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 생각하기 논리로 말하기
이윤일 지음 / 씨엘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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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왜 지금 절판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대학 때 논리학 교재로 사용했던, 참 괜찮은 책인데 왜 절판이람. 가능한 추측 몇 가지. 하나. 책이 내 생각보다 훨씬 재미없고 유용하지 못하다. 둘. 관동대 교수가 쓴 책이라 안 팔렸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스카이 대학의 교수가 아니기 때문. 즉 사람들이 쉽게 믿고 사볼 수 있는 교재가 아니란 말이다. 정확히는, 그런 책이 아니라기보다 그런 책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때문이지 않을까 의심.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다른 가능성은, 출판사가 더 이상 찍어봐야 팔리지도 않을거라는 계산에서 안찍었다는 것. 그런데 이 세번째 가능성은 앞의 두 가지 원인에 따른 결과이다. 내가 생각해 낸 두 가지 가능성 말고 다른 가능성이 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책이 절판된데 대해선 씁쓸하다.

  이 책은 대학 논리학 교재와 교양 논리학 교재로서 둘 다 사용 가능하다. 탁석산의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만큼이나 재밌고 쉽고 웃기지는 않지만, 또 실제 신문이나 주변의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공부하며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논리학이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해서, 전통논리학과 현대논리학의 차이점, 그리고 명사, 명제, 추론 등등의 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역추론과 귀납추론, 오류론 까지 학문으로서의 논리학에서 다뤄야 할 기본개념들은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이 다른 교재와 차별화되는 점은, 오류론이다. 오류론에서는 온갖 비형식적 오류들을 나름대로 분류하고, 각각의 오류들에 대한 설명과 몇가지 예를 제시함으로써, 또 연습문제 풀이를 제공함으로써 제대로 오류를 익혔는가를 테스트 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오류론이라는 것은 학자마다, 즉 책을 내는 저자마다 입장이 다르고, 분류방식도 가지가지라는 것이다. 흔히 오류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모두 여기에 종합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떤 학자에 따르면 이 것들은 그에겐 오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고로 이것이 진리인양 생각해서는 안되고, 그저 우리가 이름붙일 수 있는 오류들을 종합해놨다는 정도로, 안내서 정도로 보면 좋겠다.

  재미삼아 보는 교양 논리학을 넘어서 학문으로서의 논리학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절판이라 구할 수 없으니, 출판사에 문의하거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찾아보시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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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3-1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절판인 이유는 한계가 있어서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엔날에야 이 책으로도 충분했겠지만...내용이 많이 부실합니다. 고등학생들이 보면 좋을 수준입니다. 쉽더군요~ 대학에서 논리학 교양수업으로 이 책을 교재로 했다면 너무나 빈약한 수업이었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이 듭니다. 로버트 바움의 책과 어빙 코피의 논리학 교재는 그 내용과 깊이에서 위의 책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저는 학부때 논리학 수업을 새먼책으로 배웠지만 그외 좋은 책들이 많이있더군요. 위의 책이 절판된 이유는 저 책보다 좋은 책들이 널려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늘빵 2010-03-12 17:56   좋아요 0 | URL
99년에 나왔고, 제가 글을 쓴 게 2006년이니 그럴만도 합니다. 사실 논리학 교재는 이 책뿐 아니라 대부분의 것들이 절판되는 것 같고요. 대학 교양 강좌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공 1~2학년 생들이 접하기 좋고. 교재로 삼기는 하되 교수님께서 프린트로 보완을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전공 교재라기엔 좀 빈약한 게 사실입니다. 논리학에 관심을 갖기에는 좋은 책이고요. 어빙 코피의 논리학 교재야 워낙 널리 인정받는 책이니까요. ^^

yamoo 2010-03-1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학문으로 논리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프레드 버거의 논리학이란 무엇인가가 훨씬 좋습니다. 논리학의 공부할 분야를 아주 간결하게 설명해 놓은 책입니다. 솔직히 제가 이 책을 본 느낌은 교양논리학 그 이상도 그 이학도 아닌, 딱 고등학생용이라는 거! 음...뭐랄까 주제넘은 말이지만 학문으로서의 논리학에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신다고 했는데...논리학 책을 많이 읽지 않으신거 같다는...무례하게 들렸다면 죄송스럽습니다만..개인적으로 이 책을 본 한 사람으로서 별로 높은 평가를 주고 싶진 않네요~ 바움 책이나 코피 책이 학문적으로 훨씬~~유용합니다~

