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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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대학교수인 저자가, 실제로 수면 장애의 하나인 몽유병으로 고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쓴 '잠'에 대한 책이다. 원제는 'Dreamland'인데, 이 책에서 '꿈'에 대한 내용은 짤막하게 나오기는 하다.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 특히 과학 분야에 대해서 잘 쓰기란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책 중 이런 쪽으로 가장 좋은 예는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다. 이 책을 '과학교양서'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것 같지만, 그냥 교양서라고 한다고 해도 굉장히 내용이 빈약하다. 역설적으로 빌 브라이슨이 얼마나 성실하고 재치있는 글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거의 모든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며, 나뿐만 아니라 수면 장애로 고생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내용이 들어 있다. 상당수가 인터넷 포털에 메인 기사로 종종 등장하는 내용들이며, 무엇보다 깊이가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딱 자기가 먹을 만한 물만 그릇에 담아온 느낌이다.

 

1 나는 어젯밤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 8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의 전체 시간 중 약 3분의 1을 잠자면서 보내지만, 잠이 우리 몸과 뇌에 어떤 일을 하는지느느 잘 모른다. 연구 결과들이 내놓은 답도 놀랍도록 적다. 잠은 알려지길 원치 않는 과학의 비밀 중 하나이다. 신경과 의사가 잠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고 한 말은 농담이 아니다. 왜 우리는 나머지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잠을 자야 하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조차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 사라진 두 번째 잠 …… 30

여러분은 현대인의 수면 습관이 자연적인 설계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가 정말로 놀라운 연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웨르의 연구가 의학 학술지에 발표되고 나서 20여년이 지났지만, 많은 수면 연구자들-평범한 의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은 그 연구를 들어본 적조차 없다. 매일 밤 자다가 비슷한 시간에 꺤다는 환자의 호소를 들으면, 많은 의사들은 아무 생각 없이 수면제를 처방한다. 수천 년 동안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돼온 상태에 대해 쓸데없이 약을 처방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한편, 환자는 밤중에 잠이 깨는 것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잠은 자연적으로 두 시기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러는 것이니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3 침대를 따로 쓰는 게 좋을까? …… 56

영국의 수면 과학자인 스탠리는 침대를 함께 쓰는 것이 좋은 이유는 딱 한 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로젠블랫에게 파트너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이 섹스 말고는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앗다. 그러자 그는 껄껄 웃었다. 만약 실제로 조사해보면, 혼자서 자는 남성이 파트너와 함께 자는 남성보다 실제로 섹스를 덜 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복도를 건너 다른 방으로 옮겨간 뒤에 일어나는 섹스 생활의 변화는 아주 큰 것이어서, 그의 연구에 참여한 남성들 사이에서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그치지 않았다.

"일부 남성은 실제로 침대를 함께 쓰지 않은 뒤부터 성적 접근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불평했어요. 하지만 여성 중에서는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침대를 함께 쓰는 것에 대한 수수께끼가 드디어 풀렸다.

 

4 아기와 부모가 모두 편하게 잠을 자려면 …… 78

"우리는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이런 차이가 어떤 효과를 낳는지 전혀 몰라요.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 아기들이 잠을 덜 자는데, 그것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너무 늦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아기들은 실제로 어떤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그냥 잠이 덜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가설도 아주 많아요. 그것을 제대로 밝혀내려면 모든 경력을 다 바쳐야 할 거예요."

 

5 꿈의 의미 …… 98

돔호프는 악몽을 기억하는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감정과 잘 접촉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프로이트의 꿈 해석 이론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예라고 했다. 21세기에 꿈 이론은 상징이 아니라 불안을 드러내는 데 치중한다.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꿈이 본질적인 의미를 갖고 있거나 억압된 충동을 나타내는지에 관심을 보이는 대신에, 꿈이 우리를 위해 무슨 일-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었던 참전 용사가 귀국한 뒤에 그 후유증에 대처하는 방법처럼-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6 잠은 마음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 …… 128

얼핏 보기에는 이런 아이디어들은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각각의 꿈은 그 사람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과 분명한 연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완전한 형태로 나타나는 복잡하고 창조적인 생각은 일상적으로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케쿨레는 몇 달 동안 벤젠의 분자 구조를 찾으려고 애썼다. 매카트니는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2인조 작곡가 중 한 명이었고, 역사적인 히트곡들을 계속 작곡하던 중이었지만, 비틀스의 다음 번 앨범을 완성하려면 또 다른 노래가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스테페니 마이어는 독자들을 확 끌어들일 만큼 실제적인 등장 인물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몇 년 동안 소설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가 포기하길 반복했다.

