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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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이 단편에는 푸아로도 마플도 등장하지 않는다. 탄생 배경이 특이한데, 1947 BBC 방송국장이 당시 영국 메리 여왕의 80세 생일을 맞아 생일 축하 방송으로 무엇을 듣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방송국 측에서는 웅장한 오페라나 셰익스피어 연극을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뜻밖에도 메리 여왕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극을 듣고 싶다는 대답을 보내왔다고.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이었던 여왕의 의사를 전달받은 크리스티는 1주일 만에 작품을 완료했으며 메리 여왕은 3분짜리 방송극을 듣고는 매우 흡족해했다고 한다. 그 작품이 바로 이 쥐덫의 원본인 어린 쥐의 복수이다. 나중에 크리스티는 이것을 5막의 장막극으로 각색했으며 19521125일 런던 앰배서더스 극장에서 첫 공연을 한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고.

괴상한 장난

마플 양이 등장하는 단편. 그녀의 도움을 받았던 여배우 제인 헬리어의 소개로 백부로부터 거대한 유산 상속을 약속받았으나 실제로는 그 재산은 존재하지도 않아 당황한 두 젊은이들을 도와주는 이야기. 그녀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언급했던 헨리 백부의 에피소드도 어우러져 짧은 단편인데도 두 가지 이야기를 읽은 느낌.

줄자 살인 사건

마플 양이 등장하는 단편. 하녀 출신으로 성공한 스패로우 부인의 살해된 사건. 범인을 추리하기는 의외로 어렵지 않지만 범인과 관련된 그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완벽한 하녀 사건

마플 양이 등장하는 단편. 괴상한 스키너 자매의 이야기. 나로서는 이야기흐름과는 큰 관계는 없지만 하녀들에 대한 묘사 때문에 더 재미있었던 이야기. 왜냐하면 이제는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의 이야기니까.

관리인 사건

마플 양이 등장하는 단편. 끝없는 밤이 연상되었다. 관리인 노파는 집시 노파의 전신.

공동주택 4

푸아로가 등장하는 단편. 네 명의 젊은이가 등장하는데 상인들이 고기나 양배추 같은 것을 담아 올려 보내는 옥내 승강기, 석탄 운반기와 같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런 아파트에 푸아로가 거주했다니, 당시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었나 하고 추측하게 된다.

조니 웨이벌리 사건

갑부의 아들이 유괴당한 사건. 푸아로가 멋지게 해결한다.

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네 마리 검은 새'

걸쭉한 토마토 수프에 비프스테이크, 콩팥 푸딩에 검은 딸기 파이. 사소해 보이는 단서가 살인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푸아로가 등장하는 단편.

사랑의 탐정

할리 퀸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 나는 크리스티 세계의 할리 퀸은 처음 접해봐서 할리 퀸 자체에 대한 묘사가 더 많았으면 했다. 사랑의 탐정이라는 말이 굉장히 로맨틱한데, 실제로는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연인 관계의 해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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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 (완전판) - 커튼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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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 중 한 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그 유명한 배트맨 트릴로지의 감독이며, 인터스텔라의 감독이기도 한 이 사람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그의 두번째 영화였던 메멘토.

 

