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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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지옥편

미친 듯 재산을 모은 자는
재산을 잃을 때가 오면 오로지
재산만 생각하며 울부짖고 괴로워한다.-지옥편 1곡

어디 재산 뿐이겠는가.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에는 부도 명예도 집착도 다 들어갈 것이다.


한숨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들이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언어들, 끔찍한 얘기들,
고통의 소리들, 분노의 억양들, 크고 작은 목소리들,
그리고 손바닥 치는 소리들이

마구 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고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그 영원히 깜깜한 하늘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머리를 감쌌다.
“선생님! 지금 들리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슬픈 영혼들이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다.

하느님께 반항하지도
복종하지도 않았고 단지 자신에게만 충실했던
저 사악한 천사들의 무리도 섞여 있다.

하늘은 그들을 쫓아냈다. 그들이 하늘의 빛을 가릴 테니까.
그러나 깊은 지옥도 그들을 거부하니, 그들을 보고
지옥의 자들이 우쭐해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지.”- 지옥편 3곡

이 부분의 묘사와 HELL canto 3 이라고 적힌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을 보면서 신과 함께 저승편을 떠올렸다. 그림은 영화보다는 실감나지 않는 구나, 영화에서 상상 속의 저승을 잘 그려냈구나, 신과 함께도 신곡의 영향을 받았겠구나 등등. 사실 신곡을 읽게 된 계기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읽으면서 신곡과 비교하여 인곡 이라는 평가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한번쯤은 신곡을 읽어보고 싶기도 했고. 인곡이라고 불리는 데카메론을 읽고 나서 바로 신곡으로 넘어 오는 것이 겁나기도 했고, 잠시 쉬어갈 겸 신과 함께 9권을 전부 읽게 되었다. 영화 두 편도 보았고. 예나 지금이나 사후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꺼지지 않는 것 같다. 신과 함께는 우리 나라 고유의 사후 세계 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저승-극락-환생 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 저승 편은 신곡 지옥편에 대응할 것이고, 천국편에 대응할 극락은 만화나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연옥의 개념은 신곡 책만 봐서는 지옥에 가까운 모습이라 좀 더 가벼운 벌을 받고 있는 지옥의 느낌이었다. 신곡은 사실 죽죽 읽어나가기만 해서는 이 책의 10퍼센트 정도만의 이해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고, 중세 사람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이 이 책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힘들 것이다. 주석이 달려 있기는 한데 워낙 그 양이 방대해서인지 책 뒤쪽에 따로 실어 놓았다. 매번 책을 앞 뒤로 넘겨서 보는 것이 불편해서 어느새 멈추고 그냥 읽어나가기로 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의 책처럼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이교도 분파의 두목들과
추종자들이 누워 있는데, 네가 추측하는 것 이상으로
이 무덤들 안에 겹겹이 포개져 있다.

여기에는 비슷한 자들끼리 묻혀 있지.
무덤은 묻힌 자에 따라 더 뜨겁기도, 덜 뜨겁기도 하다.”
그러고는 그가 오른편으로 몸을 돌렸다. 우리는

끊임없는 고뇌와 높은 둔덕 사이를 지나갔다.- 지옥편 9곡

마지막 문장의 서술이 좋았다. 높은 둔덕 만큼이나 끊임없는 고뇌. 심신이 전부 극한 바로 직전까지 몰아쳐지는 과정인 것 같다. 이 때는 몰랐는데 신곡에서는 이런 표현이 참 많다.


“나의 몸에서
이렇게 가지가 꺾이는
무자비한 광경을 보러 온 영혼들이여.

그 가지들을 이 가엾은 나무 발치에 모아 주시오.
나는 처음의 수호신을 세례자로 바꾼
도시 출신이었고. 바로 그 일 때문에

수호신은 자신의 기술에 맹세코 그 도시를
파멸시키려 하고 있소. 만일 지금 아르노 강의 다리에
그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면,

아틸라가 남긴 잿더미 위에
도시를 새로 건설했던 시민들은
다시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오.

나는 내 집을 교수대로 만들었던 거요.”- 지옥편 13곡

이 부분은 주석의 설명이 필요하다. 페데리코 2세의 신하였던 자코모는 무료함을 달래려 뱃놀이를 하며 강에 돈을 쏟아 붓는가 하면 자기 집을 태우며 즐거워하는 등, 기질이 괴팍하고 방탕했다고 한다. 자기 집에서 목을 매 죽었다고 하는데 그처럼 피렌테도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는 말이다. 피렌체는 처음에 전쟁의 신 마르스를 수호신으로 섬기다가 나중에 세례 요한으로 바꾸었다. 주석에서는 단테가 6세기에 피렌체르르 침략한 오스트로고트 족의 왕 토틸라와 아틸라를 혼동한 것 같다고 하며, 당시에는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단테는 피렌체를 다스리는 6명의 행정장관 중 한 명이었는데, 피렌체와 교황의 갈등으로 순탄치는 않았다고 하며 외교관으로 로마에 갔을 때 쿠데타가 일어나 망명했다고 한다. 이후 죽을 때까지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베로나에서 사망했는데 시간이 흐른 후 피렌체에서 단테를 기리겠다며 빈 무덤을 만들었으나 베로나에서는 단테의 시신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이 부분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문장일 것이다.


길잡이의 말이 알고자 하는
나의 입맛을 돋우었기에
나는 더 많은 음식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가 말을 시작했다.- 지옥편 14곡


말을 음식에, 입맛을 호기심이나 흥미에 비유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맛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생뚱맞지만 요즘 한참 유행 중인 ~의 맛 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 나기도 하고. 어쩌면 먹지 못하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이야기가 없어도 사람은 생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부분을 꿰뚫고 단테가 이 구절을 썼다면 대단한 통찰력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나는 분명히 보았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머리가 잘린 몸체 하나가 다른 온전한 몸을 지닌
슬픈 무리와 함께 태연히 가고 있는 그 모습이.

그자는 자신의 잘린 머리를 초롱불처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그 머리는
우리를 쳐다보며 “아이고, 내 신세야!” 하고 말했다.

제 몸으로 제 등불이 되었으니,
하나 속에 둘이요 둘 속에 하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그를 벌한 분만 아실 테지.-지옥편 28곡

