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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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말이 되면 이 프로를 보기 위하여 시간을 비워두듯 하면서 즐겨 보는 프로이다.내가 모르던 알지 못하던 지구촌의 곳곳을 누비며 소외된 곳의 가려움을 긁어주듯 속시원하게 보여주고 풀어주는 이 프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혼자보기 보다는 사춘기 딸들과 함께 보려 애쓰지만 아직 녀석들의 과심은 지구촌으로 뻗어 나가기에는 부족한지 즐겨하질 않는다. 하지만 책으로 나와 방송을 보지 못한 딸들에게도 보여 줄 수 있고 나 또한 보지 못한 부분이나 그외 다른 부분들을 읽고 볼 수 있어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중국을 뜨겁게 했던 대지진, 베이징 올림픽도 있었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막바지에 뜻하지 않게 일어난 대재앙 쓰촨성의 지진은 한동안 이슈를 많이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들이 행운의 숫자라고 하는 8이라는 숫자가 대지진에서는 불운의 숫자가 되고 말았다.5월 12일을 더하면 8이 된다는 모프로의 서프라이즈를 보면서 아이러니 하기도 했던 대지진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가족을 찾아 먼 거리를 걸어서 지진현장까지 찾아온 이야기며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보도 되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했던 중국 대지진, 그들은 올림픽에 앞서 대재앙을 덮어두기 보다는 이슈화 하여 더 빨리 복구에 나선것 같다. 미리 예견하지 못한 인간의 무지가, 어쩜 인간이 만들어 낸 대 참사일지도 모를 재앙인 쓰촨성의 살아남은자들의 슬픔이 빨리 복구되길 바란다.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덮치고 지나간 미얀마의 대재앙.. 이 프로를 보았는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취재진들이 어렵게 들어간 피해현장엔 시체들이 그냥 널려 있어 가슴을 아프게도 했지만 피해가 너무도 커서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기나 할까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정부의 눈가림식 대응과 중국의 대지진과는 반대로 쉬쉬하는 대응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 이 방송이후도 얼마전에 보았는데 아직도 복구는 커녕 하루하루가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 그들이 농사를 짓던 대지는 바닷물이 넘쳐 들어와 염분때문에 농사도 안되고 정부의 눈가림식 대응에 그나마 이제서 자신들의 힘으로라도 복구에 나서려 일어선 사람들이 희망적으로 보였다.
 
아이티의 진흙쿠키편에서는 정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듯 했다. 먹을 것이 없어 진흙으로 쿠키처럼 만들어 그것을 사먹기도 하고 만들어 파는 사람들. 엄마부터 아이들까지 가난하기에 진흙쿠키로 연명하다보니 그들의 뱃속은 기생충에 감염이 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진흙쿠키에 의존하는 현실.지구촌의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 버려지는 쓰레기통을 뒤져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먹을것이 없어 진흙쿠키를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
 
기업의 대량생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아픔은 중국의 e-쓰레기마을, 우린 신제품이 나오면 핸드폰이며 그외 다른 문명의 이기들을 얼마 지나지 않은 것들을 생각도 없이 바꾸기를 생활처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쓰레기로 어딘가에 버려지고 그 쓰레기로 생활을 하기도 하고 그 쓰레기때문에 더이상의 생활이 어렵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더이상 낭비를 생활화 할까. 재활용을 몇 프로 한다든가 좀더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더 오래쓰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텐데 늘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니 쓰레기를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운것에 매혹이 되어 내것에 대한 애착이 없이 버려기를 습관처럼 한다. 하지만 e-쓰레기 마을을 보거나 읽는다면 신제품을 찾기전에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방송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프로이면서 지구촌의 문제들이 먼 거리의 문제같으면서도 곧 나의 문제임을 제시해 준다. 세계화,지구촌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문제로 시끄러운지 그리고 곧 그것이 어떻게 나에게 되돌아 올 수 있는 문제인지 되짚어 볼 수 있어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함께 읽고 방송을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노르웨이 지상 낙원 교도소나 스웨덴의 석유없이 살 수 있는 방법등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문제이고 우리나라 역시 그런 대안을 생각해볼 문제이기에 긍정을 하며 읽었다. 바로 내일 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의 창을 넓게 해준 <W>  참 고마운 프로이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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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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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으로도 다 채우지 못한 소녀의 비극적 열정..
 
만약에 레아의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가 재혼이으로 세실의 빈자리를 채워 주었더라면 레아와 그의 아버지 반 블리에트가 비극으로 치달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이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인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편견보다는 이 책에 대한 독특한 그의 심리묘사에 매료되어 있게 되었다. 철학자라 그런지 심리묘사가 대단히 뛰어나다.
 
