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절판


"언어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시간과 계절, 바다생물, 순록, 식용 식물, 수학, 풍경, 신화, 음악, 미지의 세계, 매일매일에 대해 수세기에 걸쳐 인간이 생각해온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데이비드 해리슨, 미국 스워스모대학 언어학 교수)-49쪽

국제어 에스페란토 운동에 관한 프라하 선언(1996)
1. 민주주의 : 언어 습득과 활용의 평등성을 지향한다.
2. 세계교육 : 특정 민족, 문화, 지역에 구애됨 없는 언어교육을 지향한다.
3. 효과적 교육 : 가장 배우기 쉽고 활용이 편리한 제2외국어를 지향한다.
4. 다언어주의 : 에스페란티스토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사용을 지향한다.
5. 언어권 : 언어 패권주의를 거부하며 모든 언어권 운동을 지향한다.
6. 언어적 다양성 : 지구상의 모든 언어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지향한다.
7. 인간해방 :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소통매체로서 인간해방을 지향한다. -51쪽

"사람들은 ‘가치’보다 ‘가격’에 더 주목합니다.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지만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입니다." (투자자 버크셔 해서웨이)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미국의 정신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정신입니다." (부시 행정부의 ‘상속세 폐지’ 추진에 반대입장을 밝히며, 2006.6.25) (투자자 버크셔 해서웨이)-98-99쪽

"나는 알고 싶었다. 왜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명령도 맹목적으로 따르는지, 왜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지, 왜 평범한 사람들이 끔찍한 대량학살을 저지르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스탠리 밀그램)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시민들이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스탠리 밀그램)-133쪽

"민족적, 종교적, 언어적 소수자, 혹은 원주민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그 집단에 속하는 아이들은 그 집단의 다른 구성원과 함께 자신의 문화를 향유하며 자신의 종교를 신앙하여 실천하며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는 권리를 부정당하지 않는다."(유엔 아동권리조약 30조)

"국가는 소수자에 속하는 자가 자신의 모어를 배우고 모어로 교육받을 충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유엔 소수자권리조약 제4조 3항)-173쪽

의료보험 민영화가 현실화되면 민간보험회사들은 보다 고가의 의료보험상품을 개발해 팔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보험급여의 수준도 올라가므로 기업들은 ‘영리 목적’으로 대형병원을 세워 값 비싸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외국인들도 국내 의료서비스에 투자하거나 직접 경영하는 사례가 생겨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가의 ‘해외 의료관광’을 다니던 부유층들의 외화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업과 의료업 등 서비스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제고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의료양극화’를 제도적으로 양성화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소득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징수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당연히 고소득층에게 불리하다. 그래서 부자일수록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더 많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을 선택가입제로 전환할 경우 소득의 재분배 효과는 사라진다. 건강보험재정에 기여하고 있던 고소득층이 국민건강보험에서 이탈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도 고소득층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좇아 해외로 의료관광을 다니고 있다. -290쪽

주민등록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성균관대 법학과 김일환 교수

"첫째, 주민등록법이 제정된 배경 자체가 헌법에 반한다. 당시는 남북대결 상황으로 위헌에 대한 고민 없이 국가가 필요에 따라 법을 만들던 때다. 둘째, 헌법 제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나와 있지만 주민등록법에서는 모든 신상정보가 담긴 개인 식별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 법의 근거가 하위법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 현 주민등록법은 많은 사항을 대통령령 등에 위임함으로써 규범명확성 원칙 등을 위협하고 있다. 넷째, 주민의 거주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에게 일정 사항을 신고하도록 하는 주민등록제도와,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주민등록제도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이것도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308쪽