개인적으로 지옥편 전체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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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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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은 안토니오이다. 바사니오는 포셔라는 여인에게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구하기 위해 친구 안토니오에게 부탁했고, 당장은 돈이 없으나 곧 배가 들어오는 안토니오가 자신의 배를 담보로 하여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평소 안토니오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던 샤일록은 돈을 기한 내에 갚을 수 없을 때에 안토니오의 살들 중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받겠다는 계약을 한다. 바사니오는 포셔의 구혼에 성공하지만, 안토니오의 배는 기한 내에 돌아오지 않는다. 죽을 위기에 처한 안토니오의 이야기를 듣고, 포셔는 바사니오에게 얼른 베니스로 가서 자신의 재산으로 빚진 액수의 배 이상을 갚아주라고 하고, 자신은 재판관인 친척에게 부탁하여 남장을 한 채로 베니스 법정의 재판관으로 나타나 안토니오, 바사니오, 샤일록을 놓고 재판을 벌인다. 포셔는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어 돈으로 빚을 받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바사니오도 안토니오가 빌린 돈의 세배, 그리고 샤일록이 원한다면 그것보다 더 많이 주겠다고 했지만 샤일록은 계약이 정당했음을 주장하고 끝까지 살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하고, 결국 포셔는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샤일록이 칼을 들고 안토니오에게 다가가자 포셔는 계약서에 살만 적혀 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한 방울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하고, 1파운드에서 아주 약간이라도 차이가 나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인다.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돈으로 받아가겠다고 하면서 물러나지만, 포셔는 샤일록이 이미 끝까지 살을 받겠다고 주장했다는 걸 상기시키고 외국인이 베니스 시민의 생명을 위협했으니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샤일록은 완전히 패소하여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는다. 그 후 안토니오의 배는 돌아온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면 샤일록은 천인공노할 악당이며, 포셔가 현명했구나 라고만 보기 쉬우나 나이가 들어서 보면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생전에 단 한 번도 유대인을 만난 적이 없다는 셰익스피어가 악당 샤일록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보면 이 불멸의 작가조차도 당시 유럽의 반유대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당시 유럽에서 유대인은 직업 선택도 자유롭지 못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중 몇 안 되는 직업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이었는데, 사실상 오늘날 은행이 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역사 때문인지 유대인은 현재에서도 전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있나 보다. 어쨌든 샤일록의 입장에서 보면, 평소에 안토니오는 샤일록을 혐오했고, 자신의 민족과 종교를 대놓고 모욕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을 빌려 주기 전 샤일록의 대사를 보면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을 보면 폭행 수준까지 위협했던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자신에게 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모습이 어처구니 없었을 것이다. 이후 걸었던 계약 조건은 분명히 잔인하기는 하지만, 재판에서 졌다고 해서 재산 몰수에 종교까지 바꾸는 결말에 가서는 유대인에 대한 그 당시 중세 유럽의 태도야말로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에서는 이 작품을 가르칠 때에 당시 유럽 상황과 인종차별주의에 주목한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인종차별로 인한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인종 차별에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국 본토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인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권선징악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했지 인종차별에 주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라는 단어가 전혀 낯선 단어가 아닌 요즘 한국의 교실에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이 작품을 가르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셔의 구혼자 중 한 명이었던 모로코 왕이 구혼에 실패하고 돌아설 때, 포셔가 '피부색이 저런 사람은 모두 저렇게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할 대목이라 새삼 놀랐다. 이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제레미 아이언스가 안토니오를, 알 파치노가 샤일록을, 조셉 파인즈가 바사니오를 맡았다. 조셉 파인즈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셰익스피어 역할을 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후 엘리자베스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애인으로 나온다. 그 이후에 이 영화에 출연했으니 영미권에서는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느낌인가 보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등 대작에도 출연했으나 이후 다소 희미해진 느낌이 있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미션, 아이언 마스크에 출연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라이언 킹에서 스카의 목소리를 맡기도 했다. 최근까지 리스본행 야간열차나 저스티스 리그 와 같은 히어로물에도 출연할 정도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의 알 파치노가 샤일록을 맡았다는 것은 이 영화의 무게 중심이 샤일록에 가 있으며, 이것은 셰익스피어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현대에 와서는 샤일록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이 훨씬 많고 나아가 샤일록의 편에서 공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한 예라고 생각된다. 샤일록은 정식 판사에게서 재판을 받지도 못했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지도 못했다. 이런 부분은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죽음을 기도하는 악독한 인간이었다는 설정으로 또 어느 정도 보상이 된다. 신체 일부를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현실의 사채업자들이 신체포기각서를 이용하여 장기매매 같은 짓을 저지르는 일들이 생각이 나기도 했다. 물론 신체포기각서가 무효이듯이 현재의 법적 관점에서는 살 1파운드 계약은 완전히 무효일 것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인민 재판이나 종교 재판이 횡행하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이다. 인권이고 뭐고 그런 것은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다. 그런 시절에 이러한 법정극(?)이 나와 법률이나 재판의 테두리 안에서 나름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 의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애초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려고 한 부분과는 다르게 현대인들이 이 작품을 받아들일지라도, 이 작품은 나름의 방식으로 수백 년을 걸쳐 살아남는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평생 셰익스피어를 연구했다는 옮긴이의 해설은 이 작품을 세 가지 계약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한다. 가장 주요한 계약은 샤일록과 안토니오 사이의 계약이겠지만, 그 외에도 포셔의 아버지가 포셔에게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 내린 계약, 포셔와 바사니오 사이의 반지 계약 등 총 3개의 계약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설명한다.

