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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1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07년 11월
평점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의 여주인공인 블랑쉬 두보아는 막상 옆에 있으면 지치게 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연극은 물론이고 말론 브란도와 비비안 리가 출연한 영화가 현재까지 회자될 정도로 인기였으며 2013년 우디 앨런 감독이 만든 작품 <블루 재스민>처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도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에야 극락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일까.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 남부 상류사회가 쇠퇴하고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미국 사회, 블랑쉬와 스탠리가 각각 상징하는 가치의 충돌 등등 이 영화를 여러모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유명하지만 한번도 읽어보지 않는 희곡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연극성 성격장애의 예시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걸작을 단순화해서 이해하는 것이 다소 김빠질 수는 있겠지만 사람마다 고전이 와 닿는 부분은 다를 테니까. 읽으면서 내내 이렇게 극적인 인물을 창조해 내었다는 것은 작가로서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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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는 상황을 불편해함
다른 사람과의 관계 행동이 자주 외모나 행동에서 부적절하게 성적, 유혹적 내지 자극적인 것으로 특징지어짐
감정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피상적으로 표현됨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모를 사용함
지나치게 인상적이고 세밀함이 결여된 형태의 언어 사용
자기극화, 연극성 그리고 과장된 감정의 표현을 보임
피암시적임. 즉,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음
실제보다도 더 가까운 관계로 생각함
연극성 성격장애의 주요한 특징은 만연하고 과도한 감정성과 주의를 끄는 행동이다. 이 양상은 청년기에 시작되고 여러 상황에서 나타난다.
이 환자들은 자신이 관심의 중심에 있지 못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자신이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느낀다(진단기준 1 자신이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는 상황을 불편해함). 적극적이고 극적으로 자신에게 관심이 모이도록 하고 처음에는 열정적이고 개방적이고 혹은 교태를 부리는 행동으로 새로 만난 사람을 매혹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면 할수록 그들의 매력은 사라진다. 그들은 ‘모임의 활력소’ 역할을 스스로 떠맡는다. 만약 관심의 중심이 되지 못하면 그들은 어떤 극적인 행동(예,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장면을 연출한다)을 해서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게 한다. 그들의 욕구는 임상의와의 관계에서는 매우 명확하게 나타난다(예, 아첨을 하거나 선물을 가져오고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신체적, 심리적 증상에 대한 극적인 묘사를 늘어놓는다).
제부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은 신사고 나를 존중해줘요. (흥분해서 말을 만들어 내며)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내가 친구로 함께 있는 거예요. 재산이 많다는 게 때로는 사람을 외롭게 만들거든요! 세련되고 지성과 교양을 갖춘 여자는 남자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죠, 한없이 말이죠! 나는 그런 것들을 제공할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육체적 아름다움은 사라지죠. 순간적이죠. 하지만 마음의 아름다움과 영혼의 풍요로움 그리고 가슴속 부드러움은..... 나는 그런 것들을 다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더 증폭되죠! 세월이 가면 갈수록이요! 내가 가난한 여자라고 불려야만 하다니 정말 이상하죠! 내 가슴속에 이런 보물들이 간직되어 있는데요. (목이 멘 흐느낌이 흘러나온다.) 나는 나 자신을 매우 부유한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어리석었죠, 돼지에게 진주를 던지다니!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의 외모와 행동은 부적절하게 성적으로 유혹적이거나 자극적이다(진단기준 2 다른 사람과의 관계 행동이 자주 외모나 행동에서 부적절하게 성적, 유혹적 내지 자극적인 것으로 특징지어짐). 이러한 행동은 환자가 성적 혹은 연애적 감정을 느끼는 대상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회적, 직업적 그리고 전문가적 관계에서도 나타나는데 이것은 사회적 맥락에서 적절한 수위를 벗어난 것이다.
'그래요 나는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가졌어요. 앨런이 죽고 난 뒤...... 낯선 사람과 관계를 갖는 것만이 내 텅빈 가슴을 채울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았어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보호 받으려 했던 것은 공포, 공포 때문이었죠. 여기 저기, 생각해서도 안될 곳까지, 마침내는 열일곱 살짜리 소년에게까지도, 하지만 누군가가 교장에게 편지를 썼죠...... " 저 여자는 교사직에 적합하지 않아!"라고.' (흐느끼듯이 발작적으로 웃던 블랑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헐떡거리다 술을 마신다.) 맞느냐구요? 그래요, 내 생각에도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 어쨌거나...... 그래서 여기에 온 거예요. 다른 곳이 없더라구요. 나는 진이 다 빠져 버렸어요. 진이 다 빠져 버렸다는 말 알아요? 내 젊음이 갑자기 배수구로 사라지고, 그리고 당신을 만났어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당신이 말했지요. 그래요. 나도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당신을 만난 것을 하느님께 감사했어요. 당신은 신사같이 보였기 때문이죠...... 바위 덩어리 같은 이 세상에서 내가 숨을 수 있는 틈새 같은 존재죠! 하지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군요! 키파버와 스탠리와 쇼가 연꼬리에 낡은 깡통을 매달아 시끄럽게 만들었네요.
감정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피상적으로 표현된다(진단기준 3 감정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피상적으로 표현됨).
