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충동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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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이름은 오승호인데 한국말로 옮긴 사람이 있어. 한국에서는 오승호로 나왔지만, 일본에서는 이 이름을 일본말인 고 가쓰히로라 읽겠지. 오승호는 재일교포 3세야. オスンホ(오승호)가 아닌 게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나라보다 일본이 한국 사람으로 살기에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사람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면 거의 좋아. 한국사람을 싫어하는 일본사람도 있겠지만. 별걸 다 생각하는군. 다른 나라에서 글을 쓰고 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 재일교포 3세면 거의 일본 사람 아닐까 싶기도 해. 자신의 정체 때문에 헤매던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오승호는 그런 소설이 아닌 미스터리를 썼군. 일본에서는 미스터리가 대중소설이기는 해.

 

 이 책 《하얀 충동》을 다 봐도 잘 모르겠어. 뭘 모르겠느냐고, 죄를 지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 아직 죄를 짓지 않았지만, 언젠가 죄를 지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 고등학교 1학년인 노즈 아키나리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있다면서 상담실에 찾아와.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스쿨 카운슬러인 오쿠누키 지하야야.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상담 선생님 같은 거 없었는데. 지금도 그런 선생님이 있는 학교도 있고 없는 학교도 있겠지. 한국도. 상담 선생님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학생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 말하면 그 말에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심리학을 배운 사람은 다르겠지. 노즈 아키나리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도 나와. 학교가 있는 덴조시에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폭행한 이리이치 가나메가 형을 마치고 돌아와. 덴조시 사람은 이리이치 가나메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쫓아내려고 해.

 

 두 가지 일이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더군. 노즈 아키나리는 죽어도 마땅한 사람으로 이리이치 가나메를 생각했거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다면서 학교도 그만두고, 라디오 방송에서 이리이치 가나메 주소가 나오자 찾아가기도 해. 라디오 방송에 나온 사람이 이리이치가 사는 곳 주소를 말하면 안 되는데, 그 일 잘됐다 여긴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 이리이치는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한 아이는 발가락을 부러뜨리고 한 아이는 손가락을 자르고 세번째 여자아이는 눈이 안 보이게 만들었어. 세번째 때 여자아이가 죽을 것 같아서 이리이치 자신이 신고하고 경찰에 잡혔어. 이리이치도 어떤 충동에 사로잡혀서 그런 짓을 저질렀어. 그러면서도 사람 목숨을 빼앗으면 안 되겠다 생각하다니. 그런 건 무슨 마음인지.

 

 앞에서 말한 노즈 아키나리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있지만, 그걸 하면 부모나 동생한테 미안하고 자신이 죽인 사람 식구가 힘들 거다 생각했어. 그래도 그 충동은 억누르기 힘들다고 하더군. 사람한테는 충동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건 꽤 특별한 걸지도. 아주 싫은 사람이라면 그런 마음이 조금 들겠지만,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 그렇다고 아키나리나 이리이치가 정신이 이상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 누군가는 이리이치가 절대악이다 말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리이치뿐 아니라 아키나리는 그런 게 아니었어. 이 책 보면서 죄를 지은 사람이 형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만 했는데. 나도 가까운 곳에 그런 사람이 살면 싫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런 사람도 살아야 해. 그런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할 권리는 아무한테도 없지 않을까.

 

 오쿠누키 지하야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포용과 공생에 이르는 심리’라는 논문을 썼어. 이건 참 어려운 일일 것 같아. 범죄자를 받아들이고 같이 살기는. 그러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살 곳이 없겠어. 그런 것 때문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형을 마쳤다고 해서 지은 죄가 사라지지는 않아. 자기 죄를 뉘우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이 책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아직 죄를 저지르지 않은 아이도. 앞으로 그 아이는 괜찮을까. 끝까지 괜찮았으면 해. 남을 죽이고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아키나리도 그걸 아는군. 오쿠누키 지하야가 범죄자나 앞으로 범죄를 일으킬지도 모를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건, 소설가인 오승호 마음일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을 텐데. 오승호는 사람을 믿고 싶은 거겠지.

