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이매지 > <괴물>박해일-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매력남

<괴물>박해일-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매력남
박해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익숙해진 배우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데뷔했고 미묘한 분위기를 지닌 용의자 박현규로 등장한 <살인의 추억>으로 대중에게 잊을 수 없는 얼굴로 각인됐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미소를 지닌 왕자님 같은 모습과 혀를 날름거리며 우악스럽게 키스를 요구하는 13살 마음을 지닌 33살의 청년 네모의 모습, 능청스럽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교사 유림을 거쳐 모든 일이 불평불만투성이인 고학력 백수 박남일로 나타난 배우. 어느 것이 진짜 박해일의 모습인지는 대중도 모르고, 박해일 자신도 모른다.
<괴물>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말해 달라.
작년 초 무렵 봉준호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변희봉, 송강호 선배님, 배두나, 그리고 너 이렇게 넷이 한 가족으로 나올 건데, 할래?”라고. 일단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들 감독님과 한 작품 이상 해본 사람들이고, 워낙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사람들이지 않나. 과연 이 인물들이 한 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박남일이란 캐릭터에 대해 든 생각은?
우선 얘는 말이 많은 캐릭터였다.(웃음) 기존에 내가 했던 캐릭터와 다른 그 무엇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친구라고. 감독님은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크게 매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 찍고 나서 ‘아, 나한테도 저런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남일이란 친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럼 박남일이 되기 위해 따로 준비한 부분은 없나?
특별히 준비한 건 없고 평소 하듯이 했다. 이를테면 <질투는 나의 힘>의 이원상 캐릭터를 구축한다고 하자. 그럼 그 인물을 머리에 담은 채로 일상생활을 한다. 문득 주변 인물들과 사소하게 나누는 대화에서 ‘이런 부분은 원상이와 같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축적해 놓는 편이다. 감독님과 캐릭터 의논을 할 때도 딱 부러지는 설명을 하진 않으셨다. 감독님이 말하는 남일이는 기타의 1번 줄과 같은 인물이었다. 기타에 줄이 여섯 줄 있는데 기타 줄은 위에서부터 얇다. 그러니까 1번 줄은 가장 고음을 내는 줄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나온 거 보니까 얘가 많이 시끄럽더라.

원래 연기에 임할 때 미리 치밀히 계산을 하는 편인가, 아니면 본능적으로 다가가는 편인가?
일단 나는 계산이 안 된다.(웃음) 계산을 하고 촬영한 적도 있는데 감독님이 “컷”하더라. 그러면서 느꼈다. 연기란 게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봉준호 감독이 워낙 디테일에 꼼꼼해서 별명이 ‘봉테일’이라고 들었다. 연기 지도도 그런 식으로 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워낙 준비를 많이 하시긴 한다. 그러나 사전 준비를 많이 하시는 거지, 배우의 연기에 대해 치밀하게 정해 놓는 편은 아니다.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라 굉장히 편했다. 우선 감독님은 배우의 예민한 감수성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다. 때문에 충돌될 수 있는 상황을 안 만드신다. 물론 ‘봉테일’답게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내고자 하니까 쉬운 작업만은 아니었다.

박남일은 어느 가족에나 흔히 있을 법한 골칫덩어리다. 그런데 송강호가 맡은 캐릭터 역시 또 다른 골칫덩어리로 등장한다. 그렇게 빚어지는 모습이 재미있더라.
그렇지. 둘 다 잘난 것 하나 없는데, 구박하고.

합동분향소 장면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혹시, 그 장면에서 진짜 술 먹고 연기하지 않았나?
솔직히 소주 반 병 정도 마시고 촬영했다. 일부러 마신 건 아니고, 그 장면이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보는 이들도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지 않나. 테이크는 많이 안 갔지만 상대방을 때리기도 하고, 지르는 부분도 있어서 상황에 맞추기 위해 마셨다. 아, 그렇다고 항상 음주를 하고 촬영하는 건 아니다.(웃음)

임필성 감독과의 촬영은 어땠나?(<남극일기>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이 <괴물>에서 박해일의 대학 선배로 등장한다.)
어우, 이건 뭐. 감독 둘을 데리고 하려니까. 한 명은 모니터 앞에 있지, 또 한 명은 내 앞에 있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웃음) 농담이고, 솔직히 흔치 않은 경험이긴 하다. 임필성 감독님과는 단편 <쇼우 미> <모빌>에서 작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편했다. 연기도 굉장히 잘하시지 않았나? 당당히 오디션 보고 참여하신 거다. 테이크는 많이 갔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과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시선 처리 같은 게 어렵지 않았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감정 잡기가 더 힘들었다. 상대 배우가 있을 땐 중간에 카메라 보면서 촬영해도 상대 배우의 표정이라든가 감정선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얘는 그런 걸 알 수 없으니까. 나중에 후반으로 가면서 괴물의 위치랑 연기(?)하는 걸 보면서 느꼈지. ‘아, 얘가 연기 굉장히 잘하네’하고.(웃음) 감독님 말대로 17~18세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녀석이라 흔히 생각하는 괴수가 아니라 장난기가 있다.