"영어라는 언어매체는 가장 핵심적이고도 상징적인 연결고리이다. 왜냐하면 영어는 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의 연속성과 차이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19세기 팍스 브리태니카와 20세기 팍스 아메리카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중심부와 주변부의 불균등한 권력관계를 합리화하는 문화제국주의가 영어를 매개로 실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은 문화제국주의가 과거의 식민주의 시대에는 보완적 기능을 수행했지만 신식민주의 시대에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영어의 이데올로기적 폭력이 신식민주의 시대에 와서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제3세계에 작용하는 것이다." (이경원 연세대 영문과 교수가 ‘영어제국주의와 탈식민적 저항의 가능성’ 논문에서 인용한 케냐의 영어권 작가 응구기의 발언)-327쪽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올바른 장소에서 해야 하며,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아시아의 슈바이처’ 故 이종욱)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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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9-0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사놓고 계속 못보고있네....

다락방 2008-09-04 13:20   좋아요 0 | URL
저는 선물받고 다 읽었어요. 훗.

마늘빵 2008-09-04 22:1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 이거 금방 봐요. 이번 건 많이 아파요. 이전 것도 그렇긴 했지만.
다락방님 / 묘하게도 금방 읽혀요. 지난 두 편보다 읽을거리가 더 무게가 실리고 분량도 많아진 느낌인데.

아라리요 2008-09-0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의 서평이 좋은 것 같아 찜해두었습니다.^^
예전에, 에스페란토 동아리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마늘빵 2008-09-06 20:48   좋아요 0 | URL
흠. 서평은 아직 안썼는데... 요 밑줄긋기가 좋다는거죠? ^^ 에스페란토어 과정이 단국대에 있다는거 같은데...

아라리요 2008-09-0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서재에 익숙하지 않아 서평이라 했나봐요.
이런, 밑줄긋기라는 카테고리가 제 블로그에 카테고리와 똑같은걸요.
재미있는걸요.^^

마늘빵 2008-09-07 00:13   좋아요 0 | URL
^^
 
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5월
품절


법무부 출입국에서 하는 일 중에 아주 웃기는 일이 많은데, 그 중 으뜸이 단속과 벌금에 관한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 하겠다고 나서면 그 사람이 불법체류했던 기간을 계산해서 벌금을 내라고 한다. 대략 한 달에 10만 원 꼴이어서 1년이면 100만 원, 2년이면 200만 원 가량이 된다. 안 가겠다고 꼭꼭 숨어 있는 사람에게는 벌금 안 내면 못간다고 도로 내보낸다. 벌금 낼 돈 없으면 가서 벌어 오라고 돌려보내는 곳이 바로 출입국 사무소였다. 그래서 어떤 외국인들은 벌금은 없고 집에는 가야겠고 하니까, 일부러 파출소 앞에서 강도 시늉이나 도둑 시늉을 하기도 한다. 출입국에 가서 사정해봤자 못 나갈 것은 뻔하니까 차라리 경범죄를 저질러 강제출국당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이런 모순된 행정을 보면 도대체 우리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영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불법체류자 수를 줄이겠다는 건지, 노동력이 부족하니 제발 그대로 눌러 앉아 일해 달라는 건지, 돈이 모자라니 벌금 열심히 내서 한국을 도와달라는 건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나라다.-87-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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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3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는 출국할 경우에는 벌금을 안 내요. 대신에 비자 다시 만들게 되는 경우, 벌금을 내야 되어서, 비자를 못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마늘빵 2008-08-31 22:54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이 책 보면서 참... -_ㅠ

다락방 2008-09-0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나라다. --

마늘빵 2008-09-02 13:47   좋아요 0 | URL
-_- 그쵸. 어쩌라는건지.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구판절판


모든 사회는 자신을 우주의 중심에 두고 자신의 채색된 렌즈를 통해 다른 문화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서구문화의 유별난 점은 그것이 너무나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또 너무나 강력해졌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자신을 비교해볼 ‘타자’가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우리와 같거나 우리와 같이 되기를 바란다고 여기는 것이다.-23쪽

