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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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떠한 전쟁에서도 외국을 침략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심이 많아서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나라는 정당한 데 비해 상대편 나라는 올바로 자기 나라의 주장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지껄이며 반항하기 때문에 이를 벌하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일본 평론가 사토 다다오)

"가장 정당한 전쟁보다 부당한 평화가 훨씬 낫다."(키케로)-17쪽

"이기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건만 이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것이라, 무릇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자는 천하에 뜻을 얻지 못한다. ... 사람 죽인 것이 많으면 슬피 울어 애도하거니와 전쟁에 이겼다 하더라도 상례로 삼아야 한다."(노자 <도덕경>)-18쪽

몸에 대한 권리는 나의 것인데 왜 내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명령을 따라야 할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왜 군대에 입대할지 말지를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없을까? 왜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할까? 똑같이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험한 일을 도맡는데, 왜 사병과 직업 군인의 봉급은 달라야 할까? 이제 이런 물음들에 진지하게 답할 때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런 의무도 있을 것이다. 설령 내가 군인이라 해도 침략전쟁은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방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어떠한 이유든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전쟁에서는 총을 들기를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명령받은 대로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한다. -30쪽

"사람이 없는 곳에서 너 자신이 사람이 되어라"(유대교 랍비)-64쪽

"국민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전투에 참여할 의무가 없다. 적과 싸우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은, 주권자가 그것을 거부할 경우 사형에 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기 대신 충분한 능력을 가진 다른 병사로 대체할 경우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병역을 거부할 수 있다." (홉스, <리바이어던>)-75쪽

군대나 전쟁과 관련된 얘기를 할 때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예외 상태에서 정상적인 상태를 유추하는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그야말로 가장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나쁜 점만 보는 것도 옳지 않다.
최악의 상황은 최선의 상황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일 뿐 아니라 최악을 정당화한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군대를 정당화하고, 군대의 존재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전쟁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적인 상태에서 전쟁이라는 예외 상태를 이미 내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믿게 만든다. 이런 논리에 따름녀 전쟁은 돌발적인 상황이 아니라 평화로운 질서 속에 있기 때문에 애초에 평화란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더 전쟁에 대비해야 하고 군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악순환의 논리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89쪽

"국민징병제의 시행은 뇌물을 먹여 군대에서 빠질 수 없는 모든 남자들에게 한국 군대 특유의 교육을, 즉 매우 엄격한 미국 장교들조차 질리게 만드는 신병 훈련, 교련, 군기, 애국, 반공주의, 권위주의적인 관행 등을 받게 만들었다." (브루스 커밍스 <한국현대사>)-100-101쪽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소로우)-112쪽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이는 데 있어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아니한다." (이상 세계인권선언 제18조)-114-115쪽

양심에 딸느 병역거부권의 ‘마그나 카르타’로 불리는 가장 중요한 결의는 1998년 4월 22일에 발표된 인권위원회 제77호 결의이다. 제77호 결의는 1995년 인권위원회 결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이고, 군복무 중에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병역거부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그 문제를 다룰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을 만들어야 하고, 병역거부자가 공익적이고 형벌의 성격을 띠지 않는 비전투 또는 민간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또한 병역거부자가 구금되거나 계속적으로 처벌받지 말아야 하고 난민보호를 신청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116쪽

한 사회의 의견은 다수와 소수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할 때에만 발전할 수 있었다. -118쪽

먼저 총을 내리면 상대방도 내 의지를 알게 된다. 먼저 평화를 택하는 건 바보나 겁쟁이의 선택이 아니라 용기 있는 선택이고 평화를 향한 강렬한 열망이다. 인류의 비극은 그런 선택과 열정을 비현실적이라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무시하고 비웃을 때 시작된다. -138쪽

"우리 모두 조금 가난해지도록 노력합시다. 제 어머니께서는 ‘모든 사람이 조금씩만 덜 가지면 한 사람 몫이 나온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우리 식탁에는 항상 한 사람 몫의 자리가 더 있었어요." (도로시 데이)-142쪽

이미 진실이 허위와 뒤섞여 버린 세계에서 현실적인 입장은 기존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그치기 쉽다. 판단력을 잃어버린 중립과 중용은 힘이 강한 쪽으로 기울기 쉽다. 그래서 힘이 올바름을 대신하는 세계에서는 현실적인 입장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믿으며 실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155쪽