 

 

 

희선

 

 

 

 

☆―

 

 “결국 누군가는 그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이리이치에게 숨이 붙어 있는 이상 그는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295쪽)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어. 말을 원체 못하거나 진심을 말로 잘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 고집이 센 사람, 겁이 많은 사람.”

 

 현대 사회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 개성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이는 모습을 그 사람의 모두다 오해하는 경향도 있다. 만약 이리이치가 조금이라도 주민들이 바라는 방향과 어긋난 대답을 한다면 불안감을 씻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괴물’의 증거로 기록될 거다.  (295쪽~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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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7 1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일교포 3세인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많이 스며 있는 작품 인 것 같습니다

sns시대에 단톡방에서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 무리 중에 튀는 개성을 가진 사람 들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죠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시대에 진실한 소통이 더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

희선 2021-12-09 00:12   좋아요 1 | URL
재일교포 3세로 살기도 쉽지 않겠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고 오래 지나면 그런 구분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오래전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간 사람도 있으니...

단톡방 저는 그런 거 잘 모르지만, 그런 데서도 사람을 따돌리기도 한다더군요 지금은 그런 게 많다고... 개성있는 사람은 대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해도 괜찮을 텐데...


희선

mini74 2021-12-07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예전 해방 후 소설가들이 다시 한글 공부했다는 글이 생각나요. 일본어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

희선 2021-12-09 00:18   좋아요 1 | URL
미니 님 말씀을 보니 그때 한글로 글 쓴 작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글을 지키려고 한 사람도... 힘든 때를 견딘 한글 같은 느낌도 듭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1-12-07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 있지 않지만, 수상이력을 보면 일본 내에서는 앞으로 유명해질 것 같았어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12-09 00:19   좋아요 1 | URL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잘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다른 책도 나왔더군요 그게 먼저 나왔는데... 세권 정도 나왔던가 그 뒤로 또 나왔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주말이 가까워지는군요


희선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힘들었지

잠시 숨고르기 해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이것저것 둘러 봐

 

어때

 

지금까지 제대로 안 보고

스쳐지나기만 했지

넌 그랬다 해도

하늘이나 나무는

언제나 네 모습을 봤어

 

다시 숨이 차면

편안하게 숨고르기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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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12-07 08: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숨고르기, 좋아요.
항상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실천이 잘 안되죠^^
편안하고도 부드럽게 숨고르기 하면서 하루 하루 살아야겠어요**

희선 2021-12-09 00:01   좋아요 2 | URL
사는 게 바쁘면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잠시 쉬어도 될 텐데, 숨고르기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사는 데 더 좋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1-12-07 0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보니까 <오르막길> 노래가 생각나네요. 앞만보고 가기보다는 가끔은 옆을 보는게 필요한거 같아요. 뒤도 돌아보고 ^^

희선 2021-12-09 00:03   좋아요 2 | URL
앞으로 죽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여러 곳을 보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것도 보겠네요


희선

mini74 2021-12-07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늘이나 나무에게 뭔가 미안해지는 ㅠㅠ

희선 2021-12-09 00:04   좋아요 1 | URL
하늘이나 나무는 섭섭하게 여기지 않을 거예요 언제나 거기 있어서 그럴지...


희선

페크pek0501 2021-12-07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나는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나를 보는 것들이 있었겠군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느끼고 갑니다.

편안하게 숨고르기 하겠습니당~~~

희선 2021-12-09 00:08   좋아요 2 | URL
자연은 언제나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늘 거기 있는데 사람이 그걸 잊고 살기도 하네요 가끔이라도 하늘 보고 나무도 보고 꽃이 피면 꽃을 보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도 숨고르기죠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어느새 2021년 십이월이야. 한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2021년은 짧은 듯한 느낌이 드네. 내가 게으르게 지내서. 본래 게으르지만 2021년은 더 게으르게 지냈어. 난 내가 책을 얼마나 봤느냐로 게으르게 지냈는지 그러지 않았는지 가늠해. 이걸로 생각하다니 좀 우스운가.