전형적으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에, 당시 출연 배우가 누구인지도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우연히 본 영화였는데, 다 보고 나면 일단 그 반전 자체에 첫번째로 놀라고, 또 그 영화가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전을 택했다는 것에 두 번째로 놀라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메멘토 만큼이나 훌륭한 작품이 배트맨 트릴로지 중 두번째 작품인 다크나이트. 지금은 고인이 된 히스 레저가 조커로 나오는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2005년의 배트맨 비긴즈, 2008년의 다크 나이트, 2012년의 다크나이트 라이즈까지 모든 작품이 다 훌륭하지만 특히 가장 좋은 것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보통 형만한 아우 없다고, 속편이 더 좋은 경우는 드물다고 하는데 그 드문 예외중 하나가 배트맨 시리즈 말고도 대부 삼부작. 두번째 작품이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대부 2가 1편이 놓쳤던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속편이 작품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의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두번째 영화인 다크 나이트에 별점 10을 주었고, 세번째 영화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는 별점 8점을 주며 마지막 시리즈에 '장중하고 우아한 마무리'라는 20자 평을 주었다. 상관없이 보이는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이 작품에 대한 내 생각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수많은 크리스티의 작품 중 이 작품이 가장 훌륭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훌륭하며,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자 포와로의 마지막이 그려진 이 작품은 그야말로 '장중하고 우아한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작품은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으로, 여러 군데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끝에 겨우 출판되었다. 출판된 후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바로 그 사건에서 푸아로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마지막 작품. 물론 사후에 유작이 출간되기는 했지만 그녀가 살아있을 때 마지막으로 출간된 작품이며 그녀 스스로 푸아로의 최후를 그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야말로 애거서 크리스티가 스스로 멋지게 마무리지은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놀라운 것은 사실 이 작품은 실제 출간된 시기보다 30년전에 쓰여졌다는 것이다. 즉, 이미 오래전, 거의 그녀 작품 활동이 중반부, 한참 푸아로가 활약하고 있던 그 시기에 고안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작품은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부러 첫 작품과 수미상관을 이룬 것도 그렇고. 바로 그 저택에서 함께 있었던 헤이스팅스와 함께 푸아로의 마지막을 그린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그 이후 헤이스팅스는 결혼도 했고 2남 2녀의 자녀를 얻었으며 현재 아내는 세상을 떠난 상태. 막내 주디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 명의 자녀들은 해외에 나가 있고, 주디스마저 아버지에게서 독립하려고 한다. 스타일스 저택 당시의 한참 젊었고, 또 그 나이 또래의 여자에게 연정을 품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세월의 무상함이라고 할까. 마음 한 쪽이 아련해지는 맛이 있다. 스타일스 저택 또한 주인이 바뀌었고, 당시 소유주였던 사람들은 세상을 떠나거나 그 주변에 살고 있지 않다. 생전에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경험했던 크리스티는 시간의 흐름과, 거기에 따른 인간과 사회의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느꼈을 것이며, 꼭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종종 등장하는 푸아로나 마플 양의 대사에서 노년의 쓸쓸함을 읊기도 했다. 여러모로 마음 한 구석이 시리는 부분이 많은데, 특히 크리스티의 팬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 옛날처럼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동기나 수법에 있어서 기존의 크리스티 소설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띈다.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티 소설 후반에 갈수록 범인의 심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드러나는데 사실 이 소설에서 범인 심리를 빼면 할말이 없다는 것도 흥미롭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쓰인 것은 사실 크리스티의 말년이 아니라 오히려 초반에 가까운 시절일 텐데, 마치 그녀 스스로 자신의 커리어를 계획해놓은 느낌이랄까? 어떤 의미에서는 다소 맥빠진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 이 소설에서는 범인이 누구이며 그 범인의 배경과 동기에 집중하기보다는 푸아로의 말년과 헤이스팅스와의 우정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충분히 그래도 될 만큼, 이 소설에서는 범인 스스로의 동기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모든 개별적인 사건이 전부 하나의 이유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헤이스팅스와 그의 딸, 스타일스 저택의 세 주인이 된 러트렐 대령 부부, 헤이스팅스의 딸을 고용하고 있는 의사 프랭클린과 그의 아내, 전형적인 카사노바인 앨러턴 소령과 누구에게나 호감을 얻는 캐링턴 경, 그리고 쌍안경을 들고 새를 관찰하는 노턴과 매력적인 콜, 그리고 병약한 프랭클린의 아내를 간호하는 간호사 크레이븐, 사실 이 각자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런 이야기야말로 푸아로의 마지막에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그야말로 '장중하고 우아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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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완전판) - 나일 강의 죽음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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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바로 그 올리비아 핫세가 여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그 영화를 우연히 TV에서 처음 봤을 때는 크리스티에 대해서 잘 모르던 어린 시절이었는데,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올리비아 핫세가 활짝 웃으며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배를 내려가던 결말은 이상하게도 기억이 난다. 영화 속 다른 인물이나 배경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도 크리스티가 누군지도 잘 모르던 어린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그 모습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과연 세기의 미모란 것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커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이 영화에 핫세가 출연했던 시기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였는데 예쁘고 매력 있는 여배우가 데뷔작 이후로 주저앉아버린 느낌이어서.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 원작 영화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할 오리엔트 특급의 잉그리드 버그만이 그 영화로 생애 세 번째 아카데미를 수상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핫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기에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캐릭터의 매력도, 배우의 연기력도 비교할 때 수준 차이가 어쩔 수 없이 났겠지만 말이다.

 

두 작품은 공통점이 많다. 푸와로가 등장하고, 기차와 배 등 각각 대륙 단위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동 수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살인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함께 여행을 해야 한다는 점, 거기에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지위를 가진 조력자가 작품 이전에 있었던 개인적인 인연으로 푸와로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점도. 이 소설 속에서 직접 푸와로가 과거에 자신이 해결했던 사건으로 오리엔트 사건을 언급하기도 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피살자가 위험을 감지하고 푸와로에게 개인적인 보호를 요청했고, 푸와로는 거절했으며, 밝혀진 범인에게 어느 정도의 온정을 베푼다는 점일 것이다.