이 세 가지 계약은 모두 커다란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성사에는 대단한 모험이 필요하다. 포셔에게 아버지의 사위 선택 방식은 맞는 궤를 골라 낸 사람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생일대의 모험이고, 안토니오에게 삼천 다카트는 문자 그대로 그의 살 값, 피 값, 목숨 값이며, 이를 기반으로 바사니오가 얻은 포셔의 사랑과 그것을 상징하는 반지 또한 부부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다. 그러나 위험성의 정도로 보자면 안토니오와 샤일론 간의 인육 계약이 단연 으뜸이고 그래서 그것의 위약 문제를 해결하는 재판 장면이 극의 중간에 배치되어 있으며, 거기에서 모든 주요 인물이 한꺼번에 모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다.
또한 이 세 계약은 모두 물질을 매개로 하지만 궁극적으로 감정적인 만족을 목적으로 한다. 포셔의 아버지는 금과 은과 납이라는 상징적인 금속을 통하여 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위를 고르려 했고 딸 또한 아버지를 믿고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 한편 안토니오는 자신의 살 한 파운드를 담보로 포셔에게 가려는 바사니오의 사랑(우정, 관심)을 자신에게 붙잡아 두려 하고, 샤일록은 삼천 다카트의 돈을 빌려 주는 대가로 안토니오에 대한 그의 해묵은 원한을 갚아 보려 한다. 그리고 반지 계약에서 포셔는, 그것을 주었다가 본인도 모르게 넘겨받았다가 되돌려 주는 과정을 통하여 바사니오의 주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다시는 안토니오가 되지 못하도록 세 사람 사이의 감정 관계를 철저히 정리한다. 이렇게 세 계약의 당사자들이 모두 금전적이 아니라 감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안토니오가 샤일록을 비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 고리대금은 적어도 인육 계약에서만은 그 타당성을 잃는다. 왜냐하면 도로코 왕이 납 궤를 두고 솔직하게 인정하듯이 “다 걸고 위험을 감수할 땐/ 상당한 이득을 바라보고 하는 건데” 안토니오는 대단히 높은 이득, 어찌 보면 돈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고수익’인 우정 확보를 기대하면서 이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안토니오와 샤일록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바사니오는 안토니오와의 우정을 포셔와의 바깥에 두게 되었으며, 원했던 모든 것을 온전히 다 얻는 사람은 포셔 한 사람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포셔는 이 희극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면서 조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이런 위치에 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그녀의 성품에 있고 구체적으로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그녀의 혜안과, 그녀의 사랑이 보이는 절제와, 사물의 의미를 주어진 맥락 안에서 상대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그녀의 조화 정신에 있다. (중략) 베니스의 법정에서 발타자르(포셔)는 “옥좌 위의 왕에게/ 왕관보다 더 잘 어울”리는 자비를 역설하고 곤경에 처한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해 주었지만 이제 벨몬테에서 포셔의 위치는 남편의 권위에 순종하는 아내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반지와 함께 바사니오에게 넘겨주었을 때 포셔는 그의 “지시를/ 주인, 총독, 임금의 지시처럼 받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의 모든 행위는 남편이며 가장인 바사니오와의 적절한 관계에서만 “올바른 찬사와 진정한 완성”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포셔가 생각하는 부부간의 조화이고, 음악과 천상의 화음에 대한 로렌초의 긴 해설이 포셔의 등장에 바로 앞서 있었던 이유이다. 포셔 또한 육신의 옷을 입은 인간으로서 불멸의 영혼들이 듣는 천체의 음악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적어도 그런 화음을 내는 기본 원리, 즉 사물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면서 질서 있게 움직일 때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을 자신의 부부관계에서 실천할 준비는 되어 있다.
이렇게 혜안과 절제와 조화의 능력을 갖춘 포셔가 사랑의 시험에서 그것을 위협하는 두 극단적인 감정을 물리치고 조화로운 부부 관계를 이루어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녀는 우선 베니스의 재판정에서 샤일록의 지나친 미움을 제압한다. 여기에서 포셔는 샤일록의 극단적인 계약 준수 고집을 또 하나의 극단적인 법 해석으로 해결한다.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 한 파운드를 그렇게 갖고 싶다면 정확하게 살 한 파운드만 가지라는 것이다. 이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의 법리적인 논쟁이 아니라 샤일록의 극단적인 미움이 초래하는 경직성과 그로 인한 허점이며 그것을 간파할 수 있는 포셔의 혜안과, 사랑과 미움의 양극을 인정하면서 거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그녀의 절제력이다.
베니스의 법정에서 포셔가 해결한 문제는 극도의 미움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죽을 수도 있었던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했기 때문에 그가 바사니오에게 품고 있는 지나친 사랑(우정)의 ‘생명’ 또한 포셔의 손안에 들어왔다. 문제는 안토니오와 바사니오가 발타자르의 신원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의 우정이 처한 위기를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바사니오는 안토니오의 권유를 받아들여 포셔의 반지를 발타자르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그들 사이의 우정이 부부간의 사랑보다 우선함을 입증하기까지 했다(우정의 우위는 법정에서 바사니오에 의해 이미 공언된 바 있다). 따라서 이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벨몬테에서 벌어질 반지 소동으로 넘어가게 되고, 이때 포셔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우리가 앞서 논의했던 조화의 원리이다. 보이면서 보이지 않게 사건의 추이와 본질을 파악하고 조종하는 포셔에게 샤일록, 안토니오, 바사니오는 맞수가 되지 못하고 그녀가 설정한 각자의 위치를 지키게 된다-아름다운 사랑의 화음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샤일록은 저 멀리 베니스에, 바사니오는 바로 곁에 그리고 안토니오는 좀 떨어진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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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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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유명하다.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 왕.

셰익스피어가 쓴 비극은 총 10편이라고 한다.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아테네의 타이먼》,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코리올레이너스》.

‘4대 비극’이란 말은 셰익스피어 비평가 A. C. 브래들리가 1904년 출판한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이 10편 중 4편의 비극을 가장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성격비극으로 분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브래들리는 5년 후 다른 글에서 4대 비극에서 《오셀로》 를 빼고 대신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포함시켰지만, 처음 말했던 4편의 비극을 4대 비극으로 보는 비평적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남녀노소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대중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4대 비극에 빠져 있는 이유는 주인공의 선택보다 외부 상황과 운이 비극을 만들어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브래들리 이 후 비평가들은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코리올레이너스》를 로마 역사의 일부를 다룬다는 점에서 ‘로마극’으로 분류해왔다고 하는데,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는 로마극들은 셰익스피어 비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내면적 고뇌와 성숙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즉,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동일하게 어떤 운명이나 신비로운 힘이 아니라 어떤 특정 성격을 지닌 인간의 잘못과 악에 의해서 비극이 초래된다는 것을 완벽하게 제시함으로써 인간 본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더 나아가 그 개인의 비극을 사회 전체의 혼돈으로 확장시키면서 균형 잡힌 관점으로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내면적 고뇌와 갈등, 고통을 통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성찰적 지혜가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를 통해 수 세대 후의 독자들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잘 알려진 내용,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인터넷 검색으로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에 대해서는, 청소년 시기에 문학 전집이나 추천 도서를 통해서 들은 적은 분명히 있었는데 정확히 유래가 뭐고 특징이 무엇인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시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의 평가와 선정에는 4대 비극과는 달리 후대인들의 뚜렷한 합의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는 패션전문자료사전에서 셰익스피어 로맨틱 [Shakespeare romantic] 이라는 항목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잘 알려진 5대 희극 작품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Taming of the Shrew)>,<십이야 (Twelfth Night)>,<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같은 작품에서 드러난 모티브를 차용해서 만든 이미지의 로맨틱 패션을 말한다. 17세기풍의 중세적인 모티브를 특징으로, 이를테면 퍼프 슬리브나 레이스 장식, 리본 테이프 등의 디테일을 가진 티어드 스커트나 드레스, 블라우스 같은 아이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떤 글을 보면 4대 비극과는 달리 5대 희극은 출판사의 상업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으며, 4대 비극처럼 비평적 관점에서 분류한 것이 아니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통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르는 비극일 것이고, 책을 읽는 독자든 영화를 보는 관객이든 문화를 향유하는 관점에서는 슬픈 이야기가 훨씬 더 강하게 마음에 자국을 남기고 오래 잔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어쨌든 독자인 내 입장에서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한 번 읽고 난 후 세세한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야기 하나하나가 뚜렷이 구분은 갔었는데 5대 희극은 비교적 독특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나 베니스의 상인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의 희극은 비슷비슷하게 느껴졌었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졌다는 것은 특별한 매력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 한. 여름. 밤. 꿈. 여섯 글자의 짧은 제목인데 단어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로맨틱하다. 낭만은 넘쳐나는데 등장인물이 많아서 어지럽다.

등장인물

테세우스: 아테네의 공작
이지우스: 허미아의 아버지
라이센더 / 드미트리우스: 허미아를 사랑하는 두 청년
필로스트레이트: 테세우스의 연예부장

히폴리타: 테세우스와 약혼한 아마존의 여왕
허미아: 라이샌더를 사랑하는 이지우스의 딸
헬레나: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아가씨

오베론: 요정의 왕
티타니아: 요정의 여왕
퍽 또는 로빈 굿펠로
완두꽃 / 거미줄 / 티끌 / 겨자씨: 요정들

퀸스: 목수 (막간극에서) 서두역
바틈: 베틀장이 (막간극에서) 피라무스
플루트: 풀무장이 (막간극에서) 디스비
스나우트: 땜장이 (막간극에서) 벽
스넉: 가구장이 (막간극에서) 사자
스타블링: 양복장이 (막간극에서) 달빛

오베론 왕과 티타니아 여왕을 시중드는 요정들 및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시종들

장소: 아테네와 그 근처의 숲

기본적으로 네 커플, 여덟 명의 남녀가 등장하는 데 사랑의 작대기가 엉켜서 보다 보면 어차피 결말은 다 알겠고 그런데 왜 이렇게 중간 과정이 긴장감 없이 꼬이기만 잔뜩 꼬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는 과정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절대적이고 신성불가침하다고 느껴지는 사랑이라는 영역이, 우연과 바깥의 개입으로 인해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가는 것 같다가, 그 해결도 별다른 노력 없이 다소 황당하고 김빠지게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즉, 사랑이라고 하는 고귀한 감정이 이렇게 쉽게 옮겨가고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뒤늦게 알 것 같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주관적으로 자유롭게 내가 사랑을 결정한 것처럼 보여도, 이 사랑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사실이라는 점, 그리고 그 본질을 셰익스피어가 날카롭게 꿰뚫어내었다는 것이다.