 

7 ‘Z’ 무기 …… 154

잠의 이득을 똑같이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약이나 절차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발견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방위고등연구계획국(펜타곤에서 연구와 개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로, 인터넷과 스텔스 폭격기 개발에 핵심 역할을 했다)은 2007년에 많은 시도 끝에 같은 결론을 얻었다.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병사가 100시간 동안 계속 잠을 자지 않고도 일반적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군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가설을 시험하느라 수백만 달러를 쏘당부었다. 예컨대, 인간의 뇌 중 절반만 잠을 자게 할 수 있는지, 즉 사실상 사람이 돌고래처럼 잠을 잘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도 했다. 하지만 성공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면 부족에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나중에 잠은 더 많이 자는 것밖에 없었다.

 

8 잠결에 저지른 살인 …… 186

데노의 체계에서는 몽유병이 폭력적으로 변한 사건들의 기록이 모두 남아 있을 것이다. 데노는 당사자가 자신의 상태를 억제하기 위한 조처-나이 많은 렘 수면 행동 장애 남성에게 도움을 주는 근육 이완제 클로나제팜을 복용한다든가 하는-를 취하지 않는다면, 잠자는 동안에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체계에서는 몽유병자는 장전된 무기와 비슷한 것으로 간주된다. 자신을 책임 있게 다루지 않는 사람은 태만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데노는 이러한 변화는 몽유병 사건을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취급하던 데에서 정상적인 사건으로 취급하는 길로 나아가고, 공정하고 믿을 만한 기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몽유병자가 저지르는 폭력 사건들을 어둠 속에서 끄집어내 연구자들에게 수면 범죄 세계에서 간절히 필요한 것, 즉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다.

 

9 승패를 좌우하는 것 …… 222

생물학의 잔인한 농담이랄까, 십대 청소년의 신체는 사춘기를 겪을 때 갑자기 일주기 리듬이 사실상 세 시간 뒤쳐진다. 갑자기 밤 9시나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단지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까워진다. 전 세계의 십대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뇌는 밤 11시가 될 때까지 멜라토닌 분비를 시작하지 않는 반면, 해가 뜬 이후에도 멜라토닌을 계속 분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어른은 깨어났을 때 체내에 멜라토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십대 청소년은 혈액 속에 멜라토닌이 여전히 돌아다니기 때문에 아침 8시 이전에 억지로 일어나더라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며, 신체의 요구에 못 이겨 도로 잠들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일주기 리듬의 변화 때문에 십대 청소년에게 이른 아침에 교실에서 공부에 집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행기를 타고 대륙 건너편으로 날아가 즉각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하라고(그리고 매일 밤 같은 일을 몇 년 동안 반복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만약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을 때, 한 경기라도 이긴다면 행운일 것이다.

 

10 잠자다가 숨이 막힐 때 …… 258

"유전학적으로 우리는 아직도 저칼로리, 저지방 식사에 맞춰 설계돼 있어요. 우리 몸은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최적화되어 왔지요. 거기다 햄버거를 던져주면 우리 몸은 그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요. 그 결과 중 하나가 수면 장애 호흡을 경험하는 비율이 치솟는 것으로 나타나지요."