워낙 독특한 캐릭터들을 맡아왔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인어공주>의 순박한 우편배달부로 나왔다가 <연애의 목적>의 유림으로 나온 걸 보고 놀랐다. 갑자기 급선회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배도 아니고 무슨 급선회를….(웃음) 시나리오가 흥미롭게 읽혀지는 것을 먼저 선택하는 편이다. 그 중 이것이 내가 해볼 만한 것인가, 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이 50~60퍼센트 정도 되고, 나머지는 도전할 만한 숙제 같은 부분이라면 도전한다. 내가 해보고는 싶지만 도전의 부분이 80~90퍼센트를 차지한다면 쉽게 선택하진 못하지.
처음에는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가. 예전에 고수희 씨 인터뷰하면서 아동극단에서 서로 만났다는 얘기는 들었다.(박해일과 고수희는 연극 <청춘예찬>에 함께 출연했다.)
처음부터 연기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로 아동극단에 들어가게 된 거지. 수희는 원래 전공도 연기였고,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친구지만. 아무튼 아이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와, 이게 의외로 떨리데. 생각지도 못했던 긴장감이 막 몰려오면서 끝나고 나니까 희열감이 느껴지더라. 물론 애들은 다 잤지. 한참 자다가 갑자기 무대 올라와서 ‘이거 가짜 칼이다!’이러고. 그래도 나름대로 한 번 끝날 때마다 비장함이 생기더라. 다음엔 더 잘해야지, 하면서. 무대의 매력을 처음 맛본 거지.

그런데, 무슨 연극이었나?
<백설공주>였다.

<백설공주>? 혹시 왕자 역할이었나?
에, 그게 워낙 영세한 극단이라 능력 있어서 한 건 아니고. 왕자랑 난쟁이 1인 2역을 했었다.(웃음)

그리고 연극하다 쭉 영화로 왔다. 혹 TV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청춘예찬>으로 연극 데뷔해서 운 좋게 그걸 보러 오신 임순례 감독님에 의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하게 됐다. 연극 선배들에게 물어봤지. 이걸 해도 되겠느냐. 모두들 좋은 기회라고 하라고 하더라. 다만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 최근 영화하면서도 송강호 선배님이나 다른 선배들도 다 같은 말을 하신다. 그때의 풋풋했던 열정을 잃지 말라는 요지인 거지. 사실 난 TV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생각은 하지만 아직은 하나라도 잘하자는 주의다. 이를테면 고두심 선배님 봐라. TV에서 중견 여배우로서의 존재감이 확실하신 분 아닌가. 그런 분이 <인어공주>에 딱 나왔을 때 그 존재감이랄까, 숙련미랄까, 그런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아직은 한 우물이라도 잘 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체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장이 펼쳐지면 그것이 TV든, 영화든, 연극이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하고 싶다.

대중에게 당신을 각인시킨 <살인의 추억>이나 이번 <괴물>은 규모 면에서 대작에 속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흥행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영화들이 많았다.
작가주의 영화도 있었고, 상업영화인데 흥행이 안 된 영화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영화를 좋아한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내 주변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질투는 나의 힘> <연애의 목적> <인어공주> 같은 방식의 영화들이 그랬다.

사실 <인어공주>에서 당신의 캐릭터는 사실적이기보다는 너무 왕자님 느낌이었는데?
(순간 발끈)아니, 나는 그런 역할 하면 안 되나?(웃음)

나중에 나이가 들면 <괴물>의 송강호 역할도 할 수 있을까?
난 못할 것 같다. 배우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색깔을 변주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내가 송강호 선배 캐릭터를 맡으면 전혀 다른 캐릭터가 나올 거다. 굉장히 매력 있는 역할이긴 하지만.

