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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완전판) - 나일 강의 죽음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바로 그 올리비아 핫세가 여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그 영화를 우연히 TV에서 처음 봤을 때는 크리스티에 대해서 잘 모르던 어린 시절이었는데,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올리비아 핫세가 활짝 웃으며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배를 내려가던 결말은 이상하게도 기억이 난다. 영화 속 다른 인물이나 배경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도 크리스티가 누군지도 잘 모르던 어린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그 모습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과연 세기의 미모란 것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커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이 영화에 핫세가 출연했던 시기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였는데 예쁘고 매력 있는 여배우가 데뷔작 이후로 주저앉아버린 느낌이어서.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 원작 영화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할 오리엔트 특급의 잉그리드 버그만이 그 영화로 생애 세 번째 아카데미를 수상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핫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기에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캐릭터의 매력도, 배우의 연기력도 비교할 때 수준 차이가 어쩔 수 없이 났겠지만 말이다.
두 작품은 공통점이 많다. 푸와로가 등장하고, 기차와 배 등 각각 대륙 단위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동 수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살인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함께 여행을 해야 한다는 점, 거기에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지위를 가진 조력자가 작품 이전에 있었던 개인적인 인연으로 푸와로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점도. 이 소설 속에서 직접 푸와로가 과거에 자신이 해결했던 사건으로 오리엔트 사건을 언급하기도 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피살자가 위험을 감지하고 푸와로에게 개인적인 보호를 요청했고, 푸와로는 거절했으며, 밝혀진 범인에게 어느 정도의 온정을 베푼다는 점일 것이다.
미모와 부, 젊음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여인이 있다. 소위 말하는 일등 신랑감의 구애를 거절하고 그녀가 택한 남자는 매력적이지만 가진 것 없는 남자, 거기에다 절친한 친구의 애인이었다. 배신당한 친구는 부부의 신혼여행까지 쫓아오고, 세 남녀와 푸와로를 비롯해 수많은 관광객이 타고 있던 배 안에서 젊은 아내는 머리에 총상을 남긴 시신으로 발견된다. 정황상 친구가 가장 의심이 되지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이며 대충 어떤 트릭을 썼을지 눈치챌 수는 있었다. 그 동안 워낙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기도 했고, 이미 영화의 결말을 기억해서 확실히 용의자를 두 명 정도 제칠 수 있기도 했지만, 범인과 푸와로의 대화에서 두 번 정도 너무나 큰 단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으로써 스타일스 저택의 헤이스팅스나 테이블 위의 카드의 레이스 대령의 이름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