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언 레시피
사나다 아츠시 감독, 아오이 유우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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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북쪽, 호노카아 마을.

여기에서 달무지개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자친구와 일부러 이 마을을 찾아왔다가 헤어지고,

반년 뒤 다시 이 마을을 찾아 마을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는 레오가 주인공.

 

독특한 매력을 지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소한 이야기가 예쁜 풍경과 함께 펼쳐진다.

 

이런 류의 일본 영화가 정말 많은 것 같다.

이국적인 배경,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되는 과정.

당장은 카모메 식당과 흡사하고,

그 외에도 해피해피브레드, 남극의 쉐프, 달팽이 식당, 양과자점 코안도르 등등이 있겠다.

 

영화 아니더라도 만화에서 인기를 끌어 드라마로도 제작된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같은 것들도 있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세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 나라는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끝을 보는 나라라고나 할까. 아는 게 워낙 부족하여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같은 섬나라인 영국과 비교해보면 유일하게 섬나라의 특징을 따르지 않는 부분인 것 같다. 배타적인 나라이지만, 음식에 있어서는 어떤 나라의 어떤 요리이든 받아들이고 또 자국화 시키면서 끊임없이 발전해나가는 나라인 것 같다.

 

호불호가 명확할 것 같은 영화이다.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보고, '이제 이런 영화 지겨워' '뭐야, 별 내용도 없네' 라며 시큰둥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나 자신을 레오에 대입한다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가지고 싶은 것도 없는 청춘이 즐거울 일 하나도 없던 내가 살고 있던 그 곳을 떠나, 여기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면, 그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선물이자, 위안이고, 격려가 될 것이다. 만약에 나의 지질한 청춘에 이런 일이 똑같이 생긴다면, 하고 생각하니 영화가 참 예뻐 보였다. 그리고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마치 내가 레오처럼 하와이에서 생활하며 달콤한 시간을 보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꼭 떠나야 할 필요가 매번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할 때, 이 영화는 떠나지 않고도 주는 영화다.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최근 이런 저런 일들에 지쳐 위로받고 싶은 사람,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사람, 현재 의욕도 앞으로의 계획도 없는 사람, 조만간 하와이 여행 계획 중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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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브 러브
아리 포신 감독, 아네트 베닝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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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은 지 5년이 된 여자가 있다.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딸이 성인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결혼 생활은 최소한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완벽했던 결혼 생활이 끝난 후, 아직도 그녀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한다.

 

죽은 남편의 친구이자 똑같이 배우자를 떠나 보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웃 로저와, 예쁘고 착한 딸, 그리고 인정받는 직업까지,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여자가 어느 날 죽은 남편과 똑같이 생긴 톰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페이스 오브 러브'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직역하면 '사랑의 얼굴'인데,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무엇이고, 그게 또 다른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모로 궁금했다.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서야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지만.

 

대충 영화의 리뷰를 찾아보니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과 유사한 플롯이라고 한다. 그 영화는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생각했던 영화는 일본 영화 '러브 레터'였다.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먼저 사랑했던 사람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그 사랑의 대상은 대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을 똑같이 갖게 만드는 영화였다. 마지막 장면에 여주인공이 그림을 보는 장면에서 관객에게 여운을 던지는 방식은 더군다나 그랬다. 그런데 보는 내내 그 아픔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러브레터와의 차이점이라고 할까.

 

몇 십 년동안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다는 감정은 차마 겪어보지 못해서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겪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닮은 사람을 보고 혼란에 빠지는 그 감정도, 한 때 심하게 앓았던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지하철에서 마주쳤을 때 미친듯이 가슴이 뛰었던 그 경험으로 인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차라리 내가 그 사람의 이전 사람, 혹은 짝사랑 상대를 닮았더라면, 하는 마음도 잠시나마 떠올렸던 적이 있기 때문에 톰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 보아도 보는 내내 니키에게 공감이 가지 않아 힘들었다.

 

죽은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 새롭게 만난 남자에게 남편의 모습을 발견하고 설레는 마음, 이 과정이 충돌하면서 여주인공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관객으로 하여금 들도록 해야 할 텐데 이 영화 속 니키는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을 전부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서 볼수록 화가 났다. 몇 년을 짝사랑해 온 로저의 마음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는 무신경함, 그 마음을 알고 난 후에도 계속되는 배려없는 행동,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돌아가는 딸을 이런 저런 말로 붙잡다가도 남편을 닮은 사람을 만난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 먼저 다가가 마음을 흔들고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다가 결국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여 10년만에 마음을 연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모습... 납득이 가지도 않지만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사람이 죽고 난 후, 남겨진 사람의 정상적인 반응으로 애도반응이 있다. 이것을 규정하는 여러가지 기준을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정신과적 질환으로 볼 수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니키는 애도 반응을 넘어선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된다. 그 나이 먹도록 어떻게 자기밖에 모를까, 뭐 저런 여자가 있나, 하는 생각은 아직 젊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경험 부족에서 온 것일까.