블랑시 최악의 악몽 속에서도 결코, 결코, 결코 그려본 적이 없는, 그래, 포만이! 오직 에드거 앨런 포만이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 거야. 저 밖에는 시체를 뜯어먹는 귀신들이 나오는 위어의 숲이 있을 거고!(웃어 댄다)
스텔라 아니, 언니, 저건 L&N 기찻길이야.
블랑시 아니, 이제 농담은 집어치우고, 진지하게 말하자. 너 왜 말하지 않았니, 왜 편지쓰지 않았어. 왜 나한테 알려 주지 않았느냐고?
스텔라 (조심스럽게 자신의 잔을 채우면서) 뭘 말이야?
블랑시 네가 이 지경으로 살아야 했다는 것 말이야!
스텔라 언니 너무 지나친 것 아니야? 여기 그렇게 나쁘지 않아! 뉴올리언스는 다른 도시랑은 다르다고.
블랑시 이건 뉴올리언스랑은 상관은 없어. 말해 보라니까. 미안해, 스텔라!(갑자기 말을 끊는다.) 이 얘기는 그만 하자!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모를 사용한다(진단기준 4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모를 사용함). 그들은 자신들의 외모로 다른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를 원하고 옷이나 외모를 가꾸는 데 지나친 시간과 열정, 돈을 사용한다. 외모에 대해서 ‘칭찬을 받고 싶어’하고 외모나 사진에 대해서 칭찬하는 말이 아닌 비판적인 평을 들으면 지나치게 화를 낸다.
블랑시의 모습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 앞부분에 털이 달린 흰정장을 입고,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 흰 장갑과 모자로 우아하게 차린 모습이 마치 교외 주택가에서 열리는 여름철 다과회나 칵테일파티에 온 것 같다.
이 환자들은 지나치게 인상주의적이고 세밀함이 결여된 형태의 언어를 구사한다(진단기준 5 지나치게 인상적이고 세밀함이 결여된 형태의 언어 사용). 극적인 재능으로 확고한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기저의 논리는 모호하고 산만하며 뒷받침할 만한 사실이나 정보가 없다(예,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지만,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할 장점을 세세히 나열하지는 못한다).
예술같은 것들, 시나 음악 같은, 그런 새로운 광채가 그 이후로 이 세상에 들어왔거든! 어떤 사람들 안에서는 부드러운 광채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그걸 우리는 키워야 해. 그리고 매달려서 우리의 깃발로 삼고 지켜야해. 짐승들과 함께 뒤쳐져선 안돼.
이 환자들은 자기극화self-dramatization, 연극성, 과장된 감정 표현이 특징적이다(진단기준 6 자기극화, 연극성 그리고 과장된 감정의 표현을 보임). 지나치게 공공연한 감정 표현으로 친구와 지인들을 당황스럽게 한다(예, 일상적인 만남에서 과도한 찬사를 늘어놓으며 포옹을 하거나, 사소한 감상적인 상황에서 통제가 안 되게 울기도 하고 분노발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감정은 너무 빨리 사그라져서 깊게 느낄 수가 없고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환자들이 이러한 감정을 꾸며내는 것이라고 비난하게 된다.
아니, 나중에, 나중에 목욕하고 좀 쉬고 나면! 저 위 불 좀 꺼라! 저 불을 꺼! 저 무자비한 불빛 아래서 날 보일 수는 없지! 이제 이리로 와 봐! 아, 내 동생! 스텔라, 별을 닮은 스텔라! (블랑시는 스텔라를 다시 껴안는다) 난 네가 이 끔찍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좋은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음, 참 편리한 위치에 있구나 뭐 이런 말이지, 하 하 하! 소중한 내동생!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는 피암시적이다(진단기준 7 피암시적임. 즉,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음). 의견이나 느낌이 다른 사람이나 현재의 유행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믿는데, 특히 그들의 문제를 마술적으로 해결하는 강한 권위적 인물에 대해 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육감을 사용하고 신념을 빨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바다 공기 냄새가 나네. 내 여생을 바닷가에서 보내고 싶어. 그리고 죽을 때, 바다 위에서 죽을 거야. 내가 어떻게 죽을지 알아요? 어느 날 바다 한가운데서 씻지 않은 포도를 먹고 죽을 거예요. 난 죽을 거예요. 선박의 잘생긴 담당 의사, 자그마한 금빛 콧수염과 커다란 은시계를 찬 아주 젊은 남자의 손에 내 손을 맡긴 채. 사람들은 말할 거야. "불쌍한 부인, 키니네도 소용없군. 씻지 않은 포도가 그녀를 천국으로 보냈어."라고. 그리고 나는 깨끗하고 하얀 자루에 싸여 바다에 잠길 거야. 한낮, 여름 햇살 속에서, 내 첫사랑의 눈동자처럼 푸른 바다 속으로 떨어져!
환자들은 관계를 실제보다도 더 가깝다고 생각해서 거의 모든 지인을 ‘나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친구’라고 표현하거나 공적인 자리에서 한두 번 만난 의사를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진단기준 8 실제보다도 더 가까운 관계로 생각함)
당신이 누구든 난 항상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