그럼, 박해일이 생각하는 자신의 색깔은 무엇인가?
그걸 찾는 과정인 것 같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얻은 자양분들이 종합적으로 차곡차곡 쌓여서 어떤 향기를 피워내지 않을까. 그래서 매 작품마다 터닝 포인트이고,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내 색깔을 찾는다는, 그 과정이 넓게 보면 평생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나이 들수록 그 나이가 돼야만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지 않나. 그렇게 보자면 관록이 쌓여도 계속 그만큼의 과제가 생기는 거다. 그 과정, 좀 유식하게 말하자면 자기를 알아가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과정이 있어서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것 같다.

혹시 연출에는 관심 없나?
전혀! 관심 없다. 그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 쌓이는 작업을 왜 하나!
글 정수진 기자 | 사진 김정수 2006.07.19

출처 : http://www.movieweek.co.kr/magazine/200607/19/200607191627384670200000204000204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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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오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오

새 노래는 공으로 드르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이 시는 보통 안분지족의 삶의 태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보다 주목할 수 있는 것은 화자의 어조이다. 화자는 독백이 아니라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겠소’ ‘~지오’ ‘~있오’라는 표현을 살펴보면 지금 화자가 남으로 창을 낸 작은 초가집에서 살면서 안분지족한 삶을 살면서 자연에 동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것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화자는 갑자기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고 자신의 소망을 표출하게 된 것일까. 화자는 계속 자신의 상상을 이어가면서, “밭은 조그마한 ‘한참갈이(새참 한 번 먹을 동안이면 갈아 버릴 수 있는 작은 밭)’이면 되겠고, 구름이 꼬이든 말든 새 노래를 들으면서 살거야. 강냉이가 익었을 때 자네가 놀러오면 함께 먹자고. 그런데 이런 내 삶에 어떤 목적이 있냐고? 왜 사냐고? 왜 사냐고 물으면 난 웃겠지...”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 상상 속에서의 삶은 안분지족한 삶이며 자연친화적인 삶이다. 그리고 이것을 꿈꾸며 상상하고 있는 화자는 지금 그렇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상상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서 꼭 이에 대한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시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 속에서 화자가 상상하는 내용을 ‘안분지족, 자연친화’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이 화자, 또는 왜 이 시인이 이런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따져보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시인 김상용은 이 시가 발표된 당시 33살의 나이로 이화여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때는 1934년. 당시 민족유일당 운동으로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신간회가 해소되고, 만주사변으로 많은 조선인들이 죽은지도 2년여가 흘렀다. 점차 식민지 시기 지식인들은 해방에 대한 전망과 자신감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1936년에는 일본을 파시즘 국가로 만드려는 쿠데타도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화자는 갑갑한 현실에서부터 벗어나서 ‘남으로 창을’ 내고 밭으로 ‘한참갈이’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로운 이상향은 단지 시속에서만 가능한 상상이었을 뿐이었다. 그러기에 화자는 ‘남으로 창을 내고’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남으로 창을 내겠소’하는 소망만을 시로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암담한 상황 속에서 쓰인 시였기에 이처럼 담담하고 소박한 화자의 소망이 더 진솔하게 표현되어 70년 후의 우리가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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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1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십니다. 퍼가요^^

기인 2006-08-1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 ㅎㅎ
 

요즘 알바로 시 참고서를 쓰고 있다. 시 전공자가 요즘 정말 부족해서, 석사논문 쓰자마자 문제집, 참고서 등 3곳에서 일을 청탁받아서 바쁘게 헉헉대면서 끄적이고 있는 중.

참고서나 교과서를 읽을 때마다, '도대체 이러니까 중고등학생들이 시를 싫어하지' 버럭!!! 이러면서 화를 내고는 했었고, 내가 강단에 서게 되면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게 시를 가르쳐야징~~ 라고 다짐도 했었다.

그.런.데. 역시 고등학생용 참고서를 쓰다보니 나도 어느새 '정답'적인 시 해석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참을 수(?) 없어서, '정답'과 함께 나름대로 내 시 해석을 써 넣었다. 뭐... 빠구 당하면 ㅜㅠ

시 전공자라고 밀어붙이기에는 내 경력(*짬밥이라는 군대용어가 어울리지만)과 연령이 일천하니 원..

어쨌든 그 유명하고 지루하다고 소문난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보자.

 

 해에게서 소년에게      -최남선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슨다, 무너버린다.
태산(泰山) 같은 높은 뫼에 짚채같은 바위돌이나
요것이 무어냐,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모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者)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콱.

