 생활비가 없어 어머니도 나갈 곳 구하고 계신다. 내가 얼른 계약해서 어머니에게 빌린 돈도 값고, 대학원 등록금도 내고, 생활비도 조금 보태야할텐데. 정말 돈 없으면 공부도 맘놓고 못한다.
리뷰고, 영화평이고 뭐고 다 팽개쳤다. 책도 안읽는다. 보고픈 영화가 뭔지도 모른다 이제.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건 6개월짜리든, 1년짜리든 올해를 버텨낼 학교를 찾는 일이다. 자기전까지 컴퓨터는 끄지 못한다. 밤에 또 급한 공고가 올라올 수 있으니까. 국어, 영어, 수학 같은 흔한 과목도 아닌 내 건 하루에 한건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학부에서 철학과로 전과한게 잘못인가 처음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싫어도 경제학과에서 버티는건데 그랬나. 그렇담 그냥 무역회사 같은데라도 들어가 있을거 아냐.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안할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