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라는 작가를 책보다는 여행프로그램에서 먼저 알았다. 소심한듯 하면서도 수줍음을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청년으로 기억하기에 그는 충분했다. 그안에는 무언가 많은 것이 담겨 있는듯 한데 밖으로 내놓지 못하는 그무언가가 가득 있는 것처럼 맑게 비치기도 하고 좀더 적극적며 남성다운 힘이 넘쳐나면 좋으련만 하는 면도 있었지만 일주일여 하는 프로를 보다가 그만의 매력에 빠졌다. 젊은 작가인데 그의 다른 작품들을 접하지 못해 이 소설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무거운 역사이야기 '민생단 사건' 을 다루고 있어서인가.
 
오랜기간 동안 심사숙고를 하여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 아픔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읽는 속도가 붙지 않는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김해연이라는 알듯 모를듯한 그가 말려 들어가는 시간 속으로 함께 풍랑을 만난 것처럼 나도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멀미를 하듯 책을 내려 놓기도 했다.그렇게 <밤은 노래한다>는 내안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다.
 
경남 통영 출신의 김해연은 나카지마 때문에 이정희라는 여자를 알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된다.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에게 되돌아 온것은 그녀의 죽음과 그녀의 사랑이 과연 진실된 사랑이었나 하는 물음이었다. 그녀가 왜 죽었을까? 그가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어간 길,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입과 귀를 닫게 된 그. 그녀의 죽음뒤에 있는 엄청한 사실들이 그의 모든 기능을 정지하게 만들었지만 그 또한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녀와 같은 밤의 세계로 빠져든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가눔하기 어려운, 진실이 무엇인지 몰라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며 서로 죽고 죽이고 그렇게 이유도 없이 죽어간 희생자 500여명.그들의 진실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여긴 작가가 있어 이제서 그 희생을 한편의 소설로 노래하는 작가, 이 소설이 결코 무겁지 않게 흐를 수 있게 한 것은 이정희와 김해연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고 그 아픔의 사랑의 치유처럼 여옥을 다시 만나는 사랑이 있어 좀더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같다.
 
1933년 여름, 유격구에 있던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누구인가? 하지만 이 물음의 정답은 없다. 그들은 조선혁명을 이루기 위해 중국혁명에 나선 이중 임무의 소유자들이었다.... 유격구에서 나는 수많은 시체를 봤다. 그 시체들은 저마다 이렇게 떠들었다. 나는 민생단으로서 동지들의 골수를 적에게 팔아먹었다. 나는 혁멱을 보위하기 위해 내 살과 피를 팔아 먹었다. 그 아우성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간도 땅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은 죽지 않는 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시때때로 운명이 바뀐다는 뜻이므로...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시체만이 자신이 누군지 소리 내 떠들 권리를 지녔다.
 
책을 덮고 나면 더욱 난해함이 전해져 온다. 그들이 중국공산당인지 조선공산당인지 소속,이념도 모르고 그냥 앞사람이 부르짖는 것을 따라 세월에 편승하여 자신의 목숨까지 잃고 마는,비로소 목숨이 다하고 나서야 자신이 누군지 진실이 들어나는 것처럼 민생단 사건은 그렇게 책을 읽고 덮고 난 한참까지도 무겁게 발목을 잡고 있다. 아직 숙성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 것같아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더 둘러봐야 겠다. 젊은 작가에게서 역사가 그만의 아픔으로 발효되어 나올 수 있으니 앞으로의 기대감이 크다. 티피프로에서 접했던 다하지 못한 그의 말들이 있을것 같은 여운이 소설속에서도 못내 감지되었는데 작가와 그의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다음이야기들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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