 

 새해가 왔을 때는 2021년은 2020년보다 좀 낫겠지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걸 아는군. 코로나19는 여전하고 더 안 좋아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자꾸 느니. 그런 걸 보면서도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하기도 해. 그렇게 믿기라도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

 

 이번 2021년은 그렇게 좋지 않았어. 이 말 또 하다니. 십일월에는 조금 괜찮아졌나 했는데 나도 잘 모르겠어. 구월보다는 나았으니 괜찮아진 거겠지.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2021년 십이월 마지막 날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 한해 보냈구나 할 텐데. 사람은 새해뿐 아니라 십이월에도 죽는군. 사람은 태어나는 날뿐 아니라 죽는 날도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는군. 죽는다면 한해 끝보다는 그 해를 보낸 다음이 낫겠어. 그냥. 한해 마지막 달이어서 이런 생각을 했군.

 

 

 

 

 

 다음 2022년은 호랑이띠 해래. 검은 호랑이라는군. 이제 한국 호랑이는 거의 사라졌지. 북한에 한국 호랑이가 있다는 말 듣기는 했는데, 거기 있는 호랑이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지도 모르겠어. 지구온난화는 여전하잖아. 조선시대에는 호랑이가 많아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기도 했군. 아니 그건 호랑이가 많은 게 아니고 사람이 호랑이가 사는 곳을 빼앗아서였겠어. 일제 강점기 때 호랑이를 많이 잡아서 거의 없어졌지.

 

 옛날 이야기에서 우는 아이는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지. 누군가 우는 아이한테 곶감을 준다고 하자 울음을 뚝 그쳤어. 그걸 밖에서 들은 호랑이가 곶감이 자신보다 무서운 건가 보다 하고 그곳에서 달아나. 효도한 호랑이도 생각나. 어떤 사람이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고 호랑이를 자기 형제라 하고 어머니 이야기를 했던가. 호랑이는 그 말을 믿고 어머니를 생각하고 동물을 잡아다가 마당에 두고 가잖아. 호랑이 이야기는 두 가지밖에 몰라. 더 있을까.

 

 한해가 가서 아쉽지만 새해가 와서 다행이야. 가는 해 오는 해, 가는 사람 오는 사람. 오면 가고, 가면 와. 지구는 돌고돌잖아. 아직은 추운 겨울이지만, 추위를 견디면 따스한 봄이 와. 겨울이 있어서 봄이 더 반갑겠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도 그렇군. 코로나19는 겨울일지도 모르겠어. 겨울이 가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사라지면 좋을 텐데.

 

 모두 아직 남은 십이월 잘 보내. 마지막 날까지 잘 지내고 새해 첫날 즐겁게 맞이해. 늘 건강 잘 챙겨.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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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05 08: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년이 검은 호랑이 해이군요. 어느새 새해가 다가오다니 참 ^^ 벽걸이 달력이 마지막 장이 되어 가볍게 걸려 있을 때 이제 한 해가 저무는구나 느껴요. 희선 님도 건강히 지내세요 ^^

희선 2021-12-07 01:42   좋아요 0 | URL
검은 호랑이가 있나 했더니 있기도 하더군요 달력이 한장밖에 남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새해가 오면 다시 달력 장수가 늘어서 좋다 하겠군요 지금은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큽니다 뭐 했나 싶어서... 프레이야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새파랑 2021-12-05 11: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표 멋지네요^^ 희선님도 남은 12월 잘보내세요~ 그리고 2022년은 21년보다는 더 좋을거라고 확신합니다 😁

희선 2021-12-07 01:44   좋아요 1 | URL
십이월 하루하루 잘 갑니다 며칠전에는 지난해 십이월보다 덜 춥네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이러다 추워지면 춥다 그러겠지만... 다음해에는 다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희선

mini74 2021-12-05 1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호랑이하면 민화 속 재미난 모습이 떠올라요. 항상 토끼에게 당하는 호랑이 ㅎㅎ 올해 남은 날들 즐겁게 보내시길 *^^*

희선 2021-12-07 01:46   좋아요 1 | URL
민화에서는 호랑이가 토끼한테 당하는군요 토끼는 자라뿐 아니라 호랑이도 놀리는군요 2021년 마지막 달이 가는 게 아쉬워도 잡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떻게든 보내야죠


