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이성부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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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에서 작가가 지리산 종주시인인 이성부 시인과 함께 하는 부분이 나온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지리산을 오르고 그가 토해낸 <지리산>이란 시집에 이어 이 책은 '내가 걷는 백두대간'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연작시를 쓴다는 것은 어찌보면 정말 힘들다. 한 편의 시를 쓴다는 것 또한 힘들지만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연작시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산행경험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역사와 자연등이 스스럼없이 잘 어우러져 한 편의 '산' 을 만들어 낸 듯 하다. 

시인의 말 중에 ' 나는 의식적인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실행에 옮기면서 이 산행 체험과 대간 주변의 역사 문화 사람의 삶을 시와 산문으로 정리해 보겠다는 꿈에 사로잡혔다. 그 꿈은 현실이 되어 지리산에서부터 많은 시가 되어 나타났다.' 산행 경험이 시로 승화되어 나오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산고를 거쳤을까. 어느 시인은 생에 단 한편의 시만 남겼다는 분도 있고 다작을 한 시인도 있지만 산행은 흔히 에세이나 여행서로 많이 다루어졌지 '연작시' 로 다루어진것은 흔하지 않은듯 한데 그 또한 詩로 읽는 맛이 괜찮다. 어쩌면 시가 더 솔직하게 맘을 표현해내지 않아 싶다.

'퇴계가 <유소백산록>에서 '처음에 울적하게 막혔던 것이 나중에는 쾌함을 얻는다' 라고 한 것은, 공부하는 과정을 산행의 과정에 빗대어 한 말이기도 하다' 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나 또한 산행을 해보지도 잘하지도 못했지만 시작을 해 보았다. 시작이 우선 반은 산을 오른듯 하여 처음엔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게 되었는데 점점 그 길은 늘어나게 되었고 정상까지 가게 되었지만 처음엔 정말 무언가 꽉 막혀 있던 마음이 산행후엔 모든것이 후련하게 씻겨 내려간듯한 느낌을 받은 경험이 많아 산은 내 동경의 대상이며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 나는 산에 오를 때, '왜 내가 산에 오르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는다. 내가 시를 쓸 때마다 '왜 쓰는가' 라고 묻지 않는것과 같다. 이 산에 오르는 것이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어렵게 올라가는 과정이 좋고, 이것들이 되풀이 됨으로써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의 연작시 중에 '산을 배우면서부터' 의 일부분을 옮겨 보면 '산을 배우면서부터/ 참으로 서러운 이들과 외로운 이들이/ 산으로만 들어가 헤매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느껴질 대는 이미/ 그것들 저만치 사라지는 것이 보이고/ 산과 내가 한몸이 되어/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잊어버렸을 때는/ 머지않아 이것들이 가까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집과 산을 수도 없이 오가면서/ 슬픔과 외로움도 산속에서는/ 저희들끼리 사이 좋게 잠들어 있음을 보았다/ ' 그의 시는 읽으면 그냥 산행을 느낄 수 있다. 산에서 흔하게 만나는 조릿대도 그의 시어가 되어 동행을 하던 친구가 늦어져 그를 기다리면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여유 또한 시의 일부가 된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왜 시를 쓰는가' '어떻게 시를 쓰는가' 가 아닌 '그냥 모두가 시' 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에게 산행은 시의 일부이기도 하다.