 

미모와 부, 젊음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여인이 있다. 소위 말하는 일등 신랑감의 구애를 거절하고 그녀가 택한 남자는 매력적이지만 가진 것 없는 남자, 거기에다 절친한 친구의 애인이었다. 배신당한 친구는 부부의 신혼여행까지 쫓아오고, 세 남녀와 푸와로를 비롯해 수많은 관광객이 타고 있던 배 안에서 젊은 아내는 머리에 총상을 남긴 시신으로 발견된다. 정황상 친구가 가장 의심이 되지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이며 대충 어떤 트릭을 썼을지 눈치챌 수는 있었다. 그 동안 워낙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기도 했고, 이미 영화의 결말을 기억해서 확실히 용의자를 두 명 정도 제칠 수 있기도 했지만, 범인과 푸와로의 대화에서 두 번 정도 너무나 큰 단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으로써 스타일스 저택의 헤이스팅스나 테이블 위의 카드의 레이스 대령의 이름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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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2 (완전판) -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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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는 독특한 외모를 한 키 작은 사내였다. 키는 163센티미터를 넘지 않았지만 태도는 당당했다. 두상은 정확히 달걀 모양이었는데, 언제나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콧수염은 아주 뻣뻣하고 군인을 연상시켰다. 옷차림은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쑥했다. 옷에 묻은 한 점 먼지가 총알에 맞아 입은 상처보다 그에게 더 큰 고통을 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멋을 잔뜩 부린 기묘한 작은 사내는 이제는 보기에 딱할 정도로 심하게 다리를 절고 있지만, 전성기에는 벨기에 경찰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다. 형사로서 그의 '후각'은 탁월했다. 그는 당시 가장 난해한 사건 몇 가지를 해결하는 위용을 보였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책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푸아로는 세계로의 첫 등장인 것이다. 처음 선보이기 때문에, 이 소설 속의 푸아로의 외모는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릇에 꽉꽉 넘치도록 음식을 눌러담은 느낌이었다. 

 

더 뒤에 나온 크리스티의 책들은 그릇 자체가 커졌고, 

음식이 딱 알맞게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스타일스 저택에는 노부부와 큰 아들 부부, 작은 아들, 

 

노부인의 온갖 허드렛일을 다 맡아하는 충직한 심부름꾼, 

 

노부인의 옛친구의 딸이 함께 살고 있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이란 노부인이 독살된 사건을 말하며, 

 

망자는 형제가 어릴 때 형제의 생부와 결혼하였고, 

 

현재 노부인의 남편은 형제의 생부가 사망한 후 재혼한 스무 살 연하의 남자로

 

사실 이 가족은 아무런 혈연 관계가 없는 셈이다. 

 

 

 

이런 복잡한 가족 구성에, 

 

부검시 드러난 문제의 독극물에 접촉가능한 사람은 세 명이고, 

 

피살자가 사망 직전 다시 쓴 유언장, 

 

사망 전에 마신 음료는 커피와 코코아로 두 종류, 

 

거기에 마을에 퍼져 있는 추문을 비롯해 

 

젊은 남녀의 엇갈리는 로맨스까지 이 이야기는 펼쳐져 있는 내용이 너무 많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특징인, 

 

단순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놓쳤던 이면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사건 전말이 드러나는 가운데서 느껴지는 절제미,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조여드는 그 압박감을 이 소설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첫 작품인만큼 이런저런 욕심을 부렸던 게 아닐까? 

 

 

 

어쨌든 이 작품이 크리스티의 베스트는 아니지만, 

 

첫 작품이 이 정도야? 하는 놀라움과 함께 흥미는 충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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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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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생전에 선정한 best 10에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독자 입장에선느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당연히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녀 스스로 밝혔듯이 이런 트릭은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다고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그 약속을 깬 것이다. 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도 그녀가 스스로 선정한 best 10에 들어있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그 트릭 때문에 best에 들어갔다면, 이 책은 왜 들어간 것일까?

 

애거서 크리스티는 추리 소설의 여왕이다. 그러나 그녀는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이름으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그 여섯 편의 소설들은 전부 '여성의 삶'을 주제로 했다는 공통점과 함께 그동안 그녀가 써왔던 추리 소설이 아닌, 심리 서스펜스부터 로맨스, 대하소설까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전에 그녀가 이 책에 애착을 가졌다는 것도 당연해보인다. 아마도 그녀는 장르 소설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셜록 홈즈의 아서 코난 도일의 경우, 이른바 '진지한' 문학 작품을 쓰고 싶어서 자신의 책에서 홈즈의 죽음을 암시하는 결말로 끝을 낸 적이 있는데, 결국 다음 책에서 그를 부활시킨다. 홈즈가 모든 이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은 인물로 독자들의 원성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이른바 그가 구상한 '진지한' 문학이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사람들 마음은 다 비슷할 것이다. 크리스티도 도일도. 길이길이 문학사에 평가되는 작품, 스스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소망이 강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녀가 76세에 쓴 작품으로, 굉장히 원숙하고 우아한 느낌이 있다. 특히 제 2장과 3장의 묘사는 인상적이며,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케빈에 대하여가 떠오르기도 한다. 살인자에 대한 심리와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의 비중을 더 늘렸으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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