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아버지의 사랑으로도 다 채우지 못한 소녀의 비극적 열정..
 
만약에 레아의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가 재혼이으로 세실의 빈자리를 채워 주었더라면 레아와 그의 아버지 반 블리에트가 비극으로 치달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가 주는 공허함이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지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인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편견보다는 이 책에 대한 독특한 그의 심리묘사에 매료되어 있게 되었다. 철학자라 그런지 심리묘사가 대단히 뛰어나다.
 
레아, 그녀가 여덟살때 엄마 세실을 잃고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만난 바이올린 연주 소리에 따라갔다가 바이올린에 빠져들게 된 소녀 레아, 그런 소녀의 옆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듯 바이올린과 그녀의 열정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다가가지 못했던 아빠 반 블리에트. 소설은 독특한 형식으로 전직 의사였던 아드리안 헤르초크가 옛일을 회상하듯 써 내려간 한 가족의 바이올린에 얽힌 비극사를 심도 깊게 다루었다.
 
아드리안도 딸과의 관계가 소원하였기에 블리에트의 이야기가 더 다가온듯 하다. 하지만 블리에트의 이야기로 인해 자신의 딸애대한 마음은 치유되지 않았나싶다. 엄마를 잃고 바이올린의 만난 레아는 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여준다. 그런 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아빠,자신의 딸을 감싸 안고 싶어도 안지 못하고 바라보듯 하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부정.마리 선생님에게 빼앗겼듯이 다비드 레비에게 다시 딸을 빼앗기듯 하다가 그의 결혼으로 돌아온 딸의 공허함을 채워주기 위하여 값비싼 바이올린을 장만하기 위하여 연구비로 몰래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를 사 주지만 그녀가 원한것은 최고의 바이올린이 아니었다. 다비드 레비와의 관계가 끝나고 돌아왔을때 좀더 감싸주고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아버지의 마음,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딸과 아빠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기어코 딸도 최고의 바이올린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을 들여다 보는 아버지. 모든 것을 잃고 그가 설 자리마져 업다는 것을 느끼고 그도 비극을 택하는 이야기인 레아는 섬뜩하면서도 작가의 인간 내면을 거울로 들여다 보듯 섬세하게 묘사를 하여 빠져 들어 읽게 만든다. 한곳을 향한 열절이 이런 비극에 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좀더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게 했던 레아.
 
아버지와 딸들에 얽힌 이야기라 그런지 왜 다가가지 못하고 옆에서 망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빠에게는 딸이 아빠가 다가가기엔 너무 먼거리까지 달려가지 않았나싶다.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지만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정신적으로는 비성숙한 딸, 그런 딸에게 빈자리를 음악과 찬사로 채우다 보니 청중의 찬사가 사라진 빈자리의 공허함을 다시 채우기란 너무도 커다란 무게였기에 그를 감당하지 못한 레아는 죽음을 택한듯 하다. 우리가 가끔 접할 수 있는 연애인들의 자살을 보는 듯한 소설, 그런 딸과 아빠가 좀더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비극에 이루렀을까 하는 문제점을 제시하게 만드는 소설이면서 그의 다른 작품인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난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다시 앞부분을 조금 더 읽어 보았다. 그랬더니 소설이 완벽하게 겹치는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 들면서 아하~~ 하게 되었다. 소설을 덮고 난 느낌은 얼음위를 살살 조심조심 걷다가 짱, 하며 얼음이 깨진듯한 느낌이 들던 소설이다.
 
균열 없는 내면을 체험하는 것, 그건 우리가 수은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기술로 모든 균열들을 즉시 수정해 제거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런 기술은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더욱 완벽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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