 

처……ㄹ썩,텨……ㄹ썩,텩,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의 역시(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를 이 있건 오너랴
쳐……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쳐……ㄹ썩, 텨……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쳐……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世上) 저 사람 모다 미우나,
그 중(中)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膽) 크고 순정(純情)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才弄)처럼, 귀(貴)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少年輩), 입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당시 사회나 최남선의 의도에 맞추어서 이 시를 해석하자면 이 시는 바다라는 개화의 문물이 들어오는 공간과 하늘이라는 순수 공간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설정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비되는 땅이라는 공간의 바윗돌, 태산 같은 자연물이나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정적 존재로서 변화하여야 할 조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소년’은 앞으로 개화를 이끌어갈 존재로서 바다라는 개화의 문물이 들어오는 공간이 사랑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해석은 문학사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이 시를 ‘시적’으로 ‘문학적’으로 읽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 왜 바다는 소년을 좋아하는 것인지를 내재적으로 생각해보자.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첫 번째 단계는 시에 있는 정보로만 시를 해석하는 내재적인 접근법이다.


왜 바다는 소년을 좋아한다고 시인은 생각하게 되었을까. 바다는 어부가 아니라, 고관대작이 아니라, 딱히 ‘소년’을 좋아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이 되면 옛날이나 요즘이나 피서를 간다. 물론 옛날에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가지는 못했으나, 식민지 시기에도 바다는 분명 좋은 피서지였을 것이다. 그러면, 피서지로서의 바다를 상상해보자. 바다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들, 강아지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 때 우리는 바다에서 뛰노는 소년들(이 당시 ‘소년’이라는 단어는 소녀와 소년을 함께 지칭하는 어휘였다.)과 부드럽게 파도치는 바다를 상상할 수 있다. 이를 시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바다가 소년을 좋아한다라고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부들은 궂은 날이나 비오는 날에도 바다에 나가고, 실연한 어른들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바다와 어울리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풍경은 언제나 잔잔한 바다와 맑게 빛나는 햇살 아래일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바다가 잔잔할 때만, 소년들이 바다 곁에서 뛰어노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적인 상상력과 결합하면, ‘바다가 잔잔할 때만, 소년들이 바다 곁에서 뛰어논다’에서 ‘바다는 소년들을 사랑하기에 소년들이 바다 곁에 뛰어놀 때는 바다가 잔잔하구나’라는 시적인 관찰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시적 발상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읽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해에게서 어부에게’ ‘해에게서 할아버지에게’가 이상한 이유를 이제 알 수 있지 않을까?

 

 

*제한된 지면에 나름의 썰을 풀어가면서 참고서 만들기.. 우에 -ㅠ-

돈이 궁한지라 하지만, 꽤나 짜증나고 힘든 일...

내가 바라는 일은 내 썰들이 통과해서 만백성(-_-; )들이 내 헛소리를 읽으며 공부하는 일.

 

근디.. 시험문제 틀리면 내가 책임져야 하나?

뭐...;;; 틀린 소리는 안했으니까. 다만 '다른 소리'를 하려고 하는 것 뿐. 쪼끔이라도;;

사실. 아니면 시 참고서 매년 새로 낼 이유가 어디겠는가!!!! (자기 위안, 합리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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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4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6-08-14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신을 지키는 일은 저처럼 소심한 사람에게나 어려운 일이죠^^;;

건우와 연우 2006-08-1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어린 학부모지만 저도 지지할께요. 님의 '다른소리.를요...^^
초면에 실례.^^ 꾸벅.

기인 2006-08-1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ㅂ님/ 네 ㅋ 3군데에서 각각 나올텐데 나오면 광고 많이 할께요 ^^; 그나저나 완전 다 삭제되는게 아닌지; 걱정이네요.
파란여우님/ 여우님의 소신 멋지세요! 저 디이~~게 소심한데요 ㅜㅠ
건우와 여우님/ 앗 다른 서재에서 많이 뵙서요. 감사합니다. :)

로쟈 2006-08-1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이라고 돼 있지만 '소년배' 곧 멍텅구리들 아닐까요?(앎으로부터의 자유!) 실상 대개의 중고등학생들이 멍텅구리들이기도 하고. 대학 1학년때 이 시에 대한 패러디 시를 써보기도 했는데(태풍을 소재로), 그런 거 한번 써보라고 하면(쓰기도 쉽고) 학생들이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참 시교육에서 중요한 건, '좋은 시'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것과 그걸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인님이 참고서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네요.^^