'거창 땅을 내려다보다' 에서는 우리의 슬픈 역사 또한 시가 된다. '우리나라 산골 마을 어디에도/ 육이오 때 숨져간 억울한 혼령들 없을까마는/ 이 산 아래 거창 땅은/ 오십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 누가 들어도 노여운 역사 하나를/ 더 가지고 있어 내 발걸음 잠시 멈추어야 한다/...... 어른 남자 뼈 일백아홉 명/ 어른 여자 뼈 일백팔십삼 명/ 어린것들 뼈 이백이십오 명/ 저 눈망울 선한 아기들도 빨갱이라고?/ 이러고도 우리나라 여기까지 왔으니/ 참 요행타!/'  아픈 역사가 그대로 시속에 녹아 들어 구천을 떠도는 그 영혼들과 함께 하고 있는 듯 하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라는 시는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 살아갈수록 내가 작아져서/ 내 눈도 작은 것으로만 꽉 차기 때문이다/ 먼데서 보면 크높은 산줄기의 일렁임이/ 나를 부르는 은근한 손짓으로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봉우리 제 모습을 감춘다/ 오르고 또 올라서 정수리에 서는데/ 아니다 저어기 더 더 높은 산 하나 버티고 있다/ 이렇게 오르는 길 몇번이나 속았는지/ 작은 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가두고/ 그때마다 나는 옥죄어 눈 바로 뜨지 못한다/ 사람도 산속에서는 미울이나 다름없으므로/ 또 한번 작은 산이 백화산 가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것도 하나의 질서라는 것을 알았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는 다산 정약용이 일곱살 때 지었다는 한시 '소산폐대한 원근지부동' 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다산은 일곱살때 깨달은 것을 시인은 예순이 넘어서 깨달았다며 쓴 시인데 산을 오르고 내리다 보면 인생의 굴곡및 삶의 진리를 보는 듯 하여 욕심 또한 부질없음을 느낀다. 전작인 <지리산> 또한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다. 그가 시로 표현한 지리산은 또 어떤 맛일지 사뭇 기대가 된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을 읽고 바로 읽어서인가 '지리산' 으로 아니 가을 속으로 여행이나 산행을 가고 싶어졌다. 산속에 있음 무념무상으로 비운 후 자연으로 모두가 채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오로지 '자연' 이 내 몸을 다 지배하는 그 순간을 연작시로 만난듯 하다. 산행을 가며 이 책 한 권 들고 가서 다리쉼을 하면서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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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이혜영 지음 / 한국방송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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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의 천왕봉' 이라고 좋아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산은 '오르는 산' 은 아닌가 보다. 대부분 '산 징그러워서 안 간다.' 는 대답이다. 그들에게 지리산은 국립공우너 1호도 아니고, 등산의 대상도 아니고, 마냥 '큰 산' 이다. '천왕봉에 세 번 눈이 오면 이 마을에 첫눈이 온다' 는 말처럼, 오고가는 시절의 기준점 정도랄까? 어느 할머니는 한 번도 그 꼭대기에 오른 적이 없다.' 워낙에 대장장이네 집에 칼이 무디고 없듯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늘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 보다는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지 그것을 속속들이 탐한다거나 타인들 보다는 더 집착하지 않는다. 지리산 또한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보다는 외지인들이 더 많이 종주를 하고 그곳을 올랐을 것이다. 요즘은 '걷기여행' 의 한 방편으로 '둘레길' 이 알려지면서 그들에겐 일상이던 것들이 외지인들에게는 여행의 별미처럼 찾게 되는 장소가 된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은 스페인에 '카미노 데 산티아고' 에 의한 영향처럼 제주도에 '올레길'  걷기여행이 생겨나고 지리산에 둘레길 걷기여행뿐 아니라 그외 많은 곳에서 잊혀졌던 서민의 길이 부각되고 있는 듯 하여 나름 너무 기분이 좋고 나 또한 그 길을 한번 꼭 걷기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다. 