희선

scott 2021-12-05 1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년 흑호랑이 해 우표에 검은호랑이가 아니네요 가격 430원이면 아직 우표값 착한 ㅎㅎ
희선님의 새해 신년우표 받는 분 2022년 행운 가득일것 같습니다 ^^

희선 2021-12-07 01:49   좋아요 1 | URL
다른 나라는 잘 모르지만, 일본은 비싼 것 같더군요 그거 보고 한국은 일본보다 싸구나 했습니다 두해마다 오르지만, 이렇게 오르면 나중에는 좀 비싸다 느낄지도... 옛날부터 올라서 지금에 왔으니 그런 생각 안 들지...

scott 님 2021년 마지막 달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얄라알라 2021-12-05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검은 호랑이, 뭔가 코로나는 어흥하며 몰아내줄 듯, 주술적 소망을 빌어봅니다

희선 2021-12-07 01:50   좋아요 1 | URL
정말 호랑이가 어흥 하고 코로나 몰아내주면 좋겠습니다 십이월 가는 게 아쉬워도 새해가 오는 희망도 있네요


희선

han22598 2021-12-06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태어나는 것도..죽는 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일..그러거 보면..우리는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네요...덜 중요한 것들만 열심히 선택하면서 살아가는 거네요 ㅎㅎ

희선 2021-12-07 01:53   좋아요 1 | URL
사람한테 태어나고 죽는 거 중요한 일일 텐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니... 덜 중요한 걸 열심히 결정한다니,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건 아주 중요하다 여기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헤매기도 하네요 사람이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사는 게 좋겠습니다


희선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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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한권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 담기기도 하고 아주 긴 시간이 담기기도 합니다. 이번에 만난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에는 한 집안 삼대와 그 둘레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고 삼대째인 소에지마 아유미와 소에지마 하지메 이야기가 가장 많은 것 같기도 한데. 이건 그저 제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아유미 이야기가 더 많았나. 소설 한권에 긴 시간이 담겨서 제가 이 책을 천천히 본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것보다 요새는 책을 오래 못 봅니다. 이 말 여러 번 하네요. 하루에 한시간이나 두시간 정도만 책을 봤다고 한 적 있는데. 책읽기는 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늘 그랬던 건 아니고 얼마전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는 건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책을 보는 데는 시간이 다르게 걸리는군요. 차 타고 가는 것보다 걷기가 더 어울릴지도. 책은 읽기 시작하면 끝이 납니다. 중간에 읽기를 그만두면 끝까지 못 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어쩌다 한번 빼고는 책을 보면 끝까지 봅니다. 끝까지 못 볼 것 같은 건 시작도 안 하는 일이 더 많을지도(책만 그런 게 아니겠습니다. 했다가 잘 안 돼서 그만둔 것도 조금 있네요).

 