기인 2006-08-1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아앗 패러디 시 재미있을 것 같아요. :) 7차 교육과정 <문학>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7차는 정말 학생들한테 많이 써보고 고쳐보고 패러디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현장에서는 이런 것들 넘어간다고 들었습니다만;;;
나중에 제가 참고서 '기획'에까지 참여할 연륜(?)이 되면 쫌 요상한 참고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ㅎㅎ 지금은 그냥 하라는 것, 하라는 대로만 한답니다. 저자 이름은 들어가도, 저자들 사이의 위계-_-; 가 무서워요~~~
 

 


최근 내리쬐는 직사광선의 햇빛에 노출되어 눈이 쉽게 피로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울러 각종 PC와 TV의 장시간 시청으로 항상 눈이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안과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시력을 보호해주는 음료수를 마시면 간단하게 가정에서 피로를 회복을 할 수 있다.

우선 냉이 달인 물을 마시면 시력 보호와 피로를 가셔준다. 냉이 성분에는 눈에 좋은 카로틴 함량이 많아 시력 보호에 큰 효과가 있다. 특히 말린 냉이 즙을 마시거나 눈을 씻으면 피로가 더 잘 풀린다.

녹차 역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음료수. 녹차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눈곱이 많이 생기거나 눈이 가물거릴 때 진하게 달여서 마셔주면 좋다.

밝음을 결정해 주는 종자란 이름처럼 눈에 좋은 결명자 차, 결명자 차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시력 보호 및 치료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눈에 좋은 음료이다.

마지막으로 당근 주스 역시 비타민 A의 전신인 카로틴이 풍부해 시력 보호에 좋은 음료로, 가정에서 쉽게 갈아서 마시거나 당근 주스를 구입해 마실 수 있는 눈에 좋은 음료이다.

이처럼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자주 눈에 좋은 음료를 섭취하여 눈의 피로와 시력 감퇴를 조기에 예방하는 것이 더 큰 병을 키우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 최우선 순위일 것이다.

유승근 기자 /www.reviewstar.net
 
 
*눈이 나뻐서 2등 국민 -_-;인 나로서는, 당근쥬스를 끼고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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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자림 > 미니 서점과 지니 서점

서기 2019년 8월 14일 지니 책방 주인 비자림의 일기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에어컨을 틀어 놓았지만 아까 잠시 사람을 만나러 찻집을 갔다 왔더니 기분은 참 좋은데도 나이 들어서 그런지 기운이 좀 빠지는 느낌이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후 J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춤추는 인생'님을 만났었다.  벌써 삼십대 중반인 그녀인데도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던 스물셋 때의 그 모습과 다를 바 없어 깜짝 놀랐었다.

오늘은 매상이 얼마나 되나? 오후 매상을 정리해 보다가 나는 한숨이 나왔다. 정년퇴임을 할 걸 그랬어. 역시 선생은 장사할 사람이 못돼.

주변 사람들, 특히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는 쉬흔이 되던 해, 직장을 과감히 때려치우고 '지니 서점'문을 열었다. 지금은 활동을 안 하지만 예전 젊었을 적 알라딘 폐인이었던 내 자신을 떠올리며 알라딘의 '지니'를 기억하려고 이름을 붙이고 동네 한 귀퉁이에 작은 서점을 열었다. 마침 상가 건물 주인이 임대료를 싸게 해 주어 힘들지 않게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초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려고 건물주인집에 잠깐 들렀는데 세상에, 이 건물을 설계한 장본인이자 주인이 '메피스토'님이었다니... 나는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알아 볼 수가 없었는데 그가 먼저 아는 체를 해 와서 기절할 뻔 하였다. 참 세상은 넓고도 좁은 곳이야.

기분전환을 할 겸 '인디언 음반'을 꺼내 틀었다. 그리곤 컴퓨터를 켜서 알라딘에 접속해 보았다. 요새 뜨는 서재들이 어디일까? 어머나 세상에 물만두님은 아직도 왕성히 서재활동을 하시누만, 이번 주도 서재 달인 2위에 링크되다니.. 배꽃님도 여전하시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분야가 없다니..아니 전호인님은 또 쌍칼을 차셨네. 이 아저씨는 칼이 질리지도 않나.. 음 모교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있는 기인님은 뜸하시구만.. 해리포터7님은 요새 활동을 안 하시나? 아  참 나비 이미지를 좋아하다가 나비수집가로 나섰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늦바람이 무서워.. 그래도 놀라운 이야기야.  그래도 육아지침서를 펴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건우와연우님에 비하면 그렇게 놀라운 변신은 아니었어. 한샘님도 사진작가로 데뷔하셨는데 개인전이 9월이던가? 아니 근데 테리우스는 누굴까?  이 사람 닉네임은 캔디를 연상하게 하는데? 