멀리 해외로 나가 걷기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며 정 많은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맘껏 우리국토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다니 외화낭비를 하며 멀리 가는 것보다 우리것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듯 우리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 길은 너무도 유명한 티비 프로인 '1박2일' 에서 출연진들이 제5코스' 를 나누어 여행을 하며 보여 주어서인지 더욱 생생하게 느끼며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지리산 그 기운을 난 올봄에 느끼고 왔다. 구례와 하동 등을 돌며 그 아름다움에 취해 아쉬움을 남겨 놓고 온 곳이라 그런지 책을 읽으며 더욱 그곳으로 향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정말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을 한번 꼭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며 빨리 지리산을 한바퀴 둘러 걸을 수 있는 찻길이 아닌 마을길 밭길 논둑길등 좀더 우리네 삶과 접촉할 수 있는 그런 사람냄새 하는 길이 열리길 바래본다.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길도 표정을 달리한다.' 
맞는 말이다. 함께 걷는 이가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라면 그 길은 향기를 더욱 진하게 발산할 것이다. 천천히 걸으며 서로 마음을 나누고 자연과 교감을 하면서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삶을 조율하듯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걷다보면 모든것은 긍정적으로 그리고 밝게 변하지 않을까. 작가가 <지리산> 종주시인인 이성부 시인과 함께 하며 걷는 여행에서 한 말이 무척이나 공감이 가 밑줄 쫙 그으며 이성부 시인의 책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그가 발로 디디고 마음으로 써낸 <지리산>은 어떤 느낌이고 백두대간을 오르 내리며 쏟아 낸 느낌은 어떤지 느끼고 싶어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를 먼저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은 역시나 어머니 품 같고 할머니 품 같은 '지리산' 인듯 하다. 그곳을 봄여행을 하였지만 얼마 돌지 않았지만 너무도 갈 곳이 많다는 것을느꼈다. 그렇다면 사시사철 보여주는 그 맛 또한 다를 터인데 철마다 옷을 갈아 입듯 하는 '지리산' 은 또 어떤지 무척 궁금해졌다. 주로 봄에 많이 그곳을 찾은 듯 한데 다른 계절을 보고 싶어졌다. 한창 곡식이 풍성하게 결실을 맺는 계절인 가을 또한 그 풍경이 아름다우리라. 함께 하면 좋은 사람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둘레길을 함께 한다면 어떨까.

'길과 연애하듯 콩닥콩닥 걸어간다.'
빨리 걸어서 좋은 길이 있는가 하면 연애하듯 천천히 콩닥콩닥 걸어가면서 그 길의 역사와 자연과 이웃과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연애를 할 때는 세상 누가 뭐래도 둘만의 행복감으로 두세 배 찰진 순간을 산다. 이쪽에서 가는 사람도, 저쪽에서 오는 사람도 모두 콩깍지에 씌인 듯 사랑에 빠진 표정이다.' 걸어서 행복한 길이 그곳에 있다. 그리고 자연에 맞추어 살기 위한 그들이 노력이 '집체예술품' 이 된 다랑이 논이 그곳에 있다. ' 돌을 골라내 논둑을 쌓고, 당을 걷어내 평평하게 만들고, 바닥에 자갈을 깐 후 점토를 채워 물이 안 빠지게 만들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뿌리고, 마지막에 논에 물을 대는 수로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옛날 산중 마을에서 사람 말고 동원할 힘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 낸 다랭이 논의 아름다움을 일박이에서도 헬기촬영으로 미리 맛 보아서인지 마음은 누렇게 익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런 풍경과 마주하면 한참을 가만히 서서 그 모든 것을 아우르듯 침묵해야 할 것만 같다. 빨리 지나치면 그 모든것은 내것이 되지 않는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야 비로소 내것이 되고 내 안에서 녹아 내릴 수 있다. 연애하듯 작은 것에 감사를 하고 품에 안는다면 더없이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이 나무가 200년이 넘은 배나무인데, 쉰여덟 살 먹었어.'
지리산 하면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많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한 지리산은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병주의 <지리산> 이태의 <남부군> 김동리의 <역마> 박경리의 <토지> 문순태의 <피아골>과 <철쭉제> 김주영의 <천둥소리> 송기숙의 <녹두장군>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 의 무대이기도 한듯 하다. 이렇듯 셀 수도 없이 많은 문학작품의 무대가 되듯 그곳은 웅장한 자연이면서 역사이다. 봄 여행에서 악양의 '최참판댁' 을 들렀다. 그곳에서 만난 '박경리 토지문학관' 과 이병주 문학관은 들르지 못해 아쉬웠는데 <토지>를 무척이나 실감나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멀리 악양 들판에 서 있는 부부송, 문학작품속이 아니어도 그저 걷다보면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그곳인듯 하다. 그 모든 것을 품에 안듯 하는 지리산, 어디를 가도 언제 가도 가고 또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봄에 들렀던 '운조루' 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반갑기도 했다. 그냥 지나치려다 운좋게 들렀던 '운조루' 금환락지형인 그곳에 아직도 후손이 살고 있고 넉넉한 인심인 '타인능해' 처럼 마침 우리가 여행을 갔던 날이 결혼식날이라며 우둘두둘하고 두박함이 돋보이는 역사를 말해주는 마루에 '떡접시와 과일접시' 는 누구나 와서 퍼 가도록 했던 뒤주인 타인능해의 마음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 했다. 