 마쓰이에 마사시가 지은 소설 제목은 빛의 개(光の犬 히카리노이누)인데 한국에서는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로 나왔군요. 이런 말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마쓰이에 마사시는 소설 제목 잘 못 짓는 것 같습니다. 빛의 개는 빛나는 개라 해도 괜찮겠네요. 소설에 개도 나옵니다. 네마리나. 개 이야기가 중심은 아니고 사람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아니 어쩌면 개도 중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사람 곁에 있으니. 홋카이도 개인데 소에지마 집안에서 길러요. 하지메 아버지인 신지로는 홋카이도 개를 우연히 알고 기르고 전람회에 내 보기도 해요. 신지로는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개를 길렀어요. 어머니 요네는 산파였는데 쉰둘에 뇌내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요. 지금 쉰둘은 한창일지도 모를 텐데. 집안 식구들이 다들 덤덤하달까,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부부 사이가 좋고 부모 자식 사이가 좋고 시누이 올케가 잘 지내는 이야기는 드라마에나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건 일본 드라마도 다르지 않더군요. 아니 그런 소설도 있겠습니다. 그런 건 어쩐지 가짜 같기도 합니다. 식구가 아주 친하게 지내는 집안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사람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살겠지요. 소에지마 집안 사람이 아주 남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신지로 누나와 동생이 결혼하지 않고 옆집에 사는 건 좀 다를지. 신지로 아내인 도모코는 그게 그렇게 편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한국 속담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집은 멀리 있는 게 좋다고 하잖아요. 누나와 동생은 신지로와는 잘 지내도 올케인 도모코와는 서먹서먹하게 보입니다. 어머니(하지메한테는 할머니)인 요네가 집안 일보다 산파 일을 더 중요하게 여겨설지. 집안 일보다 식구군요. 지금 생각하니 요네는 일을 가진 엄마였네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집안에 마음을 썼느냐 하면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 지낼 곳을 만들어 놓고는 집에 자주 오지 않았습니다. 꼭 그렇게 써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것보다 아유미가 암에 걸리고 죽는 건 안타까웠습니다. 사람은 다 나고 살다 죽지만. 예전에는 생각 안 했는데 요새는 이야기에 암 같은 게 나오면 그 집안에 그런 내력이 있을까 하기도 해요. 암이 꼭 유전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유미가 걸린 암은 드문 거기는 했어요. 누군가 죽음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는 건 힘듭니다. 아유미뿐 아니라 신지로 그리고 에미코. 신지로 그리고 누나와 동생은 다 치매였어요. 그런 거 마쓰이에 마사시가 경험한 건지 둘레에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했습니다. 소설 보면서 별거 다 생각했지요. 아직 하지메 어머니가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하지메는 혼자가 되겠습니다. 하지메 앞날이 걱정스럽네요. 결혼하기는 했지만. 치매에 걸리면 그걸 자신이 알 수 있을까요. 신지로 누나 가즈에와 도모요는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에미코는 우울증이어서 더 빨리 치매가 나타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보면서 저도 자주 우울함에 빠져서 조금 걱정했어요. 우울함에 덜 빠지려고 해야겠네요.

 

 소설 중간에는 아유미와 하지메가 자라는 모습도 있는데, 뒤로 가서는 쓸쓸한 모습이 보이더군요. 사람이 사는 게 그렇기는 하네요. 홋카이도 에다루에 있는 교회, 아유미와 잠시 사귄 목사 아들 이치이, 농장학교. 그리 크지 않은 에다루. 시간이 흐르고 사람도 줄었어요. 큰일 없이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아유미가 암에 걸리고 죽는 건 큰일이네요, 소에지마 집안에. 사람이 올 때는 차례가 있지만 갈 때는 차례가 없다잖아요. 눈이 아주 많이 온 날 얼어죽은 사람도 있군요. 이 책을 다 보고 이런 게 사람 삶인가 하고 조금 덧없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간접 경험을 하게 하는군요. 지금도 제가 모르는 곳에서는 누군가 죽고 누군가 태어나겠지요. 언젠가는 저도 이 세상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지겠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겁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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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04 08: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희선 2021-12-05 00:26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1-12-04 09: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여태껏 일본 소설을 잘 읽지 않다가 올해에 관심가지며 읽기 시작했는데, 모르는 일본 작가들도 엄청 많아요.
마쓰이에 마사시, 처음 들어보는데 기억하겠습니다^^

희선 2021-12-05 00:31   좋아요 3 | URL
저는 예전에 일본 추리소설을 알고 보다보니 일본 작가 소설을 보게 됐네요 일본은 추리소설이 대중소설이기도 해요 추리하는 것도 괜찮기는 하지만, 책을 보다보니 사회 이야기를 하는 게 좋기도 하더군요 마쓰이에 마사시, 저도 잘 몰라요 이번에 본 책이 두번째예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도 괜찮습니다


희선

stella.K 2021-12-04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고 보니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작가네요. 그 작품 좋았는데.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편집자들이 제목 하나는 잘 뽑는 것 같습니다. 원제와 비교하면 훨씬 좋네요.^^

희선 2021-12-05 00:34   좋아요 3 | URL
개도 여기 나오는 사람한테는 중요하기는 한데, 책을 보니 한국에서 지은 제목이 더 나아 보입니다 예전 책은 말할 것도 없네요 일본 소설 제목을 그대로 쓸 때가 많지만, 가끔은 바꾸기도 하더군요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은 제목 잘 지었습니다 소설이 괜찮으면 제목 그렇게 중요하지 않겠지만...