 

중년의 사랑인데도 아네트 베닝과 에드 해리스는 참 멋있다. 러브 어페어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되지만, 이 영화에서도 아네트 베닝은 여전히 우아하고, 한편으로는 소녀같기도 하다.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드물게 남편과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4명의 자녀를 낳고 키웠는데 행복한 가정 생활로 개인적인 마음 고생을 덜 했기 때문일까, 눈가에 주름이 있어도 웃는 모습은 여자인 나도 설레게 한다. 에드 해리스도 마찬가지. 요란한 스캔들 없이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오로지 영화로 인정받는 삶을 살아서인지 이 영화에서 보이는 순정적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남편과 닮은 사람의 차에서 교직원 스티커를 발견하고 검색해서 확인한 후 무작정 찾아가는 아네트 베닝의 모습이나 역시 똑같이 전화번호를 건네 받고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도, 짐짓 모르는 척 무슨 일을 하냐고 질문하는 에드 해리스의 모습이 마치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소년 소녀의 모습처럼 설렜다. 물론 전처와 통화하며 이 사랑은 당신과는 다르다고,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과, 아직 내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고, 남편을 여전히, 아니 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엇갈리는 지점에서는 마음이 답답했지만.

 

세월이 흐르면 이 영화가 이해되려나. 어쨌든 여자는 남편의 부재를 극복했고 남자는 여자로 인해 죽을 때까지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을 그림으로 남겼으니 어쨌든 사랑은 위대하다는 결론을 내려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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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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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88년 일본에서 개봉하였고 2001년에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들어온 토토로를 내가 처음 본 시점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2001년보다 전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당시 학교 담임 선생님이 틀어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식으로 들어온 버전이 아니라서 자막 없이 화면만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선생님은 어떤 경로로 토토로 파일을 가지고 계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많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 토토로는 단연 지브리의 마스코트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도 토토로 캐릭터를 못 알아보지는 않을 것이다.

 

워낙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좋아해서, 종종 챙겨보는 편이다. 얼마 전 지브리 전시회에도 다녀왔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서 중간중간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틈틈이 챙겨보기로 했다. 동심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힘들고 지칠 때 늘 위로가 되니까.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작품이며,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작품 중에서도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 정도의 작품인 것 같다. 그 유명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의 기본 패턴인 여성, 동심, 자연, 순수, 동물, 전설, 민담 등의 키워드가 총집합해 있다는 점에서 후대에 나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의 효시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의의를 제외하고나서라도, 이 애니메이션은 예쁘고 발랄하다. 좀 짧기도 하고, 구성도 단순해서 어른들이 즐기기에는 좀 힘들지만, 어린 시절에 보았더라면 커서 보면서 향수를 느낄만한 구석이 많다. 중간중간 남자 주인공이 아무 말 없이 여자 주인공에게 우산을 들이미는 장면은 처음 봤을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잔상으로 남아있다.

 

다만 토토로를 치면 자동적으로 검색어에 괴담이 같이 뜨는데, 그 괴담은 안 보는 편이 나을 뻔했다. 의식하지 않으려해도 영화를 보면서 계속 그 괴담이 의식이 되었다. 오죽하면 지브리 측에서 해명 인터뷰까지 했을까. 그만큼 이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이겠지. 나무 그루터기를 통해 바닥으로 떨어져 토토로를 만나며 신기한 모험을 하게 되는 모티브는 아마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떠올린 게 아닐까 싶고 비록 꿈이었지만 순식간에 자라는 커다란 나무는 '잭과 콩나무'에서 따온 게 아닐까 싶다. 이것 외에도 이런 저런 장치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되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고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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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레일라 하타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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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카: 전신을 가리고 눈 부분에는 망사 형태.

니캅: 전신을 가리고 눈 부분만 가리지 않은 형태.

차도르: 전신을 가리고 얼굴만 가리지 않은 형태.