그녀가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것은 자연과 넉넉한 인심과 이웃 그리고 역사 그 모든것을 품고 있는 지리산이었다. 어떻게 여행을 해도 누구와 여행을 해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정말 좋은 여행지이며 걷기여행은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내 발로 한 발 한 발 걸어서 지리산에 내 발자국을 수 놓을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마을길도 오솔길도 고갯길도 옛길도 강변길도 모두가 지나고 나면 우리 국토이고 올망졸망 우리네 풍경이니 더없이 좋을 듯 하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과 더불어 부록처럼 '제주도 올레길 걷기여행' 을 첨부해 놓았다. 둘레길과 올레길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올레길과 둘레길은 틈새여행상품처럼 갑자기 부각되어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닌 우리네 자연과 우리네 이웃을 느낄 수 있음이 더 좋은 여행이다. 산티아고에 노란 화살표와 조가비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둘레길과 올레길의 화살표와 숲길과 바닷길이 있다. 길과 연애하듯 함께 하는 이와 연애하듯 걷기여행을 한다면 정말 좋을 듯 하다. 나 또한 언젠가는 꼭 한번 연애하듯 하는 걷기여행을 갈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 800리를 모두 걸어 볼 수는 없겠지만 한 부분이라도 내 발로 걸으면서 느낀다면 자연과 정과 건강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여행이 될 듯 하다. 오목조목 자세하게 지도와 함께 민박집 그리고 꼭 필요한 내용들이 알차게 들어 있고 올레길까지 있어 눈요기로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책이다. 직접 걷기여행을 할 수 없다면 책으로나마 그 기분을 간접적으로 풍요롭게 느낄 수 있으며 언젠가 훌쩍 떠난다면 그 밑바탕을 될 수 있는 책이다. 역사가 어렵다면 그저 자연과 이웃을 벗삼을 수 있는 여행으로 가을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 빨리 떠나고 싶다.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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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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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수워져.'
작가의 글은 쉽게 친해지기가 어렵다. 그녀가 풀어내는 진실이 불편해서도 이지만 그녀의 표현방식이 글을 읽고 있음 왠지 공감각이 무시되면서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전작 <저지대>를 읽으며 느낀 느낌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응축된 시적 표현' 이라기 보다는 도마위에서 잘게 잘게 난도질 당한 짤막한 표현속에 독재치하에서 그녀가 겪어야 했던 '진실' 이 숨김없이 드러나 더욱 섬짓하다. 