라다크 사람들은 운좋게도 개인의 이익이 전체 공동체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는 사회를 물려받았다.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손해가 되지 않는다. 가족과 이웃에서부터 다른 마을 사람들과 낯선 사람에 이르기까지 라다크 사람들은 남을 돕는 것이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한 농부가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것이 다른 농부에게 흉작을 초래하지 않는다. 경쟁이 아니라 상호부조가 이곳의 경제를 이루고 있다. 다시말해서, 이곳은 공생의 사회인 것이다. -75쪽

사물이 어떠해야 된다는 생각에 매달리기보다 그들은 복되게도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106쪽

라다크 사람들에게도 슬픔과 문제가 있다. 그들도 병이나 죽음에 직면하면 슬퍼한다. 내가 본 것은 절대적인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해마다 산업화된 세계로 내가 돌아올 때 그 대조는 점점 더 두드러진다. 삶의 그토록 많은 부분이 불안감과 공포로 채색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집착하지 않는 것, 우리 자신 및 우리의 주위와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라다크 사람들은 확장된, 포괄적인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우리처럼 두려움을 느끼면서 자기보호막을 쳐놓고 그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은 우리가 자부심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완전히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자존심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그들의 자존심은 의문의 여지없이 아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109쪽

오늘날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교육’이라고 불리는 과정은, 똑같은 가정과 똑같은 유럽중심의 모델에 기초를 두고 있다.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동떨어진 사실과 수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책들은 지구 전체에 적합한 것으로 의도된 정보를 전파한다. (중략) 서구의 교육체계는, 온 세계의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환경에서 나오는 자원을 무시하고 똑같은 자원을 사용하도록 가르침으로써 우리 모두를 더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육은 인공적인 결핍을 만들어내고 경쟁을 유발한다. -140쪽

먼 오지의 자급경제 속에서는 산업세계의 중심에서든 GNP를 사회복지의 주 지표로 보는 체계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있다. 그 체계에서는 돈이 사람 손에 건너갈 때마다 -토마토를 팔든 자동차 사고 때문이든 - 그것은 GNP에 합산되고, 그만큼 더 부유해졌다고 계산된다. 따라서 흔히 환경이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GNP부양 정책이 추구되는 것이다. (중략)
상황은 아주 터무니없게 되었다. 자기의 뜰에서 키운 감자를 먹는 것보다 나라의 다른 편에서 키워서 가루로 만들고 얼리고 말려서 만든 화려한 포테이토 과자를 사서 먹으면 경제를 위해 더 낫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소비는 물론 더 많은 운송, 더 많은 화석연료, 더 큰 오염, 더 많은 화학첨가물과 방부제,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더 큰 거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GNP의 증가를 의미하고, 그래서 장려된다. -175쪽

오늘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더 많은 자원착취와 더 많은 기술혁신, 더 큰 시장, 더 큰 이윤을 향한 무자비한 추진력이다. 금전적, 심리적 압력이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맹목적인 소비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다. 좌우명은 "인류의 향상을 위한 경제 성장"이다. 광고와 대중매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즉, 현대적이고 문명화된 부유한 사람이 되라고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187쪽

현대적 상황에서 경제개발이 다양성을 증가시켰다고 믿기 쉽다. 효율적인 운송과 통신 덕분에 여러 문화권으로부터 많은 다양한 음식과 생산품을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문화적 경험을 용이하게 만든 체제 자체는 그러한 다양한 문화를 말살시키고 세계 전역에 걸쳐 지역문화의 차이를 제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링곤베리와 파인애플 쥬스는 코카콜라로 대체되고, 모직의복과 면 사리는 청바지로, 야크와 고지대의 소들은 저어지 암소로 대체되고 있다. 다양성이란 같은 회사에서 제조한 열 가지 종류의 청바지 중에서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214-215쪽

