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때 중국을 여행했을 때는, 가이드해 준 중국 대학생 한명과 사촌동생, 동생, 나 이렇게 많이 다녔다. 그리고 그 때는 '사회주의'국가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많이 들뜨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꽉 짜여진 스케줄로 여행사의 가이드와 함께, 지도교수님을 포함 8분의 선배님들을 '모시고'한 여행. 중국 사람들은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말에도 별반 상처(?)를 입지 않았고, 조선족이 한국 사람이냐 중국 사람이냐는 민족주의적 담론 또한 속으로 몇마디 궁시렁하는 것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중국 상인들이나, 노동자들이 한국의 평균적 상인이나 노동자들보다 생활수준이나 임금수준이 낮다는 것이 보여도, 별반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중국은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국이라는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과 자웅을 겨룰만한 국가가 되리라, 혹은 이미 그러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책들이 너무도 많이 토해놓은 이야기들이라 식상하지만, 이것을 '가슴으로' 실감한 것은 이번 산동성 여행을 통해서였다.

5년전 북경을 여행했을 때만 해도, 이를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오히려 중국의 '중상'정도의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산동성의, 그것도 소도시들을 여행해보니 중국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고 한국의 휴게소보다 10배는 됨직한 휴게소에는 차가 한두대 있었지만, 기반시설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한국의 소도시들은 대도시의 식민지로 보잘 것 없지만, 중국의 소도시들은 위용이 위풍당당하다. 상해와 북경같은 경제도시가 아님에도, 산동성의 조그마한 도시들도 인천이나 부산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깨끗했다.

지도 교수님은 이런 중국이 '무섭다'라고도 하셨지만, 오히려 나는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애인은 미국이 패자가 되는 것보다 중국 제국이 더욱 무섭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중국에 대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자신이 제국임을 인정하지도 않지만,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포장을 통해서 '민주주의'라는 지상 가치를 내세우면서 이 '민주주의'에 자신들이 합당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잘낫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중국은 자신들이 '중국'이기 때문에 자신이 잘났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그 중국 문화라는 것에, 완전히 상업주의적 발상으로 치장된 문화라고 하더라도 왠지 더 정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전공과 관련해서, 중국을 깊게 탐구하는 일은 별반 없을 것이다. 고전문학과 근대문학의 갭은 여기서 발생한다. 고전문학 전공자라면 중국문화에 대한 탐구가 필수이지만, 개화기 이후의 근대문학 전공자에게 중국은 낯선 존재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일말의 두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를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강국이고 대국이다.

ps. 사진기를 안 가져가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항상 귀찮아해서 탈이다. 누나들이 찍어준 사진을 올린다. 버스 이동 시간이 길어서 다채로운 표정을 실험해봤다. -_-; 보다 많은 실험들이 있었는데, 어디에 사진을 올렸는지 알 수 없다.

멍한 표정. 영화 찍는 선배 하나가, 정신병원의 멍한 사람의 이미지를 생각하다가 나를 떠올렸다고 한다. 덕분에 선배가 찍는 영화에 이 표정으로 등장했었다. 머리에 모자 쓰고, 풍선을 들고.



 

 

 

 

 

 

 

 

 

 

 

 

요즘 유행하는 썩소 표정.


 

원래 의도는 '아이 셔' 정도 였던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벌써 까먹음) 알 수 없는 표정.




중국이 워낙 크다 보니, 버스 타면 3~4시간은 기본. 버스가 많이 흔들려 잠도 잘 수 없었다. 요즘 사진기는 흔들려도 보정기능이 있어서 신기하다. 어쨌든, 어이없게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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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7-2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살 더 빼야겠다 -_-;

이매지 2006-07-2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중국이 점점 더 무서워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아이셔표정 좋은데요? ^^

비자림 2006-07-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우리 지학이가 크면 님의 얼굴과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호호호
재밌게 읽고 가요. 여행 중에도 탐구적인 기인님.^^

기인 2006-07-21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네 중국.. 아이셔 표정 ㅋㅋ 저는 썩소 표정이 맘에 들어요 -_-;
비자림님/ ㅎㅎ 그럼 성공하신 거네요? ㅋㅋ 지송 ㅡ.,ㅡ;

가시장미 2006-07-2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아주 지적으로 보이시네요. ^-^

기인 2006-07-2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의도는 정신병자인데요 -_-;;;;

프레이야 2006-07-2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에 추천이요^^

balmas 2006-07-22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쩐지 뜸하다 했더니 중국 다녀오셨구랴 ... ^^;
나는 아직 한번도 중국에 못가봤는데, 부럽습니다. :-)

기인 2006-07-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네 ^^; ㅋ 좀 더 멍하게 찍혔어야 되는데;;
발마스님/ 넵. 중국 참 엄청나요. 뭐든지 크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