작품 해설 중 일부를 옮겨 본다.

드미트리우스 이것들은 먼 산이 구름이 된 것처럼 조그맣고 식별이 불가능한 것 같아.
허미아 난 쪼개진 눈으로 이것들을 본다고 생각해. 모든 게 다 둘로 보이니까.
헬레나 나도 그래. 드미트리우스는 내가 주은 보석 같아. 내 건데 내 건 아냐.
드미트리우스 우리가 확실히 깨 있긴 한 거야? 난 아직도 우리가 잠자고 꿈꾸는 것 같아. 공작님이 여기에 계셨고 우리에게 따라오라 하신 것 같지 않아?
허미아 맞아. 아버님도.
헬레나 히콜리타도 계셨어.
라이샌더 그리고 신전으로 따라오라 명하셨어.
드미트리우스 그렇다면 우린 깼어. 공작님을 따라가자. 가는 길에 우리 꿈을 자세히 얘기하고.

여기에서 젊은 연인들이 꿈에서 현실로 단숨에 건너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꾼 꿈의 내용이 너무나 괴롭고 끔찍하거나 황당하여 빨리 망각 속으로 던져 버리고 싶으나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워하던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 드미트리우스에게 간밤의 변심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실체 없는 구름 같고,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했던 허미아에게 모든 것은 둘로 보이며, 그렇게도 소원하던 드미트리우스를 손에 넣은 헬레나는 그 소유를 반신반의한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허미아를 버리고 간밤 내내 헬레나를 뒤쫓았던 라이샌더는 그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간밤에 되풀이된 모든 얘기
그리고 다 함께 변모한 그들의 마음은
연정의 상상보다 더 많은 걸 입증하고
무언가 커다란 일관성을 확보해요.
그렇지만 이상하고 경이롭긴 하네요.

세 쌍의 부부가 그들의 눈으로 사랑을 선택했다는 생각과 그렇게 선택한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들은 오베론이 보여 준 참사랑의 진실을 애써 외면할 것이다. 특히 젊은 두 부부는 숲 속에서 겪었던 변심과 질투, 미움과 싸움의 경험을 꿈으로 돌리고 의식의 저편에 묻어 두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에로스의 충동을 느끼는 한 무섭고 경이로운 참사랑의 진실은 어느 날 밤 그들을 찾아와 낮 동안에 유지되는 사랑의 평화가 얼마나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보여 줄 것이다. 비록 그 진실이 욕망의 자극에 의한 꿈의 형태로만 전달되기에 눈 뜨고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즉, 한여름 밤의 숲 속에서 있었던 일들은 이들의 무의식의 세계, 꿈으로 생각해버리면 그 순간은 다소 편한 마음으로 지나갈 수 있겠지만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위험을 늘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꿈은 아니다. 과연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그들이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은 얼마큼이나 진짜인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책의 앞날개에 ‘단 하나의 결점도 없는, 셰익스피어의 첫 번째 걸작’ 이라는 헤럴드 블룸의 평이 전혀 모자라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가적으로,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보았던, 수염 등 이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남자 배우가 여자 연기를 하고, 막의 구분 없이 장면의 연속으로 진행되었던 셰익스피어 당시의 연극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며 떠올릴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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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3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박상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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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곳곳에 달린 주석을 보면 단테의 신곡의 구절을 연상시킨다거나, 그대로 따왔다거나 하는 부분이 많다. 단테의 삶을 다룬 책을 쓸 정도로 평생 단테를 존경했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한 편 이 책에 대해서 수많은 평가 중에 신곡과 대비되는 인곡이라는 평이 많은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지만 이제 와서 새롭게 느껴지듯이 단테의 신곡 또한 그러리라고 생각하며 다음에 읽을 책을 자연스럽게 정하게 되었다. 유럽 인구가 수도 없이 죽어나가는 상황, 나의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상황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 치고는 오가는 이야기가 밝고 생기 있고 야하다. 이야기만 읽어 나가다보면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황금시대는 늘 여기가 아니라 과거에 있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지경 속에서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떤 마음이냐는 것이니까. 즐거움을 알아도 퇴폐적이지는 않고, 성직자를 무조건 믿지는 않지만 종교를 긍정하고, 다가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대비는 하되 지나치게 불안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에서 낙관할 수 있는 자세. 그러고 보면 말로는 참 쉽다는 생각이 든다.

여덟 번째 날
데카메론의 일곱 번째 날이 끝나고 여덟 번째 날이 시작된다.
라우레타가 주재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하루 종일 여자가 남자를 골리든, 남자가 여자를 골리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골려 먹는 이야기를 나눈다.

여덟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
남의 아내와 돈을 주고 잠자리를 함께하기로 한 굴파르도는 그 남편 과스파루올로에게 돈을 빌린다. 그런 뒤 여자가 보는 앞에서 빌린 돈은 부인에게 돌려주었다고 과스파루올로에게 말하니, 여자는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말한다.

여덟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바를룽고의 사제가 벨콜로레 부인과 잠자리를 하고 그 대가로 외투를 두고 간다. 그녀에게서 절구를 빌린 사제는 돌려주면서 담보로 맡긴 외투를 달라고 한다. 멍청한 여자는 억울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돌려준다.

여덟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
칼란드리노와 브루노와 부팔마코가 혈석(血石)을 찾으러 무뇨네 강으로 간다. 칼란드리노는 그 돌을 찾았다고 믿고는 돌들을 잔뜩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내가 뭐라고 하자 화가 나서 아내를 두들겨 팬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는데, 실은 친구들이 그보다 더 잘 아는 얘기였다.

여덟 번째 날 네 번째 이야기
피에솔레의 사제가 어떤 미망인을 사랑한다. 그는 미망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망인인 줄 알고 동침한다는 것이 미망인의 하녀와 동침한다. 그 현장을 미망인의 남동생들이 사제의 주교에게 보여 준다.

여덟 번째 날 다섯 번째 이야기
마르케 출신의 판사가 피렌체 법정에서 재판을 하는 동안 세 청년이 그의 바지를 벗긴다.

여덟 번째 날 여섯 번째 이야기
브루노와 부팔마코는 칼란드리노의 돼지를 훔치고는 돼지를 다시 찾으려면 생강으로 만든 환약과 베르나치아 포도주로 점을 쳐야 한다고 칼란드리노를 설득한다. 그러고는 알로에로 쓴맛이 나게 만든 못생긴 생강 환약 두 개를 차례로 먹으라고 준다. 그리고 아내에게 일러바치겠다고 위협해서 돈을 뜯어낸다.

