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움직이는 구름

달리기 경주라도 하는 걸까


찻길에선 차들이 빠르게 달리네


구름과 차 누가 더 빠를까

아마 구름이겠지


구름은 구름대로 달리고

차는 차대로 달려야 해

서로 이기려고 하지 마


너는 너

나는 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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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14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시 좋았요. 추천은 왜 한번뿐일까요? ㅎㅎ

희선 2024-05-17 23:2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 고맙습니다 한번이 어딘가요 어느새 주말이 다가왔네요


희선
 
내 따스한 유령들 창비시선 461
김선우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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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엔 코로나19로 세계가 멈추었지. 그렇게 멈추었을 때 괜찮았던 것도 있었지만, 문제도 많이 있었어. 어떻게 하면 나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공장이 멈추고 하늘 길이 막혔을 때 자연이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몇해 지나고는 기후변화를 더 많이 느끼게 됐어. 한해 한해 다르군. 인류는 망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인류가 망해가는 가운데 살아 남는 사람도 있을까. 어떤 사람이 살아 남을지. 어린이가 살아 남길. 그나마 세상 때가 덜 묻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세상 때가 덜 묻은 아이가 더 일찍 죽기도 하는군. 어쩐지 슬픈 일이야. 코로나19 때도 아이들이 더 힘들었겠어.


 오랜만에 시집을 만났어. 김선우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이야. 김선우 시인은 2020년 봄에 몸이 아팠던가 봐. 몸이 나아지기까지 한해나 걸리다니. 나아진 게 다행이군. 2020년은 코로나19로 세상이 어두웠던 때군. 어두웠다고 하다니. 그때 처음엔 마스크가 답답했지만, 끼다보니 익숙해졌지. 마스크는 자신뿐 아니라 남을 위한 거기도 했군. 이 시집 3부엔 <마스크에 쓴 시 1>에서 <마스크에 쓴 시 14>까지 담겨있어. 이 시 앞에도 지구를 망친 인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군. 인류가 망하지 않으려면 겨울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 겨울의 시간은 추운 것만 말하는 게 아니겠지. 덜 움직이는 거 아닐지. 이건 그저 내 생각일 뿐이지만.




쓸모없는 것들을


목숨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영혼의 강인함을


내가 원하나이다


-<무신론의 기도>, (34쪽)




구름 많은 날 당신의 울음이 가깝다


울다 깬 눈으로 구름을 만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구 어디선가

죄 없이 아이들이 죽고

죄 없이 동물들이 사라지고

죄 없이 숲이 벌목되고

죄 없이 작은 것들의 노래가 짓이겨져 파묻힌다


착취한 것들은 만들어진 자본의 폭식성─

멈출 줄 모른다 착취가 동력이므로


한때 아름다웠던 별

어디에 무릎을 꿇어야 죄를 덜 수 있나?

불과 이백년 만에 이토록 뜨거워진

인간이 만든 쓰레기고 가득해져버린 여기 어디에


지구라는 크라잉 룸

당신 안에서 우느라 당신의 울음을 미처 듣지 못했다


-<지구라는 크라잉 룸>, (37쪽)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되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하지. 난 쓸모없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면서 나도 쓸모없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김선우 시인이 쓴 것처럼 목숨을 다해 쓸모없는 걸 좋아하지는 못할 것 같아. 세상에 쓸모없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 ‘자본교’ 라는 말도 봤어. 이 말 어쩐지 웃기면서도 슬프네. 그것 때문에 지구는 더 안 좋아졌잖아. 지구가 울어도 그걸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아. 이젠 좀 귀 기울여 들었으면 해. 지구가 우는 소리.




