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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히어애프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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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서정적이며 담백한 언어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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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와 연인
김영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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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스너와 폴록

- 연인 간의 사랑이 창조적 생산성의 채널 속으로 피드백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보다도 인정이다

나는 근기는 물론이거니와 재기마저도 갉아먹는 사랑의 열정을 수없이 목격했다.
인정 투쟁을 악용하면서 허영과 탐욕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랑은 또 얼마나 흔한가?
그러나 생산적 상호 인정은 연인간의 사랑이 창조적 열정과 호혜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토대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욕망만도, 애착만도, 제도만도 아닌 사랑의 관계를 이루기 위한초석이며,
연인이 동무와 겹치면서 이드거니 함께 걷도록 돕는 길이기도 하다.
하버마스-호네트 식으로 말하자면,인정망각은 연인을 물화시키는 짓이며,
사랑이라는 무시무시한 맹목의 동력을 상호 인정의 호혜적 의사소통의 관계로 승화시키는 길만이
연정의 생산성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크레이너스와 폴록의 애정이 둘 사이의 예술적 창의성이나
생산성과 호혜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조건은 상호인정이라는 제3의 매개일 것이다.

마치 감성과 오성을 매개하는 상상력처럼, 인정은 사랑과 생산성을 매개한다.
그리고 인정과 실천적 공감이 없는 애정이 짧은 애착으로 빠지거나 변질되고 마는 것을 우리는 쓸쓸하게 목도한다.
-113-114쪽

피카소의 천재적 에고이즘


<나의 할아버지 피카소 - 마리나 피카소>에서


" 그가 여자들을 좋아한 것은 그들이 그에게 불러일으키는 동물적 성충동 때문이었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신비를 토해내야만 했다.
신선한 육체를 좋아하는 그는 그들을 서둘러 죽였고, 강간했으며, 영양분으로 섭취했다.
피와 정액으로 범벅이 된 그들을 자신의 화폭에 열정적으로 되살렸으며,
그들에게 자신의 폭력을 받아들이기를 강요했고,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성적인 힘이 무뎌졌을 때는 가차없이 그들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그가 섹스와 그림에서 끌어내는 관능은 본질이 동일했다."


에바구엘은 31세로 요절했고, 올가 코홀로바는 그의 애정을 잃은 뒤 정신이상을 일으켰으면 반신불수로 삶을 끝낸다. 마리 테레즈도 그에게 버림받은 뒤 그의 죽음과 함께 목을 맨다. 도라 마르도 그와의 이별을 삭이지 못한 채 정신병원을 들락거렸고, 자클린 로크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마리나 피카소는 오빠 파블리토의 자살,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이자 피카소의 장남인 파울로의 자살을 모두 할아버지 피카소의 탓으로 돌린다. 피카소를 정점으로 그녀의 가족사를 뒤덮은 먹구름 속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와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ㄴ느 그녀는 절규한다.


"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절망에 빠트릴 권리가 위대한 예술가들에게는 있는가? 그들의 작품이 제아무리 찬란할 지언정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가? 나의 가족은 저 천재가 쳐 놓은 덫에서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하나한를 완성해가는데 타인의 피를 필요로 했다."

-184-185쪽

매창과 유희경


- 사랑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가령 이별이나 둘 사이를 가르는 거리의 문제이다.


노스텔지어(향수)의 문제를 인문지리적, 계보학적, 혹은 매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듯이, 상사병의 기원이나 매커니즘도 조금 다르게 헤아리고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향수병이나 상사병은 지리적 거리가 인간관계를 결정적으로 규정했던 과거의 유산으로 이제는 급속히 소멸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원격통신이 현실화 된 지구촌에서 매체적 변덕이 기승을 부려 지역이나 사람중심의 애착이 발을 붙일 현실적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요컨대 노스텔지어가 결국 마음자리를 통해서 해결-치료되는게 아니었듯이, 연인사이의 원격감응방식 -마치 주술처럼- 인 상사병도 각자의 마음자리를 톺고 까부른다고 해서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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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품절


예전에 사냥길에 나섰다가 까마귀를 만나면 이런 말로 소원을 빌었어.

'할아버지 저에게 사냥감을 내려주세요'

만약 까마귀가 그 소원에 대답을 해주면 성공적인 사냥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았지.

까마귀는 이 세상의 창조주라고 했어.

뭔가 특별한 힘을 가진 생물이었지.


나는 캐서린의 이야기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녀는 종종 터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있었고,

그 터부를 지키는 것은 자연과 일상생활 속에서 제 운수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가치관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지만,

캐서린이나 스티븐은 사라지려고 하는 또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162쪽

마을 사람들의 원은 어느새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오늘은 포클래치, 1년 전 세상을 떠난 노파의 영혼을 떠나보내는 잔치다.

흑곰, 비버, 연어, 그리고 블루베리, 크랜베리 같은 나무 열매들,

진수성찬으로 영혼을 달래서 떠나보낸다.