레아, 그녀가 여덟살때 엄마 세실을 잃고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만난 바이올린 연주 소리에 따라갔다가 바이올린에 빠져들게 된 소녀 레아, 그런 소녀의 옆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듯 바이올린과 그녀의 열정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다가가지 못했던 아빠 반 블리에트. 소설은 독특한 형식으로 전직 의사였던 아드리안 헤르초크가 옛일을 회상하듯 써 내려간 한 가족의 바이올린에 얽힌 비극사를 심도 깊게 다루었다.
 
아드리안도 딸과의 관계가 소원하였기에 블리에트의 이야기가 더 다가온듯 하다. 하지만 블리에트의 이야기로 인해 자신의 딸애대한 마음은 치유되지 않았나싶다. 엄마를 잃고 바이올린의 만난 레아는 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여준다. 그런 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아빠,자신의 딸을 감싸 안고 싶어도 안지 못하고 바라보듯 하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부정.마리 선생님에게 빼앗겼듯이 다비드 레비에게 다시 딸을 빼앗기듯 하다가 그의 결혼으로 돌아온 딸의 공허함을 채워주기 위하여 값비싼 바이올린을 장만하기 위하여 연구비로 몰래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를 사 주지만 그녀가 원한것은 최고의 바이올린이 아니었다. 다비드 레비와의 관계가 끝나고 돌아왔을때 좀더 감싸주고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아버지의 마음,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딸과 아빠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기어코 딸도 최고의 바이올린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을 들여다 보는 아버지. 모든 것을 잃고 그가 설 자리마져 업다는 것을 느끼고 그도 비극을 택하는 이야기인 레아는 섬뜩하면서도 작가의 인간 내면을 거울로 들여다 보듯 섬세하게 묘사를 하여 빠져 들어 읽게 만든다. 한곳을 향한 열절이 이런 비극에 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좀더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게 했던 레아.
 
아버지와 딸들에 얽힌 이야기라 그런지 왜 다가가지 못하고 옆에서 망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빠에게는 딸이 아빠가 다가가기엔 너무 먼거리까지 달려가지 않았나싶다.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지만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정신적으로는 비성숙한 딸, 그런 딸에게 빈자리를 음악과 찬사로 채우다 보니 청중의 찬사가 사라진 빈자리의 공허함을 다시 채우기란 너무도 커다란 무게였기에 그를 감당하지 못한 레아는 죽음을 택한듯 하다. 우리가 가끔 접할 수 있는 연애인들의 자살을 보는 듯한 소설, 그런 딸과 아빠가 좀더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비극에 이루렀을까 하는 문제점을 제시하게 만드는 소설이면서 그의 다른 작품인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난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다시 앞부분을 조금 더 읽어 보았다. 그랬더니 소설이 완벽하게 겹치는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 들면서 아하~~ 하게 되었다. 소설을 덮고 난 느낌은 얼음위를 살살 조심조심 걷다가 짱, 하며 얼음이 깨진듯한 느낌이 들던 소설이다.
 
균열 없는 내면을 체험하는 것, 그건 우리가 수은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기술로 모든 균열들을 즉시 수정해 제거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런 기술은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더욱 완벽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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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윤복
백금남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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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동안  시끄럽던 <신윤복이 남자냐 여자냐..> 라는 문제를 놓고 역사 왜곡까지 들먹이며 역사에 단 두줄로 남아 있는 신윤복의 기록보다는 그의 세밀하면서도 금기시한 색들로 잘 표현된 그의 그림들이 더욱 그가 누구인가를 묻게 한 것 같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바람의 화원>을 소설로 무척 재밌게 읽었고 신윤복이라는 인물이 남자냐 여자냐를 떠나 이정명이라는 작가가 소설을 이끌어 가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에 점수를 주며 무척 인상깊게 읽었기에 영화 <미인도>와 신윤복을 그린 다른 책인 <색 샤라쿠> <샤라쿠 살인사건>등 읽어서인지 이 소설의 느낌은 작가가 욕심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너무 진도가 많이 나가기도 했고 신윤복이란 인물을 다루기 보다는 '조선의 화원'을 다른듯한 느낌이 강했다.
 