 

11 불면증의 역설 …… 280

1903년, 독일 의사 요제프 폰 메링과 독일 화학자 헤르만 에밀 피셔가 최초의 현대적인 수면제를 개발했다. 폰 메링과 피셔는 자신들이 개발한 수면제의 상표명을 베로날로 정했는데, 평화롭고 조용한 이탈리아 도시 베로나의 이미지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셔였다. 이 신약은 바르비투르산염이라는 의약품 집단으로 분류되는데, 바르비투르산염은 소량 섭취할 경우 도취된 기분이 들 수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환자에게 약에 대한 내성이 금방 생겨,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갈수록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할리우드의 유명인들이 죽은 뒤에 수면제의 인기는 곤두박질 쳤는데, 의사와 환자 모두 욕실에 있는 약이 아주 쉽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두려움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벤조디아제핀 계통의 진정제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전에 나온 약보다 더 안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발륨(디아제팜)과 로히프놀(플루니트라제팜) 같은 변형 약품까지 포함하는 이 계통의 약은 사람을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뇌의 수용기들에 들러붙어 효과를 나타내는데, 기본적으로 그 사람을 잠에서 깨어나기 더 힘들게 만든다. 이 약들은 과량 투여 위험을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 바르비투르산염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이긴 했지만, 복용했을 때 일부 환자가 느끼는 황홀감 때문에 남용의 위험을 높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 후반에 할시온(트리아졸람)이란 상표명으로 알려진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기억 상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할시온의 가장 큰 부작용은 '여행자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국제 여행을 하는 동안에 자주 일어났다. 여행자 기억상실증은 야간 항공편으로 여행을 하는 동안 시차 적응에 도움을 얻기 위해 할시온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잠이 깼을 때, 그들의 기억은 백지 상태가 되었다. 환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왜 자신이 거기에 왔는지 알지 못했다. 영국은 1990년대 초에 이 약을 금지했지만, 여러 나라는 그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했다(미국에서 이 약은 아직도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1993년에 사노피라는 프랑스 회사가 앰비엔(졸피뎀이라는 일반명으로 더 알려진)이란 신약을 개발하면서 수면제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앰비엔은 사실상 벤조디아제핀과 똑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지만, 부작용이 훨씬 작다. 앰비엔은 금방 수면제 시장을 지배하면서 연간 매출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진정한 경쟁 제품이 나타난 것은 2005년이 되어서였다. 매사추세츠 주 말버러에 있던 작은 생명공학 회사인 세프라코어가 루네스타(에스조피클론)를 시장에 내놓았다. 루네스타는 앰비엔과 같은 계통의 약이긴 하지만, 더 나은 점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FDA가 이 약의 장기 복용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앰비엔을 사용할 때터럼 2~3일에 한 번씩 복용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많은 연구에서 앰비엔과 루네스타 같은 수면제는 수면의 질 자체에 의미 있는 향상을 가져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적 측면에서도 아주 약간의 증가만 가져올 뿐이다. 모랭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약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제적인 수면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 행동 요법]이 바로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12 온전한 잠에 이르는 길 …… 304

흥미롭게도, 실제로는 다른 실험 참여자들보다 운동을 적게 하는데도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실험 참여자들은 잠을 잘 잤다. 이들은 실제로 운동에 쓴 시간이 얼마든지 간에, 건강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심리적 문턱을 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이들은 매일 밤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자신의 운동 상태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는 한 가지 요소를 제거해주었다. 이들은 자신의 몸이 적정 수준을 유지한다고 믿었고, 그에 따른 행동을 했다. 스위스 연구팀을 이끈 연구자는 <뉴욕 타임스>에 "사람의 생각이 행동보다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13 편안한 밤이 되길! …… 322