여덟 번째 날 일곱 번째 이야기
어느 학자가 사랑하는 미망인이 다른 남자한테 폭 빠져서는 눈이 오는 겨울밤에 그 학자를 기다리게 한다. 수모를 당한 학자는 계책을 써서 7월 중순의 태양 아래 미망인을 하루 종일 알몸으로 탑 위에 세워 두고 파리와 빈대에 시달리게 만든다.

여덟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내와 관계를 갖는다. 그것을 안 다른 사람은 아내와 짜고 그 사람을 상자에 가둔 다음 그 위에서 그 사람의 아내와 관계를 갖는다.

여덟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
의사인 시모네 선생은 브루노와 부팔마코가 참가한다는 모임에 끼기 위해서 한밤중에 어떤 곳에 가게 된다. 거기서 부팔마코는 그를 오물이 가득 찬 구덩이에 던져 넣고 도망친다.

여덟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
시칠리아의 어떤 여자가 팔레르모로 물건을 싣고 온 상인을 교묘하게 벗겨 먹는다. 그러자 상인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물건을 갖고 돌아온 것처럼 꾸며서 여자에게 돈을 빌린 뒤 물과 천 쪼가리만 남기고 떠나 버린다.

아홉 번째 날
데카메론의 여덟 번째 날이 끝나고 아홉 번째 날이 시작된다.
이날은 에밀리아의 주재 아래,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한다.

아홉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
프란체스카 부인이 리누초와 알레산드로의 구애를 받는다.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인은 한 사람에게는 시체가 되어 무덤에 들어가라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 시체를 꺼내 오라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주어진 임무를 이행하지 못했기에 결국 부인은 영리하게 그들에게서 벗어난다.

아홉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어느 수녀원장이 수녀들 중 하나가 연인과 동침한다는 보고를 듣고 한밤중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자기도 그때 수도사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수도사의 속바지를 두건인 줄 알고 머리에 쓰고 나타난다. 수녀는 자기를 나무라는 수녀원장에게 이 점을 지적하여 무사히 풀려나고, 다음부터는 느긋하게 연인과의 밀애를 즐긴다.

아홉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
의사인 시모네 선생은 브루노와 부팔마코의 부탁을 받고 칼란드리노로 하여금 자신이 임신했다고 믿게 만든다. 칼란드리노는 약을 만들어 달라며 이들에게 돈을 주고, 결국 애를 낳지 않고도 건강을 회복한다.

아홉 번째 날 네 번째 이야기
체코 포르타리고는 부온콘벤토에서 노름을 하다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은 물론 체코 안졸리에리의 돈까지 몽땅 털린다. 그러나 속옷 하나만 입고 안졸리에리의 뒤를 쫓아가 자기 것을 훔친 도둑이라고 외치면서 마을 사람들이 그를 붙잡도록 만든다. 그리고 상대의 옷을 입고 말까지 빼앗아 타고는 상대를 속옷 바람으로 두고 떠나 버린다.

아홉 번째 날 다섯 번째 이야기
젊은 여자한테 홀딱 빠진 칼란드리노에게 브루노가 부적을 만들어 준다. 칼란드리노가 여자의 몸에 부적을 붙이자, 여자는 바로 그를 따라온다. 그리고 칼란드리노는 여자와 함께 있다가 아내에게 들켜 큰 곤욕을 치른다.

아홉 번째 날 여섯 번째 이야기
두 청년이 어떤 사람 집에 묵으면서 그중 하나가 그 사람의 딸과 자게 되고, 그 사람의 부인은 어쩌다 보니 다른 하나와 자게 된다. 딸과 함께한 청년은 자기 친구인 줄 알고 그녀의 아버지와 나란히 누워서 이 모든 일을 다 말해 버린다. 언성이 높아지려는 순간, 부인이 사태를 파악하고 딸의 침대로 들어가서 몇 마디 말로 모든 상황을 진정시킨다.

아홉 번째 날 일곱 번째 이야기
탈라노 디몰레제는 늑대가 아내의 목과 얼굴을 물어뜯는 꿈을 꾼다. 그는 아내에게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경고를 무시하다가 남편이 꿈에서 본 그대로 당한다.

아홉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
비온델로가 음식을 갖고 치아코에게 장난을 치자, 치아코는 그가 흠씬 매를 맞도록 용의주도하게 보복한다.

아홉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
두 청년이 솔로몬 왕에게 조언을 구한다. 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지, 다른 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드센 아내를 길들일 수 있는지 묻는다. 솔로몬 왕은 한 사람에게는 사랑하라고 답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거위 다리로 가 보라고 답한다.

아홉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
잔니 신부는 친구 피에트로의 부탁을 받고 아내를 말로 둔갑시키는 마술을 부린다. 꼬리를 다는 단계에 들어갈 판인데, 피에트로가 꼬리는 필요 없다고 말해서 마술이 실패하고 만다.

열 번째 날
데카메론의 아홉 번째 날이 끝나고 열 번째이자 마지막 날이 시작된다.
이날은 판필로의 주재 아래, 사랑으로 인해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관대하고 관용 있게 일을 완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열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
에스파냐 왕을 섬기는 어느 기사가 자기는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러자 왕은 확고한 증거를 보여 주며 그건 자기 잘못이 아니라 기사가 운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밝힌다. 그리고 나중에 후한 보상을 내린다.

열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기노 디 타코는 클뤼니 수도원장을 잡아 놓고 그의 위장병을 고쳐 준 뒤 풀어 준다. 로마의 교황청으로 돌아간 수도원장은 보니파키우스 교황과 기노를 화해시키고 교황은 기노를 스페달레의 수도사로 임명한다.

열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
미트리다네스는 나탄이 얻고 있는 명성을 질시하여 그를 죽이러 갔다가 나탄인 줄 모르고 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나탄에게서 직접 나탄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고, 이어 미리 정한 대로 숲에서 그를 기다린다. 나탄을 알아본 그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와 친구가 된다.

열 번째 날 네 번째 이야기
모도나에서 온 젠틸레 데 카리센디 씨는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가 안장되자, 그녀를 무덤에서 꺼낸다. 원기를 회복한 여자는 사내아이를 낳는다. 젠틸레 씨는 그녀의 남편인 니콜루초 카차네미코에게 여자와 아이를 돌려준다.

열 번째 날 다섯 번째 이야기
디아노라 부인은 안살도 씨에게 1월의 뜰을 5월의 뜰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안살도 씨는 마술사에게 일을 맡겨서 이 요구를 들어준다. 그러자 부인의 남편은 안살도 씨에게 몸을 맡겨도 좋다고 허락한다. 남편의 관대한 태도를 전해 들은 안살도 씨가 부인과 맺은 약속을 취소하자, 마술사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며 안살도 씨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열 번째 날 여섯 번째 이야기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늙은 샤를 왕은 젊은 처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어리석은 생각을 부끄럽게 여기고, 처녀와 그 여동생을 명예롭게 혼인시켜 준다.

열 번째 날 일곱 번째 이야기
피에트로 왕은 리사가 자기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병에 걸린 그녀를 위로한 다음 어느 귀족 청년과 혼인시켜 준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이후로 언제나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열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
지시포의 아내가 되는 줄 알았던 소프로니아는 티투스 퀸투스 풀비우스의 아내가 되어 남편과 함께 로마로 간다. 나중에 지시포는 알거지 신세로 로마에 왓다가, 티투스에게 멸시를 당했다고 믿고 삶을 포기하려고 일부러 살인죄를 뒤집어쓴다. 지시포를 알아본 티투스는 그를 구하기 위해 자기가 살인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살인을 저지른 자가 자수한다. 결국 그들은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석방되고, 티투스는 여동생을 지시포에게 시집보내고 모든 재산을 그와 공유한다.

