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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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유명하다.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 왕.

셰익스피어가 쓴 비극은 총 10편이라고 한다.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아테네의 타이먼》,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코리올레이너스》.

‘4대 비극’이란 말은 셰익스피어 비평가 A. C. 브래들리가 1904년 출판한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이 10편 중 4편의 비극을 가장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성격비극으로 분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브래들리는 5년 후 다른 글에서 4대 비극에서 《오셀로》 를 빼고 대신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포함시켰지만, 처음 말했던 4편의 비극을 4대 비극으로 보는 비평적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남녀노소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대중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4대 비극에 빠져 있는 이유는 주인공의 선택보다 외부 상황과 운이 비극을 만들어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브래들리 이 후 비평가들은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코리올레이너스》를 로마 역사의 일부를 다룬다는 점에서 ‘로마극’으로 분류해왔다고 하는데,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는 로마극들은 셰익스피어 비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내면적 고뇌와 성숙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즉,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동일하게 어떤 운명이나 신비로운 힘이 아니라 어떤 특정 성격을 지닌 인간의 잘못과 악에 의해서 비극이 초래된다는 것을 완벽하게 제시함으로써 인간 본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더 나아가 그 개인의 비극을 사회 전체의 혼돈으로 확장시키면서 균형 잡힌 관점으로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내면적 고뇌와 갈등, 고통을 통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성찰적 지혜가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를 통해 수 세대 후의 독자들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잘 알려진 내용,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인터넷 검색으로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에 대해서는, 청소년 시기에 문학 전집이나 추천 도서를 통해서 들은 적은 분명히 있었는데 정확히 유래가 뭐고 특징이 무엇인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시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의 평가와 선정에는 4대 비극과는 달리 후대인들의 뚜렷한 합의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는 패션전문자료사전에서 셰익스피어 로맨틱 [Shakespeare romantic] 이라는 항목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잘 알려진 5대 희극 작품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Taming of the Shrew)>,<십이야 (Twelfth Night)>,<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같은 작품에서 드러난 모티브를 차용해서 만든 이미지의 로맨틱 패션을 말한다. 17세기풍의 중세적인 모티브를 특징으로, 이를테면 퍼프 슬리브나 레이스 장식, 리본 테이프 등의 디테일을 가진 티어드 스커트나 드레스, 블라우스 같은 아이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떤 글을 보면 4대 비극과는 달리 5대 희극은 출판사의 상업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으며, 4대 비극처럼 비평적 관점에서 분류한 것이 아니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통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르는 비극일 것이고, 책을 읽는 독자든 영화를 보는 관객이든 문화를 향유하는 관점에서는 슬픈 이야기가 훨씬 더 강하게 마음에 자국을 남기고 오래 잔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어쨌든 독자인 내 입장에서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한 번 읽고 난 후 세세한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야기 하나하나가 뚜렷이 구분은 갔었는데 5대 희극은 비교적 독특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나 베니스의 상인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의 희극은 비슷비슷하게 느껴졌었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졌다는 것은 특별한 매력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 한. 여름. 밤. 꿈. 여섯 글자의 짧은 제목인데 단어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로맨틱하다. 낭만은 넘쳐나는데 등장인물이 많아서 어지럽다.

등장인물

테세우스: 아테네의 공작
이지우스: 허미아의 아버지
라이센더 / 드미트리우스: 허미아를 사랑하는 두 청년
필로스트레이트: 테세우스의 연예부장

히폴리타: 테세우스와 약혼한 아마존의 여왕
허미아: 라이샌더를 사랑하는 이지우스의 딸
헬레나: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아가씨

오베론: 요정의 왕
티타니아: 요정의 여왕
퍽 또는 로빈 굿펠로
완두꽃 / 거미줄 / 티끌 / 겨자씨: 요정들

퀸스: 목수 (막간극에서) 서두역
바틈: 베틀장이 (막간극에서) 피라무스
플루트: 풀무장이 (막간극에서) 디스비
스나우트: 땜장이 (막간극에서) 벽
스넉: 가구장이 (막간극에서) 사자
스타블링: 양복장이 (막간극에서) 달빛

오베론 왕과 티타니아 여왕을 시중드는 요정들 및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시종들