문화적 또는 경제적 고립주의로 후퇴하지 않고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지역 전통을 북돋울 수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남들에게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이국적인 문화를 우리의 소비를 위해 꾸러미로 만들어 이용하고 상업화하는 것도 아니다.
문화적 차이를 되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불필요한 무역을 줄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일 것이다. 바로 지금도 우리 납세자들의 돈이 수송을 위한 하부구조를 확장하고, 무역을 위한 무역을 증진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 우리는 대륙 전체에 걸쳐 우유에서 사과와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 도착지에서 쉽사리 만들 수 있는 온갖 물품을 수송하고 있다. 그 반대로 우리가 하고 있어야 할 것은 지역 경제를 강화하고 다양화하는 일이다. 수송을 위한 보조금의 감축과 제거를 통하여 우리는 결정적으로 쓰레기와 오염을 줄이고, 농민의 지위를 높이고, 공동체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215-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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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08-08-2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작권 문제로 시끄러워져서 참 의외였어요.
김종철 발행인이나, 녹색평론사가 일부러 그럴만한 사람들이 아닌데,
아무래도 저자가 처음부터 뭔가 오해를 했던 모양이예요.
아니면 중앙북스에서 뭔가 대단한 조건을 걸고 저자를 빼가면서,
이런 해프닝을 만든 건지도 모르지요.

녹색평론사를 먹여살리던 책이었는데, 참 안타깝네요!

마늘빵 2008-08-28 15:52   좋아요 0 | URL
저도 자세한건 모르지만, 굳이 헌책방 뒤져가면서 녹색평론사 책으로 구한 이유는, 녹색평론사야 말로 이 책의 내용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중앙북스는 반면에 전혀 그와는 상관이 없죠. 하드커버도 맘에 안들고, 비싼 책값도 맘에 안들고. 중앙북스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이 책에 어울리는 출판사가 아님은 확실합니다. 새책을 좋아하지만 굳이 싸지도 않은 헌 책 뒤진건 그런 이유랍니다.

2008-08-29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9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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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떠한 전쟁에서도 외국을 침략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심이 많아서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나라는 정당한 데 비해 상대편 나라는 올바로 자기 나라의 주장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지껄이며 반항하기 때문에 이를 벌하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일본 평론가 사토 다다오)

"가장 정당한 전쟁보다 부당한 평화가 훨씬 낫다."(키케로)-17쪽

"이기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건만 이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것이라, 무릇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자는 천하에 뜻을 얻지 못한다. ... 사람 죽인 것이 많으면 슬피 울어 애도하거니와 전쟁에 이겼다 하더라도 상례로 삼아야 한다."(노자 <도덕경>)-18쪽

몸에 대한 권리는 나의 것인데 왜 내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명령을 따라야 할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왜 군대에 입대할지 말지를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없을까? 왜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할까? 똑같이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험한 일을 도맡는데, 왜 사병과 직업 군인의 봉급은 달라야 할까? 이제 이런 물음들에 진지하게 답할 때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런 의무도 있을 것이다. 설령 내가 군인이라 해도 침략전쟁은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방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어떠한 이유든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전쟁에서는 총을 들기를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명령받은 대로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한다. -30쪽

"사람이 없는 곳에서 너 자신이 사람이 되어라"(유대교 랍비)-64쪽

"국민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전투에 참여할 의무가 없다. 적과 싸우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은, 주권자가 그것을 거부할 경우 사형에 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기 대신 충분한 능력을 가진 다른 병사로 대체할 경우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병역을 거부할 수 있다." (홉스, <리바이어던>)-75쪽

군대나 전쟁과 관련된 얘기를 할 때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예외 상태에서 정상적인 상태를 유추하는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그야말로 가장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나쁜 점만 보는 것도 옳지 않다.
최악의 상황은 최선의 상황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일 뿐 아니라 최악을 정당화한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군대를 정당화하고, 군대의 존재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전쟁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적인 상태에서 전쟁이라는 예외 상태를 이미 내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믿게 만든다. 이런 논리에 따름녀 전쟁은 돌발적인 상황이 아니라 평화로운 질서 속에 있기 때문에 애초에 평화란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더 전쟁에 대비해야 하고 군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악순환의 논리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89쪽

