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충동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 이름은 오승호인데 한국말로 옮긴 사람이 있어. 한국에서는 오승호로 나왔지만, 일본에서는 이 이름을 일본말인 고 가쓰히로라 읽겠지. 오승호는 재일교포 3세야. オスンホ(오승호)가 아닌 게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나라보다 일본이 한국 사람으로 살기에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사람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면 거의 좋아. 한국사람을 싫어하는 일본사람도 있겠지만. 별걸 다 생각하는군. 다른 나라에서 글을 쓰고 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 재일교포 3세면 거의 일본 사람 아닐까 싶기도 해. 자신의 정체 때문에 헤매던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오승호는 그런 소설이 아닌 미스터리를 썼군. 일본에서는 미스터리가 대중소설이기는 해.

 

 이 책 《하얀 충동》을 다 봐도 잘 모르겠어. 뭘 모르겠느냐고, 죄를 지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 아직 죄를 짓지 않았지만, 언젠가 죄를 지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 고등학교 1학년인 노즈 아키나리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있다면서 상담실에 찾아와.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스쿨 카운슬러인 오쿠누키 지하야야.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상담 선생님 같은 거 없었는데. 지금도 그런 선생님이 있는 학교도 있고 없는 학교도 있겠지. 한국도. 상담 선생님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학생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 말하면 그 말에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심리학을 배운 사람은 다르겠지. 노즈 아키나리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도 나와. 학교가 있는 덴조시에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폭행한 이리이치 가나메가 형을 마치고 돌아와. 덴조시 사람은 이리이치 가나메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쫓아내려고 해.

 

 두 가지 일이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더군. 노즈 아키나리는 죽어도 마땅한 사람으로 이리이치 가나메를 생각했거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다면서 학교도 그만두고, 라디오 방송에서 이리이치 가나메 주소가 나오자 찾아가기도 해. 라디오 방송에 나온 사람이 이리이치가 사는 곳 주소를 말하면 안 되는데, 그 일 잘됐다 여긴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 이리이치는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한 아이는 발가락을 부러뜨리고 한 아이는 손가락을 자르고 세번째 여자아이는 눈이 안 보이게 만들었어. 세번째 때 여자아이가 죽을 것 같아서 이리이치 자신이 신고하고 경찰에 잡혔어. 이리이치도 어떤 충동에 사로잡혀서 그런 짓을 저질렀어. 그러면서도 사람 목숨을 빼앗으면 안 되겠다 생각하다니. 그런 건 무슨 마음인지.

 

 앞에서 말한 노즈 아키나리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있지만, 그걸 하면 부모나 동생한테 미안하고 자신이 죽인 사람 식구가 힘들 거다 생각했어. 그래도 그 충동은 억누르기 힘들다고 하더군. 사람한테는 충동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건 꽤 특별한 걸지도. 아주 싫은 사람이라면 그런 마음이 조금 들겠지만,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 그렇다고 아키나리나 이리이치가 정신이 이상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 누군가는 이리이치가 절대악이다 말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리이치뿐 아니라 아키나리는 그런 게 아니었어. 이 책 보면서 죄를 지은 사람이 형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만 했는데. 나도 가까운 곳에 그런 사람이 살면 싫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런 사람도 살아야 해. 그런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할 권리는 아무한테도 없지 않을까.

 

 오쿠누키 지하야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포용과 공생에 이르는 심리’라는 논문을 썼어. 이건 참 어려운 일일 것 같아. 범죄자를 받아들이고 같이 살기는. 그러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살 곳이 없겠어. 그런 것 때문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형을 마쳤다고 해서 지은 죄가 사라지지는 않아. 자기 죄를 뉘우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이 책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아직 죄를 저지르지 않은 아이도. 앞으로 그 아이는 괜찮을까. 끝까지 괜찮았으면 해. 남을 죽이고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아키나리도 그걸 아는군. 오쿠누키 지하야가 범죄자나 앞으로 범죄를 일으킬지도 모를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건, 소설가인 오승호 마음일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을 텐데. 오승호는 사람을 믿고 싶은 거겠지.

 

 

 

희선

 

 

 

 

☆―

 

 “결국 누군가는 그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이리이치에게 숨이 붙어 있는 이상 그는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295쪽)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어. 말을 원체 못하거나 진심을 말로 잘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 고집이 센 사람, 겁이 많은 사람.”

 

 현대 사회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 개성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이는 모습을 그 사람의 모두다 오해하는 경향도 있다. 만약 이리이치가 조금이라도 주민들이 바라는 방향과 어긋난 대답을 한다면 불안감을 씻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괴물’의 증거로 기록될 거다.  (295쪽~296쪽)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2-07 1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일교포 3세인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많이 스며 있는 작품 인 것 같습니다

sns시대에 단톡방에서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 무리 중에 튀는 개성을 가진 사람 들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죠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시대에 진실한 소통이 더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

희선 2021-12-09 00:12   좋아요 1 | URL
재일교포 3세로 살기도 쉽지 않겠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고 오래 지나면 그런 구분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오래전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간 사람도 있으니...

단톡방 저는 그런 거 잘 모르지만, 그런 데서도 사람을 따돌리기도 한다더군요 지금은 그런 게 많다고... 개성있는 사람은 대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해도 괜찮을 텐데...


희선

mini74 2021-12-07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예전 해방 후 소설가들이 다시 한글 공부했다는 글이 생각나요. 일본어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

희선 2021-12-09 00:18   좋아요 1 | URL
미니 님 말씀을 보니 그때 한글로 글 쓴 작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글을 지키려고 한 사람도... 힘든 때를 견딘 한글 같은 느낌도 듭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1-12-07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 있지 않지만, 수상이력을 보면 일본 내에서는 앞으로 유명해질 것 같았어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12-09 00:19   좋아요 1 | URL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잘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다른 책도 나왔더군요 그게 먼저 나왔는데... 세권 정도 나왔던가 그 뒤로 또 나왔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주말이 가까워지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