 도끼도 톱도 필요 없다. 나무를 살해하는 간단한 방법은 봄여름에 나뭇잎을 모두 따버리는 것. 나뭇잎들의 노동이 멈추면 나무는 죽는다. 대대손손 뿌리만 파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뿌리 숭배자들이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한 계절만 겪어보면 알게 된다. 햇빛과 바람 속에 온몸으로 나부끼는 나뭇잎들의 역동, 한잎 한잎 저마다 분투해 만들어낸 양분을 기꺼이 모아준 나뭇잎들이 나무를 살린다는 것. 나뭇잎들의 코뮌이 즐거운 노동으로 생기 넘칠 때 나무가 건강해진다는 것. 안녕, 안녕, 인사하는 나뭇잎들의 독자적인 팔랑거림, 한 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할 때조차 저마다 다른 자세와 기술, 햇빛과 물만으로 양분을 만들어내는 천지창조의 노동자들, 함께 사는 동안 자신이 만든 것을 아낌 없이 나누고 때가 오면 미련 없이 가지를 떠나는 여유와 자유. 뿌리 깊은 나무의 뿌리를 지키려고 태어나는 나뭇잎은 없다. 가계(家系)의 문장(紋章)에 집착 없는 나뭇잎들이야말로 한그루의 세계를 유지하는 진짜 힘이라는 것.


-<이제 나뭇잎 숭배자가 되어볼까?>, (57쪽)




 앞에 옮긴 시를 보니 나무에 나뭇잎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무가 뿌리를 잘 내려야 줄기도 뻗고 나뭇잎을 틔우기는 하겠지만. 나무를 죽이는 쉬운 방법 생각하니 잔인하네. 봄여름에 그 많은 나뭇잎을 모두 따버리면 나무는 얼마나 아플까. 아프기만 하지 않고 시름시름 앓다 말라버리겠지. 이 나뭇잎이 세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 같은 느낌도 들었어. 시인은 그런 거 생각했을지. 그저 나무만 생각해도 괜찮기는 할 거야.




 멈춤, 지금 멈춤, 더 오래 멈춤,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혹독한 전염병의 시대가 온다, 곧 다시 온다고 했다.  (<마스크에 쓴 시 7, 거울이 말하기를>에서, 69쪽)




 세상이 잠시 멈췄던 때도 있었지만, 다시 달려가려는 것 같아. 코로나19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어. 남극 북극 빙하나 얼음이 녹고 오래전 바이러스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 그런 거 생각하면 걱정스러워. 인류는 전쟁 아니면 바이러스로 사라질지도 몰라. 이런 생각해도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는군. 많이 만들고 많이 쓰던 것에서 덜 만들고 덜 쓰는 걸로 바꿔가면 나을지. 사람이 사는 데 있어야 할 건 그리 많지 않은데. 지구를 생각하고 뭘 해야 할지보다 뭘 안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게 더 나을지도.


 난 이번에 김선우 시인 시집 처음 봤어. 이름은 알았는데 시집은 못 봤어. 소설 봤지만, 그거 읽고 잘 못 썼던 것 같아. 여긴 담긴 시 다 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따듯한 마음이 느껴져. 제목이 ‘내 따스한 유령들’이어선가. 이건 단순한 생각일지도 모르겠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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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5-11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 가장 최근에 중고로 구입한 책이 이 시집인데 반갑네요!!!! ㅋㅋㅋㅋ이거랑 오세영 시선집이랑 이거저거요거저거(적고 보니 많아서 하나 겹칠 확률이 높아졌겠네요 ㅋㅋㅋ)

희선 2024-05-14 00:52   좋아요 1 | URL
이 시집을 사셨군요 김선우 책은 예전에 소설 하나만 봤군요 시집은 이게 처음이고... 시와 소설 다 쓰다니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는 하네요 어쩐지 그런 사람 부럽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4-05-11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아침부터 날씨가 많이 흐리더니 비가 꽤 많이 올 것 같아요.
바람도 불고요.
계속 따뜻한 날만 계속 되어서인지, 오늘은 조금 더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4-05-14 00:55   좋아요 1 | URL
토요일 저녁에 비 오고 조금 시원해졌군요 그저께보다 어제 좀 더 더웠어요 오늘도 그럴 것 같네요 비가 온다고 하는데, 또 비라니... 이번엔 그렇게 많이 오지 않고 위쪽에 올 듯합니다

이번주는 또 쉬는 날이 있네요 스승의 날이면서 부처님오신날이네요 오늘만 지나면... 서니데이 님 오늘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하늘에 둥실 떠올라

조용히 세상을 비추는 달

부드러운 빛으로

부드럽게 감싸네


달엔 무엇이 살까

아무것도 안 살겠지만

토끼가 살면 좋겠네

한쪽엔 다람쥐 거북이도 살길


세상을 떠난 사람은

달에 갈지도 몰라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다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갈 거야


언젠가 우리는

달에서 만나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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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나는 무엇을 할 때, 어디에 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낄까?