장소: 아테네와 그 근처의 숲

기본적으로 네 커플, 여덟 명의 남녀가 등장하는 데 사랑의 작대기가 엉켜서 보다 보면 어차피 결말은 다 알겠고 그런데 왜 이렇게 중간 과정이 긴장감 없이 꼬이기만 잔뜩 꼬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는 과정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절대적이고 신성불가침하다고 느껴지는 사랑이라는 영역이, 우연과 바깥의 개입으로 인해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가는 것 같다가, 그 해결도 별다른 노력 없이 다소 황당하고 김빠지게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즉, 사랑이라고 하는 고귀한 감정이 이렇게 쉽게 옮겨가고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뒤늦게 알 것 같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주관적으로 자유롭게 내가 사랑을 결정한 것처럼 보여도, 이 사랑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사실이라는 점, 그리고 그 본질을 셰익스피어가 날카롭게 꿰뚫어내었다는 것이다.


작품 해설 중 일부를 옮겨 본다.

드미트리우스 이것들은 먼 산이 구름이 된 것처럼 조그맣고 식별이 불가능한 것 같아.
허미아 난 쪼개진 눈으로 이것들을 본다고 생각해. 모든 게 다 둘로 보이니까.
헬레나 나도 그래. 드미트리우스는 내가 주은 보석 같아. 내 건데 내 건 아냐.
드미트리우스 우리가 확실히 깨 있긴 한 거야? 난 아직도 우리가 잠자고 꿈꾸는 것 같아. 공작님이 여기에 계셨고 우리에게 따라오라 하신 것 같지 않아?
허미아 맞아. 아버님도.
헬레나 히콜리타도 계셨어.
라이샌더 그리고 신전으로 따라오라 명하셨어.
드미트리우스 그렇다면 우린 깼어. 공작님을 따라가자. 가는 길에 우리 꿈을 자세히 얘기하고.

여기에서 젊은 연인들이 꿈에서 현실로 단숨에 건너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꾼 꿈의 내용이 너무나 괴롭고 끔찍하거나 황당하여 빨리 망각 속으로 던져 버리고 싶으나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워하던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 드미트리우스에게 간밤의 변심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실체 없는 구름 같고,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했던 허미아에게 모든 것은 둘로 보이며, 그렇게도 소원하던 드미트리우스를 손에 넣은 헬레나는 그 소유를 반신반의한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허미아를 버리고 간밤 내내 헬레나를 뒤쫓았던 라이샌더는 그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간밤에 되풀이된 모든 얘기
그리고 다 함께 변모한 그들의 마음은
연정의 상상보다 더 많은 걸 입증하고
무언가 커다란 일관성을 확보해요.
그렇지만 이상하고 경이롭긴 하네요.

세 쌍의 부부가 그들의 눈으로 사랑을 선택했다는 생각과 그렇게 선택한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들은 오베론이 보여 준 참사랑의 진실을 애써 외면할 것이다. 특히 젊은 두 부부는 숲 속에서 겪었던 변심과 질투, 미움과 싸움의 경험을 꿈으로 돌리고 의식의 저편에 묻어 두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에로스의 충동을 느끼는 한 무섭고 경이로운 참사랑의 진실은 어느 날 밤 그들을 찾아와 낮 동안에 유지되는 사랑의 평화가 얼마나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보여 줄 것이다. 비록 그 진실이 욕망의 자극에 의한 꿈의 형태로만 전달되기에 눈 뜨고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즉, 한여름 밤의 숲 속에서 있었던 일들은 이들의 무의식의 세계, 꿈으로 생각해버리면 그 순간은 다소 편한 마음으로 지나갈 수 있겠지만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위험을 늘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꿈은 아니다. 과연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그들이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은 얼마큼이나 진짜인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책의 앞날개에 ‘단 하나의 결점도 없는, 셰익스피어의 첫 번째 걸작’ 이라는 헤럴드 블룸의 평이 전혀 모자라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가적으로,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보았던, 수염 등 이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남자 배우가 여자 연기를 하고, 막의 구분 없이 장면의 연속으로 진행되었던 셰익스피어 당시의 연극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며 떠올릴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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