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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장례식
홍작가 글 그림 / 미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홍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도로시 밴드’라는 다음 웹툰 덕분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미 강풀이나 강도하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수없이 거친 후였고, 홍작가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관조하는 듯 한 만화 풍에 익숙하지 못해서 몇 컷 보다가 바로 접은 적이 있다. (칼라 웹툰에 익숙했던 터라 흑백의 ‘도로시 밴드’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우연히 다음 ‘만화 속 세상’에 들어와서 짧게 끝낼 수 있는 웹툰이 없을까하고 이리저리 기웃대다가 고양이 장례식을 보게 되었다. 프롤로그까지 포함해서 총 8화 밖에 되지 않아서 금방 보고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만화는 금방 끝났지만 감동은 오래 갔다.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질 무렵, 몇 달 후 다시 우연히 또 들렀을 때 홍작가의 신작이 나와 있었다. ‘그 때’. ‘고양이 장례식’과는 전혀 다른 단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묘하게 연결고리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알고 보니 ‘고양이 장례식’은 장편에서 출발하였으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짧게 단편으로 분리되었다는 이야기가 ‘그 때’의 후기에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하나가 남았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기다려도 그 단편은 올라오지 않았다.
기억날 때마다 드문드문 만화 속 세상을 다시 방문하여 ‘고양이 장례식’과 ‘그 때’를 읽어보곤 했다. 그리고 밑에 네티즌 의견을 통해 단행본이 출판되었으며, 그 단행본에 문제의(?) 마지막 이야기와 에필로그가 실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만화이고, 절반 이상이 이미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사야 할까? 고민고민 하다가 친구에게 선물하겠다고 합리화하며 주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뒤편을 순식간에 읽었다.
처음 이 웹툰에 끌린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남, 헤어짐, 또 다른 만남, 시작, 사랑, 후회, 아쉬움... 이러한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작가는 이러한 감정들을 풀어낸다. 그래서 가슴을 친다. 작가도 우리도 누구나 겪었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책에 실린 이야기 두 편은 그것을 넘어선다.
웹툰만으로는 마음이 먹먹해졌다면, 책에 실린 이야기 두 편은 가슴 졸이던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고, 독자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미 공개된 이야기들이 과거의 우리를 상기시킨다면, 책을 구매한 독자들만이 볼 수 있는 이야기에서는 미래의 우리를 그릴 수 있게 한다. 단편 하나하나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 이야기들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찡하다.
선물용으로 구매했지만, 친구에게 선물하고 나서 나를 위해 또 한권을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