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겪었던 북핵사태는 나에게 역시 우리는 역사 속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확신과 우울과 어찌보면 쁘띠-부르주아적이었던 나의 안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깨부수었던 경험이었다. 학부 1학년때인가, 복학생 선배가 우리는 역사 속에 살고 있고, 그 도도한 흐름의 일부가 우리이고 또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아찔함 같은 것.

이번 알라딘 사태^^는 반면에 뭐랄까, 기분 좋은 훈훈함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따우님이 서재를 나가신 것 같은 사태도 벌어졌지만, 이를 계기로 알라딘의 노련한 서재주인들이 들고 일어서며, 불량 리뷰청소에 나서기 시작했다.

내 친우는 알라딘에서 서재질(?)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어차피 배부른 자들끼리의 Show-Off 같은 것, 이라고 했지만, 나는 꽤나 알라딘 서재의 따뜻함과 지적 자극이 맘에 들었다. 어찌보면 정말 친자본주의적인 공간인 이 '알라딘'에서 우리는 나름의 분절된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알라딘에서 서재 활성화를 위해 내건 경제적 보상을 악용하는 '무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지적을 하고, 나름의 자정작용을 강구하는 노력을 서재인 그들이, 아니 우리들이 지키고 싶은 '서재'환경, 알라딘 마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야심찬 공통된 기반이 있다기 보다는,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지는 것, 이라는 단순한 윤리적 문제일 터.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번져나갈 것인지, 알라딘 쪽에서의 대처는 어떠할지 더 지켜볼 문제이지만, 서재인들이 하나둘씩 의견을 내고, 이것이 알라딘이라는 '조종자' 쪽에 반영이 되는 모습은, 뭔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를 떠올르게도 하고, 내심 흥겹다. ㅋ 더 생각해보면 매우 소수의 서재인들이 서로 마실나가던 때는 '행정'이나 '제도'에 대한 토론이나 건의가 필요없었겠지만, 이제 '알라딘'이라는 공간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인원이 점점 늘어나 팽창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터, 여기에 이제 '제도'나 '행정'을 논할 필요가 생기는 것!

이 어찌 재미있지 않을소냐! '알라딘'에 대한 '주체적' 이용. 그러니까 적극적 원용. ㅎㅎ

어쨌든 메피스토님, 마태우스님, 따우님, 조선인님, 파란 여우님(ㅎㅎ)의 분발, 그리고 아직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하지 않은 여러 분들의 분발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지켜보고만 있지만;;; ㅋ 괜시리 즐겁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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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11-0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본격적 합세. 여러 주장들과 논리적 근거들을 읽는 것. 즐거운 일이다. :)

기인 2006-11-0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의 단단한 감정이 실린 글도 잘 읽었다. ㅋ
아우 다채로운 목소리들이 교향곡처럼, 합창곡처럼, 서로의 목소리와 음색과 음정과 박자로 울려퍼지는 듯 하다. 알라딘 마을의 합창곡. 잼있다 :) ㅎㅎ

조선인 2006-11-0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아테네식 민주주의라니 지나치게 거창한데요? 제도속의 자정노력이라는 것엔 동의합니다만. 쿠흐흐흐

마태우스 2006-11-07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분들은 이곳이 특별한 곳이라는 자부심 속에서 살지요. 이곳을 아름답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도 그런 이유구요...근데 전 이번 사태에서 한 게 없습니다. 일 다 된 다음에 숟가락만 얹었지요... 파수꾼 노릇을 하고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해주신 다른 분들에 비하면...부끄럽죠.

Mephistopheles 2006-11-0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같은 양산박 앞을 지나가는 농부 1같은 존재는
합류시키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만두 2006-11-0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저 제 감정에 주체를 못하는 사람일뿐입니다 ㅜ.ㅜ 넘 부끄럽잖아요=3=3=3

건우와 연우 2006-11-0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켜보는게 즐거웠어요. 그치만 따우님이 나가신건 아직도 많이 서운하네요....

기인 2006-11-0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ㅋㅋ 뭐가 본격적인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훈련소 다녀온 뒤 글쓰기가 귀찮아져 버렸어요 쿄쿄;;
마태우스님/ ㅎㅎ 대주주님께서!!!
메피스토님/ 아 그 농부1 정말 재밌고 멋있습니다 :)
물만두님/ 뭘요. 알라딘의 보물창고 서재!
건우와 연우님/ 네.. 따우님 다시 안 돌아오실까요?;;

기인 2006-11-12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매너님 합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