"국민징병제의 시행은 뇌물을 먹여 군대에서 빠질 수 없는 모든 남자들에게 한국 군대 특유의 교육을, 즉 매우 엄격한 미국 장교들조차 질리게 만드는 신병 훈련, 교련, 군기, 애국, 반공주의, 권위주의적인 관행 등을 받게 만들었다." (브루스 커밍스 <한국현대사>)-100-101쪽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소로우)-112쪽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이는 데 있어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아니한다." (이상 세계인권선언 제18조)-114-115쪽

양심에 딸느 병역거부권의 ‘마그나 카르타’로 불리는 가장 중요한 결의는 1998년 4월 22일에 발표된 인권위원회 제77호 결의이다. 제77호 결의는 1995년 인권위원회 결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이고, 군복무 중에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병역거부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그 문제를 다룰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을 만들어야 하고, 병역거부자가 공익적이고 형벌의 성격을 띠지 않는 비전투 또는 민간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또한 병역거부자가 구금되거나 계속적으로 처벌받지 말아야 하고 난민보호를 신청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116쪽

한 사회의 의견은 다수와 소수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할 때에만 발전할 수 있었다. -118쪽

먼저 총을 내리면 상대방도 내 의지를 알게 된다. 먼저 평화를 택하는 건 바보나 겁쟁이의 선택이 아니라 용기 있는 선택이고 평화를 향한 강렬한 열망이다. 인류의 비극은 그런 선택과 열정을 비현실적이라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무시하고 비웃을 때 시작된다. -138쪽

"우리 모두 조금 가난해지도록 노력합시다. 제 어머니께서는 ‘모든 사람이 조금씩만 덜 가지면 한 사람 몫이 나온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우리 식탁에는 항상 한 사람 몫의 자리가 더 있었어요." (도로시 데이)-142쪽

이미 진실이 허위와 뒤섞여 버린 세계에서 현실적인 입장은 기존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그치기 쉽다. 판단력을 잃어버린 중립과 중용은 힘이 강한 쪽으로 기울기 쉽다. 그래서 힘이 올바름을 대신하는 세계에서는 현실적인 입장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믿으며 실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155쪽

먼저 우리는 애국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지 말자니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욕심만 채우지 않고 다른 대상, 나보다 더 큰 세상을 사랑하려는 마음은 좋다. 하지만 ‘내 나라만’ 사랑하려는 그 태도가 문제이다.
모든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사랑은 배타적이지 않아야 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것이 내 쪽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상대편의 시선으로 보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내 자식이 아무리 예뻐도 그 사랑이 지나쳐 다른 집 자식을 무시한다면, 그 집 사람들은 나를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 사랑이 지나쳐 다른 나라를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배타적인 사랑은 시기나 증오, 갈등을 자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 나라만을 사랑하는 맹목적인 애국심은 다른 나라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때로는 전쟁을 불러오기도 한다. (계속)-157-158쪽

(이어서) 자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널리 사랑을 베풀 때 그 사랑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렇게 널리 베풀어야 그 사랑이 결국에는 나도 위한다. 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 가족, 우리나라만 잘산다고 삶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내 것을 다른 이와 나눌 때, 내 나라의 이익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에게 양보할 때,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서로 돕는 관계가 만들어지면, 나와 내 나라가 어려울 때에 다른 사람과 다른 나라도 기꺼이 도우려 할 것이다. -157-158쪽

"감정으로서의 애국심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유해하고, 원리로서의 애국심은 어리석다."(톨스토이)