먼저 우리는 애국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지 말자니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욕심만 채우지 않고 다른 대상, 나보다 더 큰 세상을 사랑하려는 마음은 좋다. 하지만 ‘내 나라만’ 사랑하려는 그 태도가 문제이다.
모든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사랑은 배타적이지 않아야 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것이 내 쪽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상대편의 시선으로 보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내 자식이 아무리 예뻐도 그 사랑이 지나쳐 다른 집 자식을 무시한다면, 그 집 사람들은 나를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 사랑이 지나쳐 다른 나라를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배타적인 사랑은 시기나 증오, 갈등을 자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 나라만을 사랑하는 맹목적인 애국심은 다른 나라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때로는 전쟁을 불러오기도 한다. (계속)-157-158쪽

(이어서) 자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널리 사랑을 베풀 때 그 사랑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렇게 널리 베풀어야 그 사랑이 결국에는 나도 위한다. 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 가족, 우리나라만 잘산다고 삶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내 것을 다른 이와 나눌 때, 내 나라의 이익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에게 양보할 때,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서로 돕는 관계가 만들어지면, 나와 내 나라가 어려울 때에 다른 사람과 다른 나라도 기꺼이 도우려 할 것이다. -157-158쪽

"감정으로서의 애국심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유해하고, 원리로서의 애국심은 어리석다."(톨스토이)

"애국심은 자신의 국민만을 사랑하는 감정이며, 자신의 마음의 평정, 재산을 희생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치며 적들의 침략과 학살로부터 자신의 국민을 보호한다는 신조"이고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국민들을 침략하고 학살하는 것을 당연할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사람을 노예화와 무지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일은 혁명과 신디케이트와 평화회의 같은 것들에 의하여 획득할 수 없으며, 단지 우리로 하여금 폭력에 가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폭력에 가담하는 자신을 향하여 깜짝 놀라 네가 왜 그 같은 행동을 하느냐고 질문하는 우리 각 사람의 양심에 의해서 획득할 수 있다." (<사랑의 법칙과 폭력의 법칙>(톨스토이, 오만규 역, 아웃사이더)
-159-161쪽

애국심과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안전하거나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마을 단위의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 굶어 죽지 않게끔 도와줬는데, 현대에는 그런 공통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 무조건 국가를 지지하려 한다. 혼자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강력한 국가에 의지하려 한다. 하지만 국가는 이런 절실함을 이용해서 애국심을 자극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전쟁에 동원한다. -163쪽

프루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전쟁을 반대한다고 공허하게 외치는 대신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루동은 전쟁을 수동적으로 반대하는 정통적인 평화주의 입장이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었다.
따라서 폭력과 전쟁, 애국심을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대안적인 삶을 구성해야 한다. 단순히 무엇을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에서 중요한 가치가 바로 ‘환대’이다. 환대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이나 삶마저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이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을 쪼개어 다른 이와 나누라는 가르침이다. 만일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면 갈등과 전쟁이 일어날 이유는 없을 것이다. -163-164쪽

"산에 사는 노루나 토끼가 마을에 내려오면 절대 잡지 않는다. 그들이 마을에 내려온 이상, 우리 마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 살고 있는 능구렁이도 우리 집을 지켜 주는 집지키미가 된다."(권정생)-165쪽

"군대는 주로 국내에서 억압적 통치를 하기 위해 필요하고, 군대에 들어간 모든 사람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폭력에 동참하는 자가 된다."(톨스토이)-167쪽

"정부 폭력을 없애 버리는 길은 단 한가지다. 사람들이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톨스토이)-170쪽

"살아있다는 것은 거부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세면대에 난 구멍만큼밖에 생명력이 없다." (아멜리 노통브,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175쪽

종교적 양심이나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군대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 어떤 위협 앞에서도 내 뜻을 지키겠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능동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그 요구를 실현하는 방법도 도피나 비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식이다. 반면에 군대에 가기 싫어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인 안락 추구 외에 병역기피에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암암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군대를 면제받으려 한다. -176-177쪽

내가 살고 싶은 이상의 세계에 살기 위해서는 현실에 개입하고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냥 꿈만 꾸는 것은 현실을 조금도 바꾸지 못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걸어갈 때 세상은 변한다.
세상의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걸음, 그 걸음이 바로 세상을 밝히는 빛이다. 빛을 찾지 말고 내가 빛이 되자. 내 빛을 나눠서 사람들과 함께하자. 그 순간 이미 세계는 변하고 있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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