열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
상인 차림을 한 살라디노가 토렐로 씨의 환대를 받는다.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어 출정하게 된 토렐로 씨는 아내에게 재혼할 기한을 정해 준다. 그는 포로로 잡혀 매를 부리는 일을 하다가 술탄의 눈에 띈다. 술탄은 그를 알아보고 그들이 전에 만났던 사이임을 상기시키면서 극진히 대접하다가, 토렐로 씨가 병에 걸리자 마술로 하룻밤 사이에 파비아에 도착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아내가 재혼하는 자리에 나타난 토렐로 씨는 자기을 알아보는 아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열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
살루초 후작은 부하들의 권유에 못 이겨 아내를 맞아들이기로 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어 농부의 딸과 결혼해 두 아이를 얻는다 그러고는 그가 아이들을 죽였다고 아내가 믿게 만든다. 나중에는 아내가 자기를 화나게 해서 다른 여자와 재혼하는 척하면서 딸을 새 신부인 듯 꾸며 집으로 돌아오게 한다. 그러면서 아내는 입고 있던 속옷 바람으로 친정으로 쫓아 버린다. 그러나 아내가 이런 모든 고난을 참고 견디는 것을 본 후작은 그녀를 마음 깊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한 뒤, 이제는 장성한 두 사람의 아이들을 보여 준다. 그리고 아내를 후작 부인으로 추대하고 다른 모든 이들의 모범으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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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2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박상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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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8년 이탈리아 피렌테에는 흑사병이 만연해 있다. 팜피네아, 피암메타, 필로메나, 에밀리아, 라우레타, 네이필레, 엘리사 등 지체 높은 젊은 부인 일곱 명과 디오네오, 필로스트라토, 판필로 등 귀족 청년 세 명이 죽음의 공포를 피해 피에솔레 언덕의 아름다운 별장으로 간다. 그들은 하루에 한 명씩 왕을 맡아 그날의 주제를 정한 뒤 각 사람이 한 편씩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10명의 젊은 남녀는 수난일을 제외하고 2주에 걸쳐 열흘간 100편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고난 끝에 행복을 찾는 이야기, 역경을 이겨 낸 연인의 이야기, 재치로 위기를 모면한 이야기, 기발하게 상대를 조롱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 아래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춤과 노래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보름째 되는 날 그들은 각자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
보카치오는 흑사병으로 사람들이 죽어 가고 중세적 가치들이 무너지는 시대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겪으며 인간과 삶에 대한 의문 속에서 『데카메론』을 썼다. 단테의 『신곡(神曲)』에 비견되어 ‘인곡(人曲)’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고매한 이상과 도덕으로 독자를 교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유로운 욕망과 예측 불가능한 삶의 진면목을 유쾌하게 보여 주면서 죽음과 변화에 맞서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하는 낙관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데카메론』은 이탈리아 속어로 쓴 대담한 문장, 작과와 10명의 화자 그리고 각 이야기 속 주인공이 겹겹의 화자가 되는 중층적 대화 구조, 개인의 재능이 높이 평가되고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대 변화의 반영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요소들로 문인들에게는 외면당했지만, 민중들의 사랑 속에 살아남아 새 시대를 대변하는 선구적 작품이 되었다.

책의 뒷날개에 인쇄된 내용이다. 3권으로 되어 있는 민음사 판에서 2번째 권에 4일이, 나머지 2권에 각각 3일씩의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을 때에는 각 5일씩 2권에 나누어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내용에서 빠진 부분이 민음사 판에서 보완이 되었을 수도 있고, 중간 중간 삽화가 들어가서 전체 분량이 다소 늘어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삽화를 읽는 재미도 큰데, 크리스틴 드 피장 이 그린 15세기 초의 데카메론 프랑스어판 삽화가 많고,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그 시대 분위기를 짐작해 볼 만한 그림들도 여러 개 실려 있다. 자유로운 글의 내용만큼이나 그림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이 책은 사실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고, 왕과 여왕이 바뀌면서 열 명의 등장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앞뒤로 이 열 명의 젊은이들이 교외에서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지 나오는데, 책의 도입 부분부터 중간 중간 세 명의 젊은이와 일곱 명의 부인 중 일부와의 사이에서 감정의 교류가 처음부터 있었고, 15일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증폭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자들은 전부 열여덟 살에서 스물여덟 살 사이로 귀족 가문 출신에 수려한 용모와 기품 있는 태도와 정숙함을 갖추었다. 처음 등장 할 때부터 상복을 차려 입었고 보름간의 외유가 허락될 정도라면 아마도 배우자가 없거나, 있어도 사망했을 젊은 미망인일 것이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내용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돈은 많지만 의지할 데가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젊은 청년들은 전부 스물다섯이 넘었고 모두 좋은 집안에서 자랐고 쾌활하며 친구나 친지를 잃은 아픔을 연인을 찾아 나섬으로써 치유하고자 한다. 페스트의 광풍에서도 이들은 사랑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를 치유한다. 아마도 이 중 상당수가 (특히 필로메나-필로스트라토의 경우에는 세 번째 날의 마지막 부분, 네 번째 날의 마지막 부분, 일곱 번째 날의 마지막 부분을 보다 보니 흥미로웠다.) 이야기 속의 사랑이든, 실제의 사랑이든, 어느 쪽이든 사랑을 통해 현실의 암울함은 견뎌 낼 수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이것이 작가의 주제를 정확히 반영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 날
데카메론의 세 번째 날이 끝나고 네 번째 날이 시작된다.
네 번째 날은 필로스트라토가 주재하는 가운데, 사랑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 날에서처럼 네 번째 날에서도 작가의 말이 길게 이어진다. 아마도 셋째 날까지의 이야기가 나온 후 이런 저런 비판을 들었고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날부터 미리 전날 선출된 (여)왕이 미리 이야기의 주제를 제시해 주되, 디오네오만 유일하게 그 주제에 따르지 않아도 되고 맨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특권을 부여하여 그날의 주제가 비록 무겁거나 슬프더라도 언제나 마지막은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언제나 디오네오는 욕망과 쾌락과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여기에 있다. 작가의 말에서 아버지의 집념보다 본능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여자를 거위에 빗댄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작가 자신의 육체와 자연의 법칙까지 이야기한다. 인간의 욕망과 사랑을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삶과 죽음을 긍정하게 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네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
살레르노의 탄크레디 공은 딸의 연인을 죽이고 그 심장을 황금 잔에 담아 딸에게 보낸다. 그러자 딸은 거기에 독물을 넣어 마시고 죽음을 맞는다.

네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수도사 알베르토는 어떤 부인에게 천사 가브리엘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게 만든 뒤, 그런 식으로 여러 번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부인의 친척들 때문에 겁을 먹고 창문으로 달아나 어느 가난한 남자의 집에 숨어든다. 가난한 남자는 다음 날 알베르토를 야만인으로 꾸며 광장으로 데리고 간다. 거기서 알베르토는 동료 수도사들에게 들켜 감옥에 갇힌다.

