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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평점 :
헤르만 헤세가 쓴 소설을 예전에 보기는 했는데 그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데미안》을 중학생 때 만나고 감동한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저는 중학생 때 헤르만 헤세 아예 몰랐습니다. 헤세를 언제 알았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네요. 우연히 헤세를 알고 헤세 소설 《데미안》을 가장 먼저 본 듯합니다.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화를 엮은 책. 《싯다르타》는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책을 봤다 해도 잘 모릅니다. 그나마 《수레바퀴 아래서》는 쉽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헤세 소설은 다 못 보고 헤세를 말하는 책은 조금 봤네요. 그것도 한권인지 두권인지. 그런 책을 보고 소설을 보고 아는 것보다 헤세를 조금 알았어요. 헤세를 조금 알았으니 소설을 보면 괜찮겠네요.
작가에는 뜰을 가꾼 사람 많지요. 헤세도 그랬습니다. 이 책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에는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지만. 헤세가 나무를 보고 나무 이야기를 합니다. 나무 이야기보다 깊은 이야긴가. 철학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책이 얇아서 가볍게 봐도 괜찮겠지 했는데. 여기에는 나무를 말하는 시도 담겼어요. 헤세는 시도 썼습니다. 이것도 안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군요. 헤세는 우울증 때문에 수채화를 그리기도 했지요. 뜰을 가꾸고 그런 걸 그림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헤세는 동화도 썼어요. 동화를 묶은 책 다시 나왔더군요. 헤세는 소설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글을 썼네요.
나무는 하나하나 다릅니다. 이름이 다른 나무기도 하고 이름이 같아도 다르겠지요. 사람은 그걸 쉽게 구별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표라도 달아두면 알지. 사람은 둘레나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삽니다. 나무는 그런 게 없지요. 나무는 나무 자체로 삽니다. 헤세는 나무를 보고 혼자 있는 쓸쓸한 사람 같다고 했어요.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베토벤이나 니체도 이름은 알지만 잘 모릅니다. 둘 다 몸이 안 좋았군요.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고 니체는 매독 때문에 정신병이 생겼는지, 집안 유전이었는지. 아팠던 두 사람은 지금도 이름이 남았네요. 거기에는 헤세도 들어가는군요. 나무는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자기대로 삽니다. 나무만 그런 건 아니고 자연은 다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복숭아나무가 부러졌어요. 헤세는 그걸 보고 꽤 안타까워했어요. 헤세는 나무를 친구처럼 생각했답니다. 그 말 보니 저도 나무와 친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나무는 늘 거기 있잖아요. 나무는 저를 기억해도 시간이 흐르고 제가 나무를 잊을지도. 이런 생각하니 나무한테 미안하네요. 헤세는 나무가 죽으면 거기에 바로 어린 나무를 심을 준비를 했는데 복숭아나무 자리에는 다른 나무를 심지 않고 비워두기도 했어요. 그 복숭아나무는 헤세한테 소중한 거였나 봅니다. 반려동물이 죽고 반려동물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요즘은 반려식물도 있네요. 동물도 그렇지만 식물도 사람한테 위로를 주겠습니다. 사람 말을 잘 들어줘설지도. 헤세도 뜰을 가꾸면서 나무나 꽃을 보고 말했을 것 같군요.
제가 나무와 친구가 되고 싶다 했는데, 나무는 벌써 친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만, 걸으면서 만나는 나무는 다 친구죠. 예전에는 나무였을 책이나 공책 여러 가지 물건도 있어요. 나무로 만든 거 찾아보면 둘레에 많습니다. 나무는 사람이 없어도 살겠지만, 사람은 나무가 없으면 살기 어렵겠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네요. 헤세도 그걸 알고 나무를 좋아했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