이 글은 차우셰스쿠의 독재치하에서 세상을 떠난 두 친구 '롤프 보세르트' 와 '롤란트 키르시' 를 위해서 쓴 작품이라고 했듯이 이 작품속에서 그녀의 친구인 롤라의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학기숙사 방을 '네모' 로 표현해 놓았듯이 그들은 억압과 감시 불안속에 생활을 해야만 했다. 체육교사에게 강간을 당한 후 그녀에게 일기를 남겨 놓고 그녀의 벽장에서 내 허리띠로 목을 메어 자살을 한 롤라, 대학에 다니는 동안 러시아어를 전공하려 했던 그녀,' 뭔가를 소원한다는 게 어렵지 목표는 훨씬 쉽다.' 라고 쓴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마음짐승이란 할머니의 자장가를 빌어 풀어내진다. 롤라가 죽은 후 알게 된 세 명의 남자 에드가와 쿠르트 그리고 게오르크와 '나' 가 겪은 루마니아 독재치하의 실상은 숨막히듯 갑갑하다. '아직도 그녀는 루마니아에서의 삶에서 어떤 것이 연출된 것이고, 어떤 것이 우연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라는 말처럼 연출된 것인지 아님 우연인지 모르는 억압된 생활속에서 그들은 독일로 망명을 하게 된다.

억압된 '네모', 비상구가 없는 네모처럼 그들의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트렁크마져 그들의 감시대상이 된다. 롤라가 남긴 일기장을 트렁크에 넣어 둔 후 이틀뒤에 없어진 것을 알게 되면서 트렁크 속 마져 안전하지 않음을 알고 철저하게 자신의 보호망을 만드는 그녀, 세 명의 남자친구와 함께 여름별장에서 그들이 읽는거와는 차원이 다른 지식과 접하며 망명의 길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그마져도 너무도 벽이 높다. 독일로 망명을 한다고 해도 그들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를 가나 개 같이 따라다니는 경감 프옐레, 그를 견뎌내지 못하고 친구들이 하나 둘 시체로 발견된다. 아니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는지 죽음이 강요되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런 억압된 현실이 너무도 갑갑하다. 

'오늘도 실컷 뛰어놀았으니, 이제 네 마음짐승을 쉬게 하려무나, 노래가 끝나면 할머니는 아이가 깊이 잠들었다고 믿는다. 할머니는 말한다.'  '말을 함녀서 나는 혓바닥에 뭔가 버찌 씨처럼 남아 있는 것을 느꼈다. 진실은 내가 숫자를 센 사람들과 내 뺨 위의 손가락을 기다렸다.' '책이 오는 그곳, 독일에서는 모두 생각을 한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우리는 종이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리고 버릇처럼 손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나라의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처럼 손이 까매지지 않는 게 신기했다.' '그들이 창틀에 있던 화분에서 꽃을 뽑아내고 흙을 손으로 부쉈다. 에드가의 아버지가 말했다. 흙이 싱크대 위로 떨어졌지. 그들의 손라가 사이에 실뿌리가 매달렸다. 대머리가 오래책을 한 자 한 자 읽었다. 브라질식 간 요리, 닭 간에 밀가루 입히기. 에드가의 아머니가 번역을 해주어야 했다. 당신들은 소 눈알 두개가 둥둥 뜬 수프 맛을 보게 될 거야, 대머리가 말했다.' 삶에 자유란 없다. 창가의 작은 화분마져 뿌리 채 뽑혀 그들의 손아귀에서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무언가 숨겨진 것은 아닌지. 그런 속에서 생각마져 박탈당한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독일로 망명을 해도 감시와 억압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 ' 나는 그 나라를 떠났다. 나는 독일에 있었고 경감 프옐레는 멀리서 전화와 편지로 목숨을 위협했다. 편지 윗부분에는 두 개의 손도끼가 교차되어 있었다. 편지마다 누구 것인지 까만 머리카락 한 올이 들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난 영화가 있다 <타인의 삶> 누군가 내 삶을 엿보고 감시하면서 꼬투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면 그 삶이 진실에 오롯이 다가갈 수 있을까. 연극배우처럼 각본대로 움직이듯 하면서 서로를 감시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녀의 글에서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날것의 비린내가 확 인다. 시궁창을 뒤지고 다니는 개처럼 그들의 뒤를 바짝 쫓고 다니는 경감 프옐레,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구들은 하나 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그녀는 그런 슬픈 진실을 고발하듯 긴 글이 아닌 짤은 시적 표현으로 더욱 '진실' 을 뚜렷하게 만들었다. 담아 두면 불편하고 뱉어내면 정말 웃으어지는 진실, 그녀 안에서 할머니의 자장가처럼 이젠 편히 잠을 자고 있을까 진실들이.

