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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이혜영 지음 / 한국방송출판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눈높이의 천왕봉' 이라고 좋아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산은 '오르는 산' 은 아닌가 보다. 대부분 '산 징그러워서 안 간다.' 는 대답이다. 그들에게 지리산은 국립공우너 1호도 아니고, 등산의 대상도 아니고, 마냥 '큰 산' 이다. '천왕봉에 세 번 눈이 오면 이 마을에 첫눈이 온다' 는 말처럼, 오고가는 시절의 기준점 정도랄까? 어느 할머니는 한 번도 그 꼭대기에 오른 적이 없다.' 워낙에 대장장이네 집에 칼이 무디고 없듯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늘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 보다는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지 그것을 속속들이 탐한다거나 타인들 보다는 더 집착하지 않는다. 지리산 또한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보다는 외지인들이 더 많이 종주를 하고 그곳을 올랐을 것이다. 요즘은 '걷기여행' 의 한 방편으로 '둘레길' 이 알려지면서 그들에겐 일상이던 것들이 외지인들에게는 여행의 별미처럼 찾게 되는 장소가 된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은 스페인에 '카미노 데 산티아고' 에 의한 영향처럼 제주도에 '올레길' 걷기여행이 생겨나고 지리산에 둘레길 걷기여행뿐 아니라 그외 많은 곳에서 잊혀졌던 서민의 길이 부각되고 있는 듯 하여 나름 너무 기분이 좋고 나 또한 그 길을 한번 꼭 걷기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다.
멀리 해외로 나가 걷기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며 정 많은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맘껏 우리국토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다니 외화낭비를 하며 멀리 가는 것보다 우리것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듯 우리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 길은 너무도 유명한 티비 프로인 '1박2일' 에서 출연진들이 제5코스' 를 나누어 여행을 하며 보여 주어서인지 더욱 생생하게 느끼며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지리산 그 기운을 난 올봄에 느끼고 왔다. 구례와 하동 등을 돌며 그 아름다움에 취해 아쉬움을 남겨 놓고 온 곳이라 그런지 책을 읽으며 더욱 그곳으로 향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정말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을 한번 꼭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며 빨리 지리산을 한바퀴 둘러 걸을 수 있는 찻길이 아닌 마을길 밭길 논둑길등 좀더 우리네 삶과 접촉할 수 있는 그런 사람냄새 하는 길이 열리길 바래본다.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길도 표정을 달리한다.'
맞는 말이다. 함께 걷는 이가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라면 그 길은 향기를 더욱 진하게 발산할 것이다. 천천히 걸으며 서로 마음을 나누고 자연과 교감을 하면서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삶을 조율하듯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걷다보면 모든것은 긍정적으로 그리고 밝게 변하지 않을까. 작가가 <지리산> 종주시인인 이성부 시인과 함께 하며 걷는 여행에서 한 말이 무척이나 공감이 가 밑줄 쫙 그으며 이성부 시인의 책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그가 발로 디디고 마음으로 써낸 <지리산>은 어떤 느낌이고 백두대간을 오르 내리며 쏟아 낸 느낌은 어떤지 느끼고 싶어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를 먼저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은 역시나 어머니 품 같고 할머니 품 같은 '지리산' 인듯 하다. 그곳을 봄여행을 하였지만 얼마 돌지 않았지만 너무도 갈 곳이 많다는 것을느꼈다. 그렇다면 사시사철 보여주는 그 맛 또한 다를 터인데 철마다 옷을 갈아 입듯 하는 '지리산' 은 또 어떤지 무척 궁금해졌다. 주로 봄에 많이 그곳을 찾은 듯 한데 다른 계절을 보고 싶어졌다. 한창 곡식이 풍성하게 결실을 맺는 계절인 가을 또한 그 풍경이 아름다우리라. 함께 하면 좋은 사람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둘레길을 함께 한다면 어떨까.
'길과 연애하듯 콩닥콩닥 걸어간다.'