마늘빵 2010-03-12 17:58   좋아요 0 | URL
^^ 위의 제 말은, '학문을 본격적으로 하는데 도움을 받는 책'이라는 의미 보다는 '논리학이란 학문이 무엇인가 관심을 갖게 하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논리학 책을 두루 보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교양 논리에 적합한 교재들은 재미삼아 몇 권 훑어보긴 했습니다. 바움은 잘 모르고, 코피의 책은 전공 심화 교재로서 훌륭하죠. 교양 논리에 적합한 책과 전공 논리에 적합한 책은 추천의 기준이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교양 논리를 하려는 자에게 코피의 책은 쥐약입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책세상 루트 2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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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성룡이 영화 <취권>에서 보여준 권법은 겉보기에 권법 같지 않다. 주정뱅이가 흐느적거리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자세히 보면 자연스러운 권법을 익히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렇게 해서 권법이 몸에 완전히 익으면 권법을 잊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도 이 셈본을 몸에 익혀 셈본을 완전히 잊기 바란다. 매뉴얼을 알고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면 더 이상 매뉴얼은 필요 없을 것이다.

(밑줄그은이 주 : 이 말이 정답이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핵심은 바로 이 마지막 '읽고나서'이다. 한번 재미삼아 보고 말 그런 교재가 아니다. 겉표지도 우스꽝스럽고 내용전개도 쉽고 재밌지만 전문성 또한 갖추고 있는 책이다. 한번 읽고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읽어 숙달이 될 때까지 봐야한다. 나도 아직 그 경지는 아니다. 그저 읽고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경지일뿐. 완전히 내것이 되어야한다. 어릴적 수학 정석과 성문기본영어를 보듯이 말이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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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책세상 루트 2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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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했지만 리뷰를 이제야 올린다. 책을 구입한 의도는, 논리학에 평소 많은 관심이 있기도 했고, 제대로 공부해보고픈 욕망도 있었으며(대학에서 철학을 했지만 개론적인 논리학 밖에는 모른다), 탁석산의  책이라면 무조건 사고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몇몇 이유들로 인해 이 책을 샀지만, 그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을 떠나 이 책은 논리학 교재로서 최고다.

 요즈음의 논리학 교재들은 대학 철학과에서 배우는 전문교재와 교양교재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듯 하다. 아주 오래전 나온 논리학 교재의 고전인 김광수 선생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는 전형적인 대학 논리학 교재의 냄새를 풍기고 있고, 감히 범접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이란 것이 결국은 다 그게 그거지만 좀더 심도있게 다루고, 예로서 설명하고 있는 것들도 쉬운 일상의 예가 아니라 웬 철학자들의 실제 저서에 나오는 그런 본문들을 따다놓고 있으니 어디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겠는가.

  이와 달리 최근의 논리학 교재들은 얼마나 "재밌게, 웃기게" 만드느냐가 관건인 듯 하다. 논리학이란 것이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기 위한 이론적 작업이고, 우리 사회는 현재 실제로 논리적인 글쓰기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회사에서나, 학교에서나, 대학시험에서나, 인터넷상에서나 논리적인 글은 어디에서나 쓰인다. 고로 이미 논리학은 더 이상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일상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논리학 교재들이 쉽게 쓰여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나, 누구나 쉽게 사서 한번 읽어보고 깨우칠 수 있는 그런 교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된 것이다.