"애국심은 자신의 국민만을 사랑하는 감정이며, 자신의 마음의 평정, 재산을 희생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치며 적들의 침략과 학살로부터 자신의 국민을 보호한다는 신조"이고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국민들을 침략하고 학살하는 것을 당연할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사람을 노예화와 무지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일은 혁명과 신디케이트와 평화회의 같은 것들에 의하여 획득할 수 없으며, 단지 우리로 하여금 폭력에 가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폭력에 가담하는 자신을 향하여 깜짝 놀라 네가 왜 그 같은 행동을 하느냐고 질문하는 우리 각 사람의 양심에 의해서 획득할 수 있다." (<사랑의 법칙과 폭력의 법칙>(톨스토이, 오만규 역, 아웃사이더)
-159-161쪽

애국심과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안전하거나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마을 단위의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 굶어 죽지 않게끔 도와줬는데, 현대에는 그런 공통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 무조건 국가를 지지하려 한다. 혼자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강력한 국가에 의지하려 한다. 하지만 국가는 이런 절실함을 이용해서 애국심을 자극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전쟁에 동원한다. -163쪽

프루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전쟁을 반대한다고 공허하게 외치는 대신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루동은 전쟁을 수동적으로 반대하는 정통적인 평화주의 입장이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었다.
따라서 폭력과 전쟁, 애국심을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대안적인 삶을 구성해야 한다. 단순히 무엇을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에서 중요한 가치가 바로 ‘환대’이다. 환대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이나 삶마저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이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을 쪼개어 다른 이와 나누라는 가르침이다. 만일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면 갈등과 전쟁이 일어날 이유는 없을 것이다. -163-164쪽

"산에 사는 노루나 토끼가 마을에 내려오면 절대 잡지 않는다. 그들이 마을에 내려온 이상, 우리 마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 살고 있는 능구렁이도 우리 집을 지켜 주는 집지키미가 된다."(권정생)-165쪽

"군대는 주로 국내에서 억압적 통치를 하기 위해 필요하고, 군대에 들어간 모든 사람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폭력에 동참하는 자가 된다."(톨스토이)-167쪽

"정부 폭력을 없애 버리는 길은 단 한가지다. 사람들이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톨스토이)-170쪽

"살아있다는 것은 거부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세면대에 난 구멍만큼밖에 생명력이 없다." (아멜리 노통브,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175쪽

종교적 양심이나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군대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 어떤 위협 앞에서도 내 뜻을 지키겠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능동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그 요구를 실현하는 방법도 도피나 비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식이다. 반면에 군대에 가기 싫어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인 안락 추구 외에 병역기피에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암암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군대를 면제받으려 한다. -176-177쪽

내가 살고 싶은 이상의 세계에 살기 위해서는 현실에 개입하고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냥 꿈만 꾸는 것은 현실을 조금도 바꾸지 못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걸어갈 때 세상은 변한다.
세상의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걸음, 그 걸음이 바로 세상을 밝히는 빛이다. 빛을 찾지 말고 내가 빛이 되자. 내 빛을 나눠서 사람들과 함께하자. 그 순간 이미 세계는 변하고 있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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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리라이팅 클래식 5
이혜경 지음 / 그린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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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주어진 감정을 마비상태로 만들지 말고 예민하게 하고, 또 그러면서도 튼튼하게 키우는 데는 그 마음이 수시로 자극되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것은 감정이기 때문에 자극에 의해 촉발되고, 자극에 의해 성장한다.
가장 좋은 자극은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오는 그 사랑이다. 자신에게 오는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그 사랑을 보내는 존재를 감지한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내게 소중하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슬픈 일을 겪었을 때,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그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경험한다. 깊은 사랑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랑에 의해 자신 안에서도 꿈틀거리는 그 싹을 느끼고 자신에게 베풀어진 그 사랑에 반응한다. 그리고 반응하면서 내 마음을 키운다. -74쪽

그런 반성(자신의 이기적 행동에 대한 반성)이 가능해지면 사회 도처에서 사회의 관습 때문에 스스로 무감하게 누려 왔던 특권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편하면 나의 편안함을 위해 두 배 이상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더 이상 자기 몸 편안한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 도처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할 방법조차 갖지 못한 채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눈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의도적으로 끈질기게 약자들을 억압하는 자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그 억압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적 노력을 할 수도 있다. -83쪽

