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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낼 권리 - 밥벌이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닥터K의 심리 상담소
김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까?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자기 계발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여러 사례를 모은 수필집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쓴, 직장인들의 심리를 섬세히 어루만져주는 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언제부터인지 책 소개와 비등한 정도로 '닥터 K의 고민상담소'를 기다리게 되었다. 2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아직 잘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마음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불안석인 시기에, 다소 뭉툭하지만 핵심은 지긋이 눌러주는 이 코너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어느날 이 코너가 막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닥터 K가 직접 이야기했을 때,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 못한다.
꾸준히 듣던 방송에서 '닥터 K의 고민상담소'가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구매하였다. 물론, 방송에서 소개되었던 이야기가 상당수 많았지만, 한번 듣고 흘려보내기에는 주옥같은 조언들이 많았기에, 활자로 보관하여 틈틈이 꺼내보고 각인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으로 나오면서 '닥터 K의 고민상담소'는 이름을 바꾸었다. '버텨낼 권리'.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는 격언의 방점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피하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어떻게든 버텨낸다는 말에는 어떻게든 현실에 나를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 버텨내는 주체가 직장인이라면, 약자의 수동적인 행위라는 의미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버텨내는 것은 내 권리라는 것. 현실에 순응해버리고 마는, 주체성이 상실된 행위가 아니라는 것. 이 직장에서 버텨내기로 한 것 자체가 나의 능동적인 선택이며, 그 선택에 따라 줄줄이 딸려오는 일들은 어쩌면 나의 권리일 수 있다는 것.
어떤 이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화를 벌컥 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닥터 K의 조언들을 한문장 한문장 읽어나가다 보면, 내게 주어진 그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아직 사회에 나온지 몇 년 되지 않은 나에게, 하루 하루 버텨낸다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나에게, 이 책은 큰 위로와 격려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