  탁석산의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는 이런 취지에서 제대로 만든 교재다. 재밌게, 웃기게는 물론이거니와 기존 논리학 교재의 전문성 또한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렵고 심오한 이야기를 얼마나 재밌게 쉽게 풀어내느냐가 '좋은 논리학 교재'의 조건인 셈이다. 이미 <한국의 주체성> <한국의 정체성>으로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고, 한바탕 휘몰이를 한 그는, 이후에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철학 읽어주는 남자>로 한 글발하며 꽤나 책을 많이 팔아먹은 저자이기도 하다. 최근 또다른 논리학 시리즈 <글짓는 도서관> 5권이 완결되었다. 그는 마치 약장수와도 같아서 그 앞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사이비 신자가 되어버린다. 그만큼 그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논리적이란 말이기도 하다. 이런 말솜씨는 그대로 책으로 옮겨와 앉는다.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에서, 그는 우리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까운 예들을 가지고 논리에 입문하도록 만든다. 신문사설이나 우리가 친구와 주고 받는 대화, 드라마, 영화 등의 최근의, 일상의 예들은 무엇보다 논리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는, 논리학은 어렵다 고로 난 안해, 이런 마음가짐을 허물어버린다. 김광수 선생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가 접근하기 매우 어렵게 쓰여졌다면(고의성은 없을테지만 전문성을 강조하다보니 그리 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매우 접근하기 쉽다. 칼라풀한 웃기는 캐릭터들과 웃기는 대화라니.

  대학 논술 준비, 중고등학교 논술 수행평가 준비 따로 필요 없다. 사실 그 모든 것이 논리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맞춤법, 띄어쓰기 이런건 논술에서 매우 부수적인 부분이다.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글을 논리적으로 쓰느냐 하는 것은,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얼마나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제시하느냐, 근거와 주장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강하게 묶어주느냐에 있다. 이건 다 논리학에서 시작한다. 현실에 당면한 문제들을 확실히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용서다. 필독서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모든 논리학 교재 중에서(그래봐야 몇권 안되지만) 최고의 책으로 추천한다. (나 출판사 알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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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3-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에 쓰신 글이 매우 걸리는군요..논증과 담화는 형식논리학관는 많이 다릅니다. 논술을 논리학으로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논지인데...시중의 논리학 교재는 주장과 근거가 논증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것들만 나열하고 있고 대부분 연역과 귀납의 형식논리와 오류론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탁석산님의 저책도 매한가지 입니다~ 물론, 논리학을 큰 틀에서 보면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논증의 전문분야의 책이 꾸준히 출간되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무리가 있는 주장인거 같아요~ 근거와 주장의 연결고리를 강하게 묶어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논리학에서 시작은 하지만 전문적으로 다뤄주지는 않습니다. 논증분야가 이것을 다뤄주죠~

마늘빵 2010-03-12 17:47   좋아요 0 | URL
첨 뵙습니다. ^^ 오래전에 쓴 글이라 저도 다시 읽어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요즘은 수사학이나 논증이 논리학과 분리되어 연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 학계의 흐름은 모릅니다.) 큰 틀에서 논술이 논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언급한 발언이었습니다. 탁석산에 대해서는 제가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찬사를 늘어놓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그의 모든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고요. 실용서 말고 그의 <한국의 정체성>이나 <한국의 주체성>,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등을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전2권 세트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극장가에 부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이하 '악마는') 열풍은 예견되어있었다. 처음 동일 제목의 소설이 서점가를 한번 획 훑고 지나간 뒤였으니 책보다 더 재밌다고 평가받는 영화가 흥행 할 것은 불보는 뻔한 일. 소설 <악마는>은 완전 100% 20,30대 여성을 독자층으로 대상화하고 나온 소설이다. 그렇다고 기획소설이라는 것은 아니고, 작가가 아예 마음을 그리 굳혔다는 이야기. 하지만 현실에선 10대부터 시작해 40대까지 보고 있으며, 물론 2,30대에 비해 1,40대의 독자층이 얇은 것은 사실이지만, 심지어는 20,30대 남성에까지 확대되었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나온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 이 소설을 읽는 이들을 관찰하고 검색해본 결과 나의 추측성 판단)