타 소설을 경계하는 듯한 문구로 독자들을 현혹하기 보다는 내용에 더 충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가 오랜기간동안 조선회화사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바람의 화원>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접했을 그림설명 사진들과 이야기이 많이 겹쳐 글쎄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너무 많아 소설을 썼다기 보다는 조선 회화사를 늘어 놓은 것처럼 정리되지 않은 듯한 난해함이 문득 문득 느껴져 소설에 좀더 치중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소설 신윤복이라고 했지만 신윤복보다는 표암 강세황과 그의 제자로 나오는 김홍도가 중점적으로 그려진 이야기에 그 주변의 화원들을 줄줄이 엮어 놓은 듯한 느낌에 신윤복을 좀더 들어내 주길 바랬던 나에겐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전의 히트인 <바람의 화원>이나 <미인도>를 보고 역사를 왜곡이라 했지만 이 소설에 나와 있는 사도세자와 헤경궁홍씨에 대한 이야기며 정조가 생각하는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들은 역사스페셜에서 만난 이야기와는 약간은 다른듯하여 그런 현혹성 문구보다는 이 책 또한 소설이니 소설로서 자신감을 더 들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윤복이 '열혈남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윤복을 열혈남아로 보기엔 조금 미흡하다. 작가가 말하려한 그가 남자라는 것은 어린시절 동무였던 송이와의 사랑과 도피행각이 나오니 남자인것은 확실한데 좀더 반듯하게 그려주길 원했던 신윤복 이야기는 김홍도에 가려 어설프게 등장하고 마감한듯 하여 책을 덮으면서도 약간은 씁쓸하다.너무 과한것이 병이 된것처럼 <신윤복>이라는 아이콘에 따라 붙어 함께 이어진 김홍도나 샤라쿠등 독자들이 알만한 내용들을 나열한 것 밖에 안된듯한 느낌이다.
 
제목을 조선의 화원, 이라 칭했다면 좀더 다가가는데 편견이 서지 않았을것 같기도 하다. 이름난 화원과 작품사진들은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신윤복의 여인들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인,선이 굵은 작품들도 괜찮았는데 작가의 욕심으로 인해 소설은 소설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역사의 두줄로 그의 모든 것을 유추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그 시대를 완벽하게 그려내려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 소설 역시나 신윤복 그를 알기엔 부족하지 않았나싶다.
 
 
눈에 보이는 것을 잡기와 기예로 그려내는 놈을 환쟁이라 한다. 천박하다는 말이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를 그대로 읊어내는 놈을 시생이라 한다.천박한 글쟁이라는 말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쓰는 놈을 서생이라 한다. 천박한 쥐새끼라는 말이다. 진정한 예술은 그 속에서 모순을 그려낸다. 모순된 세계, 그 모순된 세계를 진실하게 보는 자, 그를 진인이라 한다. 진실로 세상의 풍광을 그릴 줄 아는 자이기 때문이다. 진인이 되려면 마음을 열어야 하는 법. 개심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 세계를 볼 수 없으리라. 개심을 초과하는 자만이 우주의 풍광을 볼 수 있으리니 그때 그릴 수 있으리라.지을 수 있으리라. 쓸 수 있으리라.너는 개심을 초과하지 못했으니 시에만 전념하라는 말이다.
 
진정한 예인이란 잡초 같은 것이다. 쓰러지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면 된다. 그리고 그 바람을 그리면 된다. 바람을 그려라. 그 바람을 그려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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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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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라는 작가를 책보다는 여행프로그램에서 먼저 알았다. 소심한듯 하면서도 수줍음을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청년으로 기억하기에 그는 충분했다. 그안에는 무언가 많은 것이 담겨 있는듯 한데 밖으로 내놓지 못하는 그무언가가 가득 있는 것처럼 맑게 비치기도 하고 좀더 적극적며 남성다운 힘이 넘쳐나면 좋으련만 하는 면도 있었지만 일주일여 하는 프로를 보다가 그만의 매력에 빠졌다. 젊은 작가인데 그의 다른 작품들을 접하지 못해 이 소설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무거운 역사이야기 '민생단 사건' 을 다루고 있어서인가.
 
오랜기간 동안 심사숙고를 하여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 아픔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읽는 속도가 붙지 않는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김해연이라는 알듯 모를듯한 그가 말려 들어가는 시간 속으로 함께 풍랑을 만난 것처럼 나도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멀미를 하듯 책을 내려 놓기도 했다.그렇게 <밤은 노래한다>는 내안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다.
 
경남 통영 출신의 김해연은 나카지마 때문에 이정희라는 여자를 알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된다.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에게 되돌아 온것은 그녀의 죽음과 그녀의 사랑이 과연 진실된 사랑이었나 하는 물음이었다. 그녀가 왜 죽었을까? 그가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어간 길,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입과 귀를 닫게 된 그. 그녀의 죽음뒤에 있는 엄청한 사실들이 그의 모든 기능을 정지하게 만들었지만 그 또한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녀와 같은 밤의 세계로 빠져든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가눔하기 어려운, 진실이 무엇인지 몰라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며 서로 죽고 죽이고 그렇게 이유도 없이 죽어간 희생자 500여명.그들의 진실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여긴 작가가 있어 이제서 그 희생을 한편의 소설로 노래하는 작가, 이 소설이 결코 무겁지 않게 흐를 수 있게 한 것은 이정희와 김해연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고 그 아픔의 사랑의 치유처럼 여옥을 다시 만나는 사랑이 있어 좀더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같다.
 