의문에 사로잡힐 때쯤 전화가 때르릉 걸려 왔다. 발마스님이었다. 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는 님이 주문하신 발리바르 책 원서명을 적으며 철자가 틀릴 까봐 식은 땀을 흘렸다. 예나 이제나 공부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작아지는지. 하하하. '지니책방'을 차려 가장 좋은 것은 알라딘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화작가로 변신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혜경님은 우리 책방 단골 고객이시자 신간서적이 나오면 여기서 가끔 독자들에게 싸인도 해 주는 깜짝 이벤트를 벌여 내게 감동을 주곤 한다. 

그리고, 지난 번에는 쌍둥이 아기 둘을 거느리고 '내이름은김삼순'님이 찾아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나는 알바생에게 책방을 맡겨 놓고 님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러 나갔다 왔다. 처녀 총각이었다가 결혼하여 어엿한 가정을 이룬 이들은 많다. 야클님은 2007년에 돌연 결혼하여 거의 1년을 알라딘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아 알라딘 사람들의 원성을 들었고 그에 질세라 2008년에 결혼한 푸하님은 공부하는 아내를 만나 뒤늦게 공부바람이 불어 지금 영국에 머물고 있다.

"사장님, 저녁 드시러 안 가세요?"

알바생 L이 귀여운 눈웃음을 치며 묻는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낮에는 일하는 저 아이를 만나서 내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 저녁은 생각이 없어 굶겠다고 하니 알바생 L이 내 건강 걱정을 한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빨리 먼저 먹고 오라고 안심시키곤 달팽이님이 쓴 '터키의 지붕 아래에서 내려다 본 사람살이 '를 집어 들었다. 1년 전에 가 본 터키의 풍경이 아직도 머릿 속에 그득한 나. 그 순한 사람들의 사람살이가 참 가슴에 다가왔는데 여행기조차도 이렇게 맑고 아름답고 지적인 냄새를 풍기는 달팽이님이 글이 참 아름다웠다.

저녁을 먹고 온 알바생 L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장님, 앞 건물에 큰 서점이 들어선데요. 우리 이제 어쩌지요?"

"그래? 할 수 없지. 큰 서점은 큰 서점대로 살고 작은 서점은 작은 서점대로 사는거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불안감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아니나다를까. 다음 날 앞 건물에 "미니 서점" 간판이 들어서는데 이름에 비해 말도 안 되는 규모였다. 1,2,3층 건물을 다 아우르는 서점이 무슨 미니 서점이란 말인가?

이제 내 외도도 끝나야 하는가? 그저 욕심내지 말고 어린이도서관이나 지을 걸 그랬나? 근데 어린이도서관도 자본이 원체 많이 들어서 감행하기가 어려웠었다.

에고 이제 슬슬 서점 문을 닫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겠다 한숨을 쉬며 돌아서는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야구모자를 쓰고 간판을 올려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마태우스님!

아는 체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내 마음 속에 오락가락 줄다리기하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나는 마태우스님의 글과 사진을 2006년부터 20015년까지 알라딘에서 줄창 봐온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모른다. 아니 비자림이라고 하면 혹시 기억은 할른지 모르지.

나는 아줌마들 특유의 뻔뻔스러움으로 마태우스님께 다가가 아는 체를 하였다. 내 눈 사이즈와 비슷한 님의 눈이 돌연 크게 떠지는 것이었다.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눈도 동시에 커졌다.

세상에, '미니서점'주인이 마태우스님이라니...

나는 마태우스님을 내 가게로 모시고 와서 커피 한 잔을 대접했다. 그리곤 요새 알라딘에 뜨는 테리우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요새 비엔나소시지가 달리듯이 댓글이 주르르 달리는, 뜨고 있는 '테리우스'에 관해.

그리고 농담처럼 마태우스님께 선전을 바란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마태우스님의 이야기,

"아, 테리우스도 제 친구이지요. 저보다 조금 젊다고나 할까."

허걱.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나는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다.

무더위를 날리는 한 방이었다.

 

 

*이러한 허접한 페이퍼를 안 올리려고 하였으나 저의 언어중독이 극심하여 그냥 올리옵나이당

이름 올라가신 분들, 그냥 한 번 웃어나 주시옵소서.

이름 안 올라가신 분들, 다음 번을 기대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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