빨리 걸어서 좋은 길이 있는가 하면 연애하듯 천천히 콩닥콩닥 걸어가면서 그 길의 역사와 자연과 이웃과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연애를 할 때는 세상 누가 뭐래도 둘만의 행복감으로 두세 배 찰진 순간을 산다. 이쪽에서 가는 사람도, 저쪽에서 오는 사람도 모두 콩깍지에 씌인 듯 사랑에 빠진 표정이다.' 걸어서 행복한 길이 그곳에 있다. 그리고 자연에 맞추어 살기 위한 그들이 노력이 '집체예술품' 이 된 다랑이 논이 그곳에 있다. ' 돌을 골라내 논둑을 쌓고, 당을 걷어내 평평하게 만들고, 바닥에 자갈을 깐 후 점토를 채워 물이 안 빠지게 만들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뿌리고, 마지막에 논에 물을 대는 수로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옛날 산중 마을에서 사람 말고 동원할 힘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 낸 다랭이 논의 아름다움을 일박이에서도 헬기촬영으로 미리 맛 보아서인지 마음은 누렇게 익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런 풍경과 마주하면 한참을 가만히 서서 그 모든 것을 아우르듯 침묵해야 할 것만 같다. 빨리 지나치면 그 모든것은 내것이 되지 않는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야 비로소 내것이 되고 내 안에서 녹아 내릴 수 있다. 연애하듯 작은 것에 감사를 하고 품에 안는다면 더없이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이 나무가 200년이 넘은 배나무인데, 쉰여덟 살 먹었어.'
지리산 하면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많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한 지리산은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병주의 <지리산> 이태의 <남부군> 김동리의 <역마> 박경리의 <토지> 문순태의 <피아골>과 <철쭉제> 김주영의 <천둥소리> 송기숙의 <녹두장군>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 의 무대이기도 한듯 하다. 이렇듯 셀 수도 없이 많은 문학작품의 무대가 되듯 그곳은 웅장한 자연이면서 역사이다. 봄 여행에서 악양의 '최참판댁' 을 들렀다. 그곳에서 만난 '박경리 토지문학관' 과 이병주 문학관은 들르지 못해 아쉬웠는데 <토지>를 무척이나 실감나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멀리 악양 들판에 서 있는 부부송, 문학작품속이 아니어도 그저 걷다보면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그곳인듯 하다. 그 모든 것을 품에 안듯 하는 지리산, 어디를 가도 언제 가도 가고 또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봄에 들렀던 '운조루' 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반갑기도 했다. 그냥 지나치려다 운좋게 들렀던 '운조루' 금환락지형인 그곳에 아직도 후손이 살고 있고 넉넉한 인심인 '타인능해' 처럼 마침 우리가 여행을 갔던 날이 결혼식날이라며 우둘두둘하고 두박함이 돋보이는 역사를 말해주는 마루에 '떡접시와 과일접시' 는 누구나 와서 퍼 가도록 했던 뒤주인 타인능해의 마음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 했다.
그녀가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것은 자연과 넉넉한 인심과 이웃 그리고 역사 그 모든것을 품고 있는 지리산이었다. 어떻게 여행을 해도 누구와 여행을 해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정말 좋은 여행지이며 걷기여행은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내 발로 한 발 한 발 걸어서 지리산에 내 발자국을 수 놓을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마을길도 오솔길도 고갯길도 옛길도 강변길도 모두가 지나고 나면 우리 국토이고 올망졸망 우리네 풍경이니 더없이 좋을 듯 하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과 더불어 부록처럼 '제주도 올레길 걷기여행' 을 첨부해 놓았다. 둘레길과 올레길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올레길과 둘레길은 틈새여행상품처럼 갑자기 부각되어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닌 우리네 자연과 우리네 이웃을 느낄 수 있음이 더 좋은 여행이다. 산티아고에 노란 화살표와 조가비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둘레길과 올레길의 화살표와 숲길과 바닷길이 있다. 길과 연애하듯 함께 하는 이와 연애하듯 걷기여행을 한다면 정말 좋을 듯 하다. 나 또한 언젠가는 꼭 한번 연애하듯 하는 걷기여행을 갈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 800리를 모두 걸어 볼 수는 없겠지만 한 부분이라도 내 발로 걸으면서 느낀다면 자연과 정과 건강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여행이 될 듯 하다. 오목조목 자세하게 지도와 함께 민박집 그리고 꼭 필요한 내용들이 알차게 들어 있고 올레길까지 있어 눈요기로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책이다. 직접 걷기여행을 할 수 없다면 책으로나마 그 기분을 간접적으로 풍요롭게 느낄 수 있으며 언젠가 훌쩍 떠난다면 그 밑바탕을 될 수 있는 책이다. 역사가 어렵다면 그저 자연과 이웃을 벗삼을 수 있는 여행으로 가을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 빨리 떠나고 싶다. 그곳으로.