1933년 여름, 유격구에 있던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누구인가? 하지만 이 물음의 정답은 없다. 그들은 조선혁명을 이루기 위해 중국혁명에 나선 이중 임무의 소유자들이었다.... 유격구에서 나는 수많은 시체를 봤다. 그 시체들은 저마다 이렇게 떠들었다. 나는 민생단으로서 동지들의 골수를 적에게 팔아먹었다. 나는 혁멱을 보위하기 위해 내 살과 피를 팔아 먹었다. 그 아우성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간도 땅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은 죽지 않는 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시때때로 운명이 바뀐다는 뜻이므로...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시체만이 자신이 누군지 소리 내 떠들 권리를 지녔다.
 
책을 덮고 나면 더욱 난해함이 전해져 온다. 그들이 중국공산당인지 조선공산당인지 소속,이념도 모르고 그냥 앞사람이 부르짖는 것을 따라 세월에 편승하여 자신의 목숨까지 잃고 마는,비로소 목숨이 다하고 나서야 자신이 누군지 진실이 들어나는 것처럼 민생단 사건은 그렇게 책을 읽고 덮고 난 한참까지도 무겁게 발목을 잡고 있다. 아직 숙성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 것같아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더 둘러봐야 겠다. 젊은 작가에게서 역사가 그만의 아픔으로 발효되어 나올 수 있으니 앞으로의 기대감이 크다. 티피프로에서 접했던 다하지 못한 그의 말들이 있을것 같은 여운이 소설속에서도 못내 감지되었는데 작가와 그의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다음이야기들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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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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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그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읽다보면 그의 직업이었던 기자생활이 몸에 베인듯한 글의 특성을 느낄 수가 있다. 날카로운듯 하면서도 직관적이고 논리정연하게 잘 손질이 된 글들에서 노련한 그를 만날 수가 있다. 최근의 에세이집 <바다의 기별>도 읽어 보았지만 나름 이 책이 그를 알기에 또한 그의 다른 소설들인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남한산성>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더 괜찮았다.
 
그는 스스로 기계치라고 한다. 차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컴퓨터를 이용하기보다는 직접 연필로 쓰고 지우고 그에겐 지우개가 평생의 글동무처럼 등장한다. 어쩌면 아나로그적이라 그를 시대에 뒤떨어진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의 고집이 한편으로는 좋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고 맘에 안드는 부분은 지우개로 쓱쓱 지워가며 그만의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의 노력이 더 기울어진듯 하여 더 애정이 간다.
 
이 책에는 그가 소설의 근간이 되었던 곳들을 여행하며 만났던 철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나 역사와 어우러진 이야기들과 책이 2003년에 나온 것이란 월드컵과 축구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그런 반면에 연장을 사랑하는 작가의 특별한 취미가 나오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소설을 쓰기 위한 곳들을 여행한 곳에서의 느낌들이 있어 좋았다.
 
작가 김훈을 좀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인간적인 그의 모습을 감추는 것 없이 호주머니를 뒤집어 보인것처럼 그를 대한것 같아 느낌이 좋았다. 이 책도 한 자 한 자 아날로그 방식인 연필로 꾹꾹 눌러쓰며 어깨의 아픔을 감내하며 썼으리라 생각을 하니 문장 하나 더욱 아껴가며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컴퓨터로 작성을 하고 글을 쓴다면 쉽게 쓰고 쉽게 수정하고 모든 일들이 쉽게 시작되고 끝날터인데 자신의 힘을 들여 손글씨로 썼다는 것은 정말 인내를 요하는 일인것 같아 더욱 존경스럽다. 그 고집이 계속될때까지 난 그의 팬이 영원한 될것이며 더욱 그의 글을 아껴가며 읽을 것이다.
 
책속에 <저절로 되어진 것들의 힘>에서 나온 것중에 고형렬이 쓴 연어에 대한 인용부분이 맘에 들어 옮겨 본다.
'연어들은 자신의 몸과 자신의 몸을 준 몸을 서로 마주보지 못한다. 이 끝없는 생명의 반복인 무명고 보시는 인연이고, 그 인연은 세상의 찬란한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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