네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
세 청년이 세 자매를 사랑해서 모두 함께 크레타 섬으로 도피한다. 거기서 맏언니는 질투 때문에 자기 애인을 살해한다. 둘째는 크레타의 영주에게 몸을 맡기고 언니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자 둘째의 애인이 둘째를 죽이고 첫째와 함께 도망친다. 셋째와 그의 애인은 죄를 뒤집어쓰고 자백을 강요당한다. 그들은 사형당할까 두려워 돈으로 간수를 매수하고 빈손으로 로도스 섬으로 달아난다. 그리고 거기서 비참하게 살다가 죽는다.

네 번째 날 네 번째 이야기
제르비노는 굴리엘모 왕이 내린 서약을 어기고 튀니지 왕의 공주를 빼앗으려고 왕의 배를 공격한다. 그러나 공주는 배에 타고 있던 자들에 의해 살해된다. 제르비노는 그들을 죽이지만, 나중에 자기도 참수형을 당한다.

네 번째 날 다섯 번째 이야기
리사베타의 오빠들이 그녀의 애인을 죽인다. 죽은 애인은 리사베타의 꿈에 나타나 자기가 묻힌 곳을 알려 준다. 리사베타는 남몰래 머리를 파내어 향미료를 심는 꽃병에 넣고 매일 그것을 내려다보며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린다. 그러다 오빠들이 꽃병을 빼앗아 가자 얼마 후 슬픔에 빠져 죽는다.

네 번째 날 여섯 번째 이야기
가브리오토를 사랑하는 안드레우올라는 자기가 꿈에서 본 것을 가브리오토에게 들려준다. 가브리오토도 그녀에게 자기 꿈을 얘기해 준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품에서 죽는다. 안드레우롤라는 하녀와 함께 가브리오토의 집으로 시신을 운반해 가다가 경찰에게 체포되어 행정관에게 끌려간다. 안드레우올라가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행정관은 그녀를 겁탈하려고 한다. 하지만 안드레우올라는 행정관을 물리친다. 그녀의 아버지가 이 소식을 듣고, 그녀의 무죄를 밝히고 석방시킨다. 안드레우올라는 세상에 더 이상 머물기를 거부하고 수녀가 된다.

네 번째 날 일곱 번째 이야기
시모나는 파스퀴노를 사랑한다. 둘이 풀밭에 있던 중 파스퀴노가 샐비어 잎을 이에 대고 문질렀다가 그만 죽고 만다. 이 일로 체포된 시모나는 판사에게 파스퀴노가 어떻게 죽은 것인지 보이려고 그 잎을 이에 대고 문질렀다가 같은 모습으로 죽는다.

네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
지롤라모는 살베스트라를 사랑하지만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파리에 가야 했다. 돌아와서 보니 연인은 이미 결혼한 뒤였다. 지롤라모는 살베스트라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가 그 옆에서 죽는다. 지롤라모의 시신이 성당으로 운반되자 살베스트라는 그 옆에서 죽는다.

네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
굴리엘모 데 로실리오네 씨는 아내가 사랑하던 굴리엘모 데 과르다스타뇨 씨를 살해한 뒤 그의 심장을 아내에게 먹으라고 준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높은 창문에서 몸을 던져 죽고, 연인과 함께 묻힌다.

네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
어느 의사의 아내가 마취된 애인을 죽은 줄로 알고 궤짝 안에 넣는데, 고리대금업자 두 사람이 그 궤짝을 그대로 집으로 옮겨 간다. 마취되었던 남자는 의식을 회복하지만 도둑으로 오인받는다. 이에 부인의 하녀가 고리대금업자들이 훔친 궤짝에 남자를 넣은 사람이 자기였다고 판사에게 설명한다. 그로 인해 남자는 교수형을 면하고 궤짝을 훔친 고리대금업자들은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다섯 번째 날
데카메론의 네 번째 날이 끝나고 다섯 번째 날이 시작된다.
피암메타가 이끄는 가운데, 사랑하는 연인이 얼마 동안 역경이나 불운을 겪고 나서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다섯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
에피제니아를 사랑하면서 지혜로워진 치모네는 바다에서 그녀를 납치한다. 그 일로 로도스 섬에 있는 감옥에 갇히지만, 리시마코가 그를 구해 낸다. 그는 리시마코와 함께 다시 에피제니아와 카산드레아를 결혼식장에서 납치하고, 여자들과 함께 크레타 섬으로 도망친다. 그리하여 여자들은 두 사람의 아내가 되고 각자의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도망간다.

다섯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고스탄차는 마르투초 고미토를 사랑하는데,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절망에 빠져 혼자서 배에 몸을 싣는다. 배는 바람에 밀려 수사까지 떠내려간다. 그런데 마르투초가 튀니지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스탄차는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마르투포는 왕에게 여려 충언들을 한 덕분에 상당한 지위에 올라 있었다. 그는 고스탄차와 결혼하고 부자가 되어 리파리로 돌아온다.

다섯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
피에트로 보카마차는 아뇰렐라와 도망을 치다가 도적 떼를 만난다. 이 일로 여자는 숲으로 도망쳐 어느 성으로 들어가고, 피에트로는 도적들의 손에 잡혔다가 벗어나 몇 가지 사건을 겪은 뒤에 아뇰렐라가 있는 성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해서 로마로 돌아간다.

다섯 번째 날 네 번째 이야기
리차르노 마나르디는 리치오 다 발보나 씨의 딸과 함께 있다가 그에게 들킨다. 리차르도는 그녀와 결혼하고 장인과도 화목하게 지낸다.

다섯 번째 날 다섯 번째 이야기
귀도토 다 크레모나는 자코민 다 파비아에게 딸을 하나 남기고 숨을 거둔다. 파엔차에 사는 잔놀레 디 세베리노와 민기노 디 민골레가 이 처녀를 사랑한다. 둘은 결투를 하지만, 이 처녀가 잔놀에의 누이 동생임이 알려지면서 민기노의 아내로 정해진다.

다섯 번째 날 여섯 번째 이야기
잔니 디 프로치다는 사랑하는 처녀가 페데리코 왕에게 바쳐지자 그녀와 은밀히 만나다 들킨다. 두 사람은 함께 기둥에 묶여 화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루제이르 데 로리아의 눈에 띄어 구출되고 잔니는 처녀의 남편이 된다.

다섯 번째 날 일곱 번째 이야기
테오도로는 주인 아메리고 씨의 딸 비올란테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임신시키고 그로 인해 교수형을 판결받는다. 그는 채찍질을 당하며 끌려 다니다가 아버지에게 발견되어 풀려난 뒤, 비올란테를 아내로 맞는다.

다섯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는 트라베르사리 가문의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재산만 탕진한다. 그는 친척들의 권유로 키아시에 갔다가 그곳에서 어떤 처녀가 기사에게 쫓기다가 살해되고 두 마리 개에게 물어뜯기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후 나스타조는 자기 친척들과 자기가 사랑한 여자를 식사에 초대한다. 여자는 그곳에서 자기 같은 여자가 갈기갈기 몸이 찢기는 걸 보고 비슷한 일이 자기한테도 일어날까 두려워 나스타조를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다섯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
페데리고 델리 알베리기는 사랑을 하지만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 사랑을 표현하느라 재산을 다 써 버리고 가진 것이라곤 달랑 매 한 마리뿐이었던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집에 찾아오자 매를 요리하여 내 놓는다. 여자는 이를 알고 마음을 고쳐먹은 뒤 페데리고를 남편으로 맞아들이고 부자로 만든다.