나는 몇 달 동안 받은 모든 충고를 따르기 시작했다. 내 몸이 밤낮의 사이클과 동조하도록 돕기 위해 매일 아침 햇빛이 가장 잘 비치는 구석에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가 강습에 꼬박꼬박 출석했다. 잠자기 30분 전에는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불을 껐다. 매일 밤 나는 제오 헤드밴드를 머리에 붙이고 자면서 결과를 추적했다. ZQ 점수는 꾸준히 올라갔는데, 68점에서 74점으로, 그 다음에는 곧장 88점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94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스스로 부여한 목표 점수인 100점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어느 모로 보나 수면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내가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배운 가장 귀한 교훈은 잠을 잘 자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강, 섹스, 대인 관계, 창조성, 기억-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이 모든 것은 매일 밤 우리가 잠자는 시간에 달려 있다. 모든 동물에게 필요한 것을 무시한다면,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 약에의존하고, 충분히 다스릴 수 있는 건강 문제로 고생하고, 자녀를 수면 부족 상태의 삶으로 몰아넣어 그렇지 않아도 힘든 청소년기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잠을 망각하고, 간과하고, 뒤로 미룬다. 잠의 중요성을 깨닫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건(운동이나 요법, 혹은 단순히 이것과 같은 책을 읽는 것 등 어떤 것이건), 필연적으로 우리르 더 개선되고 건강하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감사의 말 …… 330
참고 문헌 …… 334
찾아보기 ……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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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섹스 -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인생학교 1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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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문제가 있었거나, 혹은 성장과정에서 뜻밖의 사건을 겪었다고 치자. 그로 인해 우리는 불균형한 상태로(어딘가가 과도하거나 취약한 상태로) 성인기에 이르렀다. 마음속의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넘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부족해졌다.걱정이 너무 많거나 지나치게 침착할 수도 있고, 너무 독단적이거나 너무 수동적일 수도 있으며, 너무 현학적이거나 너무 실용적일 수도 있고, 너무 남성적이거나 너무 여성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보완적인 특징을 찾아냈을 때, 그 사람을 '섹시하다'고 느끼고, 우리 자신의 불균형적인 측면을 더 자극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감을 갖게 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오랜 연인이나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는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지려고 시도할 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오해와 걱정거리 따위가 전혀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섹스가 언제나 가능하며 합법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쪽만 원하는 성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경우든 성생활이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평생 성관계가 보장된다는 고무적인 가능성의 이면에는 반대로 어두운 측면도 있다. 상대방에게 잠자리를 거부당할 때 그 충격과 당혹감은 다른 어떤 관계에서 거부당하는 경우보다 근본적으로 더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무이다. 어쨌거나 바bar에서 방금 만난 상대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해봐야 그렇게 크게 당혹스럽거나 마음 아프지는 않다. 그런 퇴짜는 어떻게든 씁쓸함을 털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람에게 성관계를 거부당하면 훨씬 더 묘하게 치욕스럽다.

 

외도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궁극적인 '오류'는, 결혼에 대한 특정 관념과 마찬가지로 '이상주의'다. 언뜻 생각하기에 외도는 비뚤어지고 절망적인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혼생활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다. 외도를 하면 그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이나 과잉을 마법처럼 조절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떄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조건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혼외'의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결혼생활 내부'의 소중한 것들에 타격을 입히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결혼생활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절박한 감각적 쾌락의 기회를 거머쥐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불안한 결혼생활에 대한 해답은 없다.  그 '해답'이라는 것이, 양쪽 모두가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는 그런 해결책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결혼생활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사랑, 섹스, 가족은 서로에게 잔인한 영향력과 피해를 입히는 관계다. 한마디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한쪽을 제대로 펴놓으면, 다른 쪽이 더 구겨지거나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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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 일부가 실망을 했다면 책 자체보다는 알랭 드 보통이라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책이라는 꼬리표를 떼면, 충분히 훌륭한 책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만 보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이고, 따라서 간혹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읽다 보면 역시 보통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되고, 몇몇 구절과 장들은 심도 있는 생각을 요구하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더니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주제만큼은, 인간의 그 어떤 이성적인 부분보다 본능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되어야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보통은 예의 이 주제에서도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문학, 사회학, 역사학, 철학, 심리학 등등 종합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놓고 차근차근 해부해 나가는 과정은 과연 보통이라고 감탄할 수는 있겠지만, 호르몬이나 유전자 와 같은 생물학적인 부분, 본능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만 이 책은 완벽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읽고 나면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듯한 그런 느낌이라서 보통의 책을 다 읽고 나면 특유의 그 분명하고 명확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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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약국 -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학자의 51가지 처방전
박현주 지음, 노석미 그림 / 마음산책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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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애는 특별하지만, 그 특별한 사건들이 모여서 일상을 이룬다. 그래서 사람들의 연애는 모두들 닮아 있다. 나의 예로써 타인을 설명할 수 있고, 타인의 예로써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연애로 생긴 질병. 이 질병은 떄로는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고 떄로는 독감처럼 오래 앓게 한다. 백신도 없는, 감염율 100퍼센트의 질병.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만큼 심하지 않고, 완치되지 않아도 그냥 살아갈 수 있지만 가끔 마음에 반창고 한 개가 필요하다. 많은 연애지침서들이 명로하게 처방을 내려주는 것과는 달리, <로맨스 약국>은 어떤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연애로 생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자기 자신뿐, 이 책은 이미 자신 갖고 있는 처방에 따라 약을 건네주기만 할 따름이다. 처방전은 이미 마음 속에 있다. 연애의 질병에 걸렸을 때는 스스로 처방을 내려 약을 타러 오기를.