오곡은 곡식 중에서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여물지 않으면 비름이나 피만도 못하다. 인의 가치 역시 여물게 하는 데 달려 있다. (<고자 상>19)-84쪽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고자 상>15)-97쪽

마음을 키우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사람됨이 욕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하지 못한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드물고, 사람됨이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한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역시 드물다. (<진심 하>35)-100쪽

마음의 기능을 먼저 확고하게 세우면 감각기관이 그 자리를 빼앗지 못한다.(<고자 상>5)-102쪽

공자는 <논어>에서 "옛날 공부하는 자들은 스스로를 위해 했는데(爲己) 요즘 공부하는 자들은 사람들을 위해 하는구나(爲人)"(<논어>헌문 25) 라고 한탄했다. 자신의 본성을 실현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면,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고 그들에게 미칠, 혹은 그들로부터 얻을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하는 학문은 위인지학(爲人之學)이다. 그 무엇인가는 통상 ‘명예와 공적’이다. -109쪽

공자 이래로 유학자들은 자신들의 인생 모토를 "스스로의 도덕성을 키워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脩己以安人)으로 정했다. 자신들의 본성을 제대로 키운다면 세상 사람들을 향해 그 측은지심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군자는 그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 권력을 가진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본성에 의해 행동하는 군자의 당당함은 없어진다. 자신을 팔아야 하는 자의 가벼움을 면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다면 그는 더 이상 군자가 아니게 된다. (중략)
세상에 쓸모가 없는 것은 위기지학 뒤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 쓸모 있음은, 이 세상 모든 가치의 원천인 마음을 제대로 키워 냄으로써만 성취되는 일이다. 아무리 목표가 아름답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면 이는 근본과 말단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보기 좋은 결과를 이루어 냈더라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나를 움직이는 것이 외부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110쪽

내 인격이 성장한다는 것은 내가 더 많은 사람의 삶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얽힌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며 그것들을 바른 길로 돌리기 위해 고심하는 것이다. -124쪽

사람들에게는 차마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일에까지 확충해서 적용하는 것이 인이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일에까지 확충해서 적용하는 것이 의이다. (<진심 하>31)

이는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매정하게 대할 수 없는 대상을 넓혀 가고 양심에 걸려서 하지 않는 일들을 넓혀 가는 것이다. 결국은 더 많은 대상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넓혀 가는 것이다. 내가 넓힌 내 마음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되고, 이제 그 길은 나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왕래하며 소통하는 세상의 것이 된다. -140쪽

좋은 삶은 자신의 인격을 키워 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밟을 수 있는 올바른 길을 닦는 일이다. 올바른 길이란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물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곳이며, 그 위에서 서로를 고귀하게 하는 덕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공자와 맹자의 구상대로 덕 있는 군자가 군주가 된다면 자신의 마음을 넓혀 세상의 길을 닦을 수 있을 것이고, 그 길에서 모든 사람들이 순박한 마음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142-143쪽

인륜에 의해 맺어지는 바람직한 사회란, 서로 멀어져 가는 인간성을, 자기 성장을 통해 서로 통용되는 틀 안에서 유지해 나가는 것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매 시대마다 각 사회 구성원의 자기 성장이 필요하다. 즉 서로 통용되는 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각자의 감정이라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여, 사회에서 소통하고 인정되는 수준까지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가치의 원천인 마음은 사회 규범의 근원이므로 제도화되고 형식화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 경우에도 물론 예는 인의예지의 마음이 형식화되어 있는 것이다. 성인이란 나와 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예민하고 빠르게 마음의 본질을 깨달은 사람이다. 그래서 늦게 깨닫는 사람들을 위해 제도를 만들고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 의거해야 하는 기준이란 자신의 마음에 비춰보아 옳은 것이며, 그것은 동시에 누구의 마음에 비춰 보아도 옳은 것이다. 즉 보편적으로 옳은 것이다. -144쪽

