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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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가.

2. 말과 행동을 조심할 것. 실제로 나의 언행이 타인의 인생을 뒤바꿀 힘을 가질 수는 없어도, 그 누군가에게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는 있기 때문에.

3. 사람은 굉장히 나약한 존재이며, 불쌍한 존재이며,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4.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젊을 때 유치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성숙해지지는 않는다는 것.

5. 인생이란 참으로 허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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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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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김영하의 첫 소설은 '오빠가 돌아왔다', 그리고 두 번째 소설은 '퀴즈쇼'였다.

 

문학을 전공하거나 직업으로 삼고 있지도 않은 데다가,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소설보다는 외국 소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서, 김영하라는 작가에 대한 해석은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여태껏 읽은 김영하의 소설을 종합해보면, 쉽게 읽힌다는 것, 그리고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읽히고, 지루하지 않고, 거기에다가 다 읽고 나면 묵직한 뭔가가 가슴 속에 느껴지는 것. 이 세 가지가 내 나름대로 소설을 선택하고 또 좋은 소설이라고 혼자서 멋대로 규정짓는 기준이다. 아무리 안에 들어있는 주제 의식이 거창하더라도 잘 읽혀지지 않으면 그건 좋은 소설이 아니다, 술술 읽히더라도 별 내용도 없어서 다 읽고 나서 며칠만 지나도 기억에 남지도 않는 그런 소설도 좋은 소설은 아니다, 이런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는 박완서, 조정래, 김훈, 공지영, 박민규 등. 요즘 한국 문학의 추세인지는 모르겠는데, 갈수록 소설이 한없이 가벼워진다는 느낌이다. 가벼워서 골치가 아프지 않고 쉽게 읽히기는 하는데, 그저 그것뿐이다, 라는 느낌?

 

김영하의 소설은 어디까지나 내가 읽은 범위에 한정한다면, 쉽게 읽히며 유머도 있고 현실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서도 상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얼핏 보면 삶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들 가지고 있지만 다시 보면 그 삶을 처절하게 인정하려는 모습도 있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이 소설은 읽기 쉽다. 그리고 흥미롭다. 현대 사회를, 그리고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불안정한 현대인에 대한 작가의 시각도 결코 가볍지 않다. 아직은 젊은 이 작가가 나이가 든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지금보다 나중이 더 기대되는 작가인 것 같다. 단순히 냉소나 관조, 해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년 정도 지난 후 인생에 대한 커다란 통찰을 던져 줄 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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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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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여성 작가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였던 것 같은데, 일본의 서점에는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의 코너를 따로 분류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 갔을 때는 그런 분류 방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면서. 아마 여성 독자는 여성 작가의 글을 주로 읽고, 남성 독자는 남성 작가의 글을 주로 읽는 일본의 특징 때문인 것 같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일본 서점가의 특징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말 붙이고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숫자 3에 사람들이 집중하기 쉬워서인지, 정말 정말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본 3대 여성 작가라는 것이 있단다.

 

에쿠니 가오리,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요시모토 바나나를 꼽는다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작가는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가 아닐까 싶다.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야마다 에이미의 작품은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중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읽은 적이 있는데, 얼마 되지 않은 짧은 분량이었지만, 읽고 나서 한 동안 감동에 젖었던 기억은 있다. 다시 읽는다면 똑같은 감동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한살이라도 어릴 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똑같은 내용을 보고도 감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독서의 효용성 중 하나가 감동이라고 한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읽을 수록 그 감동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진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가 좀 더 어렸을 때 읽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 할머니도 이 책도, 사랑하는 사람, 가장 가까운 이의 상실과 그 극복을 다루고 있다. 그 극복 과정에는 타인이 개입하며,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그 타인은 가족, 혹은 가족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가까운 존재가 된다. 나이가 어릴 수록 누군가와의 헤어짐이 아픈 법이다. 가족만큼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더라도, 어릴 때의 친구와 멀어지거나, 가깝게 지내던 대학 동기와 사소한 일로 틀어지거나, 마음을 주고 받았던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배신을 당하거나 하는 경우가 스무 살이 넘으면서 빈번하게 생기게 된다. 처음에는 많이 아프겠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이 되다 보면 마음에 굳은 살이 박혀서 웬만한 인간 관계로는 상처를 받지 않게 된다. 서른이 되면 가족이나,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거나, 10년 넘은 친구 정도가 아니라면, 누군가로 인해 일상이 한동안 마비될 정도로 힘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깝게 지내던 이를 잃어버린다는 것, 그 슬픔을 딛고 일어나는 과정이 참 투명하게 아름답다. 읽으면서 수많은 스무살들은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나는 그래서 나이가 든 것일까, 스무살 때와 같은 감동을 느끼려면 더 큰 자극이 필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씁쓸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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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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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확 끌렸다. 대체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는 무슨 뜻일까.

