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문학상에는 아쿠타가와상이 있다. 그 상을 받은 소설 읽어 본 적 있는데, 얼마 안 된다. 아쿠타가와상은 나이가 어릴 때 받기도 하는 걸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가장 나이 어린 작가라는 걸로 광고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서른다섯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건 처음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상 이름은 알아도 작가인 아쿠타가와는 하나도 몰랐다. 나쓰메 소세키 제자라는 것도. 지금도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아쿠타가와 하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영화 <라쇼몽>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영화 본 적 없다. 그저 글자로만 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소설집 《라쇼몽》에는 <라쇼몽>과 단편소설 열여덟편이 실렸다. <라쇼몽>은 그리 길지 않다. 그걸 보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까 했는데, 영화는 <덤불 속>이 주요 내용이란다. <라쇼몽>을 보니 읽어보지 않은 소설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이 떠오르기도 했다. 거기에서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여성을 죽이고 그 사람은 죽어도 괜찮다 생각해설지도. ‘죄와 벌’은 그걸로 끝나지 않는구나. <라쇼몽>에서 주인한테 쫓겨난 하인은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 하인은 죽은 사람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겠다고 한 사람 옷을 빼앗아 간다. 자신이 살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죽은 사람 머리카락을 뽑던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앞에서 말한 <덤불 속>에서는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한다. 이런 구성은 지금도 나오는 거구나.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조금씩 다르게 말하는 거. ‘덤불 속’은 서로 아주 다른 말을 해서 누가 사람을 죽인 건지 알기 어렵기도 하다. 죽은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데. 죽은 사람이 말한 거여도 그걸 다 믿기는 어렵겠다. 알쏭달쏭한 소설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부인이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의심했을까. 그저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건지. <두 통의 편지>와 <묘한 이야기>에서는 남편이 있는 여성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 거다. 그럴 때 여성은 신경이 곤두선 것 같기도 하다. 잘못을 저질러서 마음이 불안한 걸 그렇게 나타낸 걸지도. 작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큰지진이 일어나고 집에 깔린 아내를 죽인 이야기 <의혹>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환야》가 떠오르게 했다. 거기에서도 지진이 일어난 틈을 나서 사람을 죽이고 그게 영상으로 찍히기도 했다. 아주 같지는 않지만 사고를 이용해 누군가를 죽이는 건 비슷하구나. 사람은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하겠다. <지옥변>을 볼 때는 한국작가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정확하지 않아서 말하기 어렵다. 책을 다 보기 전에 인터넷에서 찾아봐야지 생각만 하고 못 찾아봤다(내가 생각한 건 김동인 소설 <광염 소나타>인데 찾아보니 비슷하다. 곡을 만들려고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이는 게). 아쿠타가와 소설이 한국 작가한테 조금 영향 주지 않았을까. 일제 강점기 때 말이다. <지옥변>은 화가 이야기인데, 추리소설 작가가 사람을 죽이고 소설을 쓰는 것이 생각나게 한다.


 두번째에 담긴 <코>는 나쓰메 소세키가 칭찬한 소설이란다. 코가 길었던 스님은 늘 그게 마음에 걸렸는데, 제자가 코를 짧게 하는 방법을 알아온다. 코를 뜨거운 김에 찌고 발로 밟다니, 그렇게 했을 때 안 아팠을까. 그 방법으로 코가 줄어들었는데, 사람들이 웃었다. 코가 길었을 때와는 다르게. 스님이 겉모습을 마음 써서 비웃은 걸지. 스님 코는 본래대로 돌아간다. 그때 스님은 그걸 다행으로 여긴다. <버려진 아이>는 좀 따듯한 이야기다. <귤>도 조금 그런가. 그걸 보고 난 뒤, 난 여자아이가 귤을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에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자아이는 귤을 기차에 탈 때 누군가한테 받았다고. 그걸 여자아이는 배웅 나온 동생들한테 기차에서 던진 거다. 이 소설은 아쿠타가와 경험일지도.


 여기 담긴 소설 아직 다 말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만 쓸까 한다.




희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7-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쇼몽은 저도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희선님이 먼저 읽었네요. 하긴 일본소설 좋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