희선

2021-12-04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5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5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7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2-04 1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쓰이에 마사시 작품 원제 빛의 개의 한국어판 제목이 훨씬 와 닿네요
작품의 전체 적인 분위기가 잘 표현된

마쓰이에 마사시가 소설을 쓰기전에 일본 출판계에서 엄청나게 유명했던 명 편집자 였습니다
영미권 문학들 일본 출판 판권 결정 하며 줄줄히 히트작을 쏟아내게 만들었죠

이분도 마흔을 훌쩍 넘겨서 펴낸 소설로 주요 문학상 휩쓸었는데
일본 출판계 편집자들 중 마흔 넘어 문필가로 데뷔해서 성공한 이들이 꽤 많습니다! ㅎㅎ

희선 2021-12-05 00:46   좋아요 3 | URL
편집할 때 잘했군요 영미권 문학 히트작이 많다니... 글쓰기를 가르치다 자신도 글쓰기를 배웠다 하던데, 그 말을 어디에서 봤는지 지난번 책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런저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 걸 소설에 잘 녹여내는 듯합니다 지난번에 본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는 건축 지식이 많이 담겼잖아요 이 작가가 그런 책을 많이 봤다고 했군요 지금 생각하니 일본에는 편집자면서 작가기도 한 사람 있군요 한국에도 그런 작가 있네요


희선

mini74 2021-12-04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모르던 작가. 책 제목이 빛의 개. 라니 뭔가 한국제목이 더 나은거 같기도 합니다. 리뷰와 댓글 통해 일본작가분을 배우게 되네요 *^^*

희선 2021-12-05 00:49   좋아요 2 | URL
이 작가 책은 한국에서 제목을 멋지게 지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책은 두권밖에 못 봤지만, 다른 책도 한권 더 있어요 그건 일본에서 나온 것과 같은 제목이에요


희선

새파랑 2021-12-04 12: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책도 한국어판 제목이 더 멋지네요~!! 그런데 인물들이 다 아픈가 보네요. 리뷰만 봐도 그냥 우울하네요. 제목과는 약간 다른 느낌입니다~!!

희선 2021-12-05 00:53   좋아요 3 | URL
긴 시간이고 한 집안 사람이 살다 죽는 이야기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어둡지는 않아요 보통 사람이 사는 모습이에요 그런 거 재미없을 것 같지만 보면 괜찮기도 하죠 새파랑 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보셨으니 언젠가 이 책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1-12-04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책은 제목이 좋았는데, 그게 원서보다 한국어판 제목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목이나 표지나 그런 것들이 가끔은 책을 고르는데도 영향이 없진 않고요.
희선님, 잘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12-05 00:56   좋아요 3 | URL
한국에서 나올 때는 제목을 바꿨더군요 첫번째로 나온 것과 이거... 한국에서 지은 제목이 더 좋네요 소설을 보면 제목에 맞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 작가도 제목 잘 지어줘서 좋아하지 않을지, 자신이 쓴 걸 그대로 쓰고 싶어하는 작가도 있겠지만...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시간이 가고 파도가 지나가면

마음이 평화로울지 알았네

평화는 잠시였지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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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04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희선 2021-12-05 00:20   좋아요 1 | URL
파도가 와도 지나가겠지요


희선

scott 2021-12-04 1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파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는 것!
파도가 멈추면 바다의 흐름과 순환이 막혀서
바닷물이 썪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항상 흘르고 요동치고 파도를 쳐야 바다 생태계가 살아 숨쉬게 되는,,,,

희선 2021-12-05 00:25   좋아요 1 | URL
세상이 흐르기 때문에 파도가 치는군요 파도가 멈추면 세상이 멈추는 걸지도... 얼마전에도 이것과 비슷한 생각을 했네요 그때는 해가 뜨고 지는 거였던가 바다도 살아 있네요 바다는 지구에 들어가지만 바다는 많은 목숨을 품었네요 지구도... 어쩌다 이런 생각까지...


희선

새파랑 2021-12-04 1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평온할 수 없는 인생이네요 ㅋ 그래서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

희선 2021-12-05 00:25   좋아요 2 | URL
평온하지 않아서 재미있다고 여기다니, 새파랑 님은 긍정스러운 생각을 하시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