 

책머리에 中 

 

굉장히 인상적인 구절이었다. 왜 로맨스 병원이 아닌 로맨스 약국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 또한 연애에서 발생하는 로맨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질병의 정의와도 맞닿아 있다. 동일한 질병,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사람마다 질병의 경과는 다르듯이 연애 또한 그렇다. 언어학자라서 그럴까, 비유가 적확해서 아름답다.

 

계속 읽으면서 알랭 드 보통의 사랑 3부작과도 비견할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 이게 섣부른 생각이었구나 하는 게 중반부터 느껴진다. 사랑의 시작과 진행, 결말까지 보여주는 보통의 에세이에 비해서, 여기 나와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대부분이 사랑의 시작에만 집중되어 있다. 다만 아직 '썸'이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에 '전연애단계' 혹은 '유사연애단계'라는 단어로 그 상황을 설명한 부분은 나름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정 남자(혹은 여자)에게만 끌리거나 끌어당기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은 best. 그러나 그 외의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약간 김빠진 콜라같은 느낌이 든다. 수많은 연애서, 남녀의 심리에 다룬 책들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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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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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청춘에게 서른 살이란 지금까지 누렸던 특혜를 박탈당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해 놓은 게 무엇이냐?"라는 식의 숙제 검사를 요구받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마치 결혼을 해 본 사람처럼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드는 생각. 결혼이라는 어마어마한 백과사전을 왜 그녀는 몇 단락만 읽고 그게 다라고 생각하는 걸까? 결혼한 지 30년이 넘은 나도 아직 60대의 결혼, 70대의 결혼에 대해선 다 읽지 못했는데 말이다.

 

결혼에도 춘하추동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혼은 20대의 사랑, 30대의 출산, 40대의 생산, 50~60대의 자아로의 환원, 70~80대의 죽음 등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익혀야 할 과목을 알려 주는 인생 수업과 같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법적, 인습적으로 묶어 준다. 위험한 세상에서 한 팀이 되어 살아갈 기본 단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사회학적인 의미의 '금고'라고 생각한다. 친정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족으로 남아 주는 남편, 나의 길을 뒤에서 봐줄 자식이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고 한다면, 그 첫째는 부모이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배우자다. 그런데 처음부터 완벽한 아내, 품격 있는 남편이 될 수는 없다. 누구나 원석을 골라내 보석으로 만드는 공정이 필요한데, 좋은 원석을 찾아내는 일부터 만만치가 않다. 결혼이란 서로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상대에게 멋진 보석이 되고자 노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당장은 빛나지 않더라도 내게 헌신할 줄 아는 남자, 평생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남자라면 훌륭한 배우자감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내가 참 싫어하는 말이 있다. '삽질하다.' 가장 빠른 길을 놔두고 한참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한마디로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일이 바로 삽질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결과와 상관없다고 해서 삽질을 손해로만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도 저해가 된다. N. 보르가 말했다. "전문가란 자기 주제에 관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다." 지금은 삽질이 손실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삽질의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성공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없도다 아직 한 평의 땅도 갖지 못한 청춘일수록 삽질은 꼭 해야 할 신성한 노동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다면 일단 뭐든 해 봐야 결론이 나올 게 아닌가. 그렇게 경험치가 쌓이면 어느 순간 선택을 하는 데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마흔이 되기도 전에 은퇴를 고민하는 분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만약 그들이 젊은 시절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엉뚱한 곳에 삽질이라도 해 봤다면 어땠을까? 씨앗 하나 심을 만한 작은 웅덩이라도 파 놓았다면 어땠을까? 설사 퇴직을 앞두고 있어도 인생 2막에 심어야 할 씨앗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시케타가 말했다.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일수록 쉽게 일어선다. 반대로 넘어지지 않는 방법만을 배우면 결국에 일어서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삽질로 각종 유기물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삽 뜨는 법조차 모른다. 삽질의 부재는 경험의 부재이며, 경험의 부재는 그 사람의 능력과 크기를 제한해서 설사 포크레인이 바로 옆에 있어도 절대로 웅덩이를 팔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마흔이 되고, 쉰이 넘으면 지킬 것이 많아져 쉽게 삽을 들 수 없게 된다. 많은 것을 시도하면 실수도 많겠지만 그만큼 후회도 적다.

