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덟. 군대를 다녀온 기간을 포함한다면 많은 나이는 아니다. 대학 입시 재수도 안했고, 대학 재학중 군휴학을 제외하고는 휴학도 한번도 안한 채 내리 달려왔다. 2005년 2월에 졸업하여 딱 1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한번쯤 휴학하는 친구들은 이제 졸업하기도 한다. 그러니 늦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불안증세를 느낀다. 주변에 잘 풀린 친구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불안하다. 이러다 나만 계속 이 짓하고 있는거 아냐? 물론 지금의 내 상황은 그 사람에 비하면 매우 약과인 경우도 있다.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시험에 낙방, 계속 기간제 생활과 시험 준비생으로서의 몇 년을 겪다보면 폐인이 된다.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와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시험이 다 그렇다. 하다 안되면 그만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 게 아깝고 내가 할 줄 아는건 이거 밖에 없고, 하고픈 것도 이거 밖에 없다. 그러면 내리 계속 달리는 거다. 아직 시험 볼 자격 조차 주어지지 않은 나에게는 어쩜 지금 이 상황은 행복(?)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어머니 친구분들의 자제나 아는 사람들의 아들 딸들 중에도 교사준비생이 꽤 있다. 아니 교사준비생이 아니다. 이미 교사가 된 사람들이다. 얼마전까지 교사준비생이었다가. 그리고 대부분 사립으로 갔다. s여대 사범대를 나와서 일년 시간강사, 일년 기간제, 그리고 올해 정교사 발령난 사람도 있고, S여대에서 K대 편입 후 여고에 응시해 교사로 간 여자분도 있다. 정교사가 되지 못한 어떤 이는 듣기로 건너 건너 교육청에 아는 이가 있어 부탁해서 기간제 자리를 봐줬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 학벌이 안되도 다 되는 사람은 되는구나. 지금 난 정교사가 될 기본요건, 자격증이 아직 안나왔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해본다.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며칠간 계속되는 컴퓨터 앞 폐인질에 면접낙방에 미칠 것만 같았지만, 지금 날 보면 정말 미친거 같다. 아예 초월했다. 때되면 부르겠지. 아직 개학 하려면 멀지 않았냐. 더 기다리자. 이러고 있으니 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나도 모르겠다.

  같은 학부 대학 출신, 그리고 다른 대학 교육대학원에 졸업 혹은 재학 중인 다섯 선배가 있다. 세 선배는 H대 교육대학원에(단지 학비가 싸다는 이유로), 두 선배는 S 교육대학원에 있다. 그리고 내가 있는 K교육대학원에 나를 포함 세명이 있었으나 선배 둘은 논술 학원을 차려버렸다.

  H 교육대학원 - A선배(학부에서 장학금 휩쓸음. 내가 전과후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배운 선배. 남자. 95학번)
                             B선배(잘 모르는 선배. 94학번(?), 남자)
                             C선배(잘 모르는 선배. 95학번. 여자)

 S 교육대학원 - D선배(이미 교육대학원 오기전 중국철학석사 취득, 학과 조교, 4.5의 신화, 남자, 93학번)
                            E선배(군입대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선배, 97학번, 여자)

 K 교육대학원 - F, G 선배(둘다 대학원와서 알았음 선배인줄. 96학번. 남자)

  F,G는 제외하고, 지금 제일 잘 풀린 선배는 셋. 첫번째는 B선배다. 열심히 공부해서 교육대학원 졸업 후 바로 임용시험 합격 현직 교사. 얼굴만 아는 선배. 교사 지망생 선배들 중에서 유일하게 시험으로 교사된 선배다. 가장 부러운 선배. 두번째는 E 선배. 졸업후 나같이 일년간 기간제 생활을 전전하다, 경기도의 어느 한 사립중학교에 기간제 된 후 3년째 하고 있는데, 올해 정교사 발령해준다 한다. 대단하다. 아니 어디서 그런 자리가 들어왔지. 1년짜리 기간제만 구하기도 쉽지 않은 판에 같은 학교에 3년째 있으면서 또 우연히 사립이 되어 그곳에 정착하게 됐으니. 세번째는 D선배. 석사 두개를 갖게 되는 선배인데, 능력있다. 이 선배는 충분히. 서울의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철학 기간제 교사로 갔는데 아마 정교사 발령 분위기라고 한다. 철학 석사 학위의 힘.

 제일 마음이 안쓰러운 선배가 A선배다. 성적도 좋고, 게다가 조기졸업도 했고, 성실함의 대명사다. '도덕교사'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다. (나는 아니다. 나는 일반적인 이미지의 '도덕교사' 상은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에게 '도덕교사'의 이미지를 씌우는 것이 부담스럽다. 흔히 생각하는 그런 착하기만 하고 순수하고 준법정신 투철하고 온갖 도덕논쟁에 있어서 교과서 같은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되려 교과서에 반대되는 도덕교사라고 할까.) 이 선배는 기간제는 곧잘 구해 계속 1년짜리 기간제 생활을 해왔다. 3년째인가 지금이. 시험을 두번 쳤으나 두번 다 안됐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아니다. 이 선배 열심히 한다. 그만큼 지금 이 바닥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이야기.

  주변의 누구 이야기를 하면 뭣하는가.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안풀린 사람들 이야기 듣고 좌절하고, 잘풀린 사람들 이야기 듣고 희망을 가진다. 선배들이 열심히 해주니깐 같은 학력 배경을 지니고 있는 나도 희망을 가지고 하려한다. 올해는 내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교사상의 모습에 좀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는 한해를 만들어보자. 일자리는 기다리면 들어온다. 3개월 짜리 정도는.

  학벌이 안돼도, 백이 없어도 될 사람은 다 된다. 우선 스스로 노력하자. 가장 필요한 건 지금 나 자신의 노력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6-02-24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2-2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여기 오셔서 좌절을 하시면 어쩐답니까. 희망을 찾자고 한건데. 님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 마련.

Kitty 2006-02-2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화이팅입니다. 화이팅팅팅팅!!!!!!!!

panda78 2006-02-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문단에 완전 공감입니다. ^^;;; 에효효...
아프락사스님, 열심히! 힘내세요!

마늘빵 2006-02-2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 감사합니다!
판다님 / ^^ 네!

토트 2006-02-2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기운 내실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