나는 마을의 가족들과 무스 사냥에서 막 돌아온 참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죽은 사람을 이야기 했다.

오두막 안은 열기로 가득 차고 죽은자에 대한 슬픔은 묘한 명랑한 분위기로 승화되어 간다.

산 자와 죽은 자, 유기물과 무기물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눈 앞의 수프를 떠 먹으면, 극북에 숲 속에 살던 무스의 몸뚱이는 천천히 내 몸 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무스가 되고 무스는 사람이 된다.

오두막 주위에 숨쉬는 자연, 저기 바로 숲이 있다.

저 숲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강은 또 어떤가.

우리가 무스를 찾아 여행하던 강물은 지금도 어둠 속을 흐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
점차 흥분의 도가니로 화하는 윤무를 지켜보면서,

마을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는 들판이라는 세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166쪽

'여름이 가고 첫서리와 키스를 하면 블루베리가 달콤해진다.'

9월로 들어서자 알래스카 들판은 온갖 열매로 뒤덮인다.

크랜베리, 블루베리, 서몬베리, 크로우베리......

쌀쌀한 날이 계속 되며 블루베리는 아닌 게 아니라 깜짝 놀랄 만큼 달콤해진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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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
폴 콜먼 지음, 마용운 옮김 / 그물코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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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1954년 11월 23일에 요하슨 신부가 카유베노 강을 따라 내려왔다.
처음에는 며칠만 있을 작정이었지만 결국 신부는 25년이나 우리와 함께 지냈다.
우리는 두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살고 있었으며, 주술사가 둘 있었지만 요하슨 신부와 선교사들이 우리의 절반을 기독교로 개종시켰고 우리는 주술사를 쫒아버렸다. 처음에는 선교사들이 약을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 약재가 필요하지 않았다. 선교사들이 시키는 대로 작은 활주로도 만들었고,심하게 아픈 사람이 생기면 비행기에 태워 도시로 데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1979년 에콰도르 정부가 전통 문화를 해친다며 정글에서 모든 선교사를 추방했을 때, 우리는 기뻐하며 그들의 오두막을 불태워버렸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의사도 없고 주술사도 없다. 전통 약재도 없고 서양 약품도 없게 되었다.

                        - 아마존강가에 사는 산파블로 마을의 원주민들의 이야기 -


온라인 서평을 올려주는 아프락삭스님에게 책소개를 받아
폴 콜먼이라는 작가가 쓴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을 읽고 있다.
책을 펼치는 순간, 표백되지 않은 재생지의 책갈피가 마음에 들었다.
옆에서 흘낏 책제목을 보던 누군가는
- 그래서, 그 사람은 도대체 나무를 몇 그루나 심었대? 하는 우문을 한다. 

며칠동안 100페이지도 못 넘겼다.
뒤적거리는 습성이 도진 탓이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읽을 것 같다. 




2.

마음 속에 무슨 고민거리가 생기면 맑은 물이 급하게 흐르는 강변으로 가서 모든 문제를 마음 속에서 끄집어내 공모양으로 만들어 보게. 그 공을 강 상류로 던지고는 공이 자네 곁을 흘러 지나갈 때쯤 일어나서 뒤돌아보지 말고 그 곳을 떠나게. 만일 뒤돌아 본다면 그 문제들이 다시 자네 마음 속에 들어올 거야.

                        - 천둥구름 추장의 이야기 -



나 역시도 고민이 생기면,
혼자 산에 올라 풍경 좋은 능선 어디엔가 걸터앉아 고민을 땅에 묻어 두고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그 곳을 찾았을 때 고민이 땅위로 솟아 오르기 전에 후다닥 그 곳을 지난다.
고민을 묻은 곳에서 멈칫거리면 고민은 두 배의 무게로 나를 따라온다.

아마도 자연을 통과하는 방법은 사람들마다 유사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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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사람들 어른을 위한 동화 22
황인숙 지음, 이제하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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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복잡한 일이 있어..
머리를 식히려고 집어들었던 책인데,
-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을비가 쫄쫄 내리는 오후,
흠~ ~
맛스럽고 고소하기까지 했다.

창경원을 배경으로 했던 김승옥의 雨요일과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어린 시절 읽던 마해송 동화의 한 장면을 다시 읽는 기분도 들었다.

올드해지다가,
한껏 우울해지기도 하고,
통통 튀기는 빗소리를 따라 현실의 실타래가 쪼르륵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비를 좋아해 비를 맞으며 찰박찰박 걷기를 좋아하는 청배와 

무위도식하며 시를 쓴다는 무가 생활지의 달인 홍배의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 베토벤의 주인공과 같은 세인트버나드 종의 <베토벤>과

지하철 역에서 구걸하며 생활하는 회현동 아저씨와 맞은 편 건물 옥탑방의 귀뚜라미 아가씨까지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푸릇거리는 삶이

창 밖의 차가운 가을비를 바라보는 나를 훈훈해지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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