  그건 아마도 지금 현재 한국 내부에 불고 있는 남자들의 패션과 화장 등 가꾸기 열풍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남자도 이뻐야, 멋있어야 된단다. 예전엔 남자는 배불뚝이에 못생겨도 돈만 많으면, 능력만 있으면 잘 나갔다. 하지만 요즘에도 돈 많고 능력 있는 놈이 잘 나가는건 사실이지만, 거기에 외양새가 첨가항목으로 추가되었다. 여자들이 겨울이 되면 부츠신는다고? 남자에게도 부츠가 있다. 정말로. 하이힐로. 믿을 수 없었다. 있다. 그런데 예전부터 있었단다. 하지만 요즘 부각받는다. 꽃미남 열풍이다 해서 마사지를 받고 성형외과를 다니며 이거저거 뜯어고치질 않나, 지방흡입술에 운동에 백화점들 명품 광고도 이제는 남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자는 20대가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한다. 옷사고, 화장품사고, 머리하고, 얼굴 고치고 돈 많이 들지. 그런데 요즘은 남자도 동일하게 든다. 가꾸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매달 관리비용이 엄청나다. 

   <악마는>은 이런 사람들의 패션을 비롯한 외양새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시골뜨기처녀에서 패션계의 화려한 여성으로 변신한다. 신데렐라~. 변신과정과 상사에 대한 주인공 처녀의 중얼거림을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소설의 한계는 이것들을 눈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영화와 소설을 모두 다 보고 읽은 나로서는 영화에 손을 들어주겠다. 명품과 패션에 관한 이야기는 글보단 역시 영상이지, 글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또 소설의 이야기전개의 밀고당김의 부족을 확실하게 보완해줬다는 점에서 영화에 손을! 솔직히 말하건대 이거 영화로 본 사람은 소설로 볼 필요 없다. 최근 개봉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경우 소설과 영화는 각기 다른 매력을 전해주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소설보다 영화다. 그래도 원작소설로 확인하고픈 것이 우리들의 호기심인 것을. 자 그럼 나한테 땡스투 누르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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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1-1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눌렀어요~~ 영화 재미나게 봤어요^^

마태우스 2006-11-1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책보다 영화,라고 하더군요. 책엔 메릴 스트립이 안나오기 때문이 아닐까요

비로그인 2006-11-1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책보다는 좋았어요. 아무래도 무게중심이 젊은 앤드리아에게 있었고, 설정이 약간 억지스러운 탓도 있었다 싶어요. 하지만 리뷰는 잘 읽었습니다. 책보다 리뷰가 좋아요.^^

세실 2006-11-1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전 책은 안 볼래요~ 죄송해서 어쩌나요~~

마늘빵 2006-11-13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배혜경님 / 감사. ^^
마태우스님 / 네 저두 책보다 확실히 영화. 책은 밋밋해요. 생각보다. 책먼저 봤다면 모르겠는데 영화를 먼저 봐서.
쥬드님 / 리뷰는 대충 썼어요. 하고픈 말은 영화 리뷰 쓸 때 쓰려구요. 흐흐.
세실님 / ^^ 네 영화 보셨으면 책 안보셔도 돼요. 안보시는게 더 나아요.
 

  * 스포일러 경고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배우들이 똘똘뭉쳐 또 한번 사고쳤다. <공공의 적2>을 봤을 때의 충격은 <공공의 적1>를 봤을 때의 그것보다는 못하지만, 뭐랄까 가슴 속에서 솓구쳐 오르는 순간적인 분노의 폭발력은 작아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커져만 가는 눈덩이마냥 분노의 감정 또한 커진다. 1편을 봤을 때의 감정이 "에이 XX놈"이었다면, 2편을 봤을 때의 감정은 "뭐 저런게 다 있어"와 같달까. 즉각적이냐 아니냐의 차이랄까. 대개의 시리즈작들이 1편과 2편의 줄거리만 바뀐 채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서술방식은 비슷한 구도를 취하는데 비해, <공공의 적> 시리즈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 감옥이 1편 제작시 2편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편과 2편은 확실히 다르다.