다섯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
피에트로 디 빈촐로가 집 밖으로 식사를 하러 가자, 아내는 젊은 놈팡이를 끌어들인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피에트로가 돌아오는 바람에 아내는 남자를 닭장 속에 감춘다. 피에트로는 식사를 하러 간 에르콜라노의 집에서 그 부인이 젊은이를 숨겨 두었다가 발각됐다고 말한다. 아내는 에르콜라노의 부인을 비난한다. 그런데 일이 안 되려고 그랬는지, 당나귀가 닭장 속에 숨은 남자의 손가락을 밟는다. 남자가 소리를 지르자 피에트로가 그리로 달려가 그자를 발견하고 아내에게 속은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결국에는 다른 뜻이 있어 화해를 한다.

여섯 번째 날
데카메론의 다섯 번째 날이 끝나고 여섯 번째 날이 시작된다.
여섯 번째 날은 엘리사의 주재 아래, 기발한 재치를 발휘해서 자신을 방어하거나 적절한 대답 또는 날카로운 통찰로 손해나 위기, 모욕을 모면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섯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
어느 기사가 오레타 부인에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면서 말을 타는 느낌이 들게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자 부인은 그냥 말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한다.

여섯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빵 장수 치스티는 단 한마디 말로 제리 스피나 씨로 하여금 자신이 경솔한 요구를 했다는 걸 깨우치게 만든다.

여섯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
논나 데 풀치 부인은 부적절한 희롱에 즉각적인 반격을 가해 피렌체 사교(司敎)의 입을 다물게 한다.

여섯 번째 날 네 번째 이야기
쿠라도 잔필리아치의 요리사인 키키비오가 위기를 모면하려고 순간적으로 내놓은 대답이 쿠라도의 분노를 웃음으로 바꾼다. 그 결과 요리사는 쿠라도가 내리고자 했던 최악의 벌에서 빠져나온다.

여섯 번째 날 다섯 번째 이야기
포레세 다 라바타 씨와 화가 조토 씨는 무젤로에서 돌아오는 길에 각자의 꾀죄죄한 행색을 놓고 농담처럼 서로를 조롱한다.

여섯 번째 날 여섯 번째 이야기
미켈레 스칼차는 일단의 청년들에게 피렌체의 바론치 가문이 세상 전체 혹은 마렘마에서도 가장 정통적인 가문이라고 주장해 저녁 내기에서 이긴다.

여섯 번째 날 일곱 번째 이야기
필리파 부인은 정부와 함께 있다가 남편에게 들켜 법정에 서게 된다. 그러나 예리하고 순발력 있는 대답으로 풀려나고 법령까지 수정하게 만든다.

여섯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
프레스코는 조카딸에게 짜증 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싫다고 불평할 거면 거울도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여섯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
귀도 카발칸티는 갑자기 자기를 놀라게 한 피렌체 기사들에게 점잖은 말 한마디를 던져 핀잔을 준다.

여섯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
수도사 치폴라는 농부들에게 가브리엘 천사의 날개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날개 대신에 숯밖에 없는 것을 보고 이 숯이 성 로렌초가 타고 남은 재라고 주장한다.

일곱 번째 날
데카메론의 여섯 번째 날이 끝나고 일곱 번째 날이 시작된다.
디오네오의 주제 아래, 여자들이 사랑을 위해 혹은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챘든 못 챘든 남편을 골려 먹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일곱 번째 날 첫 번째 이야기
잔니 로테린기는 한밤중에 자기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가 아내를 깨우자, 아내는 귀신이 틀림없다며 남편을 속인다. 둘은 문으로 가서 귀신을 기도로 물리치려 한다. 그러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그친다.

일곱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페로넬라는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 정부를 통에 숨긴다. 그런데 남편이 그 통을 팔았다고 말하자 그녀는 자기가 이미 팔았으며, 그걸 산 사람이 지금 통 속에 들어가 흠이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들은 정부는 통에서 튀어나와, 남편을 시켜 통 속을 깨끗이 닦은 뒤 집으로 갖고 돌아간다.

일곱 번째 날 세 번째 이야기
리날도 수사가 세례를 준 아이의 엄마와 누워 있는데 남편이 돌아와 그들이 한 방에 있는 걸 본다. 그러자 그들은 수사가 기도문을 외워 아이의 병을 쫓아내는 중이라고 믿게 만든다.

일곱 번째 날 네 번째 이야기
토파노는 어느 날 밤 아내를 밖으로 쫓아낸다. 애원을 해도 문을 열어 주지 않자, 아내는 우물에 빠지는 척하며 커다란 돌을 던져 넣는다. 토파노가 집에서 나와 그곳으로 달려가자, 아내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남편을 골탕 먹인다.

일곱 번째 날 다섯 번째 이야기
어떤 질투심 많은 사내가 수도사 복장을 하고 자기 아내의 고해성사를 듣는다. 아내는 밤마다 찾아오는 어느 수사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에 질투심 많은 사내는 몰래 문간에서 아내를 감시하지만 아내는 지붕으로 애인을 끌어들여 즐긴다.

일곱 번째 날 여섯 번째 이야기
이사벨라 부인이 연인 레오네토와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부인을 사랑하는 람베르투초 경이 방문힌다. 게다가 부인의 남편까지 예기치 않게 외출에서 돌아오자, 부인을 람베르투초 경의 손에 칼을 쥐여 주면서 집 밖으로 달려 나가게 한다. 이후 부인의 남편은 레오네토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일곱 번째 날 일곱 번째 이야기
로도비코는 베아트리체 부인에게 자기가 품고 있는 사랑을 내보인다. 부인은 남편 에가노를 자기랑 비슷하게 꾸며 정원으로 보낸 뒤 로도비코와 잠자리를 함께한다. 로도비코는 이내 일어나서 정원에 있던 에가노를 흠씬 두들겨 팬다.

일곱 번째 날 여덟 번째 이야기
남편에게 의심을 받던 여자가 애인이 오면 알 수 있도록 밤마다 발가락에 끈을 묶어 둔다. 어느 날 밤,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애인을 뒤쫓는데, 그러는 동안 아내는 자기 대신 다른 여자를 침대의 자기 자리에 들게 한다. 남편은 그 여자를 두들겨 패고 머리카락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 아내의 형제들에게 가서 이를 호소하지만, 형제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남편을 욕한다.

일곱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
니코스트라토의 아내 리디아는 피로를 사랑한다. 피로는 그것을 믿을 수 있도록 세 가지 요구를 들어 달라고 하고, 리디아는 그 일을 모두 해낸다. 뿐만 아니라 니코스트라토의 눈앞에서 피로와 사랑 행각을 벌이고도 니코스트라토로 하여금 그가 본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게 만든다.

일곱 번째 날 열 번째 이야기
시에나 사람 둘이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대자의 어머니를 사랑한다. 대부는 죽은 뒤에 약속대로 동료 앞에 나타나 저 세상에서 영혼들이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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