​ 이건 자주 말했던 것 같아. 집, 내 방에서 책을 볼 때가 가장 편해. 어디 다른 데 가는 거 안 좋아하기도 하고, 다른 데서는 책 못 봐. 내가 좀 이상하지. 그저 내 방에 혼자 있는 걸 편안하게 느끼는 거겠군.


 많은 사람이 거의 집에서는 누우려 한다고 하는데, 난 내 방에서 잘 안 누워. 늘 앉아 있어. 가끔 잠이 오면 조금 잘까 하지만, 거의 잘 때가 되어서야 누워. 내 방 그렇게 편하지는 않아. 정리를 못해서. 정리를 하고 좀 더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야 할 텐데, 이런 생각 이제야 했어.


 별로 재미없지.


20240506








316 내가 적어보는 내 묘비명




 이런 건 재미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무덤 만들지 않을 거여서 묘비명도 없어도 된다. 그런 거 놓을 땅이 어디 있나. 아무것도 없이 사라지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려면 정리를 해야 할 텐데, 여전히 못하고 산다.


 언제까지 살지. 즐겁게 살아야 할 텐데, 여전히 그러지 못하는구나. 그냥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20240508








317 아프고 외로울 때,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이 있다면 적어보자




 아프고 외로울 때, 늘 그렇군요. 아프지는 않지만, 마음이 아플 때 있던가. 그런 것도 다 부질없다 생각하면서도 자꾸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보 같고 어리석은 접니다. 언제쯤 좀 나아질지. 나아지는 날 없을지도. 없겠지요.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어떡하겠어요.


 스스로 아픔이나 외로움을 낫게 하는 방법은 딱히 없어요. 그것만 생각하지 않으려 하죠. 즐거운 걸 하면 그런 건 잊기도 하네요.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좀 괜찮습니다. 아니 글을 써서 좋아진다기보다, 글을 썼다는 기쁨이죠. 썼을 때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걸 보면 안 좋기도 하네요. 이상한 마음입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20240509








318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어?




 난 이런 거 잘 말하지 못해. 어떤 특징 같은 거. 그런 거 잘 찾아서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런 사람 부럽기도 해. 비슷한 점은 있는 것 같아. 이건 인터넷에서 그런 거기는 한데, 거의 나보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아. 난 정말 얼마 안 되는데. 내가 모자라서 그런 거겠지. 사람 사귀는 건 실제나 인터넷이나 힘들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나와는 다른 듯해. 나와 달라서 좋게 여기는 게 아닌가 싶어. 난 자신 없는데, 내가 좋게 여기는 캐릭터는 자신 있고 거의 밝아.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한테 끌리기도 하겠지.


20240510






 지난주엔 어린이날 대체휴일이 있어서 그날은 넘어가서 네번 썼다. 다음주도 네번 쓰겠다. 늘 쓸 게 없다. 다음주도 어떻게 쓸지 걱정 걱정.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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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따스한 유령들 창비시선 461
김선우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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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세상이 조금 멈췄지만, 이제는 다시 움직인다. 지구를 더 나빠지게 하면 안 될 텐데, 천천히 가면 안 될까. 세상은 망해가는데 그게 빨리 오지 않게 하려고 해야지. 지구가 괜찮아야 사람도 살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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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5-12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국때는 그 시기가 언제 끝날지 암담했었는데 이제는 또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게 되네요.
어쨌든 모두가 다 잘 견뎌 다행이었어요^^

희선 2024-05-14 00:42   좋아요 1 | URL
그때는 정말 그 시간이 지나가기는 할까 했는데, 이제는 많이 생각하지 않는군요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아주 없어진 건 아니니...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