  매일 같이 출근길에 밀려오는 교통체증과 별 이상한 사람들 보면서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강철중 검사는 테잎에서 시키는대로 치즈~ 스마일~, 하고 웃고 다닌다. 검찰청 최고의 꼴통 검사. 경찰 최고의 꼴통 형사는 후줄근한 추리닝을 벗어던지고 값비싸지도 않고 메이커도 아닌 듯한 하지만 그래도 뽀대 좀 나는 양복에 넥타이로 변신했다. 1편을 봤던 이들은 2편의 그의 모습만 접하고도 웃음이 나올 터.

  나쁜 새끼는 반드시 잡아야 돼, 라는 정의의 신념으로 똘똘뭉친 우리의 강검사. 이번엔 재단 이사장과의 한판 싸움이다. 사회적으로는 좋은 일 많이 하며 호감도 높은 명선재단 이사장 한상우, 딱 보면 안다. 이 새끼 냄새난다. 그런데 어디 검사가 감만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느냐. 증거를 잡아라. 증거를. 재단을 이어받기로 했던 큰아들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 그 사이 둘째 아들인 한상우는 재단을 접수하고 다 팔아넘겨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 아 뭔가 이상하지 않나. 킁킁.



* 호화로운 궁전같은 주택과 시키는대로 뭐든 처리하는 믿음직한 수행비서. 내가 곧 법이다.
   대한민국에 안되는게 어딨어, 돈이면 다 돼. 그의 말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래서 서럽다. 화난다.

  검사실에 조무래기 세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선 전환,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 궁시렁 제가 안했다니까요, 뭐 이 새끼야. 검사님 오셨습니까, 도장찍을게요, 찍는다고요, 아 진짜, 제가 잘못한거 맞아요 제가 죽일 놈이에요, 내가 전에 너희한테 네 글자로 뭐라고 했지, 공공의 적이요, 너희는 이제 공공의 적 아니다, 그냥 양아치 그냥 양아치, 양아치가 뭐에요 공공의 적이 더 뽀대나는데, 그러니까 너희는 그냥 양아치야. 이런 조무래기를 가지고 공공의 적이라기엔 '공공의 적'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크다. 이름은 걸맞는 놈에게 달아줘야지, 한상우같은 쓰레기에게. 진짜 쓰레기는 소매치기, 도둑, 그냥 노상강도가 아니다. 바로 이런 놈이 '공공의 적'이다. 지 형 교통사고 내서 혼수상태 만들고 결국 죽게 하고, 재단의 청백리인 선생님을 공갈, 협박하고 두드려 패는 놈, 대한민국 검사를 죽이려고 오토바이 폭주족 풀어 도로 한복판에서 방망이질 하는 놈, 자기 맘에 안들면 부하시켜 손봐주는 녀석, 이런 놈이 바로 우리의 '공공의 적'이다.  그런데 이런 놈들은 또 돈있고 백있고 해서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내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검찰청에서도 이런 놈 쉽게 조사 못들어간다. 무서우니까. 위에서 받아먹은게 너무 많아서. 그래서 힘들다. 그래도 난 하련다. 물고 안놔주련다. 그게 바로 나 강철중 검사.