 

어릴 때 고향에서 어울렸던 5명 중 유일하게 이름에 색을 나타내는 한자가 들어 있지 않았던 다자키 쓰쿠루. 그래서 색채가 없다는 설명.

 

글쎄, 이제까지 읽었던 하루키의 소설 중 가장 쉽게 읽을 수 있기는 했지만, 또 읽으면서 꼭 뭔가 목이나 배에 걸린 것 같은 그런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읽어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뭔가 이상하다. 하루키 소설에서 늘 볼 수 있는 그 용두사미 같은 그 느낌? 결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서두를 거창하게 꺼냈었나? 하는 느낌이 들고.

 

이 책은 여태껏 내가 읽은 하루키의 소설의 요소들이 다 조금씩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친구 중 한 명을 찾기 위해 북유럽까지 날아가는 장면은 '노르웨이의 숲'과 겹치고, 꿈인듯 생시인듯 아리송한 정사는 '1Q84'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아, 남자 주인공이 싱글이며 연상의 여인과 교제 중인, 다소 우유부단하지만 부드러운 면모가 있다는 것도 거의 모든 하루키 소설의 특징 아니었던가?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왜 그렇게 사람들이 하루키에 열광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내 이해력이 부족한 탓인지, 학창시절에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지금도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진짜 사회적 흐름을 못 맞추고 있는 내가 문제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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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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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상담을 시작한 것은 이 근처 아이들과의 말장난 때문이었지요. 나미야라는 우리 잡화점 이름을 짖궂게 '나야미, 나야미'하면서 놀리더라고요. 간판에 '상품 주문 가능. 상담해드립니다'라고 써 있는데, 아이들이 그럼 나야미(고민) 상담도 해주느냐고 자꾸 묻는 거예요. 그래서 그야 물론이다, 어떤 것이든 다 받아주겠다, 라고 했더니 정말로 아이들이 고민을 상담하겠다고 찾아오더군요. 우스갯소리처럼 시작된 일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장난기 가득한 상담만 들어왔어요. 공부는 하기 싫은데 성적표에는 모두 '수'를 받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는 식이예요. 하지만 나도 고집이 있는지라 그런 상담에도 진지하게 답을 써서 벽에 붙여줬죠. 그랬더니 차츰 진지한 내용이 많아지더군요. 아버지 어머니가 자꾸 싸워서 힘들다든가, 하는 것이었어요. 나중에는 상담 내용을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에 넣도록 했습니다. 답장은 가게 뒤쪽 출입문에 달린 목제 우유 상자에 넣어줍니다. 그러면 익명으로 상담하려는 사람들도 마음 편히 편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랬더니 언제부터인지 어른들도 고민거리를 편지로 써서 넣어주더라고요. 나 같은 평범한 노인네한테서 상담을 해봤자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겠지만, 어떻든 내 나름대로 열심히 궁리해서 답장을 써드리고 있어요."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니.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하지만 영상에서 감지되는 것은 있었다. 마음이 뿔뿔히 흩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도 직접 타투거나 하지는 않는다. 연주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네 사람은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거기서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모두들 이미 알고 있다.......

이게 뭔가. 기대했던 것과 너무도 다르다. 멤버들끼리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지는 일도 없고 대화는 번번이 어긋난다. 그들의 입에서는 불만과 미움, 그리고 차가운 미소가 흘러나올 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잔을 내려놓고 고스케는 화면을 응시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영화였다. 그것을 보고 인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통감했었다.

하지만.......

비디오 영상 속의 비틀스는 고스케의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옛날에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그들의 마음이 뿔뿔히 흩어져 있고 연주도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 것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라보니 그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네 명의 멤버는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령 해체를 앞두고 있더라도 넷이서 연주할 때만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 상태가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작품을 쓸 때, 어린 시절에 책 읽기를 싫어했던 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그런 내가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소설, 그러면서도 삶의 심오한 기척 또한 놓치지 않는 작품은 세상 모든 소설가의 꿈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꿈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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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2-2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 마지막인 어제 지인이 보내온 미술관 티켓. 린다 메카트니 사진전.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 그의 부인입니다.패밀리 라이프 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해서 1층부터 4층에 이르기까지
물론. 그녀의 사진만 있는건 아니었지만 확실한건 린다의 사진은 정확한 포커스를 가지고 뭘 바라봐야하는지..아주 정밀하게 세심한 시선으로 가족과 그의 동료들을 바라봐주었다.라는것.
저도 딸과 엄마와양부 와 함께 사진전을 관람했어요.
가슴 밑에서
뭔가 차갑기도하고 따듯한 것 같기도 한
그런게 찰랑 찰랑 차오르는 그런 걸 느꼈어요.
흔한 사진전 일 거라 생각한...오판.
다시 한번 더 보러 가자고 딸과 약속 했어요.
대림 미술관 인데 재관람이 가능하거든요.
역시나...나미야ㅡ의..기적은..계속 되는 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