공자와 맹자는 광자, 견자, 향원 순으로 선비의 등급을 매긴다. 광자가 이상이 너무 커서 실천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견자는 자신과 타인의 부도덕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이다. 광자가 자신의 현실적인 능력 이상으로 지향이 큰 사람이라면, 견자는 자신의 행위가 행여 도에 어긋날까 전전긍긍하느라 자신의 능력보다 스스로 위축되어 있는 사람이다. 중도의 선비란 광자와 견자의 중도를 지키는 선비일 것이다. 마음의 지향과 몸의 실천이 떨어지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광자와 견자는 중도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선비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자는 중도의 선비가 없다면 광자와 함께 하고, 광자도 없다면 견자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들이 지향하는 도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문제에서 바람직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결함이 있지만, 옳은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공자는 광자나 견자와는 달리 향원의 부류와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209쪽

향원은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나는 행위를 키운다. 밖으로 드러난 행위만을 따진다면 그는 누구에게 해를 입히기는커녕 대단히 훌륭한 사회인이다. (중략)
이들이 보여주는 언설이나 행위만으로 본다면 그들은 덕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언설이나 행위는 동네 사람들의 칭찬을 목적으로 하여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다. 나아가 도덕이 인간을 평가하는 모든 척도가 되는 사회에서 그들의 그러한 행위는 사회적 명성과 부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에너지가 집중된 결과다. (중략) 향원의 행위 방식은 ‘위선’이라는 것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그것이 사회 규범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실제로 많은 보통 사람들이 사회 규범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공자와 맹자가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던 향원은 사실은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212쪽

공손추가 물었다. "남의 말을 안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편파적인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어디에 가려 있는지를 알며, 근거 없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어디에 빠져 있는지를 알고, 사람을 망치려는 사특한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정도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고, 둘러대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처한 궁지를 안다. 이러한 나쁜 말들은 마음에서 일어나면 정치에 해를 끼치고 정치로 행해지면 나라 일을 해치게 된다. 성인이 다시 살아와도 내 말을 틀리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공손추 상>2)-220쪽

유학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학은 적극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의 이념일 수는 없다. 유학은 본성적으로 보수적이다. 오히려 유학이 바람직한 보수주의의 콘텐츠가 되어, 현대의 정치 이념으로서 자신들의 신념을 피력하고 그것이 진보주의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완화시키는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유학의 현대적 활로가 될 수 있다. 유학은 현실을 직면하고 그 현실을 충분히 숙고하면서 행복한 인간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당당하게 조언하는 사려 깊은 집단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270쪽

인이라는 것은 나를 밖으로 확장시키는 기능을 한다. 맹자는 이 말을 다른 사람의 불행을 함께 느끼는 능력으로 해석했고, 고자는 나의 육체적인 감각을 충족시켜 줄 대상을 원하는 마음으로 해석했다. 어느 쪽이든 사랑이라는 말로 번역될 수 있다. 맹자에 의하면 사랑은 대상에 대해 측은함과 애틋함을 느끼는 것이지만, 고자에 의하면 사랑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원하는 것이다. 사랑을 원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외로움이나 성욕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다의적이듯 인의 의미도 다의적이지만 그것이 개인을 개인 안에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한가지이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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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8-1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기다립니다.
이탁오는 맹자를 혹평했는데 제가 맹자를 잘 몰라 맹하게 언급할 수 없어 보류중입니다.

마늘빵 2008-08-19 23:48   좋아요 0 | URL
어쿠. 이거는 리뷰 건너 뛰려고 했는데요. 크크.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맹자에 대해서는 호불호는 없고, 묵자는 좋아라합니다. 흐흐. 맹자와 묵자가 대립했더랬죠. 저도 맹자를 안다고는 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