히잡: 두건 모양으로 얼굴만 내놓은 쓸 것으로 상체만 가리는 형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헷갈려서 정리를 해봤다. 여기에 나오는 여성들은 히잡의 형태.

 

영화랑 크게 상관없는 것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히잡을 쓴 여인들은 다 예뻐보였다. 히잡 자체가 악세서리 역할을 하는 느낌? 이란이 페르시아계통이라는데(영화에서는 페르시아 어를 쓰는 것으로 나온다. 중간에 딸이 어떤 단어를 말하자 아버지가 그것은 아랍어라고 페르시아 어를 이야기하라고 하는 부분도 있다. 다른 아랍 국가들과는 역사도 언어도 다른 건가, 싶었다.) 원래 그 민족이 다 그런 것인지 고대 여신 느낌이 날 정도로 예뻤다. 화려하게 예쁜데 히잡을 쓰면서 은은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만약 쓴다면 어떨까, 머리가 가렵지 않을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도 했다.

 

이슬람 문화라는 것은 참 복잡하고도 미묘한 것 같다. 10년 전쯤이었나? <이슬람> 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고 꽤 여러 번 언론을 탔던 것 같은데 한번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결국 못 읽고 지금까지 왔다. 우리가 많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유럽이나 미국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왜곡된 부분도 많이 있을 텐데 실제로는 어떤 문화일지 궁금해졌다.

 

이 영화에서는 현대 이란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다른 나라를 아는 방법은 그 나라에서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활발한 것 같은데(별거 중인 아내는 교사이며 가정부가 소개받는 의사도 여자이다. 부부의 딸도 꽤 공부를 잘 하는 것 같고 그 딸의 미래를 위해 부모는 이민까지 생각한다. 딸의 가정교사도 여자다.) 문화적으로는 남녀의 구분이 철저한 것 같아서 조금 신기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이란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지만, 그저 막연히) 현대적인 나라인 것 같은데 아직도 코란에 손을 얹고 맹세한다거나 하는 그런 종교적인 믿음과 전통도 신기했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이 현대와 전통이 혼재하는 이란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신기했고,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영화가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보는 내내 나데르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등장하는 인물 중 유일하게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일말의 타협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이 답답했다. 마지막에 결국 이 별거는 파국을 피하지 못하는데 끝까지 별거를 막고자 아버지 곁에 머물렀던 딸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짐작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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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배달부 키키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사쿠마 레이 목소리 /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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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용산아이파크몰의 지브리 전에 다녀왔다.

 

가격에 비해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념품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라고도 생각이 들고, 또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 가서 만족하면 그것으로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지브리 애니메이션 한 번 안 본 사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 때문이라도 보았을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공장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후계자를 찾지 못해서인지 곧 해체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아무튼, 지브리 전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그동안 지브리에서 만들어 온 수많은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좍 나열해 놓은 복도였는데, 혹시나 해서 사진을 찍어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세상에 지칠 때마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보려고. 원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기본 주제는 휴머니즘 아닌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는 공통적으로 비슷한 주제가 흐른다. 기계문명에 대한 혐오, 자연보호, 페미니즘 등. 그래서 어른이 보기에도 재미를 느낄 정도이며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내가 인상깊었던 점은 까다로고 깐깐한 유럽의 3대 영화제 중 하나에서 다른 실사영화를 제치고 이 영화에 상을 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아이들만 보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이른바 만화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렸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브리의 모든 작품이 전부 이 정도의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작품 목록을 죽 훑어보면 "이런 영화가 있었어?"하는 정도의 영화도 있다. 당연히 선호도도 갈리며, 평가도 갈린다. 더구나 미야자키 하야오에서 등장하는 바로 그 주제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에 개봉했다는 '바람이 분다'는 굉장히 논란이 많은 작품인데 아직 나는 보지 못했으므로 일단은 pass.)

 

이 영화는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된다. 평론가들의 평가, 팬들의 애정, 유명한 정도 등에서 딱 중간 정도의 위치. 물론 이 영화에서도 마녀의 빗자루와 비행선의 대비가 나오고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도 큰 틀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이 가볍고 발랄한 편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금 밋밋할 수도 있지만, 보면서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어렸을 적을 떠올리게 하는 데는 제격이다. (나는 보면서 내내 내가 어렸던 시절 방송했던 뾰로롱 꼬마마녀라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마녀'라는 키워드를 일본에서는 참 좋아하는 듯?)

 

만약 내 아이에게 보여줄 만화를 꼽는다면, 아마 이 만화 영화는 즐겁게 1순위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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