 

서른 살 청춘들은 직업이나 배우자 문제처럼 인생을 좌우할 만한 중대한 선택들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스무 살, 서른 살 때 하는 선택이 최선인지 아닌지를 알아채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그 모든 선택지를 따지고 계산하겠다고 뛰어드는 것만큼 무모한 일도 없다.

 

거절은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없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일이다. 어쩌면 거절당한 상대방이 서운해하거나 뒤에서 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소설가 김훈의 말을 기억하렴. "사람들이 작당해서 나를 욕할 때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네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니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 니들 마음대로 해 봐라. 니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앞으로는 남성적 리더십과 여성적 리더십을 모두 아우르는 인재가 각광받을 거라고 한다. 효율성과 조직적인 사고가 강한 남성적 특성과 소통과 조율에 능한 여성적 특성은 둘 다 필요하고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도 남성적 문화의 장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아이를 낳건 낳지 않건 어쨌든 앞으로는 평생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일에 있어 프로가 되는 것만큼이나 회사라는 조직을 이해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나 혼자 '똑똑함'으로 승부하려 하지 마라. 회사가 발전하는 것은 똑똑한 개인 때문이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이 하나가 되어 생산적으로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이 똑똑해도 그것을 내세우기보다 조직 전체가 협업의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기여해야 한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2퍼센트 부족한 듯 허름에 보이나 속으로 단단한 사람이다. 그들은 상대로 하여금 쉽게 마음의 빗장을 풀도록 만든다. 똑똑함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함께 가는 것은 힘들지만 그럴 때 네가 더 멀리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네게 반하지 않은 남자는 만나지 마라"라고 했었지. 그 말이 네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가 너를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라는 말이었다.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바라는 것을 솔직히 얘기하고 때론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 나눌 수 있어야 사랑의 지평이 펼쳐진다. 사랑이라는 건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면면들을 일깨우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연애 비법 같은 것으로 자신을 감추어선 안 된다. 그리고 사랑을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곁에 연인이 있음에도 이별을 떠올릴 만큼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혼자 그 사랑을 짊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랑에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기만 챙기고 이기적으로 사랑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남자 친구를 사랑하되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게을러지지 말자는 뜻이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것과 자녀의 정서적 건강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영국 런던 대학 애니 맥먼 박사는 영국 어린이 1만 20000명을 대상으로 엄마의 직업 유무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엄마가 직업이 있는지 여부는 자녀의 정신 건강에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소아과학회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 잘하려 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줄 알고 가능한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슈퍼우먼이 되기 위해 애쓸수록 힘든 것은 자신뿐이다. 그리고 힘든 만큼 당연히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게 되는데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도 "슈퍼우먼이 되라"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하라.