* 그랬다. 아끼는 부하직원 저 세상 보내고, 나쁜 놈 수사하나 제대로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그래서 마셨다.  술 진탕 먹고 내가 갈 곳은 이곳 뿐이었다. 부장님. 가정의 안락과 평화를 지키는 것보다 나쁜 놈 하나 더 찾아내 벌주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해 가족 다 떠나 호래비 된 부장님, 왜 그렇게 사세요, 왜. 이것이 현실이라면 너무나 슬프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보면 정말 욕나온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싶다. 그런데 그런 새끼 우리 사회에 많다. 단지 우리가 현장 목격을 못했을 뿐. 언론에서 다루지 않을 뿐. 검찰에서 조사하지 않을 뿐. 그런 새끼 많다. 영화는 그런 우리의 '공공의 적'을 향한 목소리다. 너 새끼 이거 봤지. 너 이렇게 된다, 라는 협박... 이면 오죽 좋으랴만, 현실은 영화 속 이상과 괴리되어있고, 현실의 '공공의 적'을 향한 우리의 분노는 영화를 통해 해소된다. 그럼 나쁜 영화잖아. 응 나쁜 영화다. 분노의 대상은 현실에 있는데 우리가 가슴에 담아 쌓아왔던 분노들을 왜 영화를 통해 풀게 해. 나쁜 영화다. 그치만 현실의 '공공의 적'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공공의 적'이란 게 있다, 니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을 보내는 동안 인식하지 못하는 다른 세계에 있는 저런 녀석들이 있다, 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못된 놈 때문에 화도 나지만 또 그놈이 저질러놓은 실수(?) 때문에 슬프다. 나를 대신해 녀석들의 표적이 되어 죽어간 아끼는 나의 부하직원. 그 녀석의 장례식에서 나는 봤다. 영정 사진 속에 웃고 있는 그 녀석의 얼굴을. 언제나 나를 웃겨주려 애쓰던 그 녀석의 얼굴을. 술 쳐먹고 전화했더랬다. 홀로 남은 녀석의 아내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죄송합니다!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던 강검사의 모습을 보고 뜨겁고 진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이 새끼 너무 멋있잖아, 진짜 저런 사람이 검사가 되어야 돼, 넌 진짜배기야, 그리고 죽어간 부하의 얼굴과 지쳐 쓰러진 그의 아내의 모습이 교차하며, 눈물은 울음이 되었다.

  참으로 진솔한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저러 나쁜 놈도 있겠지만 저런 좋은 검사도 있으리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나 검사야, 하고 거들먹거리며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검사들 수두룩 빽빽할 것이다. 그치만 저런 멋진 검사 하나 있으리란 희망으로 살아간다. 그런 믿음 조차 없다면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사회정의를 위해 힘쓰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해 마음의 박수를.

  실컷 화내고 실컷 울다가 영화 다 끝난다. 이 영화를 만든 강우석 감독과 주연배우 설경구와 정준호도 뛰어났지만, 화면에 자주 나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강신일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얼마전 <강신일의 진술>이라는 연극을 봤다. 한 마디로 최고.  이 영화가 이렇게 멋있는 것은, 다른 인물들 아닌 강신일이 설경구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며 좌절과 분노를 반복하는 그에게 힘이 된 것은, 부장검사 강신일의 한 마디였다.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부장검사는 평검사가 수사의 외압을 느끼지 않고 자기 소신대로 일을 밀어부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라 배웠습니다. 쓰러진 그를 일으켜 세울 것은 그 뿐이었다. 주연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주연을 화려하게 만드는 조연이 있다. 강신일이 바로 그런 배우이다. 연극판에서의 그의 모습을 연극에서도,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건 관객의 행운이다. 강신일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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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s678 2006-11-1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놈 역할만 놓고 본다면 1편의 이성재와 2편의 정준호...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셨나요? 전 단연 이성재~ 정준호는 못하는 연기는 아닌데, 감정이입까지 되진 않더라구요. 반면 이성재는 예전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부터 최근의 "홀리데이"까지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연기력을 갖춘 듯 해요.

마늘빵 2006-11-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연 이성재랍니다. 정준호의 나쁨은 이성재의 나쁨보다는 덜 구체적이죠. 두 사람의 연기력을 떠나서 나쁜 짓의 행위 형태가 달라요. 이성재의 범죄가 정준호의 범죄보다 사회적으로 작은 것일지는 몰라도, 더 직접적이라고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