차우셰스쿠의 독재치하인 1970,80년대의 숨막히는 진실, 우리 또한 그 시기에 비슷한 억압의 시기를 거쳤기에 불편함은 읽는 순간 쉽게 녹아 내린다. '우리를 끝내 구해준 것은 인내였다. 그것만큼은 우리를 놓아 버려선 안 되었다. 찢기더라도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줘야 했다.' 역사의 진실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참 대단한 듯 하다. 사실그대로의 날것인 불편한 진실을 양념을 뿌리지 않고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하며 독자에게 내어 놓아 맛을 보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면도 있다. 모두가 똑같은 맛을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고 평가는 주관적이라 가지각색이겠지만 그녀가 토해내는 진실은 불편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무언가 묘한 맛이 숨어 있는 '날것 그 자체' 이다. 할머니의 자장가처럼 이제 마음짐승을 쉬게 할 때인듯 하다. 그녀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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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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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조정래 작가의 신작,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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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빠진 록 스타 - 프란츠 퍼디난드의 거침없는 세계음식기행
알렉스 카프라노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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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먹을 수 있을 수 있어! 난 록 스타니까!' 록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가 세계 투어 중에 만난 별별 음식 에세이다. 스코틀랜드 4인조 록 밴드라는데 그들의 이름도 그룹도 내겐 생소하다. 하지만 출판사가 좋아서 선택하는 책도 있고 왠지 모르게 끌리는 책도 있다. 여행이란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요즘은 맛기행을 떠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맛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내가 있는 현재의 것과 낯설거나 조금은 새로운 것과 만남이라 더 신선하고 첫만남이 짜릿하겠지만 그게 음식에서 얻는 것이라면 더욱 잊을수가 없다. 맛과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잊지를 못한다고 하니 세계 투어를 다니면 경험한 새로운 맛기행에 보컬 알렉스 카프라노스의 경력을 보면 요리사, 바텐더, 배달원, 대학강사등 이채롭기도 하고 요리와 관련한 일들을 많이 했기에 좀더 남들보다는 '맛' 에 다가가는 감각이 다를듯 하다.

이 책을 펼치며 제일 먼저 한국에서는 무엇을 맛보았을까 하고 찾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가 간곳은 인천, 그곳에서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에서 보고 느낀것과 음식에대한 것을 써 놓았는데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재밌다. 그가 맛 본 '김치만두와 김치전' 의 느낌은 '매콤하게 발효시킨 배추가 감각을 자극한다. 금세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습기가 많은 날에 김치 요리를 먹으면 마치 온 몸에 서늘하고 축축한 옷을 껴입은 느낌이 들어 상쾌하다.' 라고 표현을 해 놓았다. 익숙하지 않은 매운 고추의 맛, 매운것을 먹고 땀을 쭉 흘리고 나면 우리가 상쾌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 또한 상쾌하다고 해 놓았으니 조금은 김치의 맛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까. 좀더 다양한 우리의 음식을 맛보고 표현을 해 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다른곳도 아닌 재래시장을 들러 시장분위기와 상인들, 살아 있는 삶의 현장에서 그가 매콤함 맛에 빠져 돌아갔다는 생각을 하니 역시 '맛에 빠진 록 스타' 라는 말이 나왔다.