 

두 번째로 워킹맘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양육에 있어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아이가 만 3세까지는 삶에서 육아를 우선으로 하는 스케줄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하며 양육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더라도 엄마가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네 번째로 남편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못하는 것은 빨리 못한다고 말하고 주위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엄마들 역시 딸로부터의 독립이 어렵다. 딸의 성장 과정에서 유독 강렬한 정서적 일체감을 경험한 엄마들일수록 딸의 독립은 엄청난 심리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제 성인이 된 딸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내면의 엄마는 지워야 할 과거다. 딸은 자신을 억누르는 엄마의 그늘을 모두 지우고, 엄마가 바뀔 수 있다는 미련조차 버리고 떠나야 한다.

 

맬번 비느니스 스쿨의 교수인 존 암스트롱은 돈과의 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꼽았다. 그는 돈에 대해 무관심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괴테는 부유한 집 출신이었지만 독립을 원했다. 그래서 독립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법조인에서 정부 고문관으로 바꿨다. 그는 일에도 만전을 기했고 모든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렇게 획득한 자유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글을 썼다. 그는 돈을 버는 일과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글쓰기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았다.

 

명품 가방을 살 때 우리는 가방 자체가 아닌 브랜드를 소비한다. 그 브랜드를 매고 있는 자신도 명품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이다. 젊을수록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나도 공감하고 이해한다. 어찌 보면 명품은 타인의 관심을 사는 시간을 줄여 준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얻은 관심은 일회용밖에 되지 못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스캇 펙 박사는 "사랑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자신을 확장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 사람과 만나 겪는 황홀한 순간을 온몸으로 즐긴다. 이것도 에너지를 쏟는 행위지만 읮를 갖고 노력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랑에 빠지는 단계를 지나 사랑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람의 성장에 주목하며, 자신의 선입견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듣고 싶은 것만 듣지 않고, 진정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랑은 특정 대상을 만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상대방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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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콘서트 2 심리학 콘서트
다고 아키라 지음, 장하영 옮김 / 스타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산 지는 꽤 오래 전 일이다. 당시 출판계 트렌드는 심리학이었던 모양이다.

각종 심리학 책이 쏟아져 나왔다. 진화 심리학, 범죄 심리학, 경제 심리학, 연애 심리학...

이 책은 그런 쪽에 있어서는 '고전'이라고 할 만하다.

내 기억에 본격적인 심리학 열풍이 불고 나서 나온 것이 아니라

조금 앞서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덕에 시장을 주도하는 효과도 누렸다고 생각한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자는 일본의 심리학자다. 미국이나 유럽의 심리학 책을 읽고 8할은 공감하되, 2할에서는 의문이 들었다면, 이 책은 비슷한 문화적 환경 때문인지 이질감이 없고,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 더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르고.

 

내용이 어렵지 않고, 실생활에 접목되어 있으며, 하나의 심리학 내용이 짤막짤막하게 서술되어 있어 읽는 데에 큰 부담이 없다. 다만, 깊이 있는 내용이 있다거나 현상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요컨대, 가볍게 읽는 심리학 입문 책으로는 이만한 책을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이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심리학 전문서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한계인 것인지, 아니면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한계인 것인지,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저런 현상에 대해서 설명은 가능하지만 해결책은 없다는 생각에 답답해진다. 예를 들면, "서로 반한 두 사람의 관계는 적게 반한 쪽이 주도권을 쥔다"는 사실은 과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또 그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지는 것이 남자와 여자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애를 하는 젊은 남녀 중 저 명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지만, 설령 안다고 해서 어떻게 되지 않는 게 사람 마음인 것이다.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대에게 적게 반할 수 있도록 마음 먹는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같은 하룻밤 날치기라도 자는 편이 기억을 잃지 않는다"는 부분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시험 전날, 아니 학기 내내 그렇게 공부해도 시간이 부족해 어쩔 줄을 몰랐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비록 완벽하게 복원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간 크게 시험 전 날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상, 늘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심리학이 그렇게나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에 소수만이 독점했을 심리학 정보들은 이제 다수에게 오픈되었다. 이런 책 한 권으로 나와 상대의 심리를 순식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생겼고, 책을 읽지 않아도 인터넷으로도 심리에 대해 아는 방법은 많다. 이제는 심리학에 통달한 사람들은 역으로 자신의 심리를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는 바람에,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래 저래 많은 생각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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