어린시절이나 그외 외갓집이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음식과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나 또한 어린시절 추억중에 외갓집에 가서 외할아버와 천렵을 하고 잡아온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마당 한 가운데에서 멍석을 펴고 그 위에서 여름밤 모기들에게 흡혈을 당하며 얼큰하게 먹던 매운탕에 들어 있던 애호박 맛이며 시래기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매운탕을 잘 끓이시는 엄마와 외할아버지 덕분에 외가댁에 가면 늘 매운탕을 먹었고 외할아버지는 매운탕에 탁주를 한 잔 하시며 걸걸하게 취하시어 부채를 부쳐주시곤 했다. 탁주의 그 시큼털털한 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전직 요리사와 바텐더의 경험이 있는 록 스타가 잊을 수 없는 맛과 향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가 폴과 함께 하여 폴이 굴을 처음 접하는 부분은 너무 재밌었다. 카사노바에겐 정력제였던 바다의 우유인 굴이 폴에겐 '질감.입에서 씹히는 맛이 정말 끔찍했어. 오징어처럼 질기면서 모래 알갱이가 씹히는 느낌이랄까. 맛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어. 이런 끔찍한 것이 입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빨리 뱉어내고 싶더라고.' 하는 표현처럼 자신의 맛 기행 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한 이들의 재밌는 체험도 읽을 수 있는데 누구나에게 처음접하는 음식은 '도전' 이다. 그 도전에서 성공을 한다면 대단한 숨겨진 맛을 찾을 수 있지만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음식은 정복의 대상목록에 다시금 올라야만 한다. 

미식 모험가에서 닭모래집 맛보기에 대한 것을 읽으며 내가 무척이나 닭모래집을 좋아해서인지 인상깊게 읽었는데 닭모래집샐러드를 먹는 순간에 비둘기가 르노자동차에 깔리는 것을 목격하고 먹는다면 그 맛을 어떨까 상상이 안갔다. 닭모래집은 쫄깃하면서도 그 씹는 맛이 좋은데 샐러드로 하면 어떤 맛이 날지 정말 궁금했다. 처음 경험하는 음식인데 그 끔찍한 상황을 목격했으니 더이상 그에겐 닭모래집샐러드는 더이상 먹고 싶지 않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음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이렇듯 그의 맛기행은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아니고 맛을 느끼며 함께 한 이들에 대한 추억이나 그외 신선한 충격을 그 나름 감칠맛나게 표현을 해 놓았다. 록스타인데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전직인 요리사나 바텐더와 가까운 '음식기행' 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가 더 세세한듯 하면서 잊고 있던 아니면 기억속에 저장된 추억들이 음식과 함께 나오니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일까 실망하는 것도 종종 보여지기도 하고 허름하거나 별 볼일 없는 것에서 진짜 맛을 만나는 이야기도 숨겨져 있다. ' 나는 도시 구석구석을 오가는 지름길을 택시 기사 못지않게 잘 알았고 하루에 10파운드의 급료를 받았지만, 사실 내가 그곳에서 일했던 진짜 이유는 저녁 영업이 끝나고 무료로 제공되는 카페 요리 때문이었다. 로큰롤 밴드의 일원으로 미국을 돌아다니다면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음식은 추억이다. 그 음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해준다.
음식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한듯 하다. 음식이 맛이 없어도 정말 좋은 가족이나 그외 가까운 사람들과 한다면 그 맛은 배가 될 것이다. ' 지금도 완두콩 푸딩을 즐겨 먹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런 음식이 있다. 음식은 시간이 흐르고 맛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와 유사하거나 비슷한 음식이 나오면 과거의 추억과 함께 그 음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분위기도 중요하고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좋은사람들과 좋은 추억으로 먹은 음식이라면 맛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그 음식은 영원히 잊지 못하고 각인될 것이다. 단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추억 그리고 그 풍경과 맛은 음식이 있어 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기억될 여행으로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이 아닌 익숙한 맛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여행한다면 그곳의 특색음식은 한두번 맛본다면 여행지가 더 오래도록 기억되고 추억이 더 깊게 남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그가 들려준 세계맛기행이야기는 생소함도 있었지만 음식을 표현한 신선함은 좋았다. 음식을 글로 그려 놓은 듯한 표현들이 음식을 새롭게 보게 만들었으며 언젠가는 이런 맛기행을 한번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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